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한양TOONK를 가서 직접 프라네테스를 사왔다. 안타깝게도
2권은 전부 다 비닐이 뜯어져 있고, 많이 상해 있었다. 그래서
언젠가는 구하겠지라고 생각하고 2권만 빼고 샀다.
4권의 첫인상은 "두껍다". (나머지는 스캔본으로 봤기에 4권을 먼저
봤다.) 내가 본 만화책 중에서 가장 두꺼웠다. 만화책이 이렇게 두꺼워도
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부담스러웠다. 물론 읽는 게 결코 지겹지는
않았다. 더 있었으면 하고 생각했다.
그러나 사실 4권 따위는 없는 게 더 좋다고 생각한다. 본 내용은
3권에서 다 끝나버렸다. 4권의 90%는 조연의 이야기다. 조연의
이야기가 끝까지 이어지다가 막판에 주연이 나온다. 여러분 안녕~
그러고서는 끝난다.
내가 듣기로는 4권이 나오기까지 꽤 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아마도
만화가 자신도 어떻게 책 한 권을 다 채워야 하는지 고민했을 것이다.
(단순히 분량이 많았기 때문인지도 모르지만.) 물론 본 내용을 제쳐두고
곁가지를 치는 것도 좋은 기법이다. 그러나 뭐든지 적당해야 하는
법이다. 절정에서 결말까지 쉬어가다가 엔딩 크레딧에서 결말을
내버리면, 독자는 황당하다. 허무하다. 열 받는다. 이건 배신이다.
조연의 이야기도 재미있었다. 하지만 독자는 주연의 이야기 때문에
프라네테스를 좋아했다. 독자가 진정으로 보고 싶어하는 건 도대체
주연이 어딜 가서 어떻게 되는지이다. 조연 얘기를 하고 싶으면
따로 외전을 그리든가 하면 된다. 더이상 얘기를 진행하지 못하겠으면
3권에서 끝냈어야지.
아, 이러고 나니까 프라네테스가 마치 [인어아가씨]라도 된
기분이다. 그런 쓰레기와는 결코 비교할 수 없는 수작이다. 질질 끄는
드라마가 아니다. "질질 끌어주세요." 라고 부탁해야만 하는 [아즈망가
대왕] 수준의 만화다. 아즈망가 대왕하고 비교하는 것도 어쩌면
모독일지도 모른다.
이런 만화 같은 글을 쓸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을 하게 했다. 난 누구도
존경하지 않는다. 그래서 프라네테스의 작가에게 존경을 보내지는
않겠다. 그렇지만 애정은 보내 주겠다. 그가 짜낸 케릭터를 사랑한다.
그가 빚어낸 이야기를 사랑한다. 그가 사랑한 우주를 사랑한다. 난
그의 프라네테스를 사랑한다.
우주, 인간, 사랑, 친구, 파편, 지구.
이 중 단 하나라도 당신을 불타게 만들 수 있다면 프라네테스를 꼭
보길 바란다. 데브리스(지구 궤도를 떠도는 쓰레기)가 별똥별처럼
지구를 향해 불타며 떨어지듯이, 당신도 프라네테스를 향해 불타고
말 것이다.
내가 보증한다.
덧붙임:
내 보증 따위는 필요없다고 해도 소용없다.
-앉은 자리가 꽃자리야-
첫댓글 플라네테스 명작이죠 =ㅂ=)b
toonk는 출판사 공식 절판이나 품절이라도 처음부터 대량으로 비축해두고 있는지 가끔 절판작품을 만날수 있죠. 하지만 정작 toonk본인들은 출판사의 공식 절판이건 품절이건 신경을 안쓰죠. 절판된 작품의 시리즈 중 한권이 다 팔렸다고 품절표시를 해 놓는걸 보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