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섬은 영국령 북아일랜드와 독립국가 아일랜드로 쪼개져 있습니다. 마치 우리나라가 남북으로 갈라져 있는 것처럼.
1921년, 영국 제국주의의 지배를 받던 아일랜드가 300년 만에 독립을 쟁취하지만 영국계 신교도들이 밀집해있던 북아일랜드 지역은 영국령으로 남게 됩니다. 1960년대 말, 신교도들에 비해 선거, 주택, 고용 등에서 차별을 받던 북아일랜드의 가톨릭 교도들이 시위에 나서자 영국군 정부가 시위대를 향해 무차별 발포해 시민들이 목숨을 잃은 사건이 발생합니다. 바로 런던데리에서 벌어진 ‘피의 일요일’ 사건이지요. 그 후 자위권을 명분으로 설립된 IRA(Irish Republican Aramy)와 영국정부간의 갈등과 유혈분쟁이 30년간 이어지고 3600여 명이 희생되는 시대의 비극이 벌어집니다.
이런 갈등은 17세기 영국이 아일랜드를 식민지배할 때 가톨릭국가인 아일랜드에 영국 신교도를 이주시킨 데서 잉태된 것으로 이후 아일랜드에서의 신구교 갈등, 영국과 아일랜드의 분쟁의 단초가 된 것입니다. 지금은 IRA가 영국정부와 평화협정을 맺고 무장해제 된 상태지만 구조적인 갈등의 씨앗이 해소되지 않는 한 북아일랜드의 완전한 평화는 여전히 조심스럽겠지요.
아일랜드 여행은 바로 이런 시대의 비극을 안고 선 아일랜드를 이해하는 열쇳말, IRA(아일랜드공화국군)를 이해하는데서 출발해 봅니다.
북아일랜드의 주도인 벨파스트에는 북아일랜드 신구교 갈등의 현장이자 증언대인 8km에 이르는 평화의 벽이 세워져 있습니다. 그 벽을 사이에 두고 신교와 구교 지역이 나뉘어져 있는데 갈등이 한창일 때는 총격과 테러가 이어지고, 출입이 봉쇄된 채 몇 개의 관문을 통해서만 출입이 가능했다고 합니다. 그때의 참혹함을 알려주는 폭파 현장을 그대로 보존한 공터도 보입니다. 지금 그 벽에는 평화를 기원하는 각종 그림과 낙서, 흔적이 빼곡합니다. 우리 일행도 잠시 평화의 벽에 내려 그 역사적 흔적을 둘러보았습니다.
벨파스트가 또 하나 흥미를 끄는 것은 1912년 1500여명의 희생자를 낸 희대의 참사, 타이타닉호가 건조된 도시라는 점입니다. 당시 세계 최대의 호화여객선으로 처녀 출항했던 타이타닉호는 빙산과 충돌해 침몰했지요. 놀라운 점은 당시 타이타닉호를 제작할 때 비슷한 종류의 쌍동이배 3척을 만들었고, 그 배들은 이유는 제각각이지만 모두 침몰했다는 것입니다. 타이타닉호를 건조한 회사는 지금도 건재하지만 예전의 조선업의 영광은 한국이나 중국에 넘겨준 듯 쓸쓸해 보이는 것은 주관적인 생각일까요. 무엇보다 오랜 기간 신구교간의 무력충돌의 영향일까, 도시 전반적으로 침체되고 황량해 보이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벨파스트 시내가 내려다보이는 예쁜 모양의 벨파스트성은 아름다운 정원으로 우리 마음을 가볍게 해주었습니다. 정원 안에 숨은 그림처럼 숨겨져 있는 고양이 7마리를 찾는 재미도 쏠쏠했습니다.






만 하루를 체류한 북아일랜드에서의 최고의 여행지는 뭐니뭐니해도 자이언트코즈웨이입니다. 북아일랜드 북부 바닷가에 위치한 이곳은 6천만년 전 화산폭발로 용암이 흘러내리면서 형성된 주상절리인데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아름다운 곳입니다. 광활한 바다를 배경으로 펼쳐진 자연이 만들어낸 멋진 조각품을 만나는 황홀한 순간이었지요. 시간이 더 있다면 절벽 위로 난 트레킹 길을 걸으며 오래도록 바다와 하늘, 거기에 어우러진 풀꽃들에 머물도 싶다는 마음이 들어 발걸음을 돌리기 쉽지 않더군요.







점심식사는 자이언트코즈웨이를 배경으로 서있는 멋진 식당에서 영국의 대표적인 음식메뉴, 피쉬엔칩스로 했습니다. 더불어 천하장군의 무궁한 발전과 여행의 기쁨을 나누는 와인건배는 식사의 즐거움을 한층 더해 주었습니다.
소설 드라큘라를 쓴 작가가 보고 소설의 이미지를 형상화했다는 던루스캐슬(일명 드라큘라성)도 아름답습니다. 바닷가 절벽위에 서있는 무너진 성과 그 앞에 넘실대는 바닷물은 작가의 상상력을 자극할 만 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번 여행의 마지막 코스는 아일랜드의 수도 더블린입니다. 벨파스트에서 버스로 2시간도 채 못 갔는데 어느새 국경을 지나 우린 더블린으로 넘어와 있습니다. 서울을 떠난 지 거의 열흘 만에 처음으로 맛본 한국음식. 더블린에서 한국교민이 하는 유일한 한식당이라는데 오랜만에 맛본 구수한 된장국과 김치에 먹는 한 그릇 밥이 꿀맛입니다.
아일랜드 사람들은 지연과 혈연을 중시하고 술과 노래를 즐기는 것 등이 한국과 비슷하다는 가이드 말을 들으면서 그래서일까, 이동 중에 버스 차창으로 보던 풍광이 제주도와 비슷하다는 느낌, 또 제국주의 식민지배의 역사와 그로 인한 분단과 단절의 역사가 현재까지 영향을 미치는 두 나라의 공통된 현실과 관련된 건 아닐까 하는 혼자생각도 해보게 됩니다.
아일랜드는 인구가 430만 명 정도인데, 전 세계에 흩어져 사는 아이리쉬 수가 7천만명에 이른다고 하니 놀랍습니다. 우리도 잘 아는 오바마 대통령, 존 F 케네디 전대통령, 그레이스켈리, 브레드피트, U2의 보노 등이 다 아이리쉬랍니다. 한때는 국민소득 6만불이 넘던 아일랜드는 현재 IMF체제로 근검절약모드이며, 아일랜드에 거주하는 한국인이 1000명 정도. 그 중 800명은 유학생으로 영국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조건의 영어연수 유학수요가 많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더블린에서는 오스카 와일드, 조지 버나드 쇼, 제임스조이스 등 더블린의 출신의 걸출한 문인들의 이야기가 소개된 작가박물관, 5세기경 아일랜드에 문자와 함께 가톨릭을 전해준 패트릭성인을 기념한 성패트릭성당, 모세의 방주모양으로 형상화된 고색창연한 트리니티대학의 서고, 활기 넘치는 더블린의 시내구경을 마지막으로 짧지만 알찬 여행을 마무리했습니다.
# 북아일랜드, 아일랜드 여행일정
9/7(금) 자이언트코즈웨이, 드라큘라성, 벨파스트성, 타이타닉건조장, IRA현장인 평화의 벽 여행 후 더블린으로 이동
9/8(토) 킬데아 빌리지, 세인트패트릭 성당, 작가박물관, 트리티니 대학, 더블린시내
9/9(일) 더블린 출발, 프랑크푸르트 경유
9/10(월) 인천국제공항 도착
첫댓글 이글까지 이번 해회여행 후기 3편을 모두 올렸습니다. 현장에서 가이드의 설명을 놓쳤던 부분, 이해되지 않은 부분은 자료도 살짝 찾아보며 정리했지만 부족함이 많습니다.
채 담지못한 새로운 세계의 발견과 서로간에 끈끈한 배려, 웃고 즐겼던 에피소드 등 여행의 감동은 추억으로 남기기로 해요. 모두들 수고많이 하셨습니다. - 천하장군 정지인
초록별님! 너무 여행후기를 알차게 잘 꾸며 주어서 감사합니다.
더블린시내를 초록별님과 함게 누비며 걸었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여행내내 우리 모두를 잘 섬겨주고 중심을 지켜가며 이끌어 주심에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