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회사에 임상연구 프로토콜건으로 대연각 사무실에 잠시 들리려고 하였더니
담당 직원이 휴가라며 검토 의견을 메일로 보내어 달라 한다.
다른 건 둘도 와있어 재택 근무 모드로.
일주일에 한번 사무실에 나가나 수시 메일로, 문자로 자문을 구하니 이러면 나의 근무일이 며칠인가요?
사실 우리 회사에는 재택 근무자 들도 좀 있다.
나도 그 중의 하나.
거실 컴퓨터 앞에 앉아 검토 결과 세건을 송부하고 나니까 벌써 11시이다.
오늘은 경북중고등 동기 삼목회(三木會, 세번째 목요일 만나는)가 있는 날로 다동 '부민옥'에 12시에 모인다.
마을버스-지하철로 을지로입구역에 내려 12시 10분 도착을 하니 시작한지 한참이나 되었다.
안주로 선지 술국, 모듬전이 이미 나왔고
술은 막걸리와 요즈음 들어 잘 안팔리는 소주도.
다음에 나온 돼지고기 안주로는 소주가 제격이라 나는 소주만 몇잔 마신다.
식사는 비빔밥으로 나누어서 한 술 뜬다.
오후 병원 앞 약국과 흑석동 연구실에도 들려보아야 하고
저녁은 어떤 여자랑(?) 중요한 저녁 약속이 있어 조금만 먹는다.
등산가 친구가 산서(山書)란 책을 건넨다.
'어, 박형 평일에 웬 일이야?'
부산에서 후배 치과병원에 일을 봐주다 그만두고 안식 휴가 중이라 시간이 많단다.
이 동네 다동과 무교동이라면 60년대와 70년대에 얽힌 일들이 많던 곳.
노포인 용금옥은 남아 있으나 낙지거리와 스타더스트 호텔은 없어지고,
70년대 초반에 새로운 방식을 도입한 소금구이집,
치술령과 오륙도는 있나 다음번에 한번 찾아 보아야 겠다.
마지막으로 나오는 김치 콩나물국이 맛있었는데.
날씨는 예보대로 갑자기 궂어져 비바람이 내친다.
참 오늘이 '세월호 사건' 1 주기.
빌딩 사이로 내려다 꽂히는 바람은 우산을 쓰도 소용이 없다.
약간 얼큰한 체로 무교동으로 나와 버스를 기다린다.
정면을 바로보니 새로이 들어선 고층 빌딩 옆의 우리은행 본점이 고풍스럽다.
그 뒤 을지로 2가인가는 제법 괜찮은 막걸리집 '대련'은 남아 있을까?
저쪽으로는 화신이 없어지고 스카이 라운지의 화장실 전망이 좋은 종로타워가.
그 옆에는 서울식 한정식으로 이름을 날렸던 '경향' 이 있었지.
다른 한 쪽으로는 롯데호텔, 그 앞은 '곰탕집 하동관'
배불리 먹고 나왔으면서도 기억은 먹는 것으로 먼저 생각되는 나는 분명히 먹보이다.
한 손에 우산, 다른 손으로는 책을 들고 간신히 찍은 스마트 폰 사진이라 보기가 좀 그러네요.
첫댓글 이 거리는 내가 중고등학교 시절 주름 잡던 곳, 전차가 다니던 시절부터 어디에 돌맹이가 있던 것까지 기억하는 곳..
'오백년 도읍지를 필마로 돌아드니.........어즈버 태평년월이 꿈이런가 하노라'
그렇치요. 무교동에서 한잔 걸치면 동숭동까지는 전차를 타던, 걷던 그 길.
하동관 곰탕집은 레지던트 시절에 따라 가 본 적이 있습니다. 무교동은 분명히 여러번 가 보았을 터인데, 그 기억이 가물가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