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도님과의 추억
축구선수는 공을 찰 때 살아있는 걸 느끼고
수영선수는 물속에 들어가 있을 때 살아있는 걸 느낀다.
노름꾼은 패를 잡았을 때 살아있는 걸 느끼고
소매치기는 안창따기를 할 때 스릴을 느끼며
사진가는 카메라를 잡았을 때 살아 있음을 느낀다.
어느 날 낙도님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삿가스님! 집을 보러 가는데 같이 가실 시간 되실까요?”
항상 정중하고 겸손하시다.
“어딘데요?”
“천마산이요.”
“천마산이라구요?”
“네, 천마산입니다.”
“산에 무슨 집이 있다고 집 보러가요?”
“가보면 압니다.”
상봉역에서 약속을 잡고 평내역에서 내려 마을버스를 타고 천마산에 내렸다.
“이렇게 좋은 곳에 오면 카메라를 가지고 와야지 그냥 오셨어요?”
“이제는 카메라도 무거워요.”
예전엔 삼각대까지 바리바리 싸 짊어지고 다녔는데
어느 날 부터인가 “손각대가 좋다.” “미러리스가 좋다” 라며
가볍게 다니셨다.
내려놓기 연습이다.
수진사라는 절간을 산책하고
천마산 둘레길을 돌아
절집에 붙어있는 카페에 앉았다.
“난 이런데 오면 숨쉬기가 편안해서 좋은데 삿가스님은 어떠세요?”
낙도님은 '산소'에 대한 열망이 컸다.
인사동에서 만날 경우에도 지하는 싫어하셨다.
산소 포화농도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맑은 산소가 있는 곳을 찜한 곳이 천마산이란다.
“나도 이런곳에서 살고 싶어요.”
콘크리트 숲속에 갇혀사는 도시인의 로망이다.
“이 근처에 조그만 아파트를 사서 이사오고 싶어요.”
“사모님과 같이요?”
“아니요. 나 혼자만요.”
“왜요?”
“집사람은 교회에 다녀야 하니까 여기로 못 온데요.”
얘기를 들어보니까
예전부터 이곳에 집을 사서 이사 오고 싶은 희망을
부인과 상의해서 혼자 오는 걸로 결론이 난 상태였다.
"황혼 이혼이 아니라 노후 별거네요?"
"그렇게 돼나요?"
우리는 껄껄 웃었다.
차 한잔 마시고 내려오는 길에
부동산에 들러 아파트를 봤다.
생각보다 값이 쌌다.
“공기 좋은 이런 곳에 쳐박혀 글만 쓰면 좋겠다.”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더니 동행한 여친이 적극 추천 한다.
“하나 사드릴테니까 작업실로 쓰세요.”
하하 호호 웃으며 농담처럼 했던 이야기가 진담이 됐다.
낙도님 하나.
우리 하나.
찜했다.
그 후,
낙도님은 사모님과 의견 충돌로 그곳에 아파트 구입을 포기했고
우리만 아파트를 사서 2년 만에 되팔았다.
시세차익, 8천만원.
롯또가 따로 있나? 심봤다.
하지만 2024 초추(初秋)
낙도님도 가고 여친도 가고 없다.
인생은 가고 오는 것.
인생은 어디서 왔다 어디로 갈까?
문득 고개를 들어 하늘을 우러러보니
가을 하늘이 푸르다.
참 푸르다.
푸르다.
첫댓글 맞아요 아버님은 그쪽에 너무 살고 싶어하셨어요 저도 기억하고 항상 기억에 남는답니다
아버님이 좋아하셨던 모든 곳들이
하나하나 기억속에 굳건히 자리잡고 있지만
꺼내보지 않으면 그저 빛바랜 추억으로
잊혀져 갈 수 있을지 모르지만
저에게는 뚜렷한 사진같이 남아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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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가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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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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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사는 아니고
노환과 지병으로 가셨습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