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MLB Division Series는 미국에서 중계 방송으로 말이 좀 많았습니다. 달랑 Yankees vs. A’s 경기만 FOX TV에서 prime time (밤 8시) 중계방송을 해주었고 나머지는 대충 오후에 케이블로 방송을 해버렸기 때문이죠. (낮 경기를 해야 했던 휴스턴 엔론 필드에는 군데군데 빈 자리가 눈에 띄기도 했습니다.) 어쨌든 매스컴의 집중 조명을 받았던 양키와 A’s는 개인적으로도 좋아하는 두 팀이었기에 시리즈가 끝난 것이 아쉽기만 한데요, 마침 오늘 우연히 옆 집에서 버린 뉴욕 타임즈에 두 팀에 관한 재미 있는 기사가 실린 걸 읽고 한참을 웃다가 혼자 웃기가 좀 아까워서 오래간만에 대충 번역해서 올립니다.
번역을 해 본적이 없어서 잘 될까 모르겠습니다만…
‘A’ Is for Animal House by Alan Schwarz
지난 주 화요일 오클랜드 A’s 매니저 Art Howe는 “defending champion= NY Yankees가 우리를 꺾으려면 초인적인 힘을 발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뉴욕 매스컴은 마치 퓨마 굴에 T-bone 스테이크가 떨어지기라도 한 양 난리가 난 것이, 이 시대의 양키들 입에서 Howe 같이 뻔뻔스러운 발언을 듣는 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도대체 이노무 양키들은 스핑크스 보다도 인용할 꺼리를 주질 않으니…
데릭 지터, 앤디 페팃, 버니 윌리엄스…등등의 양키들은 행동거지가 분명할 뿐 아니라 “우리는 매 게임 하나하나에 집중할 뿐이다” 이 따위 점잖은 소리만 하고 있으니 이건 마치 그들의 위대한 조상들--베이브는 기차 간에서 나체로 여자들은 쫓아 다녔고, 미키 맨틀과 빌리 마틴은 Copacabana에서 큰 소리로 언쟁을 벌였으며, 스파키 라일은 동료의 생일 케익 위에 엉덩방아를 찧기도 했다--에게 침을 뱉는 격이다.
A’s의 리더 제이슨 지암비는 그의 몸에 새겨진 문신수가 자신의 IQ points 보다 많을 뿐 아니라 fast-food burger를 주식으로 산다는 걸 순순히 자백했다. 지암비가 말하길 “문제는 이젠 주문을 받는 녀석이 뭘 먹을 거냐고 아예 물어보지도 않는 다는 거예요. 다 알거든요.^^”
자니 데이먼은 종종 스케이트 보드를 타고 스테디엄에 나타나고, 릴리버 제이슨 이스링하우젠은 가끔 클럽하우스에서 리모트 컨트롤로 장난감 자동차를 굴리기도 한다. 아, 거기다 지암비의 동생이자 지명타자로 활동하시는 제레미는 발목을 완전히 덮을 정도로 긴 까만 밍크 코트를 라스베가스에서 거금 $5000을 주고 구입하셨다고.
이러한 A’s의 활기참(?)은 양키하고는 너무나 대조적이다. 그들의 $33.8 million Opening Day payroll은 메이저에서 두 번째로 적은 액수이다. 선수들은 몇 푼을 아끼기 위해 우익수 저메인 다이에게 머리를 깎아 달라고 할 정도이니…제이슨 지암비는 아주 자랑스럽게 말한다. “우리는 젊고 바보 같은 애들이에요. 어찌나 바보 같은지 우리 같은 애들이 이 리그에서 뛰어서는 안된다는 것도 모르거든요.^^”
반면 양키들은 너무나 스마트 한 나머지 절대로 경쟁에서 뒤져서는 안된다는 걸 잘 알고 있을 뿐 아니라 별 것도 아닌 걸로 소동을 일으키는 걸 경멸하기 까지 한다. 지터는 쿨 하다 못해 수세미 보다 더 드라이 한 녀석이다. 버니 윌리엄스는 기타를 치는 게 취미이다. 명상에 잠긴 듯 클래식 기타를…물론 노래는 절대 부르지 않는다. 폴 오닐은 또 어떤가! 홈런을 치고도 자기가 자기를 꼴 보기 싫은 나머지 배트를 팽겨치는 인물이 아닌가!
(이 팀의 유일한 WACKO=지옥에서 메탈리카를 고래고래 소리지를 듯한 데이빗 웰즈는 3년
전 추방되었다.)
3차전에서 대결했던 A’s의 베리 지토와 양키의 마이크 무시나의 공통점은 같은 마운드를 사용했다는 것이 유일하다. 물론 지토는 전처럼 머리를 사파이어 블루로 물 들이거나 하진 않는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사인이 새겨진 베이스 볼 카드를 eBay를 통해 구입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한다는 소리가 “전부 진짜에요.” (켁!!!) 이 외에도 그가 메이저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게 몇 가지 더 있는데, 가령 순 실크로 된 베개를 모으는 것 (원정 경기 땐 꼭 여러 개를 갖고 다닌다.) 또는 박제된 동물을 모으는 것 등이다.
한편 무시나로 말할 것 같으면, 그는 조용하다 못해 브레즈네프도 그 앞에선 명랑한 인간으로 보일 정도다. 심지어 데릭 지터가 “덕 아웃에 앉아 있을 땐 그는 항상 crossword puzzle을 풀거나 책을 읽거나 하지요.”라고 말했듯이 무시나는 다른 양키 선수들하고도 거리를 둔다. 지난 9월 초 스트라이크 하나가 모자라는 바람에 아깝게 퍼펙트 게임을 놓친 무시나는 마치 어떤 놈한테 애지중지 하는 차를 도둑맞은 듯한 표정이었다. 그와 대결했던 데이빗 콘은 “정작 그 게임의 패전 투수는 난데 그 친구가 더 의기 소침 해 있다니…”라고 아이러니칼 한 상황을 얘기했다.
마지막으로 대조 되는 두 장면을 비교해 보시라.
몇 년 전 한 극장에서 어떤 소녀가 팝콘을 들고 줄을 서 있는 버니 윌리엄스를 발견했다. 흥분한 소녀는 “You’re Bernie Williams!!!” 버니가 말하길 “Not tonight.”
비슷한 시기에 제이슨 지암비는 맨날 입는 다 떨어진 청바지에다 운동화 차림으로 캘리포니아의 한 쇼핑 몰을 서성거리고 있었다. 이를 발견한 한 어린 소녀가 오빠에게 물어봤다.
“저 사람 누구야? [어디서 많이 본 것 도 같은데…]”
“제이슨 지암비야. 작년에 아메리칸 리그 MVP였어.”
“앵? 그런 사람은 양복 쫙 빼 입고 다니지 않나? 아무튼 저 사람 왜 이런 델 다니지? 저 정도 스타는 누가 대신 쇼핑해 주는 거 아니야?”
그녀의 오빠는 지암비를 잠시 바라보곤 웃으면서 말했다.
“그는 그냥 보통 사람인 것 같아. 우리랑 마찬가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