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님께서 '익숙한 낯설음' 이라는 키워드로 중간과제를 내주셨을 때 조금 막막했다. '익숙하다' 와 '낯설다'는 굉장히 상반된 단어였기 때문이였을까? 대학교 입학해서 첫 중간 과제이고 잘 해내고 싶은 마음이 컸다. 하지만 익숙한 낯설음에 관해 쉽게 생각해 보니 내 일상생활에서도 쉽게 접 할 수 있었다.
예를 들어, 이번에 봄을 맞이하면서 새롭게 집안 청소를 한 경험이 있다. 봄 분위기도 낼 겸, 가구의 재배치와 집 안의 향기, 새로운 가구로 변화를 주었다. 우리집, 나의 방, 가족의 구성원 등 바뀐 것 없이 나에게는 익숙한 면이 있더라면 새로운 가구와 재배치로 인해 익숙한 공간이지만, 변화된 인테리어나 재배치로 인해 새로운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내가 일상적으로 다니던 길도 공사로 인해 새롭게 바뀌어 낯설음을 준 경험이 있다. 매일 걷던 등굣길 주변에는 주택들이 줄 지어 있었다. 어느 순간부터 내가 다니던 등굣길 주변은 공사를 하고 있었고 일년 후 쯤 내가 지나는 등굣길 주변은 주택이 아니라 대단지 아파트가 세워졌다. 처음 아파트가 세워지고 걷는 등굣길은 너무나도 낯설었다. 매일같이 걷던 등굣길인데도 말이다. 주택이 사라지고 아파트가 세워졌을 뿐임에도 불구하고, 그전에 걷던 등굣길은 조용하고 옛 정취가 느껴졌다면 아파트가 세워진 후 내가 걷던 등굣길은 복잡하고 세련된 느낌이 강했다.
이번 '익숙한 낯설음' 글쓰기 과제를 함으로써 우리도 '익숙한 낯설음' 이라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였다. 나의 모습은 익숙하고 그대로 이지만 나의 가치관, 성격의 변화가 내 스스로가 또 주변의 지인들이 나를 새롭게 볼 수 있기 마련이다.
첫댓글 첫날 강의에서 말씀드린대로 익숙한 것을 낯설게 보는 것은 철학함의 시작이라고 말합니다. 익숙한 것에 대해서는 존재는 물론, 의미와 가치에 대해서 생각해보지 않기 때문입니다. 철학은 존재와 의미, 가치를 탐구하는 학문입니다. 따라서 일상 생활에서 우리가 아무렇지도 않게 대하는 대상, 행위, 사건 등이 사실은 각각 존재하며, 의미를 가지며, 가치가 있는 것입니다. 새로운 가구의 설치, 그것으로 인한 공간 배치의 변화, 도로공사, 그것으로 인한 낯선 공간, 주책, 대단지 아파트, 골목길 이런 것들이 실제로 존재하고, 의미를 가지며, 가치가 있는 것이지요. 자, 그렇다면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우선은 왜 그것을 우리가 평소에는 알아차리지 못했는지를 물어볼 수 있을 것입니다. 바빠서, 원래 그렇게 있는 거였으니까... 이런 생각들은 대상, 또는 요즘은 타자라고 말합니다만, 그것에 대해서 관심을 두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 이유는 우리에게 집중하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실제로 우리는 우리가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했던 그것들 없이는 존재할 수 없습니다. 그 다음에는 그것들의 존재를 인식하고, 의미를 파악하고, 가치를 찾아내는 일을 해야 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