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둔의 나라 부탄이 유명해진 것은 유럽신경제재단(NEF)이 2010년 행복지수 조사 1위 국가로 발표하면서부터다. 거기에 작년 잠룡이었던 문재인 대통령이 부탄을 여행하고 부탄식 행복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하니 세간의 관심은 더욱 높아졌다.
우리나라가 부탄과 외교관계 수립 30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해서 얼마전 9일간 행복의 진원지를 다녀왔다.
인도에서 부탄의 국경을 넘는 순간 가이드는 지옥에서 천국으로 간다고 했다. 부탄은 깨끗하고 질서가 있어 보였다. 부탄에는 3가지가 없다고 한다. 걸인과 담배와 교통 신호등이 없다. 반면 3가지의 혜택이 있는데 무상 의료와 무상 교육, 그리고 전 국민의 주택 보급이다. 이런 3무, 3유만으로도 행복의 기본 요건을 갖춘 나라로 보인다.
거기에 입헌군주제로서 왕에 대한 신뢰가 아주 높았다. 국민들은 국왕이 국민의 행복을 챙겨주는 사람이라고 믿는다. 왕궁을 보니 일반인과 다를 바 없이 검소하다. 또한 불교 국가인 부탄은 집에 불상이 갖추어져 있고 행정관청과 종교시설이 같은 건물인 `종`이라는 곳에 있을 만큼 종교가 생활 속에 체화되어 있다.
국가의 운영체계는 행복에 맞추어져 있다. 국민총생산(GNP)이 아니고 국민총행복(GNH)을 국정지표로 삼을 만큼 국민행복지수가 국정을 좌우한다. 아직 1인당 GDP가 2000달러가 안 되는데도 경제개발에 중점을 두기보다 자연 생태계와의 공존, 전통문화 가치의 계승, 국민 참여 중시의 국정 철학을 중시한다. 재정수입의 제일 큰 부분은 히말라야산맥을 이용한 수력발전이다. 다음은 관광 수입인데 관광객을 늘리기보다 관광의 질이 우선이라 하여, 외국 항공노선도 4개에 불과하다.
부탄에는 로맨틱한 공휴일도 있다. `첫눈 내리는 날`은 국가 전체가 휴일이 된다. 하얗게 뒤덮인 산악 지형을 즐길 국민을 상상하면 정말 행복이 무엇인지 아는 나라라고 감탄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실은 `눈이 와야 풍년이 든다`는 우리의 옛 인식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을 알고 부탄 행복의 실체를 찬찬히 다시 보기 시작했다.
3가지 요소를 갖춰야 진정한 행복을 누릴 수 있다고 본다.
첫째는 생활에 필요한 기본 요건이 갖춰져야 한다. 둘째는 이런 생활 요건을 즐길 줄 아는 감수성이 있어야 한다. 셋째는 현재뿐 아니라 미래에도 같은 행복이 유지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어야 한다. 혹자는 카르페디엠(Carpe diem)과 같이 현재를 즐기는 것이 행복이라고 하나 표피적인 행복만으로는 진정한 행복을 설명할 수 없다.
이런 3가지 관점에서 보면 부탄을 마냥 행복한 나라라고 하기 어렵다. 우선 낮은 소득으로 인해 생활 환경이 허름하다. 주민들은 소박하나 아이들의 혈색엔 활기가 없고 무표정하다. 음식 메뉴는 어딜 가나 비슷해서 단조롭다. 이런 곳에 행복이 얼마나 있을까 싶은 마음도 들었다.
국왕과 종교에 대한 국민적 신뢰가 높아 일상에 안심을 주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가는 곳마다 행복을 기원하는 오색 깃발을 걸어 놓았고 불교시설에서는 통을 돌리며 기도하는 풍습을 보며 절대자에 대한 의지가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이런 곳은 나이 든 어른들 차지이고, 젊은이들까지 공감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더 나은 미래와 자아실현에 대한 믿음은 어떨까. 연장자들은 익숙한 삶을 받아들인다 해도 젊은이들은 국경 없는 사이버 세상 덕에 부탄이 아닌 다른 세상에 눈을 떴다. 첨단 기기의 편리함과 고소득 국가의 발전상을 알게 되었다. 또 인도에 모든 걸 의존해야 하는 약소국의 갑갑증을 느낄 수 있었다. 서울에 한번 가봤으면 좋겠다는 열망도 쉽게 읽혔다. 현상 유지와 작은 행복을 고집하는 국가 전략이 국민들을 우리 안에 묶어두기엔 한계가 있어 보였다.
행복한 나라 부탄도 젊은 층에겐 저출산이 대세이고 젊은이들의 자살률이 점점 높아져 세계 자살률 순위 22위(WHO, 2014년)나 된다. 그래서일까. 2016년 NEF의 행복지수 조사에서 부탄의 순위는 56위까지 떨어져 있었다.
첫댓글 요즈음 부탄 페키지 여행 계획하는 사람들이 꽤 있더군요.
기는 여행객이 많은가 봅니다.
러 도로 책정되어
아마 문대통령의 영향이 있었겠지만,
오지 여행을 탐방하며
내가 봉사하는 선교회 선교사가
현재 부탄 왕국 초청으로 고등학교 국가대표팀을 지도하고 있지요
지난 해 6월 가족과 함께 출국 했습니다.
물론 부탄은 개인 여행은 허락하지 않으며,
특히 항공료나 호텔비 외에 일일 채류비가 200
동남아 권이지만 여행부담이 많은 곳이기도 합니다.
만약 5일을 채류한다면 1,000불이 추가된다는 이야기죠.
연간 관광객도 6천명에서 1만명 까지 제한합니다.
부탄국민과 자연을 보존하기 위한 방법이랍니다. 맹호
삭제된 댓글 입니다.
부탄 국민도 취업때문에 들어 오는군요.
인구가 많지 않아 거의 없을거 같은데,
아무튼 집안 가족 17명의 삶을 위해
세상의 몸을 던졌군요.
테두리님! 좋은 하루 보내세요.
감사합니다. 맹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