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자 수필
문득.735 --- 자살의 명소 시드니의 갭파크
호주 시드니의 ‘갭파크(Gap Park)’다. 100m 높이 까마득한 단애 절벽이 1.2km쯤 건너편에도 똑같은 모습의 단애 절벽으로 서 있다. 거센 파도는 시퍼렇게 한 맺힌 듯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한다. 저 멀리 굽이굽이 남태평양의 쪽빛 거대한 물줄기가 거침없이 무섭게 돌진하며 회오리치다 절벽과 부딪쳐 산산조각 하얀 거품을 일으키는 장렬한 전사다. 몇 번이고 되살아나 반복한다. 이곳이 시드니 항의 내항과 외항의 길목이다. 오른쪽으로 망망대해인 남태평양이고 왼쪽으로 들어오면 내항으로 시드니 타워, 오페라하우스, 하버브리지로 이어지고 주변의 경관이 함께 어우러지면서 조화를 이루는 절경이다.
남미 브라질의 리우데자네이루, 이탈리아의 나폴리와 함께 세계 3대 미항으로 손꼽히는 곳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이곳 갭파크가 세계적인 자살의 명소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순간의 충동에 나비처럼 사뿐 날아들든, 번지점프 하듯 힘차게 곤두박질치든, 심청이 인당수 뛰어든 심정이든, 허연 이빨을 내보이며 으르렁거리는 악어 같은 입은 넙죽 흔적마저 받아 삼켰을 것이다. 어쨌거나 영화 빠삐용에서 억울한 종신형 죄수에서 오직 자유인으로 살아보겠다는 한 가닥 희망의 집념은 거의 불가능에도 쉼 없이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탈출의 최후 결정판으로 뛰어내리는 장면은 후련하면서 짜릿했다.
우울증으로 자살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죽으면 모두가 끝장인데 그래도 뒷모습이 아름다워야 한다. 멋진 장소에서 폼 잡고 나비처럼 가뿐한 마음으로 뛰어내리고 싶은 충동이지 싶다. 영국은 죄수들을 이곳 호주로 유배시켰다. 호주는 영국의 식민지가 되었고 죄수는 개척자가 되었다. 고된 노동과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달래다 많은 이들이 이곳에서 보란 듯이 자살하였다. 영화 ‘빠삐용’에서 주인공이 탈출하고자 몸을 던졌던 마지막 촬영지로도 유명하다. 빼어난 절경에, 영화촬영지에, 자살의 명소로 이곳 갭파크는 이래저래 시드니여행에서 호기심 많은 곳으로 빼놓을 수 없는 관광명소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