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철암에서 활동을 돌아보며
광활 24기 임인택
살갗을 에는 듯이 추웠던 지난겨울, 복지관 합동 수료식을 구실로 철암 도서관 첫 방문을 하였지요. 철암까지 먼 길을 졸며 와서 그런지. 도서관 오는 길은 기억이 안 나는데, 어두침침한 피내골에 도서관만 따뜻하게 빛났던 건 기억납니다. 철암 도서관은 여느 도서관과 다르게 생겼었지요. 계단도 이상하고 다락방도 이상하고 계단 방도 이상했으니까요. 동료들과 이상한 도서관을 이곳저곳 구경하고 나눈 첫 대화는 ‘여기서 사회사업하면 정말 재밌게 하겠다.’였습니다. 이번 여름, 동료와의 대화가 실제로 이루어졌습니다.
‘선생님, 철암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면접 날 아이들이 준비한 플래카드에 쓰여 있는 문구였지요. 아무것도 모르고 버스에서 내릴 때 아이들의 환영 인사는 잊지 못할 추억입니다. 민 병창 지현 그리고 지금은 없는 현지까지 모두가 감탄을 터트렸지요. 아이들이 준비한 면접은 순간순간이 감동이었고 감사였습니다. 아이들이 직접 준비한 면접, 집에서 하나둘 씩 가져온 반찬으로 함께하는 식사, 밤공기 마시며 도란도란 이야기했던 산책. 아이들이 얼마나 광활 선생님들을 기다려 왔는지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면접을 마치며 철암에서의 활동이 더 바라졌습니다.
이웃이 있고 인정이 살아있는 정겨운 마을, 아이들이 골목에서 노는 것을 반가워하는 따뜻한 마을, 우리는 다시 철암에 오게 되었지요. 피내골을 지나다니며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예쁜 학생이 또 왔네!” “광활 하러 온 학생이여? 젊으니 이쁘네!” 하며 맞아주었습니다.
철암 살이가 시작되었습니다. 광활하며 배운 것도 많고 느낀 것도 많지만 무엇보다 광활하며 순간순간이 그림이었고 추억이었어요.
피내골 어르신들은 이번 여름 많이 하신 말씀이 있습니다. “올해는 작년보다 훨씬 더운 거 같아.” 태백에서 제일 뜨겁다던 이번여름, 우리는 더 뜨겁게 보내자 다짐했어요. 무덥고 지치는 날씨지만 아침 운동 안 빠지려 노력했고 폭염 방송 울리면 더 열심히 뛰려고 노력했어요.
오후 다섯 시쯤 도서관 앞에 가면 아이들이 삼삼오오 모여 놀고 있던 모습이 기억에 훤합니다. 같이 자전거 타고 피내골 위를 올라가기도 하고, 꼬마야 꼬마야 노래 부르며 단체 줄넘기도 하였지요. 밖에서 땀 흘리며 놀아 본적이 언제인지 ... 아이들과 함께해서 어린 시절 추억하며 즐겁게 놀 수 있었어요.
광활하며 동네 어른들과 동료들과 쌓은 추억도 많이 있지요. 김 작가님과 함께 함백산에서 일몰을 봤을 때. 전 함백산 일몰도, 오순도순 나눠 먹은 김밥도 좋았지만, 동료들과 섬집아기 부르고 우리의 사랑이 필요한 거죠 부르며 내려왔던 것이 기억에 더 남아요. 어두컴컴한 길 위를, 환한 달빛이 나뭇잎 사이를 뚫고 우리 앞길을 밝혀주었지요. 자연 동료 노래와 함께한 함백산 일몰은 잊지 못할 추억입니다.
김 작가님은 함백산 일몰 말고도 광활 팀에게 잊지 못할 추억 많이 만들어 주었지요. 김 작가님 아지트에 초대받아 닭 삶아 먹고, 텐트에서 잠시 눈을 붙였을 때는 그간 피로들을 다 씻어줬습니다.
마을에서 열리는 축제는 어른들을 위한 축제가 되기 쉽지요. 아이들이 무대에 나와서 춤추고 노래하기 전까지만 해도 그때 장날도 어른들을 위한 축제였습니다. 아이들은 장터에 열린 무대를 즐겼고, 흥이 나는 대로 덩실덩실 춤추었어요. 어느새 어른들은 아이들 사진과 동영상을 찍기 시작했고 결국 어른들의 축제에서 아이들과 어른들이 함께하는 마을의 축제가 되었지요. 아이들과 어른들이 함께하는 축제는 광활하며 최고의 순간이었습니다.
비 오는 날 최민숙 선생님과 김동찬 선생님 그리고 지현이와 자전거 탔을 때는 어린아이로 돌아간 기분이었어요. 사실 그때 비 맞으러 나가기 귀찮았는데 나가니까 좋더라고요. 나이가 들수록 비가 오면 피하기 바빴는데 온몸으로 맞으며 자연을 누리니 어느 순간보다 행복했어요. 얼마 전 최민숙 선생님에게 감사편지 드리는데 이런 말을 하셨어요. “비 오는 날 자전거 탄 것도 추억이네요. 선생님들 철암에 또 오시면 비 올 때 같이 자전거 타요.” 이날 비 맞으며 자전거를 타서, 다음부턴 온몸으로 자연을 누릴 수 있었어요.
동강 여행 때는 아이들과 자연을 온몸으로 느꼈습니다. 비 오는 날 수영하고 자전거 타는 것은 아이들과 저 모두 여행 최고의 순간이었습니다. 장 구경과 공연 관람으로 즐겁게 보냈지요. 아이들과 자고 놀고먹은 김치찌개와 라면은 그 어떤 만찬 부럽지 않았습니다. 트럭 뒤 칸에 타서 시골길을 누볐던 것도 기억에 선명합니다. 아이들 덕분에 아이들이 준비해서 저도 동강의 자연을 누렸습니다. 고마워요 자전거 팀.
이번 활동 중간평가는 여느 중간평가 때보다 일찍 시작했었지요. 활동 반절도 안 지난 시점에서 서울에서 대전에서 철암을 보고 싶어서 동료들이 와주었어요. 중간평가 때 만난 동료들과의 추억은 지금도 선명합니다. 방화 11, 서초 행복 e음, 안산 상록, 추동 동료들과 재밌게 잘 누렸지요. 함백산 일출도 보고 바람의 언덕도 가고 삼척 바닷가에서 신나게 놀기도 하고 불꽃놀이도 보고 덕풍계곡도 갔었어요. 2박 3일 동안 많은 곳을 누비고 누렸어요. 짧은 시간 동안 누비고 누린 만큼 친해졌던 동료들과 헤어지는 것이 어찌나 슬프던지. 훗날 사회사업 현장에서 다시 만나길 바라요. 사랑하는 동료들.
우리 광활 동료들. 광활 시작하고 둘째 주부터 다짐한 것이 있었지요. 선생님이 하자고 한 것들 열심히 따라서 56km 도전하자고. 처음에 목표를 잡고 시작하니 게으름피울 수 없었어요. 아침 운동도 빼고 싶지만, 몸을 일으켰고, 폭염 달리기 때는 숨고 싶지만, 다리를 움직였지요. 자전거 타고 삼방동 언덕을 오르던 것은 허벅지가 터질 듯했지만 포기하지 않았고 결국 오를 수 있었어요. 이 모든 것이 다 동료들이 있어서 가능했던 거 아시지요? 민 병창 지현이 있어서 빠지고 싶고 숨고 싶어도 할 수 있던 거예요.
결국 56km 완주할 수 있었어요. 발바닥에, 엄지손톱 두 개를 합쳐놓은 크기의 물집이, 양발에 생겼지만 후회하지 않아요. 지금도, 훗날에도 두고두고 추억할 수 있을 거예요.
결국, 우리 모두 크게 다치지 않고 활동을 종료했어요. 민이는 치아에 철사가 나가고 지현이는 무릎이 깨지고 또 깨지고 병창이는 수많은 벌레에게 물리고 저는 자전거 타다 팔꿈치가 상했지만 크게 다치지 않았음에 감사해요. 우리 모두 다치지 않고 잘 해주었어요.
아이들과 함께하는 수료식은 터지려 하는 눈물을 참고 또 참았어요. 아이들 한 명 한 명에게 편지를 읽어주는데, 두 번 다시 이 아이들을 못 볼 수 있다는 생각을 하니 아쉽고 미안하더라고요. 부족한 선생님과 함께 해주어 고마운 맘도 있고. 아이들과 마지막으로 헤어질 때 보아의 눈물은 생각하지도 못했어요. 엄마 다리를 붙잡곤 얼굴이 빨개져서 울던 모습은 지금도 마음이 아파요. 마지막까지 씩씩하던 민아 현아도, 눈시울이 붉던 태희 종범도, 울 거 같다며 시무룩 해있던 재현도 또다시 볼 수 있겠지요. 또 볼 수 있는 날을 기대합니다.
철암에 와서 배운 것도 한가득 이에요.
먼저 이성재 할아버지가 아이들을 귀하게 생각하는 것을 배웠습니다. 이성재 할아버지는 아이들이 여행 간다는 것을 낮게 여기지 않고 아이들을 세워주었어요. 아이들을 응원하고 아이들을 위해 자전거를 알려주셨지요. 할아버지는 자전거 고수 중의 고수여서 아이들이 여행가는 길을 두 시간도 안 걸려서 탈 수 있을 거예요. 근데 아이들의 여행을 무시하지 않고 진심으로 도와주었어요. 이성재 할아버지께서 아이들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얼마나 귀하게 대하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할아버지 덕에 아이들을 귀하게 대하는 것에 대해 배웠습니다.
김동찬 선생님의 우회 표현하는 방법을 배웠습니다. 우회 표현. 처음에는 어색하고 잘 사용하지도 못했어요. 그런데 선생님께서 하시는 모습을 보고 어떻게 우회 표현을 해야 하는지. 우회 표현을 했을 때 어떤 효과가 있는지 등을 배웠어요. 선생님을 따라다니며 배우다 보니 이제 어색하지 않게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선생님 덕분에 우회 표현하는 방법을 배웠습니다.
자전거 여행에 때 민아가 힘들어했지요. 기어 조작이 숙달치 못해 계속 뒤처졌어요. 아이들은 민아를 기다리기 힘들어했고, 결국 추월하는 아이들도 생겼어요. 그때 태희가 민아와 함께 가기 시작했지요. 민아 옆에 붙어서 기어 조작하는 방법을 알려주었고 페달을 어떻게 밟아야 하는지 등을 알려주었어요. 결국 민아는 금세 아이들을 따라가기 시작했어요. 태희도 앞에 가고 싶어 했는데 앞에 가고 싶은 욕구를 버리고 민아와 함께 했어요. 태희는 함께 가는 것이 어떤 것인지 의미를 알고 있는 듯 보였습니다. 태희 덕분에 저 또한 함께 가는 것의 의미와 중요성을 배웠습니다.
철암중학교 양동혁 선생님은 승규와 조순녀 할머니의 시를 보고 기록을 시작했다고 했어요. 기록은 특별한 것이 아니라 하루 일기를 매일 쓰는 것. 기록을 재작년에 시작해서 벌써 책이 두 권이나 있다고 합니다. 양동혁 선생님을 보며 기록의 중요성과 의지를 불태웠습니다. 활동하며 책에 더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습니다. 선생님 덕분에 기록의 의지를 배웠습니다.
철암에 살며 어른들과 아이들 덕분에 감사했던 것이 너무 많습니다.
광활 팀이 항상 굶고 다니는 줄 아시던 예원, 요셉 할머니
광활 팀의 영원한 할아버지 김재극 할아버지
인사하면 언제나 웃으며 받아주시던 김병출 작가님
언제나 정 많고 따뜻하시던 이재임 어머니
기도로 포옹으로 응원해주셨던 김남국 역장님
기록의 중요성을 일깨워주신 양동혁 선생님
광활 팀이 어떤 목적으로 철암에 온 지 정확히 꿰뚫던 김금숙 선생님
좋은 말도 해주시고 광활 팀 대접도 근사하게 해주신 14통 통장님과 권순복 할아버지
뒤에서 이것저것 챙겨주셨던 정운용 선생님
아이들을 사랑하고 광활 팀의 자전거 선생님 이성재 할아버지
웃는 모습이 소녀 같으셨던 김정숙 할머니
정신력의 중요성을 일깨워주신 이기연 할아버지
지나갈 때마다 안부 물어봐 주시고 두 손 가득 이것저것 챙겨주신 홍종옥 할머니
사랑한다고 말씀해주시고 다음에 또 놀러 오라고 광활 팀 떠나면 조용해지겠다고 하시며 광활 팀 세워주셨던 피내골 어르신들
언제나 칭찬 감사로 세워주셨던 김동찬 선생님
한 달 동안 저희에게 엄마 같으셨던 박미애 선생님
피내골 어른들의 정은 평생 가도 잊지 못할 겁니다.
한 달 동안 사랑하는 아빠 빌려준 민아 현아 보아
많이는 못 봤지만, 선생님들 잊지 않고 좋아해 준 재인 하음
뒤에서 선생님들 챙겨준 지원
세상에서 말을 가장 예쁘게 하는 진호
어쩌면 마지막 광활 일지도 모르는 종범
자전거 팀에서 누구보다 든든했던 태희
눈물 많고 정도 많던 재현
부끄러움을 많이 타던 다은
궁금한 것이 유독 많던 창희
선생님에게 잊지 못할 추억 안겨준 수아 근영 예인 주연
포기하지 않고 자전거 타고 피내골 끝까지 오른 규영
어떤 사람보다 정 많던 승규
아이들 덕분에 추억을 배로 쌓았습니다.
앞에서 끌어주고 뒤에서 밀어줬던 동료들. 서로 의지하고 응원해서 긴 철암 살이 마칠 수 있었어요. 고마워요. 민. 병창. 지현. 김동찬 선생님.
첫댓글 아이들과 이웃 어른들 사랑받은 광활.
바깥에서 땀 흘리며 뛰어논 광활.
일출과 일몰, 노을과 달빛, 동요, 장날과 비오는 날 추억, 아지트 목욕, 할머니 댁 등목, 56km 완주... 행복했다.
고마운 분이 참 많구나.
많은 분에게 사랑받으며 지냈다.
참 고맙다.
나도 인택이가 기억하는 분들께 때때로 찾아뵙고 전화드릴게.
지난 여름 참 고맙다고, 행복했다고.
수료사만 읽어도 철암 풍경이 그려져요.
인택이 철암살이를 잘 누렸군요. 부러워요:)
인택의 선배라서 자랑스러워요.
좋은 동료로 인택에게 잘 배우고 싶어요.
앞으로가 기대됩니다.
여러 동료와 우석대에서 만나요.
철암살이 맘껏 자랑해주세요.
기대하며 기다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