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우리말] 하늘은 왜 파란가?
조현용 / 경희대학교 교수
[뉴욕 중앙일보] 발행 2021/07/19 미주판 8면 입력 2021/07/18 17:40
이 질문은 과학적인 물음으로 보입니다. 어린아이가 가장 많이 하는 질문 중의 하나입니다. 어른들은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 중의 하나이지요. 공기 입자에 빛이 닿으면 여러 색의 빛이 여러 방향으로 퍼지는 산란이라는 현상이 일어나는데 산란된 빛 중에 지상에서 가장 잘 보이는 빛이 파란빛이라서 하늘이 파랗게 보인다고 합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하는 질문인 하늘이 왜 파란가는 언어에 관한 것입니다. 색채어(色彩語)에 관한 것이기도 합니다. 다시 질문해 볼까요? 하늘은 파란가요?
예전에 한문을 배우던 천자문(千字文)은 천지현황(天地玄黃)으로 시작합니다. 하늘은 검고 땅은 누렇다는 뜻입니다. 저는 이 표현을 볼 때마다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됩니다. 하늘이 파란색이 아니라 검게 묘사되었기 때문입니다. 제 상식이라면 하늘은 파랗고 땅은 흙색이어야 할 것 같습니다. 하늘이 검다는 것도 땅이 노랗다는 것도 쉽게 다가오지 않습니다. 왜 하늘을 검다고 했을까요? 옛날 사람에게 하늘은 검은 게 상식이었을까요?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사실 하늘이 꼭 파란 것만도 아니라는 점입니다. 오히려 하늘은 파랗지 않을 경우가 더 많습니다. 오죽하면 오랜만에 파란 하늘을 본다는 말을 하기도 할까요? 밤하늘은 당연히 파랗지 않습니다. 해 뜰 무렵이나 해 질 무렵은 붉은빛으로 가득합니다. 비라도 올 날씨면 하늘은 잿빛입니다. 약간 흐리기만 하여도 파란빛은 찾기 어렵습니다. 황사가 심한 날에는 누런빛의 하늘을 보게 됩니다. 어디가 하늘이고 어디가 땅인지 모를 지경입니다.
천자문에서 검은색을 표현한 현(玄)의 느낌을 다시 생각해 볼 필요도 있습니다. 현은 검은색이기도 하지만 아득한 색이기도 합니다. 현기증을 나타내는 ‘현(眩)’에도 ‘검을 현’이 들어가 있습니다. 아찔하고 아득한 느낌입니다. 검은색은 아득한 느낌도 있습니다. 밤하늘을 보면 더욱 그러할 것입니다. 끝없이 펼쳐진 하늘, 별빛과 달빛, 미리내(은하수) 흐르는 하늘을 보고 있자면 아득한 어둠입니다. 현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런데 많은 언어에서 검은색과 파란색의 구별이 없다는 글을 읽고 하늘이 검다는 말을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많은 언어에서 색 구별이 ‘검다, 붉다, 희다’의 3색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파란색을검은색과 동일하게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도 놀라운 일이었습니다. 짙은 파란색은 검은 느낌이 납니다. 깊은 물의 검푸른 바다의 느낌이 그렇습니다. 제가 더욱 놀란 이유는 바로 천자문의 첫 구절 때문이었습니다. 중국 양나라의 주홍사가 지었다고 알려진 천자문에서는 검은색과 파란색의 구별이 불분명할 수도 있었겠다는 추론을 해보게 된 겁니다. 물론 저는 현(玄)의 느낌은 위에서 언급한 대로 아득함의 느낌이라고 생각합니다.
색은 언어마다 다릅니다. 정확하게 말하면 색을 구별하는 표현이 다릅니다. 색을 구별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색에 대한 표현이 다르면 대상을 보는 시각도 변하게 됩니다. 한국어를 비롯해서 많은 언어에서는 청색과 녹색을 구별하지 않습니다. 서양어에 익숙한 사람들은 청색과 녹색을 구별하지 않는 것을 이상하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어휘로 구별하지 않을 뿐이지 색깔을 구별하지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 풀빛과 파란 하늘빛을 동일시하는 것은 아니라는 말입니다.
색에 관련된 표현을 공부하는 것은 서로 다른 문화와 서로 다른 감각을 공부한다는 점에서도 흥미롭습니다. 다시 한번 질문을 해 보겠습니다. 하늘은 파란색인가요? 무지개는 어떤 색으로 이루어져 있나요? 내가 구별하는 색은 모두 몇 개인가요? 그 색의 이름은 무엇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