힌두교에서는 인생을 네 개 주기로 나눈다. 이를 '아쉬라마(Ashrama)'라고 하는데, 첫 시기인 학습기(學習期)는 부모의 보살핌과 교육을 받으며 성장하는 어린 시절과 청년기를 뜻한다. 다음으로 가주기(家住期)는 직업을 갖고 가족을 부양하며 사회생활을 하는 시기이자 돈을 벌고 사회에서 인정받으려 경쟁하고 애쓰는 시기다. 임서기(林棲期)는 '은퇴'와 '숲'을 뜻하는 산스크리트어가 합쳐진 말인데, 나이가 든 후에 가족과 직업을 떠나 숲으로 들어가는 시기다. 마지막 유행기(遊行期)는 세상의 집착에서 벗어나 영적 깨달음에 집중하는 시기다. 이 중 임서기가 의미심장하다. 숲으로 들어간다는 건 무슨 뜻일까? 이는 촌락 생활을 하던 고대 사회의 개념으로, 요샛말로 바꾸면 익숙한 가정과 사회에서 벗어나 새로운 환경으로 떠난다는 의미다. 번잡한 생활을 청산한 숲속의 삶처럼 소박하고 정신적인 생으로 향하는 것이다. 중년 이후 삶의 터전을 도시에서 시골로 옮기거나 직장에서 은퇴할 때가 이에 해당한다. 이런 외적 변화가 없더라도 자신이 살아온 역정을 돌아보며 새로운 의미를 찾는 것도 숲으로 가는 길이다. 그 시기는 사람마다 다르다. 40대에 바쁜 생활을 하면서도 이미 마음속로 숲속 생활을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80세가 넘어서도 여전히 돈과 명예를 쫓느라 숲을 보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가족들이 자신을 잘 대접해 주지 않는다며 분노하는 이도 아직 가주기에 머물러 있는 셈이다. 숲으로 떠나지 않으면 인생 후반부 성장을 이루지 못하고 우울과 허무감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정신적으로 성장하지 못한 노년은 어둠 속으로 소멸할 뿐이니까. 나도 숲의 생활에 맞춰 보려 애쓰고 있다. 몇 년 전 숲에 둘러싸인 아파트로 이사 왔고, 생활을 단순히 하며, 불필요한 모임 같은 헛된 일을 줄이고 있다. 가장 큰 변화는 '어떻게 살아야 하나?'라는 고민이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무거워졌다는 점이다. 가주기에는 가족을 돌봐야 하고, 사회에서 경쟁해야 하며, 이룰 것과 즐길 것이 많아 삶의 본질을 생각할 틈이 없었다. 그저 달리느라 바빴다. 지금은 그런 압박에서 상당히 벗어난 덕에 근본적인 궁금증이 자연스레 떠오른다. 이전에는 깊이 생각하지 않던 것들이 인생 곡선이 내리막으로 향하는 노년기에는 피할 수 없는 문제로 다가온다. 삶의 가치, 가족을 비롯한 사람들과의 관계, 다가오는 죽음이 던지는 질문이 마음을 크게 울린다. 물론 이 문제에 대한 완벽한 해답은 얻을 수 없겠지만, '어느 방향이 옳은 지'에 대한 느낌 혹은 믿음은 가질 수 있다. 나이가 들어서도 이를 느끼지 못한다면 무의식적으로 억누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살펴야 한다. 언젠가는 반드시 마주하게 될 문제이므로.
삶을 달리 보니 조금씩 새로운 일이 벌어진다. 머리로만 생각하던 것을 행동으로 옮겨 보는 것이다. 무엇보다 사람들을 새롭게 대하려고 노력한다. 깊은 관계를 맺지 못한 것은 자기중심적으로 상대방을 봤기 때문이었다. 내 생각을 내려놓고 상대방의 눈으로 보니 대화가 훨씬 깊어지고 서로를 잘 이해할 수 있었다. 특히 나의 어려움과 약점을 솔직히 밝힐 때 상대방이 마음을 여는 것을 체험했다. 과거의 잘못을 곱씹으며 후회하는 습관도 고치려 한다. 살면서 잘못하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는가? 실수에 연연하는 것은 내 앞에 놓인 남은 삶을 낭비하는 일이다. 지난 시간을 앞으로 나아가는 데 필요한 징검다리로 삼으면 될 것 아닌가. 깊은 성찰을 거친 과오는 비료가 돼 나의 뿌리를 성장시켜 주리라. 이것이 곧 과거와 화해하는 과정인 것 같다. 물론 이런 노력에도 실패할 때가 더 많지만, 때때로 성취하는 작은 변화가 즐겁다. 변화의 궤도 안에서 나 자신과 세상이 다르게 보인다. 이전과 달리 생각하고, 느끼고, 행동할 때 일상의 평범한 행동은 '작은 모험'이 된다. 아주 작은 것이라도 전에 경험하지 않은 것을 '해 보는 것', 모험을 감행할 때 정신이 자라고 기쁨을 얻는다. 숲으로 떠나는 것은 모험의 생활이자 푸르게 나이 들어가는 삶이다. 그래서 나는 요즘 좀 바쁘다! 윤재윤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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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좋은글 감사 합니다
반갑습니다
동트는아침 님 !
고운 댓글로 공감
주셔서 감사합니다 ~
무더운 장맛철을 맞아,
건강한 여름나기 준비로
활기찬 한 주 보내세요
~^^
세상이 다양해지면서
정신적인 건강이 안 좋은 사람들이
많아져서 산속으로 들어가는 자들이
많습니다.
속세에 지쳐서 심신의 안정을 위해서는
좋은 방법이라 생각합니다.
반갑습니다
정읍 ↑ 신사 님 !
고운 댓글로 고견
주셔서 감사합니다 ~
점점 더워지는 날씨,,
건강한 여름나기 준비로
활기찬 한 주 보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