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春雨)
송 영 기
캄캄한 밤 바깥에 빗소리 끊임없고
베개 벤 머리맡에 새벽까지 들리는 데
봄비에 만상(萬象)이 젖어 이 아침에 새롭네
여주 신륵사(神勒寺)
송 영 기
푸른강 앞에 둔 절 전각마다 찾아들어
불보살 그윽한 눈 합장해 우러러고
일일이 또 삼배하니 백팔배 한 처사(處士)네
깊은 산 어딜가도 부처님은 매 한가지
언제나 뭐라뭐라 한마디 말 없지마는
두툼한 방석 깔고서 높이 앉아 계신분
엎드려 이마 대고 한송이 꽃 바치듯
두손 펴 살짝 들어 올리던 공간에서
오래된 마루바닥이 삐걱이는 고사(古寺)네
(주) 신륵사 극락보전 삼존불 : 주불(主佛)은 아미타불,
협시불은 관세음보살과 대세지보살
여주 영월루 (迎月樓)
송 영 기
오면서 눈에 띈 아담한 동산 높이
소나무 숲 푸른 데 드러난 정자 하나
경사진 계단길 올라 다락 위에 서있네
사방이 확 트여서 강과 들 둘러보며
옛 사람 즐긴 풍류 오늘 나도 그리운건
여강에 달이 밝은 밤 벗과 함께 오는 것
봉미산 신륵사는 강 너머 숨어 있고
칼바위 얼굴바위 황포돛배 타고 돌며
영월루 밑 강 깊은 데 마암(馬岩) 앞을 지나네
(주) 여주 영월루(麗州 迎月樓) - 여주 옛 관아 정문(畿左弟一樓)
여강(麗江) - 여주 남한강, 봉미산 신륵사(鳳尾山 神勒寺)
참 부럽습니다
(경기도 여주 명성황후 6대조 묘*)
송 영 기
황후의 옛 별당터 알려주는 비석 근처
촘촘히 새겨 놓은 조상 행적 신도비의
껄껄껄 웃는 귀부석 웃음소리 삼켰네
아담한 숲 동산에 시립(侍立)한 두 문관석
혼유석 너른 바닥 그림자 셋 춤추겠고
다람쥐 새긴 망주석 서천(西天)가는 길잡이
이어 산 마나님은 좌우에 합사되고
살아서 받든 양반 한 자리서 영생하니
웃으며 가셨겠지요 이만한 삶 드믐니다
(주) : * 그 묘비에 이렇게 잘 새겨져 있다.
「국구 려양 부원군 시문정 國舅 驪陽府院君 諡文貞
민공 유중지묘 閔公 維重之墓
증 해풍 부부인 이씨 부좌 贈 海豊府夫人 李氏祔右
증 은성 부부인 송씨 부좌 赠 恩城府夫人 宋氏祔左」
"임금의 장인 여양부원군 시호 문정 민공 유중의 묘 인데,
해풍 부부인 이씨가 우측에 합사되고, 은성 부부인 송씨가 공의 묘 좌측에
함께 묻혔다."
* 신도비 神道碑 - 품계가 종2품이상 당상관의 묘 앞 입구 좌측에 세우는 행장 비석,
귀부석 龜趺石, 혼유석 魂遊石, 망주석 望柱石, 좌우부좌 左右 祔坐(合祀 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