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18주간 금요일
1독서: 나훔 2,1.3; 3,1-3.6-7 <불행하여라, 피의 성읍!>
복음: 마태 16,24-28 <사람이 제 목숨을 무엇과 바꿀 수 있겠느냐?>
제목: 니네베의 파멸에서 십자가의 영광까지
1. 니네베의 파멸과 역사의 주관자
기원전 612년, 온 세상을 공포로 떨게 만들었던 아시리아 제국의 수도 니네베가 마침내 함락되었습니다. 잔혹한 무력과 약탈로 수많은 민족을 짓밟던 거대한 제국이 역사 속으로 영원히 사라졌습니다.
오늘 제1독서에서 나훔 예언자는 폭력과 거짓으로 가득했던 니네베를 향해 주님의 엄중한 심판을 선포합니다. “불행하여라, 피의 성읍! 온통 거짓뿐이고 노획물로 가득한데 노략질을 그치지 않는다”(나훔 3,1). 예언자는 번뜩이는 칼과 시체 더미가 가득한 니네베의 종말을 생생하게 묘사합니다. 불의한 세력의 오만함은 결국 스스로를 파멸로 이끕니다.
반면 고통받던 하느님 백성에게는 회복과 평화의 길을 제시합니다. “보라, 기쁜 소식을 전하는 이, 평화를 알리는 이의 발이 산을 넘어온다”(나훔 2,1). 약탈자들에게 가지를 꺾이고 짓밟혔던 포도나무 이스라엘의 영예를 주님께서 친히 되돌려 주십니다. 하느님께서는 세상의 불의를 결코 방관하지 않으시며, 당신을 신뢰하는 이들의 눈물을 닦아 주시는 역사의 주관자이십니다.
2.복음의 도래와 하느님 나라의 현존
성 아우구스티누스는 저서 『신국론』에서 나훔 예언서의 이 선언을 영적으로 해설하며, 예언자가 말한 이 기쁜 소식이 바로 예수 그리스도께서 이 땅에 오신 사건이라고 말합니다. 예수님이 오심으로써 우리가 세속의 온갖 욕심과 가짜 신들에서 벗어나 참된 평화를 누릴 수 있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하느님 나라의 강력한 도래를 선언하십니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여기에 서 있는 이들 가운데에는 죽기 전에 사람의 아들이 자기 나라에 오는 것을 볼 사람들이 더러 있다”(마태 16,28). 이 말씀은 당장 세상 종말이 온다는 뜻이 아닙니다.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시고 부활하시면서, 하느님의 다스림과 구원이 이미 삶 가운데 깊숙이 들어왔다는 뜻입니다. 제자들은 부활하신 주님을 만나고 성령을 받으면서, 하느님 나라가 세상 곳곳으로 퍼져 나가는 모습을 직접 확인했습니다.
3.십자가와 성체성사의 신비
주님의 기쁨과 영광에 함께하려면 우리는 예수님께서 제시하신 제자직의 길을 걸어야 합니다. “누구든지 내 뒤를 따라오려면, 자신을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야 한다”(마태 16,24).
자기 고집과 이기심을 내려놓고 각자의 십자가를 지고 살아가는 삶은 우리가 매일 바치는 성찬례와 깊이 연결되어 있습니다. 미사 때 예수님의 몸과 피를 모시는 영성체를 통해, 우리는 당신 전부를 내어주신 예수님의 큰 사랑을 배우고 닮아가게 됩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겪는 질병과 시련, 그리고 남을 위해 자신을 낮추는 행동은 결코 의미 없이 사라지지 않습니다. 작은 고통을 미사 안에서 예수님의 십자가 수난과 합칠 때 우리는 하느님 마음에 드는 거룩한 삶을 살게 되고, 주님의 거룩한 모습을 닮아가게 됩니다. 각자의 삶에서 다가오는 십자가를 기꺼이 품어 안고, 자신을 내어줌으로써 참된 생명을 주시는 주님의 발자취를 끝까지 충실히 따라가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