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춘, 왔어요? 자주 보네요.”
하은 씨와 단골 옷 가게에 들렀다. 이곳 사장님은 하은 씨를 ‘삼춘’이라고 부른다.
‘삼촌’보다는 조금 더 애정 있는 발음이다. 학생과 청년 사이, 그 무렵의 남자 손님이 흔히 듣는 호칭이기도 하다.
하은 씨가 딱 지금, 그 무렵에 들어서 있다.
“오늘은 지난번처럼 가격 제한이 있지는 않습니다.”
요 며칠 전, 교회 선물 교환식에 낼 선물을 구입했다.
1만 원 이하의 선물을 사는 게 규칙이었는데, 막막해서 무작정 단골 가게를 찾았다.
이것저것 마음에 드는 건 많은데 가격이 맞지 않았다.
이야기를 듣던 사장님의 추천과 이런저런 포인트의 조율과 배려로
1만 6백 원에 멋진 손수건 선물을 준비할 수 있었다.
“지난번에 봤던 컵은 어때요? 좋아했는데 가격 때문에 못 샀잖아요.”
오늘도 마찬가지다. 어머니 생신 선물을 준비하려는데 뭘 선물하면 좋을지 막막해, 단골 가게를 찾았다.
지난번 하은 씨가 컵을 마음에 들어 했던 것 같아 다시 한번 구경한다. 그때처럼 하은 씨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이걸로 할까요?’ 말하려던 찰나에 사장님이 오신다.
“오늘은 뭐 보려고 왔어요?”
“오늘은 하은 씨 어머니 생신 선물을 사러 왔습니다. 지난번에 컵을 마음에 들어 했던 것 같아서 구경 중이었습니다.”
“그래요? 어머니 선물이라….”
“네, 오늘은 지난번처럼 가격 제한이 있지는 않습니다.”
“그럼 목도리 해야죠. 겨울에는 컵보다 목도리죠.”
사장님이 목도리를 하나씩 꺼내어 하은 씨 손에 쥐여 주신다. 하은 씨 반응이 폭발적이다.
껄껄 숨이 넘어가게 웃는데, 목도리 색부터 무게, 감촉까지 모든 게 마음에 드는 듯 보인다.
찬찬히 이것저것 고르고 고르다 보니, 어머니와 어울리는 하얀색의 도톰한 패딩 목도리를 고른다.
하은 씨가 직접 착용하며 골랐으니 분명 어머니도 좋아하시겠다 싶다.
“삼춘, 매번 고마워요. 새해 복 많이 받아요.”
“고맙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사장님께 감사 인사 전하며 나온다. 지난번도 그렇고 단골 가게가 있어 참 다행이다 싶다.
해가 뉘엿뉘엿 지려 한다. 바람도 조금씩 쌀쌀해지는 게 순식간에 밤이 오겠다 싶다.
하은 씨와 지난번 친구 예령 양 선물을 구입했던 문구점으로 향한다.
16시 넘어 문을 여는 곳이라, 일부러 이곳에 오려고 저녁 가까운 시간에 외출했다.
“편지지 볼까요?”
지난번에 와서도 느꼈지만, 하은 씨가 좋아할 만한 알록달록하고
크기도 모양도 다양한 편지지는 이곳밖에는 팔지 않는다.
마음에 드는 편지지를 고르고 테이블에 세워진 포장지를 살핀다.
지난번에는 팔지 않았는데, 사장님께 여쭤보니 새로 들어왔다고 한다.
하은 씨와 마침 잘됐다며 포장지를 고른다.
모양이 잡혀있고 선물을 넣고 빼기 쉬워 하은 씨가 포장하기 쉽겠다.
하은 씨가 포장지를 깐깐히 고른다.
“편지 쓰고 가셔도 됩니다. 볼펜 추천해 드릴까요?”
하은 씨와 집을 나서며, 문구점에 사람이 많지 않으면 편지도 쓰고 오자 말했다.
‘일기’라는 이름의 문구점이라, 파는 공간보다 손님들이 쓰는 공간이 더 많은 곳이다.
조명도 분위기도 좋아, 하은 씨 편지가 절로 써질 것 같다.
사장님이 먼저 권해주시니 고맙다. 추천 받은 볼펜으로 편지 쓴다.
편지에 쓴 잉크가 마르기까지 시간이 조금 걸렸다.
목도리를 접어 넣은 포장지에, 잉크가 번지지 않게 조심히 편지를 넣는다.
뉘엿뉘엿 지던 해는 온데간데없고 하얗고 둥근 달이 떴다.
품에 선물을 안고 활짝 웃고 있는 하은 씨 얼굴 같은 달이 떴다.
선물과 편지는 내일 어머니께 보내기로 하고 문구점을 나선다.
사장님께 감사 인사 전한다.
2026년 1월 5일 월요일, 박효진
어머니, 생신 축하드립니다. 신아름
단골가게 사장님, ‘삼춘’이라 부르며 상품 추천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때마다 그렇게 헤아리며 도와주신다니 감사합니다. 하은 군이 어머니 생신 선물이라고 선택하는 데에 각별하네요. 어머니께서 좋아하시겠어요. 생신 축하드립니다. 월평
첫댓글 '폭발적'으로 고른 선물이라 어머니께서 무척 기뻐하시겠어요. 하은 씨 덕분에 플래시로 비추는 생일 케이크 카드도 처음 알았는데, 단골 옷 가게와 문구점이 있으니 선물 준비도 수월한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