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평소에도 종종 익숙하면서도 너무 낯선 순간들을 겪곤 한다. 무엇이 익숙하고도 낯선 모습이냐면 바로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이다. 때때로는 내가 보는 내 모습이 너무나도 낯설어서 공포스러울 때도 있다. 내 눈에 보이는 저 사람은 과연 진짜 내가 맞는가. 낯설다는 감각에서 시작된 생각은 꽤 오래토록 이어진다. 나는 어떠한 것들로 이루어진 사람인가? 하루종일 이 모습으로 타인에게 보여지는 것인가? 분명 나의 모습인데 지독히도 낯선 순간이 온다.
아침에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친 거울, 학교에서 마주치는 거울, 집에 와서 씻으려고 들어온 순간 욕실에서 마주친 거울. 익숙해지지 않는 게 이상할 정도로 우리는 우리의 모습을 스스로 확인하는 순간이 너무 많다. 당연한 말이지만 나는 평생 나와 함께 살아가야 한다. 단 1분도 내가 나와 떨어져있는 순간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그 어떤 대상보다 익숙하고 편하게 느껴져야 할 나 자신인데 대체 어째서 내가 낯설게 느껴지는 순간이 존재하는 걸까.
하지만 가끔은 나 자신을 낯설게 여겨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우리는 종종 익숙한 것들에 무심해지고 오만해지니까. 점점 나를 들여다보는 것에 게을러진다. 나의 인생에서 가장 우선시되어야할 나 자신이 방치되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내가 낯설게 보이는 그 시간은 어쩌면 감사한 시간일지도 모른다.
‘낯선 상황’이라는 말에 거부감을 갖는 이들은 적지 않다. 어색하고 불편한 시간, 그러니까 내 마음이 편치 않은 상황인 건 부정할 수 없지만 시선을 조금만 더 돌려본다면 이 낯선 감각은 우리에게 꼭 필요한 것이다. 우리가 좁은 시야에 갇혀 살아가지 않도록 길을 밝혀주는 등불같은 존재가 되어줄지도 모른다.
첫댓글 우리는 자기 자신에 대해서 잘 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조하리의 창에 따르면, 우리는 다른 사람이 나에 대해서 아는 부분을 모르고 있으며, 나 스스로도 감추고자 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리고 보여주고 싶어서 꾸미는 나도 있습니다. 그러니 결국은 나도 잘 알고, 남도 잘 아는 것은 우리의 1/4에 불과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때때로 내가 잘 안다고 생각하는 나, 그러니까 기대하는 나와 실제의 나가 일치하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럴 때 우리는 좌절하게 되는데요, 타인의 시선으로 나를 보되, 긍정적인 측면에서 본다면 나를 새롭게 발견할 수 있답니다. "나는 평생 나와 함께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을 잊을 때 우리는 남탓을 하거나, 자신을 실제보다도 더 낮춤으로써 그러한 엇갈림을 보정하려고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내가 모르거나 감추고자 하는 3/4을 찾아내고, 토닥이는 기회를 찾아볼 필요가 있는 것이겠지요. 나를 낯설게 보라는 것은 자아를 분열시키라는 것이 아니라, 지금 자괴감이 들 때, 거기에 안주하고 있을 때, 나를 토닥이라는 이야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