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샘레터 83]'하나님의 섭리攝理'는 과연 있는 것인가?
나는 어느 종교도 믿지 않지만, 심정적으로는 교리조차 모르면서도 불교도佛敎徒라 할 수 있을 터. 26세 청상과부 된 할머니가 50년도 넘게 지극정성으로 다니며 공을 들인 마이산 탑사(태고종) 영향 때문일 것이다. 세계적으로도 유난히 비대해지면서 폐해가 극심한 한국의 개신교를 ‘외면’하게 된 것은, 순전히 일부 설쳐대는 전모 목사 등 때문일 것이다. 천주교 역시 마찬가지로 바라보는 게 김수환 ‘바보 추기경’ 이후 어떤 추기경도 그만한 역할조차 못하기 때문이다. 또한 이슬람교와 힌두교는 전혀 모르거니와, 흔히 종교연然하는 유교는 종교가 아닌 '인간수양의 이념'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어제 아침 <아침마당>에 출연한 ‘월드비전’ 조명환 회장의 휴먼스토리를 들으면서 ‘하나님이 진짜 계시는 것 같은데?’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들었는데, 요즘 이런 경우가 종종, 아니 자주 있는 편이다. 어쩌면 말년에 ‘하나님의 은혜를 깨달으며’ 성당이나 교회를 다닐지도 모르겠다. 어제 처음 알게 된 조회장에 대해 검색을 해보았다. 몇 년 전 『꼴찌박사』라는 책도 펴냈단다. 2021년 대표적인 K-NGO라 할 수 있는 <월드비전>의 회장이 되었는데, 심사과정도 극적이지만, 그분의 개인 히스토리가 무척 흥미로웠다. 이해력이 유난히 떨어져, 초중고대학교를 어렵게 나왔고, 당시 미달인 건국대 미생물학과에 간신히 입학하고, 미국에서 퇴학을 당하는 등 수난을 겪다 어느 교수의 선택으로 에이즈를 연구해 아시아태평양지역 최초의 박사가 되고, 에이즈 퇴치운동의 선구자가 된 이야기 등 술술술 풀어내는 조회장의 얼굴이 맑아도 너무 맑았다.
또한 얼굴도 모르는 미국의 어머니 에드나가 105세로 죽을 때까지 45년 동안 매달 15달러를 후원해줬다는 얘기는 정말 감동적이었다. 마지막까지 편의점 직원을 했다는 에드나는 평생 독신으로 무조건적으로 조교수를 갓난애 때부터 교수가 되었는데도 아낌없이, 조건없이 후원을 해주었다 한다. 굳이 만나러 오지 말라는 미국의 어머니 댁을 방문해 일주일을 같이 지낸 뒷얘기에 누군들 숙연해지지 않겠는가. 그 어머니는 수백 통의 편지마다 말미에 "God loves you, Trust His love, I pray for you" 라고 썼다고 한다. 신기하고 또 신기한 일이다.
45년만에 처음으로 ‘마음의 아들’을 맞이하기 위해 목욕과 화장을 한 후 입술에 립스틱을 칠하고 2층에서 내려오던 99세 어머니가 바로 하나님의 현신現身, 천사天使였다고 회상하는 조회장. 그 어머니의 말씀처럼 하나님은 조명환 아들을 지극히 사랑하여, 고비고비마다 반전反轉의 기회를 주어 공부를 싫어한 꼴찌학생을 박사로 만들고, 교수가 되게 하고, 마침내 <월드비전>의 회장으로 앉힌 것일까? 그의 간증干證을 직접 들을 필요도 없지만 ‘하나님(신)의 섭리攝理’라고 밖에 표현할 수 없는 최고의 미담을 들어 그 감동을 전한다. 나는 이렇게 아름다운 이야기를 듣고 말하기를 좋아한다. 나부터 오로지 오랫동안 ‘인간적人間的인 인간人間’ 되기를 꿈꾸었기에, 어줍잖은 생활졸문 몇 편을 책으로 펴내면서, 수필집 제목을 언감생심 『나는 휴머니스트다』로 정한 까닭이다. 세상은 이런 미담들이 넘쳐날 것이나, 모두 다 드러나지 않은 것은 ‘오른손이 한 것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는 신조로 실천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일 터. 세밑만 되면 어느 동사무소 앞에 성금을 놓고가는 무명의 기부천사처럼 말이다(20여차례 9억여원이 된다고 한다).
그 자신이 후원아동(한국전쟁직후 가난한 한국의 어린이를 품어준 에드나 미국어머니) 출신이기도 하지만 “나누는 것만큼 행복한 삶은 없다”는 조회장의 말을 들으며, 멀리 호주에서 간호사로 일하는 작은아들 생각으로 또 울컥했다. 이 녀석은 대학 때부터 베트남의 어느 여자아이를 지금까지 후원하고 있는 ‘따뜻한 감성’의 소유자로서 ‘상남자 중의 상남자’이다. 이런 소통들이 세상을 한결 밝게 만드는 '오솔길'일 것이다. 상경길에 『꼴찌박사』 책을 꼭 사서 그의 간증을 더 들어봐야겠다. 정초에 조회장같은 따뜻하고 선한 ‘나눔의 천사’를 알게 돼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