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장난명(孤掌難鳴)
새해가 밝아 새롭게 출발하고 있다. 하는 일 없이 빈둥거리지 말고 무언가 보람되고 알찬 일을 계획한다. 도둑들도 ‘손발이 맞아야 나쁜 일도 잘하지’라는 말이 있다. 하물며 도둑도 그러한데, 보편적인 사람이 좋은 일을 함께하면 당연히 잘되지 않을까. 그래서 공동체가 서로 연대하여 어떤 일을 수행하여 조화를 이루며 공동선을 지향한다.
어제 일이 떠오른다. ‘앞산밑북카페’에서 여기회 월례 미사를 봉헌하고 떡국을 함께 나누었다. 그 뒤에 여기회 소식지 ‘여기애인’을 송달 하기 위한 작업을 했다. 겉봉투에 주소를 붙이고 책을 넣어 밀봉하는 작업이었다. 사무원이 하면 며칠 걸리는 일을 여남은 명이 분업해서 하니 두 시간에 마무리하였다. 역시 무슨 일이든 함께하면 빠르고 ‘두 손바닥이 서로 맞닿아야 소리가 난다’라는 고장난명을 깨우쳐주었다.
2018년 코로나가 오기 전에 지인들과 함께 남미 지역을 순례했다. 그곳은 16세기에 스페인과 포르투갈이 동서를 나누어 식민정책으로 전쟁을 일삼으며 개척했다. 그곳은 스페인이 가톨릭 전파를 빌미로 식민지 개척을 하여 가톨릭 국가가 일찍 정착된 곳이다. 그곳은 도둑들이 떼를 지어 나쁜 짓을 하더라도 함께 ‘성호’(기도)를 긋고 작업을 한다고 하여 한바탕 웃은 일이 떠오른다.
우리 속담에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라고 한다. 아무리 쉬운 일도 서로 협력하면 더 쉽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손바닥도 하나로는 소리를 낼 수 없고 두 손바닥이 합쳐야 소리를 낸다. 새해에는 ‘나를 위한 너’가 아니라 ‘너를 위한 나’가 되리라 결심한다. 또 ‘견리망의’(見利忘義)의 정신으로 나의 욕심과 이익에 매달릴 것이 아니라 공동의 의(義)를 위해서 노력하련다.
지역의 신앙 공동체를 교회 또는 본당(本堂)이라 한다. 본당((paeochia)은 ‘안식과 휴식’에 의미를 두기도 한다. 쉼은 매우 중요한 삶의 한 부분이다. 쉼은 조용히 나의 삶을 돌아보는 시간, 반성과 아쉬움을 새로운 희망으로 승화시키는 시간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스페인 산티아고 길(800km)이 있다. 그 길을 걷다가 어느 정도 가면 여행자들이 쉴 수 있는 여행자 숙소가 있다. 그곳에서 푹 쉬고 힘을 얻어 다음 날 걷는 것이다. 그와 마찬가지로 본당도 세상 삶에서 지치고 힘든 몸을 본당에 나와서 휴식하며 에너지를 얻어 다음 주일을 살아가는 인생 여정의 ‘소울스테이’와 같은 휴식 공간이다. 그러면서 서로 만나 더불어 사는 정을 나누고 ‘너와 나’가 함께하며 서로 돕고 나누며 혼자가 아닌 여럿의 삶으로 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