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스타일의 차이는 자연스럽게 골키퍼가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 텐데
A. 맞다. 조금은 어려워졌다. 골키퍼가 더 준비를 해야 한다. 더 많은 생각을 하고 있어야 한다.
일본 기자들도 엄청나게 물어본다. 두 리그의 차이가 뭐냐고. 사실 아직은 모른다.
J리그가 더 세밀한 건 맞는데 챔피언스리그에서 K리그 팀을 상대로는 그런 플레이가 안 나온다. 그 정체가 뭘까?
여기에 있으면서 찾고 싶은 답안 중 하나다. 물론 일본은 존 디펜스를 주로 하고 한국은 맨투맨의 끈적거리는 수비를 하는 게 맞다.
일본 수비수들은 공격수를 괴롭히는 그런 맛은 없다. 끝까지 책임을 지지 않으려고 한다.
따라가다가 자기 존을 벗어나면 다른 존의 선수에게 맡긴다. 그러다 마크를 놓쳐서 실점하는 경우가 있다. 처음엔 화가 났다.
왜 끝까지 물고 늘어지지 않냐, 잡다가 왜 놓치냐고 한국말이 나오는데…
그건 두 리그의 원초적인 차이다. 내가 있는 리그는 J리그니까 거기 맞춰야 한다.
Q. 경기 외적인 문화 면에서는 어떤 차이를 느끼는가?
A. 아무래도 J리그는 팬층과 규모에서 한국과 차이가 많다. 용병이지만 많이들 알아본다.
부산에서도 나름 간판 선수였고, 국가대표였는데 알아봐 주는 정도가 다르다.
기본적으로 지역에서 아비스파 후쿠오카에 대한 인식과 관심이 크다. 아비스파 후쿠오카는 만명 이상의 관중이 늘 경기장을 찾는다.
J리그 내에서는 적은 규모지만 그래도 내가 느끼기엔 대단하다. K리그에서는 그런 경기를 매번 경험할 수 없다.
경기장 밖에서 날 알아 보는 팬들은 그냥 외국인 선수고, 키 큰 골키퍼다 수준이 아니라 어제 팀의 경기 결과나 최근 성적을 다 알고 있다.
지금 우리가 있는 이 카페 안에도 아비스파 후쿠오카 얘기를 물으면 대답이 나올 거다.
최근 어머니와 함께 시내 쇼핑을 갔는데 여성의류점 직원이 나를 알아보고는 팀 순위, 최근 결과 등을 술술 얘기했다. 그런 면에서는 부러운 게 사실이다.
한국에서는 ‘어, 이범영이다, 올림픽서 승부차기 막은 선수’지만 여기는 ‘한국에서 온 아비스파 후쿠오카의 골키퍼’다.
부산 사람인데 부산 아이파크 선수라는 걸 모르고 올림픽 얘기만 한다. K리그에서는 국가대표가 되어야 인정 받는다는 느낌이지만 여긴 J리그에서 뛰는 그 자체로 가치를 인정받는다.
어쩌면 많은 선수들이 그 차이 때문에 여기에 오는 건가 싶다.
Q. 마지막 질문이다. J리그는 K리그보다 약한가? J리그로 가는 선수들에게 따라 붙는 꼬리표는 왜 K리그보다 강하지 않은 곳에서 선수 생활을 하느냐다.
A. 내 답은 ‘다르다’이다. 누가 잘하느냐, 강하냐가 아니라 성질이 다르고 스타일이 다르다.
빨강이냐, 파랑이냐의 문제지 둘 중 뭐가 낫냐고 판단하기 어렵다. 수준 차가 크지 않다. 그리고 축구공은 둥글다. 누가 이길 수도, 질 수도 있는 문제다.
다만 여기 와서 느끼는 건 K리그에서 매일 경험했던 그 색깔의 축구에서 벗어나 J리그의 다른 색깔의 축구를 경험하면서 내가 발전하는 걸 느낀다.
해외로 유학을 가는 건 자신의 생각과 지식을 넓히기 위해서다. 나도 지식, 경험, 견문 모든 걸 넓히고 있다. 직장인이 외국의 회사에서 일하고 싶어하는 것, 그것과 다른 게 없다.
J리그라서, 일본이라서 거기서 뛰는 것이 실력과 수준이 떨어진다고 단언하기 어려운 문제다. K리그와 다른 성질의 무대에서 나는 성장하고 있다.
물론 AFC 챔피언스리그나 A매치에서 한일전이 벌어지면 한국을 응원하는 게 내 마음이다. 그건 다르다가 아니라 분명히 하나다.(웃음)
http://sports.news.naver.com/kfootball/news/read.nhn?oid=452&aid=0000000464
첫댓글 와 인식의 차이가 많이 다르네요... 부럽습니다.
j리그 인프라나 리그 인지도 문화가 부러운건 맞음
아 두번째가 핵심인거같다
많은게 담겨있는 인터뷰네요
많은 사람들이 물어보는 선수들이 j리그 가는 이유에 대한 대답도 어느정도 될듯
음... 2번째 읽어보면 선수들이 j리그를가는이유가 저것도 상당히 큰이유로 작용할듯... 그리고 3번째 답변도 인상적이네요
솔직히 j리그의 리그인식이나 지역민들의 관심도 관중 모두 부럽죠
몇몇분들은 인구빨이다 이렇게 핑계대시는데 k리그와 j리그비교하면 k리그팀들이 인구가 더 많음
솔직히 우리나라도 좀 인식이 바꼈으면 싶네요
언제쯤 선수들이 국가대표가 아닌 k리그에서 뛰는 그 자체로 가치를 인정받는다고 느끼게 될까요... j리그의 그런면이 부럽긴 하네요...
삭제된 댓글 입니다.
33 나라도...
44..
5
아... 제가 선수면 j리그 가고싶긴 하겠네요
인터뷰 내용 좋네요
제가 선수라도 k리그 빅클럽 아니면 일본으로 이적 고려해볼 것 같음.. 그냥 일반인으로써도 외국에서 생활해보고 싶은 것도 있는데 직업까지 있다면 더군다나 돈도 비슷하게 준다면.. 메리트가 많죠.
말 잘하네요.엔도가 해외로 안가고 감바에 남는지 알겠음..
이게맞죠 저같아도 저런경험을 해보고싶어할것같네요
오 재밌는 인터뷰네요. k리그의 외국인 선수들 솔직한 인터뷰도 많이 나왔으면
제이리그를 가는 이유에 가장 수긍과 이해가 될수 잇는 답변이네요..먼가 사이댜같은 답변
좋은 내용이네요
인터뷰 잘하네요 내용도 좋고
근데 말 되게 잘하네요..
"J리그에서 뛰는 그 자체로 가치를 인정받는다"
k리그가 j리그를 본받아야할 점이 명확히 보이네요..
K리그가 아니라 팬들인가.. 저건 머.. 우리나라가 한참 모자르죠
말 잘하네요.
3번째 답변이 가장 인상적이네요. 이미 K리그에선 얻을 것을 얻었고 다른 성질의 리그인 J리그에서 얻을 게 분명히 있다는 얘기..처음부터 J리그에서 시작하는 선수들한텐 해당 안되는 부분이군요
아마 일본 자국선수들도 팬들의 관심과 리그에서 뛰는 그 자체로서의 가치를 중요히 여기지 않을까 싶습니다. 콘사도레 삿포로가 지금 2부인 것으로 아는데 오노 신지가 아직도 뛰고 있더군요.
이범영이 말한 부분이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 싶고 내가 선수라도 분명 그 매력에 끌릴 듯. 우리도 리그가 일상에 침투하고 자연스레 대화를 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게 참 안 되네요.
말 진짜 잘하네ㄷㄷ
삭제된 댓글 입니다.
요새 제이리그는 경기력 자체도 엄청 밀려서 골결탓을 할 순 없죠
그냥 요새는 점유도 못하고 패싱플레이도 안살아나고 걍 못해요
그리고 k리그는 지금도 부정한 수비는 pk 줍니다....
게임을 재밌게 하려면 선수들 기본기가 올라가면 됩니다.
그냥 압박 덜하고 슈팅 많이 나게 하는거는 수준이 낮아지는 거지 재미가 올라가는게 아니에요
중동리그도 압박은 약하고 개인기 많이 나오고 슈팅 많이 나옵니다. 근데 재미없어요
강력한 수비를 뚫을 공격이 필요한거지 수비를 약하게 하는건 좀 아닙니다.
하언제쯤우린..
저렇게 보면 k리그로 오는 일본선수들도 참 대단한듯...
굿
말잘한다 인터뷰 좋네요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