가운데 앞은 좌방산, 그 왼쪽 뒤는 장락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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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는 풀벌레
아랑곳하지 않고
풀이 시드네
(鳴くむしの心ともなく草かれて)
―― 이오 소기(飯尾宗祇, 1421~1502)
▶ 산행일시 : 2018년 9월 22일(토), 맑음
▶ 산행인원 : 9명(악수, 산정무한, 수담, 상고대, 메아리, 신가이버, 두루, 향상, 해피)
▶ 산행거리 : GPS 도상 14.2km
▶ 산행시간 : 7시간 35분
▶ 교 통 편 : 전철 이용
▶ 구간별 시간(산의 표고는 가급적 국토지리정보원 지형도에 따름)
06 : 54 - 상봉역
07 : 50 - 굴봉산역, 산행시작
08 : 13 - 도치골 입구
08 : 40 - 219.7m봉
09 : 30 - 340.7m봉
09 : 44 - 영춘기맥 진입
09 : 53 - △466.4m봉
10 : 30 - 새덕산(塞德山, 488.9m)
11 : 00 - 461.5m봉
11 : 16 ~ 11 : 57 - 송이재봉 갈림길, 점심
12 : 03 - 482.5m봉
12 : 28 - △409.8m봉
12 : 30 - 한치령, 임도
12 : 55 - 426.3m봉
13 : 18 - 458.2m봉, 검봉(칼봉) 가는 ┫자 갈림길
14 : 03 - 499.9m봉(감마봉)
14 : 17 - 안부, 임도
14 : 29 - 봉화산(525.8m)
15 : 25 ~ 18 : 07 - 보매기 근처, 산행종료, 저녁
18 : 58 ~ 19 : 15 - 강촌역
20 : 25 - 상봉역, 해산
1. 산행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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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덕산(塞德山, 488.9m)
추석 명절이 낼 모래라 멀리 나섰다가는 민족 대이동의 차량대열에 치일라 경춘선 전철로 갈
수 있는 가까운 산을 간다. 우리 생각과 같은 산꾼들이 많아 상봉역이 붐빈다. 그간 일주일이
멀다 하고 보던 악우들을 꼬박 두 달 만에 보게 되니 반갑기 그지없다. 오랫동안 오지산행 문
법의 말문을 닫고 지냈던 까닭에 잊고 있었던 말을 되찾은 느낌이다. 굴봉산역 가는 내내 주
책이다 싶게 웃고 떠들고 즐겁다.
새덕산 들머리를 새롭게 잡는다. 알밤이 여기저기 뒹구는 산기슭 대로를 따라 백양1리 마을
회관을 지나고 도치골 입구 갈림길까지 가서 오른쪽 펜션 표지판이 안내하는 들녘을 간다.
‘하늘꽃 펜션’ 앞이다. 아무리 오지산행팀이라고 하더라도 감히 뚫으려고 덤벼들기는 어려운
덤불숲 사이로 소로가 났다. 냉큼 들어선다. 이곳에도 새벽에 비가 내렸다. 풀숲은 담뿍 젖
었다.
한 피치 완만한 오르막 풀숲 길이 어째 잘 났다고 했더니만 성묫길이다. 벌초하여 잘 다듬은
무덤이 나오고 그 위로는 길 없는 잡목 숲이다. 우리의 길이다. 잡목과 풀숲의 빗물 털어 팔
뚝으로 시원한 가을을 맛본다. 교통호 넘고 넘는다. 능이나 송이는 이런 데에 있다고 했다.
눈에 부쩍 힘주고 좌우사면을 예의 쓸어보며 간다.
219.7m봉이 제법 당차다. 씩씩거려 오른다. 조림한 자작나무 숲 지나고 가파른 오르막에 뒤
돌아보면 조망이 트인다. 월두봉과 굴봉산, 검봉은 첫눈에 알아보겠다. 아침 고요한 숲속 안
개를 사정없이 쫓아내는 햇살을 뚫으며 오른다. 유난히 길었던 지난여름 무더위에 어지간히
데었던 터라 햇살이 나오면 지레 땀부터 흘린다.
버섯이며 더덕이며 도통 보이지 않아 해찰할 일이 없으니 막 간다. 그러는 중에도 수담 님의
사면을 누비는 분투는 눈부셨다. 수담 님이 모처럼 채취한 버섯이 혹시 송이가 아닐까 여러
사람에게 보여 감정한 결과 이제 지표면에 통통하게 돋아난 달걀버섯이었다. 340.7m봉을 오
르기 전 능선이 분기하는 너른 공터에서 첫 휴식한다. 입산주 탁주로 목 추긴다.
340.7m봉 넘고 잠깐 내리면 임도가 산허리를 돌아간다. 능선 마루금의 가파르고 높은 절개
지에 비스듬히 등로가 나 있다. 한 피치 길게 오르면 영월 태화산에서 오는 막바지 영춘기맥
길과 만난다. 길 좋다. 이런 길은 미음완보가 적당한데 우리는 줄달음한다. 당분간 굴곡 심한
봉우리는 없다. 가도 가도 하늘 가린 숲속이라 아무런 조망이 없다. 내내 이럴 것이라면 오지
산행 단톡방에서 오늘 산행할 사람을 모집할 때 말한 검봉으로 방향을 틀던지 검봉을 갔다
와야 하지 않을까 하는 욕심이 생긴다.
△466.4m봉. 풀숲 헤쳐 찾아낸 삼각점은 ‘춘천 318, 2008 복구’이다. 누리장나무 퀴퀴한 냄
새를 헤쳐 △466.4m봉을 빠져나온다. 잔봉우리 넘고 넘는다. 그중 가장 높은 488.9m봉이
새덕산이다. 산과바다산악회에서 조그만 정상 표지석을 세웠다.
2. 굴봉산의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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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멀리 가운데는 검봉, 앞은 펜션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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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월두봉(月頭峰, 162.4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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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굴봉산(屈峰山, 307.3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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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큰갓버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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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앞 오른쪽은 굴봉산, 왼쪽은 월두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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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새덕산 정상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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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99.9m봉(감마봉)
볼 것이 없고 길이 좋아 저마다 경주하듯 달리니 금방 혼자 가는 산행이 되고 만다. 잔봉우리
무수히 오르내리느라 녹아난다. 461.5m봉이 국토지리정보원 지형도에는 ‘새덕산’이다. 약간
느긋이 내렸다가 가파르게 오른다. 선두에게 482.5m봉에서 점심 먹자고 주문한다. 송이재봉
갈림길 공터에서 자리 편다. 바야흐로 바람이 서늘하여 라면이 맛 나는 계절이다.
482.5m봉이 송이재봉인 줄로 알았다. 그런 작명에는 상당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 점심 마치
고 배낭을 벗어둔 채 송이를 탐색하고자 오른다. 아무리 둘러보아도 철쭉나무 숲이라 송이는
커녕 풀 한 포기 보기가 어렵다. 그만 내려가자 하고 다 내려와서 지도를 확인하니 송이재봉
은 0.7km를 더 가야 하는 494.9m봉이다. 일수불퇴. 그냥 간다.
쭉쭉 내린다. 잠시 멈칫한 △409.8m봉의 삼각점은 ‘춘천 455, 2005 재설’이다. 한 차례 더
뚝 떨어져 바닥 친 안부는 임도가 지나는 ‘한치령’이다. ‘치(峙)’가 이미 고개인데 고개 ‘령
(嶺)’자를 더 붙였다. ‘큰 고개’라는 뜻이다. 이곳 산행에는 술맛을 당기게 하는 지명이 몇 개
보인다. 소주(봉)에 그 안주로 명태(봉)에 한치(령)가 있으니.
한치령 고갯마루 오른쪽에 통나무계단이 등로를 안내한다. 새로이 산을 가는 듯 가파르게 오
른다. ┳자 능선이 분기하는 419m봉에서 왼쪽으로 방향 튼다. 이 다음 Y자 능선이 분기하는
426.3m봉에서는 당연히 오른쪽으로 방향 튼다. 그런데 후미 도우미인 두루 님이 등로 상태
를 살피더니 누군가가 왼쪽 길로 간 것 같다고 한다. 큰소리로 연호하니 산정무한 님과 향상
님이다.
골로 갈 뻔한 그들을 어서 이쪽으로 뒤돌아 오시라 외치고 기다려준다. 458.2m봉은 첨봉이
다. 검봉 가는 길을 살피려고 오른쪽 사면 도는 우회로를 마다하고 직등한다. 그런데 검봉 가
는 길은 458.2m봉 다 내려와서 있다. 검봉까지 편도 2.5km. 검봉을 갔다 오기에는 너무 멀
고, 거기의 조망을 탐하다가는 감마봉(499.9m) 가기 전 암봉의 조망을 잃는다.
검봉을 놓아준다. 된 오르막 첨봉의 연속이다. 암벽 밑을 길게 돌아 등로에서 왼쪽으로 약간
벗어난 암릉 암봉을 들른다. 되똑한 바위 위에 향상 님과 교대로 올라선다. 여느 봉우리 못지
않은 빼어난 경점이다. 가평의 올망졸망한 산들이 다 모여 있다. 가운데 우뚝하니 도드라진
산은 좌방산과 장락산이리라. 그에 기준하여 여러 산의 이름을 짐작한다.
499.9m봉은 가파른 슬랩을 고정 밧줄 잡고 오른다. ‘감마봉 해발 454m’라고 새긴 오석의 조
그마한 표지석이 있다. 이 봉우리 역시 경점이다. 검봉, 삼악산, 화악산 쪽이 훤히 트인다. 어
쩌면 이 경치에 정신이 팔려서 그랬을 것이다. 지난 6월 13일이었다. 산행 중에 캔 더덕 7수
나 담은 봉지를 여기에서 잃어버렸다고 한다. ‘경계에 실패한 병사는 용서할 수 있으나, 더덕
봉지를 잃어버린 병사는 용서할 수 없다’고 했다. 앞으로 두고두고 이일을 입에 올릴 것이다.
9. 좌방산(座防山, 502.8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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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좌방산과 장락산, 멀리 오른쪽 희미한 산은 중미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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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멀리 오른쪽은 축령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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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멀리 가운데는 축령산과 서리산(오른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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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왼쪽은 좌방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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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멀리 가운데는 축령산과 서리산(오른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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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삼악산(三岳山, 655.8m), 앞 왼쪽은 강선봉(降仙峰, 485.4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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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검봉(칼봉, 529.7m), 뒤는 몽가북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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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멀리 오른쪽은 축령산과 서리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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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봉화산(525.8m), 보매기 근처
감마봉 반대편 내림 길도 슬랩이다. 암릉을 오른쪽으로 비켜 내리고 임도가 지나는 안부다.
봉화산 품에 든다. 길을 잘 다듬었다. 그저 선두 뒤를 쫓느라 지도 보기를 소홀히 했다. 등로
에서 살짝 벗어난 두리봉(△486.3m)의 삼각점을 모르고 지나쳤다. 밧줄 난간 잡고 오른다.
봉화산. 너른 공터다. 북쪽인 삼악산 쪽으로 조망이 트인다. 길게 놓인 통나무에 걸터앉아 먹
고 마시며 오래 휴식한다.
하산. 하산지점은 봉화산에서 동진하여 2.2km 정도 떨어진 보매기 근처 상고대 님 전원저택
(가서 보니 전원주택이 아니라 전원저택이었다)이다. 봉화산에서 ┣자 능선이 분기하는 오
른쪽의 남진 능선은 소주고개를 넘어오는 영춘기맥이다. 이제는 거기를 갔었다는 지명만이
아련한 추억에 남았다. 우리는 직진(동진)한다.
줄곧 내리막이다. 잣나무 숲을 자주 지난다. 전에 잣나무 숲에서 꽃송이버섯을 본 적이 있기
에 사팔뜨기 되기를 불사하며 간다. 뚜렷한 인적을 갈라지는 지능선마다 나누어주고 인적 없
는 생사면을 누비기도 한다. 이따금 꺾어지는 지점에서 신가이버 님이 멈춰 서서 교통 정리
하지만 지도를 보면 일로 직진이다. 자로 잰 듯 정확히 상고대 님 저택 뒤뜰에 내려선다.
상고대 님 어부인과 백수가 반갑게 맞이한다. 온수가 나오는 2곳의 너른 화장실에서 샤워하
고 나서, 거실에 걸게 차린 한 상(아니 세 개 상이다) 앞에 좌정한다. 더덕은 상고대 님과 두
루 님이 캤다. 오랜만에 마셔보는 더덕주가 달디 달다. 모처럼 오지산행의 발전을 위한 진지
한 논의도 오갔다. 여기에서 모임을 정례화하자는 등.
상고대 님 저택의 마당 한쪽 수돗가 시렁을 덮은 머루와 뒤뜰의 오가피 열매가 까맣게 익어
간다. 일부 악우는 그 위 밭에서 배추를 뽑아가겠다 호박을 따가겠다 야단이다.
백석의 「산곡(山谷)」에서 보는 풍경과 비슷하다.
돌각담에 머루송이 깜하니 익어가고
자갈밭에 아즈까리알이 쏟아지는
잠풍하니 볕바른 골짝이다.
나는 이 골짝에서 한겨을을 날려고 집을 한 채 구하였다.
집이 멫 집 되지 않은 골안은
모두 터알에 김장감이 퍼지고
뜨락에 잡곡낟가리가 쌓여서
어니 세월에 뷔일 듯한 집은 뵈이지 않았다.
자는 자꼬 골안으로 깊이 들어갔다.
(중략)
18. 좌방산과 장락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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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앞은 봉화산을 향하는 영춘기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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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멀리 가운데는 화악산, 앞 오른쪽은 검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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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삼악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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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봉화산 정상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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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머루, 상고대 님 전원저택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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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찧기 직전의 더덕, 순전히 두루 님과 상고대 님이 캤다
첫댓글 더덕밭을 제가 찾아내다니~~
저도 제 자신의 대단함에 놀라울 뿐입니다.
크 크 크 ~~~~~^ 그럴리가 !?!
상고대형님 집까지 정말 자로 잰듯이 내려온데 경탄을 금하기 어려웠습니다. 거의 다 와서 길이 확실한지 묻는 악수님 질문에 “아마추어도 아니고” 라고 툭 대꾸하던 가이버님. 대단^^👍
이동네 덕순이들 작살났구먼유ㅠ
싸리버섯 없던가유?ㅜ
못봤습니다 ~~
@두루(輝輝) 더덕은 아주 일부만 캤으니 너무 상심하지 마시기 바랍니다.ㅎㅎ
모처럼 형님과 함께한 가을맞이 & 추석 산행 아주 좋았습니다...가을이 성큼다가온 시원하고 산행하기 좋은 계절입니다...수고많으셨습니다^^
그러니까 두루가 자연산 거시기를 발견했다는 말씀? 쎈데.
취중에 산행기를 읽다 보니 제가 잘 왔나보다 생각합니다

수고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