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7일 부활을 향하여
예수님이 제자들과 여러 해 함께 지낸 어느 날 제자들에게 물으셨다. “사람의 아들을 누구라고들 하느냐?” “그러면 너희는 나를 누구라고 하느냐?” 이에 베드로 사도는 “스승님은 살아 계신 하느님의 아드님 그리스도이십니다.”(마태 16,13-16) 라고 대답했다. 다른 사람들은 예수님을 위대한 예언자, 세례자 요한의 혼을 이어받은 사람 등으로 여기는데, 그가 당신 마음에 들어갔다가 나온 거처럼 대답하니 예수님은 흐뭇하셨다. 이어서 구세주의 운명, 즉 권력자들에게 살해당했다가 부활할 것을 예고하시자 베드로는 그런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게 할 거라고 하며 예수님을 막아섰다. 그러자 “사탄아, 내게서 물러가라. 너는 나에게 걸림돌이다. 너는 하느님의 일은 생각하지 않고 사람의 일만 생각하는구나!”라고 하시며 그를 아주 심하게 꾸짖으셨다. 우리도 어쩌면 신앙을 지상 생활을 평탄하게 해 주는 안내서나 부적 정도로 여기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예수님의 제자가 되고, 예수님을 따른다는 건 그분처럼 기적을 행하는 게 아니라 그분처럼 십자가의 길을 가는 것이다. 십자가가 상징하는 건 여러 가지겠지만, 무엇보다 먼저 그것은 자신의 약점이나 결점, 죄스러움 또는 죄로 기울어지는 경향일 거다. 세상사 저절로 되는 건 하나도 없지만, 죄는 예외다. 애써 노력하지 않아도 죄는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거처럼 그냥 저질러진다. 바오로 사도는 그 죄가 이 몸에 새겨져 있다고 설명한다. “우리가 알고 있듯이 율법은 영적인 것입니다. 그러나 나는 육적인 존재, 죄의 종으로 팔린 몸입니다.”(로마 7,14) 죄의 종인 거처럼, 무슨 큰 빚이라도 진 거처럼 내 몸은 죄에 순종해 버리고 만다. 그 강력한 요구를 거스르는 거, 흘러가는 물을 막고 버티고 있는 거 같은 게 십자가일 거다.
십자고상은 우리 영혼을 비추는 거울 같다. 온갖 고문으로 흉측해진 십자가에 달린 예수님 몸은 죄로 망가진 우리 영혼의 모습이다. 우리 죄로 예수님은 돌아가셨지만 부활하셨다. 부활은 되살아나는 게 아니라 하느님처럼 되는 거다. 죽기까지 하느님 뜻에 순종하신 예수님, 그분처럼 되는 거다. 부활한 몸은 영화에 나오는 허공을 떠도는 혼령 같은 게 아니다. 혼령은 먹지도 않고 아무 일도 하지 못한다. 그런데 부활하신 예수님은 생선을 드셨고(루카 24,42-43), 물고기 잡느라 애쓴 제자들에게 아침상을 차려 주셨다.(요한 21,9-10) 부활에 대한 복음 이야기를 보면 부활하신 예수님은 예전 그 모습이 아님은 분명하다. 그런데도 나중에 제자들이 그분을 예수님이라고 알아보고 기뻐했던 걸 보면 그분은 예전 그 예수님이 분명했다. 그날을 상상해 보면 아마 이런 걸 거다. 이 사람 저 사람 모두 다르지만, 모두가 같은 사람이라는 동일성을 발견하는 거처럼, 부활하신 예수님은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신 그분과 다르지만, 같은 분이라는 걸 깨달은 걸 거다. 그래서 어쩌면 부활은 깨달음일지 모르겠다.
먹고살기 바쁜데, 부활 영원 영혼 이런 게 다 무슨 소용이냐고 할지 모른다. 맞는 말이다. 당장 하루를 살아내야 하는 사람들에게 이 지극히 추상적인 이야기들이 사치스럽게 여겨질 수 있다. 하지만 그게 바로 유혹이다. 사람은 본래 영원한 세상을 그리워한다.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기대하는 그 바람 최종 목적지가 바로 영원하신 하느님이다. 예수님이 그 최종 목적지, 하느님께로 가는 유일한 길이다. 그 길이 십자가를 짊어지고 예수님을 따르는 것이다. 세상살이가 나를 유혹해도, 하느님을 생각할 틈을 주지 않으려고 해도 우리 그리스도인은 잠시 모든 걸 내려놓고 내 영혼을 하느님께로 향하는 시간을 가진다. 마치 듣고 싶은 라디오 주파수를 찾는 거처럼 말이다, 길을 잃어버리면 안 되니까. 내 모든 허물을 묻어버리고, 내 모든 죄를 지워 없애 버리시는 분이 예수님이시다. 우리는 이분을 믿고 따라서 그분처럼 부활한다. 하느님 뜻, 진리에 순종하는 빛나는 몸을 갖게 된다. 이런 게 아니라면 굳이 이 어려운 신앙, 목숨과 맞바꿔야 할지 모를 이것을 간직할 필요 없다. 좋은 명상 프로그램, 좋은 봉사 단체, 좋은 사람들과 어울리는 친목 단체에 속한 걸로 충분할 거다.
예수님, 목숨보다 소중한 신앙을 주심에 감사드립니다. 주님을 모른다면, 이 세상은 죽기를 기다리는 거대한 죽음 대기소입니다. 저는 이 신앙을 따라 부활할 겁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길의 인도자 이 이콘이 제 앞에 늘 있으니 길을 잃지 않고 아드님을 잘 따라가게 된다고 알고 있습니다. 아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