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치까치 설날은 어저깨고요, 우리우리 설날은 오늘이래요.
복 많이 받으세요.
방랑시인 김삿갓
본관은 안동. 자는 성심(性深), 별호는 난고(蘭皐), 호는 김립(金笠) 또는 김삿갓.
선천부사(宣川府使)였던 할아버지 익순(益淳)이, 홍경래에게 투항한 죄로 처형당했다.
이런 사실을 모르는 그는, 論鄭嘉山忠節死 嘆金益淳罪通于天이라는, 할아버지를 조롱하는 시로, 향시(鄕詩)에 장원 급제하게 되었다.
그 뒤 어머니로부터 집안 내력을 소상히 듣고, 조상을 욕되게 한 죄인이라고 자책하며, 방랑의 길을 떠났다.
김삿갓의 시 세계
금강산 시회(詩會)에서 한 무리 선비들이 술판을 벌이고 있었다.
그때 남루한 선비가, 술 한 잔 얻어 마실 요량으로 말석에 좌정했다.
몇 순배 돌아가도 시상이 떠오르지 않아, 낑낑대는 선비들에게,
나는 지나가는 과객이요!
술값 대신에 시 한 수 읊을 테니. 누구 좀 받아쓰시오!
소나무와 잣나무 그리고 바위라는 글자를 두 자씩 쓰시고.
돈다는 글자 하나를 쓰시오.
산이라는 글자와 물이라는 글자를 두 자씩 쓰시고.
이곳저곳이라는 글자를 두 자를 쓰고, 마지막으로 기이하다고 쓰시오.
松 松 柏 柏 岩 岩 廻
山 山 水 水 處 處 奇
뚝딱
이렇게 해서 불후의 명시가 세상에 나오게 되었다.
방 ; 방랑시인 유랑 길에는 지팡이가 유일한 벗이요.
랑 ; 낭패로다. 양반 가문이 하루아침에 몰락 폐족이라니?
시 ; 시와 술 해학풍자로 세상사를 희롱하네!
인 ; 인정머리 야박하다! 곳곳마다 문전박대
김 ; 김 메는 아낙이 말하길, 멀건 죽도 과분하오!
삿 ; 삿갓 벗고 걸터앉아, 한 끼 요기 청할 적에
갓 ; 갓끈을 풀기 전에 부지깽이 날아오네!
풍자(諷刺)의 백미(白眉)
첫째. 쌍년(雙年)
아낙이 설거지물을 담장 밖으로 뿌린다는 게, 그만 지나가던 '김삿갓'이 물벼락을 맞았다.
사과해야 마땅한데, 미안하다는 말을 안 하자.
해! 해!
년(年)자가 2개이니 쌍년(雙年)이다.
둘째, 요강
네가 있어 야밤에도 번거롭게, 사립문 여닫지 않아도 되니, 주인과 잠자리 벗이 되는구나!
술 취한 사내도 네 앞에서는 단정히 무릎을 꿇고,
아름다운 여인은 널 껴안고 앉아, 속옷을 살며시 걷는다.
시원하게 떨어지는 물소리는, 비단 폭포를 연상케 하는구나!
비바람 치는 새벽에, 너의 공이 가상하도다.
마님 타는 가마에 실려 가는 나를 부러워 마라!
작품
죽장에 삿갓 쓰고
내 삿갓
스스로 탄식하다.
대나무 시
스무나무 아래서
죽 한 그릇
야박한 풍속
가난이 죄다.
비를 만나 처마에서 자다.
주막에서
스스로 읊다.
고향 생각
나를 돌아보며
시시비비
난고, 평생 시
첫댓글 잘 읽었습니다.
그의 시상은 참으로 고귀하고 해학이 넘칩니다.
가맛~
김삿갓의 좋은 글에 머물다 갑니다.
복 많이 받으세요.
영국신사님의 글 읽다가
오래전 영월 김삿갓 마을에 갔다가
담아온 김삿갓 시조 비 하나 올려
놓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