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기 너머로 안절부절못하는 엄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민이 암 3기란다. 불쌍해서 우짜노…." 엄마는 끝내 눈물을 흘렸다. 전화를 끊고 나서 한참 멍하니 있었다. 나보다 한 살 많은 사촌 지민 언니의 삶에는 쉬운 일이라곤 없었다. 작은 엄마는 언니가 다섯 살이었을 때 집을 나갔다. 그때부터 언니는 남동생을 돌보고 집안일을 도맡았다. 삼촌은 그런 언니가 엄마 없는 아이라는 소리를 들으면 안 된다며 엄하게 대했다. 그로 인해 언니는 주눅이 든 채 자랐다. 언니가 초경을 한 날, 놀란 언니는 큰일난 사람처럼 눈물을 쏟았다. 그리고 우리 엄마의 설명을 듣고 나서야 겨우 진정했다. 내가 놀려 대자 아무 말도 없던 언니가 한마디 했다. "이제부터 언니라고 해라." 한 살 차이라 버릇없이 굴며 "지민아."라 부르던 나는 그날 이후 다시는 언니에게 반말하지 않았다. 언니는 작은엄마를 찾기 위해 사람을 찾아 주는 TV 프로그램에 사연도 보내고, 라디오에 글을 응모하기도 했다. 어디선가 작은엄마가 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방송국에서 주최한 노래 대회에도 여러 번 나갔다. 온갖 노력에도 언니는 끝내 엄마를 만나지 못했다. 아픔이 깊어지고 마음의 문은 닫혀 가던 중, 작은아빠가 시력을 잃었다. 시신경의 변화로 시각 장애인이 된 할머니의 병이 유전된 것이었다. 엄마가 떠나고 아빠마저 장애를 갖게 된 상황이 지긋지긋했던 걸까. 언니는 스무 살이 되자마자 서울로 가 버렸다. 10여 년이 지나 우리가 다시 만난 곳은 언니 동생의 장례식이었다. 가난에 찌들고 외로움에 지친 동생도 유전으로 눈이 점점 흐려졌다. 삶을 견딜 희망이 보이지 않았는지 결국 동생은 먼길을 떠났다. 혼자가 된 언니에게 나는 남은 삶은 행복하게 살면 된다며 이겨 내라고 감히 말했다. 마흔여섯 늦은 나이에 결혼하고 그 힘들다는 시험관 시술로 예쁜 딸아이를 선물받은 언니에게 이제는 행복한 나날만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암 이라니. 세상이 원망스러웠다. 어떻게 위로의 말을 전해야 하나 이틀 내내 고민했다. '뭐라고 해야 언니가 덜 아플까?' 죽을 힘을 다해 견디고 있을 사람에게 차마 힘내라는 말을 할 순 없었다. 결국 나는 눈물을 펑펑 쏟은 뒤 메시지를 보냈다. "언니야, 세상 참 개떡 같다. 그체?" 언니에게서 답장이 왔다. "고마워, 대신 욕해 줘서." 웃음 표시와 함께 도착한 답장에 마음이 놓였다. 웃는다는 건 포기하지 않겠다는 뜻일 테니까. 언니는 항암 치료로 인해 머리카락이 다 빠지고 손톱도 새까맣게 변했단다. 종양이 큰 탓에 치료를 수차례 받아야 했다고. 그럼에도 언니는 웃는다. 엄마라는 자리를 지키기 위해 누구보다 용감하게 싸우고 있다. 앞이 보이지 않아 까마득하고 두려운 삶. 그 긴 여행을 누구보다 잘 해내고 있는 언니에게 말해 주고 싶다. "앞으로 어떤 일이 펼쳐지든 함께하자. 끝까지 응원할게. 고맙데이, 언니야." 김지안 | 경기도 평택시 인생에 닥치는 불행에 일일이 슬퍼하느니 차라리 삶의 부조리함에 웃음을 터뜨리는 편이 낫다. 웃음은 영혼의 여유를 드러내는 근사한 회복력의 한 형태다. _ 에리카 산체스
뜻밖의 편지
영국 스코틀랜드에 사는 소년 제이스 힌드먼은 아버지와의 추억을 그리워하며 하루하루를 보냈다. 아버지가 스물여덟에 세상을 떠났을 때 그는 불과 세 살이었지만, 사랑받은 기억만은 또렷했다. 매년 누나와 함께 아버지의 생일을 기념하던 그는 편지를 썼다. 아버지에게 하고 싶은 말을 모두 적어 봉투에 넣은 뒤 제이스가 물었다. "엄마, 천국에 편지를 보내면 아빠가 받을 수 있어요?" 선뜻 말을 잇지 못하던 어머니가 주저하다 말했다. "그럴 거야." 제이스는 편지 봉투에 메모 하나를 남겼다. 아버지에게 가닿기를 간절히 바라며. '우체부 아저씨! 이 편지를 천국에 있는 아빠에게 전해 주세요. 고마워요.' 아들을 실망시킬 수 없었던 어머니는 편지를 우체통에 넣었다. 얼마 뒤 뜻밖의 답장이 도착했다. 영국 국립 우체국에서 보낸 것이었다. '친애하는 제이스. 보내 주신 편지는 천국에 계신 아버지에게 무사히 도착했습니다. 걱정하고 있을까 봐 편지를 남깁니다. 천국에 편지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마주친 별들과 은하계 물체를 피하는 것은 쉽지 않았지만, 이 편지가 당신에게 얼마나 중요한지 우리는 알기에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고객의 우편물을 책임지고 안전하게 배달하는 것이 저희의 임무입니다. 앞으로도 우편물이 천국에 가닿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편지를 받은 제이스는 펄쩍 뛰며 기뻐했다. 어머니 역시 눈물을 훔치며 고마움을 표했다. “단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아이에게 마음을 써 주셔서 고맙습니다. 그동안 사람과 거리를 두고 지냈는데 다시 믿고 싶어졌어요. 작은 친절이라도 누군가에겐 커다란 영향을 준다는 걸 알았습니다." 박도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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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좋은글 감사 합니다
반갑습니다
동트는아침 님 !
고운 멘트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
본격적인 장마가
시작됐습니다…
여름나기 준비로
건강하게 지내세요
~^^
진짜로 감동되는 글
감사합니다.
좋은 꿈 꾸세요~!
반갑습니다
하늘 바래기 님 !
고운 댓글로 고견
주셔서 감사합니다 ~
무더운 장맛철을 맞아,
건강한 여름나기 준비로
활기찬 한 주 보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