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걱정 줄이고, 맛 살리고…똑똑한 매실청 담그기
본격적인 매실 수확철이 돌아왔다. 상큼한 단맛과 감칠맛, 항균효과와 피로해소 등 매실의 효능과 매력을 경험한 소비자들은 이 무렵 ‘매실 김장’을 빼놓지 않는다. 매실청, 매실주, 매실장아찌 등 다양한 방법으로 매실을 갈무리해 두고두고 즐기기 위해서다.
그런데 ‘대표격’인 매실청 담그기의 열기가 예전만 못하다. 매실 씨앗에 함유된 독성 성분인 아미그달린 논란도 해소됐지만, 과다한 설탕 섭취를 꺼리는 분위기의 영향이 크다. 2020년 농촌진흥청 분석에 따르면 매실청 100g엔 44g의 당류가 들어 있다. 4배로 희석한 매실음료 한잔(200㎖)을 마시게 되면 하면 약 20g의 당류를 섭취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매실과 설탕을 1대 1 비율로 넣어야 한다’는 불문율을 잠시 잊어두면 어떨까.설탕 사용량을 줄이거나 설탕 대신 올리고당·꿀 등을 이용해 ‘과학적으로’ 성공을 보장할 수 있는 매실청 담그기를 소개한다.
올리고당과 설탕을 넣어 만드는 매실청 담그기.
◆올리고당+설탕=‘홍쌍리 매실명인의 비법’으로 잘 알려진 레시피다. 씨가 잘 여문 청매실 1kg에 올리고당 500g, 설탕 500g을 넣고 공기가 통하도록 창호지를 덮은 후 초산균이 생기지 않도록 고무줄로만 뚜껑 없이 2~3일 고정시킨 후 뚜껑을 덮어 발효는 방법이다. 우선 올리고당을 부은 다음 설탕이 매실 윗부분을 덮게 부어줘야 주변에 곰팡이가 피지 않는다.
이와 비슷한 맥락으로 설탕 함량을 줄인 자일로스 설탕을 사용한 레시피도 있다. 한 제당업체가 자사 홈페이지에 소개한 ‘매실청 담그기’는 매실 10 ㎏ 에 자일로스 설탕 10 ㎏을 섞은 다음 올리고당 1.2 ㎏을 넣어 90일 발효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앞의 방법과 달리 올리고당을 나중에 부어주는 게 차이다.
시판 올리고당은 크게 곡물을 원료로 한 이소말토올리고당과 사탕수수 원당이 원료인 프락토올리고당으로 크게 나뉜다. 이소말토올리고당은 산에서도 잘 파괴되지 않는 특징이 있다. 반면 프락토올리고당은 달고 풍미가 좋은 반면 매실처럼 산성이 강한 환경에선 파괴되기 쉽다. 따라서 단맛을 얼마만큼 원하느냐에 따라 올리고당을 선택할 수도 있다.
매실청 담그기.
◆설탕 40% 줄인 매실청=2011년 명지대 석사논문인 ‘품종 및 당의 농도를 달리한 매실 발효액의 성분 비교(윤정란 저)’ 논문엔 설탕 함량을 60%로 줄인 매실청 담그기가 소개돼 있다. 이에 따르면 <남고>매실을 마실 수 있는 지하수로 3회 깨끗이 씻은 후 상온에서 1시간 동안 물빼기를 한다. 그 다음 미리 세척된 50ℓ 등이 옹기에 황설탕을 켜켜로 섞은 후 맨 위층은 설탕을 매실이 보이지 않도록 골고루 뿌린 후 다져 줌. 18~22℃로 3개월간 발효 숙성시켜 매실청을 제조한 것으로 나와 있다.
또한 2016년 한국소비자원은 '홈메이드 매실청 당함량 실태조사' 자료를 통해 가정에서 만든 매실청 33개 샘플을 수거한 결과 6종류는 설탕을 60~90%만 사용해도 맛과 품질에 문제가 없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다만 소비자원 관계자는 “전문가들의 자문을 받은 결과 설탕비율을 0.6~1.0 미만으로 제조하게 되면 매실종류마다 수분, 유기산 함량, 제조 보관조건 등에 따라 불완전발효가 발생할 수 있어 더 많은 과학적 데이터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벌꿀 매실청 담그기 방법.
◆벌꿀 매실청=농촌진흥청이 2014년 발표한 방법으로, 설탕 대신 벌꿀을 이용하는 게 특징이다.
우선 매실을 깨끗이 씻어 물기를 없앤 뒤 잘라서 씨는 없애고 과육만 모아둔다. 매실 과육과 꿀을 1대1.5 비율로 담아 냉장고나 15℃ 이하의 서늘한 장소에 보관한다. 보관 중 매실과 꿀이 잘 섞이도록 가끔 저어주고,. 2개월 뒤 매실 과육을 건져내면 완성.
농진청 관계자는 “꿀로 만든 매실청은 과육으로만 담그기 때문에 씨의 독성이 빠져나올 염려가 없다”며 “또한 꿀 매실청은 비만 등의 요인이 되는 자당 함량이 1.5% 이하로, 설탕으로 담근 매실청의 자당 함량보다 40% 이상 낮다”고 홍보했다.
이들 매실청을 담글 때 공통적으로 주의할 사항들도 있다.
◆공통점1 : 철저한 손질=매실 가공의 기본은 좋은 매실을 제대로 손질하는 데 있다.
매실청은 ‘발효’를 제조 원리로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설탕 등 높은 농도의 당을 이용해 매실 과육에 있는 각종 유효성분을 빠져나오게 하는 ‘삼투압’의 원리를 이용해 만든다. 이 때문에 매실주와 달리 매실청은 효모가 작용하는 알코올발효가 일어나면 맛과 품질에 좋지 않은 결과를 빚는다.
우선 매실을 고를 때는 표면에 상처가 없고 멍이 들지 않은 깨끗한 매실을 이용한다. 흠집이 난 것은 세균오염과 이상발효의 원인이 될 수 있으므로 사용하지 않도록 한다.
구입한 매실은 최대한 빨리 찬물로 씻은 다음 물기를 없애야 한다. 매실의 호흡열을 낮추고, 곰팡이나 효모 등의 증식을 막기 위해서다. 헹굴 땐 흐르는 찬물에서 가볍게 2~3회 문질러 닦는 수준에서 그치고, 서늘하고 그늘진 곳에서 물기를 신속히 없애준다. 이때 이쑤시개를 이용해 매실 꼭지를 제거한 다음 다시 헹궈낸다.
◆공통점 2 : 냉동매실 사용='신선한 생매실이 최고'라는 생각을 조금 바꿔보는 것도 좋겠다. 바로 매실을 얼리는 것이다.
이러한 결과는 2014년 농촌진흥청 연구를 통해 밝혀졌다. 냉동매실을 사용하면 같은 양의 설탕을 사용해도 1브릭스 이상 당도를 높일 수 있으며, 톡특한 향을 지니게 된다. 이러한 특성을 활용하면 설탕 사용량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다.
이는 매실이 어는 과정(동결) 중에 매실 속의 물입자 부피가 커져 매실에 미세한 구멍을 내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 매실열매의 유기산과 당분 등 유효성분을 신속하게 뽑아낼 수 있으며, 동결과정 중에 효모와 병원균 등의 번식이 억제되므로 불필요한 알코올발효도 줄일 수 있다.
◆공통점 3 : 유리·옹기에 담그고, 가열후 장기보관=매실청·매실주 등을 담글 때는 잘 소독한 유리·도자기·옹기를 이용한다. 알루미늄·스테인리스 등의 금속 용기는 금물이다. 매실에 풍부한 구연산·사과산 등 유기산이 금속용기를 녹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금속이온이 녹아나와 ‘쇠맛’이 나게 된다. 국자를 이용할 때도 금속보단 플라스틱 혹은 나무국자가 바람직하다.
또한 원하는 만큼의 발효가 이뤄졌다면 매실청을 저장하기 전 살짝 끓인 후 식히지 않은 채로 용기에 옮겨담는 것이 좋다. 미생물의 재발효를 막아 저장기간을 늘려주는 효과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