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에는 7가지 유망기술이 적용된 신제품 및 신서비스가 본격적으로 상용화되면서 IT 산업내 경쟁구도 변혁의 중심축 역할을 할 전망이다.
2004년 세계 IT 경기는 장미빛이라고 봐도 무방할 듯하다. 세계 IT 산업은 90년대 후반 두 자리 수의 고성장을 지속해왔지만 과도 투자, 미국 경기 침체 등으로 인해 2000년부터 마이너스 성장세를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나 IT 경기는 2003년 하반기에 저점을 통과한 후 가파른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으며, 2004년 4/4분기 경에 피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2004년부터 본격화될 IT 경기 회복은 과거의 PC 중심에서 탈피, 디지털 및 컨버전스 제품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는 것이 특징적이다. 또한 대체수요를 창출하는 정도가 커질수록 경기 호조세가 오랫동안 지속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측면도 내포하고 있다. PC의 교체 수요가 60%를 넘어서고, LCD 모니터의 교체 비중도 50%를 상회할 전망이다. 카메라 폰, 스마트 폰 등 신형 제품의 등장에 따라 휴대폰의 교체 비중 역시 40%에 이를 것이며, 특히 디지털 TV의 보급 확대로 10년 주기의 TV 교체도 본격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IT 경기에 직·간접으로 영향을 받고 있는 국내 IT 산업 역시 2004년에는 호조세가 전망된다. 최근 한국정보통신산업협회에서 국내 IT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서 국내 IT 기업의 56%는 2004년 하반기에 IT 경기가 완전히 회복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보통신 기기의 경우 디스플레이와 반도체가 경기를 주도하는 가운데 휴대폰과 디지털 가전의 성장이 본격화될 것이며, 정보통신 서비스 역시 신서비스의 보급 확대 등으로 인해 성장세가 지속될 전망이다.
급부상 예상되는 7대 유망기술
경기 회복과 더불어 2004년 IT 산업에서 관심을 끄는 것은 새로운 기술이 적용된 신제품 및 신서비스가 기존의 경쟁구도를 변혁시키기에 충분할 정도로 상용화될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제품의 Lifecycle을 고려할 때 향후 2~3년 동안 시장을 주도하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주력사업으로 볼 수 있다. 2004년 IT 경기 회복 역시 이러한 주력사업을 중심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그런데 기업의 입장에서는 이들 주력사업을 이어갈 수 있는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가 반드시 필요하다. 현재 주력 제품이나 서비스는 아니지만 향후 2~3년내 시장을 주도할 수 있는 위치에 올라 설 가능성이 높은 사업, 그래서 이에 대한 대응이 미흡할 경우 4~5년 후의 경쟁구도에서 배제될 수밖에 없는 사업인 승부사업(또는 수종사업)을 적기에 상용화하여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선도기업이 되는 지름길이다.
본 고에서는 국내 IT 산업 전문가와 업계 관계자를 대상으로 한 인터뷰를 활용하여 앞으로 2~3년 내 승부사업으로 적용될 수 있는 유망기술을 선정하였다. 유망성을 가늠하기 위한 평가지표로 3년 후 신기술이 적용된 제품 및 서비스의 시장규모, 주력사업의 핵심 제품에 대한 대체 가능성, IT 산업 트렌드에 대한 적합성(디지털화 및 융합화) 등을 고려하였다.
그 결과 디지털가전 산업의 HD급 DVD, 디스플레이 산업의 저온폴리(LTPS), 이동통신 산업의 TV폰, 통신서비스 산업의 TPS(Triple Play Service), 부품 산업의 마이크로 연료전지, 반도체 산업의 바이오칩 및 RFID 등 7가지 기술이 2004년 이후 IT 산업의 경쟁구도를 변혁시킬 유망기술로 선정되었다.
이하에서는 2004년 예상되는 이들 7대 유망기술의 상용화 움직임, 해당 산업에 미치게 될 파급효과 등에 대하여 기술 분야별로 살펴보고자 한다.
1. 상용화 앞당겨지는 HD급 DVD
차세대 광 저장매체 기술인 HD급 DVD (Digital Versatile Disc)를 둘러싸고 소니를 중심으로 한 블루레이(Blu-ray) 진영과 도시바 및 NEC를 중심으로 한 AOD(Advanced Optical Disc) 진영 간의 주도권 쟁탈전이 본격화되고 있다.
경쟁의 서막은 소니에 의해 올려졌다. 2003년 4월 10일 소니는 블루레이 디스크 레코더 ‘BDZ-S77’을 발매하였는데, 고화질 디지털 위성방송의 녹화, 재생을 위해 새롭게 개발된 이 제품은 저장 용량이 23기가바이트에 달하는 HD급 DVD ‘블루레이 디스크(Blu-ray Disc)’를 저장매체로 사용한다는 점 때문에 세계적인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 제품의 상용화를 계기로 블루레이 진영은 HD급 DVD 상용화와 관련된 주도권 경쟁에서 중요한 고지를 점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AOD 진영 역시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2003년 11월 28일자 일본경제신문은 DVD 포럼에서 AOD 진영의 주도기업인 도시바와 NEC가 공동으로 제안한 대용량 광디스크를 차세대 HD급 규격으로 최종 승인했다고 보도한 것이다. DVD 포럼은 전세계 220여개의 전자업체 및 영화사로 구성된 DVD 표준 인증 기관으로서 HD급 DVD 표준화와 관련하여 영향력을 높여가고 있다.
2004년 신제품 출시 이어질 듯
2003년 중 촉발된 HD급 DVD의 표준화 경쟁은 2004년에는 상용제품 본격 출시를 계기로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AOD 진영의 양대 산맥인 도시바와 NEC는 상반기중 제품 출시를 서두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블루레이 진영에서도 마츠시타가 연초에 소니보다 가격 경쟁력이 우수한 제품을 출시하겠다고 밝힌 바 있으며, 국내의 LG전자와 삼성전자 역시 빠르면 상반기 내에 HD급 DVD를 출시할 계획으로 있다. 물론 최초의 상용제품을 출시했던 소니는 제품라인을 보다 다양하게 가져갈 것으로 보인다.
결국 2004년에는 HD급 DVD 제품이 대거 출시됨에 따라 시장에서 고객에게 인정 받는 승자만이 살아 남게 되는 본격적인 사실상의 표준(De Facto Standard) 경쟁이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상용 제품간의 성능 경쟁으로 HD급 DVD의 상용화는 앞당겨질 것으로 예상되며, 경우에 따라서는 기존 DVD 관련 산업에서 형성되었던 경쟁구도가 재편될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HD급 DVD의 확산 배경
디지털 방송이 본격화되면 기존 DVD의 저장용량은 한계에 부딪히게 된다. 고화질 HDTV 방송을 녹화할 경우 불과 20분 정도면 저장용량이 바닥나기 때문이다. 고화질 HDTV 방송으로 영화 한편을 녹화하려면 22기가바이트 이상의 저장용량이 소요되어(일본의 고화질 디지털 위성방송 프로그램 2시간 기준, 초당 정보량 24메가바이트 적용), 적어도 기존의 DVD가 5장 이상은 필요하다. 따라서 본격적인 디지털 방송시대의 도래와 함께 HD급 DVD의 탄생은 불가피한 것으로 보여진다.
기존 반복기록계 DVD 시장의 성장 지연도 HD급 DVD의 조기 도래를 촉진하는 요인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90년대 후반 DVD의 상용화 이후 주로 재생 전용(DVD-ROM) 및 1회 저장용(DVD-R)의 제품만 활기를 띠었을 뿐 반복기록계 DVD 시장은 본격적인 성장기를 맞이하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 중의 하나는 반복기록계의 경우 DVD-RW, DVD RAM, DVD+RW 등의 규격이 난립하여 막상 소비자들이 구매하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반복기록계 DVD의 부진에 따른 DVD 산업의 성장 한계를 극복한다는 면 이외에도 선진기업들의 차별적인 기술력 제고 등 다양한 배경에 의해 HD급 DVD의 확산 속도는 예상보다 빨라지고 있다.
국내기업 경쟁력 강화의 기회
차세대 기술을 개발하고 상용화하기 위해 기업들은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여 치열한 개발 및 규격 경쟁을 벌이지 않으면 안된다. 따라서 이는 기업들에게 큰 부담을 주지만 새로운 변화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양면성을 갖고 있다.
다행히 국내기업의 경우 HD급 DVD를 통해 기존의 경쟁력을 더욱 강화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2002년 기준으로 국내 LG전자와 삼성전자는 세계 DVD 기기 시장에서 1, 3위를 차지한 것으로 추정되지만 반복기록계 부문에서는 열세를 면치 못했다. 아직 반복기록계 비중이 전체 DVD 기기의 2%인 4백만대에 불과하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었다. 그러나 2003년에는 반복기록계 시장의 비중이 10%를 상회했으며, 2004년에는 20%까지 증가해 약 4천6백만대 정도의 규모를 형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2004년에는 국내기업들이 복합 제품 출시와 HD급 DVD 상용화라는 양동작전으로 기존의 반복기록계 부문 시장지배력을 강화하는 데 역점을 두어야 할 것이다. 더불어 기존의 반복기록계 시장을 HD급 DVD로 조기에 전환시키는 일도 추진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2. 소형 디스플레이의 새로운 키워드, 저온폴리 기술
휴대용 정보기기의 고속 성장과 더불어 이에 탑재되는 디스플레이의 고성능화 및 경량 박형화에 대한 니즈가 증가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디스플레이의 컬러화가 주요 차별화 요인이었으나, 컬러 STN-LCD 및 TFT-LCD의 공급 확대 및 가격 하락으로 인해 모바일 기기의 컬러화 비중이 급속히 커지면서 단순한 컬러화는 더 이상 차별화 요인이 아니다.
휴대폰 단말기의 경우 2002년 20%를 조금 상회하던 컬러화 비중이 2003년에는 50%를 넘어선 것으로 파악되고 있으며 PDA도 2002년 60%에 이르던 컬러화 비중이 2003년에는 80%를 넘어섰다. 이에 따라 2004년부터는 디스플레이의 새로운 차별화 경쟁이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2004년에는 보다 얇고 가벼운 디스플레이, 낮은 소비전력과 높은 해상도로 밝고 선명한 화질을 구현할 수 있는 디스플레이가 경쟁의 핵심 키워드가 될 것이다.
이러한 조건을 만족시킬 수 있는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로는 저온폴리가 가장 유력시 된다. 저온폴리 기술은 현재 TFT-LCD에 일반적으로 적용되고 있는 비정질 실리콘에 추가적인 결정화 공정을 거쳐 박막 트랜지스터를 형성하는 기술이다. 저온폴리는 비정질에 비해 전자 이동도가 높아 구동 IC를 기판에 내장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주변 회로부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어 보다 얇고 더욱 가벼운 기기를 만들 수 있게 한다. 또한 박막 트랜지스터의 크기가 작기 때문에 화면의 개구율이 높아져 비정질 TFT-LCD 기판에 비해 같은 소비전력으로 보다 밝은 화면을 제공할 수 있다. IC를 부착하는 데 따른 탭 피치의 제한이 없어 해상도를 높이는 데에도 유리하다.
저온폴리 기술은 90년대 말부터 일본 기업들을 중심으로 적극적으로 도입되기 시작한 이래 소형 분야에서 점진적으로 시장을 넓히고 있다. 저온폴리 기술을 선도하는 기업으로는 TMD(Toshiba Matsushita Display)와 ST-LCD(Sony-Toyota LCD)를 꼽을 수 있으며, 이 외에도 저온폴리와 유사하지만 약간 성격이 다른 CGS 기술에 주력하고 있는 Sharp가 있다. 이들은 궁극적으로 SoD(System on Display : CPU, 메모리 등 모든 회로를 기판 위에 집적)를 지향하면서 회로의 집적도 향상에 주력하고 있다.
2004년 본격적인 시장 확대기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
소형 디스플레이 사업에 적극적인 일본의 메이저 기업들이 저온폴리 기술을 선택함에 따라서 성능뿐만 아니라 실제 공급 측면에서도 저온폴리의 대폭적인 성장이 기대된다. 따라서 2004년에는 저온폴리의 휴대폰 및 PDA 채용률이 각각 10%와 60%를 상회하면서 본격적인 시장 확대기에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도이치 증권은 소형 분야에서 일본 메이저 기업들의 비정질 기반 디스플레이 생산량은 2005년에도 2002년에 비해 큰 변동이 없는 반면 저온폴리 기반 디스플레이 생산량은 4배 가량 증가해 저온폴리가 생산설비 확장을 주도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반면 국내 기업들은 아직 차세대 소형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시장 지배력이 높지 않으며 중대형 중심의 경쟁력 강화 패턴으로 인해 비정질 기반의 기술 및 원가 경쟁력이 매우 높다. 결과적으로 저온폴리 기술 및 시장성에 반신반의하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었던 비정질 TFT-LCD로도 2인치급에서 QVGA(240x320)의 해상도가 최근 실현됨에 따라 저온폴리의 차별화 요인이 약화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저온폴리가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지 않는 한 시장 성장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저온폴리에 대한 국내 기업의 관심이 시급
이렇듯 국내 기업들은 저온폴리 기술에 있어서 아직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지 않지만, 저온폴리 사업에 일찍 진출한 일본 기업은 이미 2인치급 저온폴리에서 비정질 대비 원가 경쟁력을 확보한 상태로 알려지고 있다. 또한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저온폴리 위주의 Capa 확장이 원가 하락을 가속시켜 저온폴리의 경쟁력 확보 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또한 저소비전력의 장점과 함께 고해상도 PDA(3~4인치급 VGA 해상도)의 경우에는 앞으로도 상당기간 저온폴리만으로 구현이 가능하다는 강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저온폴리의 차별화 요인은 지속될 것으로 판단된다. 최근 많은 관심을 모으고 있는 유기EL을 모바일 기기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저온폴리 기술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사실도 저온폴리의 중요성을 반증한다. 비정질 박막 트랜지스터는 소자 특성이 유기EL을 구동하기에 충분하지 않으므로 유기EL이 휴대폰 메인창으로 적용되기 위해서는 저온폴리 기술이 우선 확보되어야 한다. 따라서 국내 기업들이 소형 디스플레이 분야까지 적극적으로 시장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저온폴리 기술에 대한 대응이 시급한 상황이다.
3. 휴대폰의 또 다른 변신을 가져올 TV폰 기술
이동이 잦은 현대인에게 휴대폰은 이미 필수품이 되었다. 특히 국내의 경우 이동통신 가입자가 전체 인구의 70%에 달하는 3,000만을 넘어서고 있으니, 아이들을 제외한 대부분이 휴대폰을 보유한 셈이다. 휴대폰은 항상 휴대하며 수시로 사용하는 만큼 휴대 및 사용의 편의성 차원에서 발전을 거듭하고 있으며, 그 이면에는 다양한 기술들이 적용되고 있다. 휴대폰의 소형화를 위해서 다수의 반도체 칩을 하나의 칩으로 구현하는 SoC(System on a Chip) 기술이 사용되었으며, 보기 편한 화면을 만들기 위해 컬러 LCD 기술이 사용되었다.
그리고 최근 들어서는 휴대폰에 다양한 기능이 추가되면서, 다른 제품에서 사용되던 기술들까지 휴대폰에 접목되고 있다. 특히 카메라폰의 경우 카메라에 사용되던 광학 기술, 디지털 영상처리 기술 등이 휴대폰에 접목됐는데, 언제 어디에서나 간편하게 사진을 찍어 전송하는 바람에 소비자에게 크게 어필했다. 작년의 경우 카메라폰이 전체 물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월에는 24%에 불과했으나, 10월에는 72%로 증대되었다. 그렇다면 2004년에는 과연 어떤 기술이 휴대폰에 접목되어 새로운 히트 상품을 탄생시킬까?
TV폰 기술이 휴대폰의 Key Technology로 부상
휴대폰에 적용될 새로운 기술로 TV폰 기술, MP3 기술, 3D 기술 등이 최근 관심을 끌고 있다. 이들 기술 중에서 TV폰 기술은 TV방송이라는 Killer Application이 이미 존재하고, 기술적으로 구현이 쉬우면서도, 이동 중 TV 시청 기능을 가진 경쟁 제품이 적어 가장 유망한 기술로 꼽히고 있다. 또한 TV폰에 대한 소비자들의 니즈도 큰 것으로 나타나고 있는데, TBS 등 일본 기업들의 공동 조사결과에 의하면 일본 소비자들의 휴대폰을 통한 TV 시청 의도는 86.6%로 나타났다. 출·퇴근하며 차안에서 보내는 지루한 시간이 TV폰을 통해 유익하고 즐거운 시간으로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움직임을 이미 포착한 NEC, Nokia, LG전자, 삼성전자 등 휴대폰 제조 기업들은 TV폰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으며, 상용화된 제품도 일부 출시되고 있다.
그렇다면 시장 기회가 충분한 TV폰이 왜 아직 활성화되지 못했을까? 우선 휴대폰 제조 기업들은 소비자가 다양한 기능이 복합된 고가의 휴대폰을 선호할 지에 의문을 갖고 있었다. 그리고 TV폰 사용을 위해 필수적인 방송 서비스가 충분히 발전하지 못했다. 무선 인터넷을 통해 TV를 시청하려면 1시간 드라마 시청에 1만5천원 정도의 비싼 요금을 지불해야 했는 데다, 지상파 방송은 이동 중에 수신 감도가 떨어지는 단점까지 있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TV폰 활성화에 필요한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기업들이 카메라폰의 성공 이후 다기능 휴대폰의 성공 가능성에 확신을 가지게 되어, 다른 제품의 기능을 추가한 휴대폰 출시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게 되었다.
또한 이동 중 TV 시청을 위한 디지털 방송인 DMB(Digital Multimedia Broadcasting)서비스가 한국과 일본에서 올해부터 본격화될 예정이며, 유럽 등의 지역으로 점차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의 경우 SK텔레콤 등의 서비스 사업자가 위성 DMB를 연내 실시할 계획으로 있는데, 서비스가 실시될 경우 소비자들은 매월 1만원 안팎의 저렴한 요금으로 이동 중에도 선명한 디지털 방송을 시청할 수 있게 된다.
부품, 방송 등 막대한 파급효과 예상
TV폰은 카메라폰에 이어 휴대폰 산업에 활력을 불어넣을 뿐만 아니라 부품, 방송 등 관련 산업의 발전에도 많은 기여를 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디스플레이, 배터리 등 관련 부품 산업의 발전을 촉진시킬 것이다. TV 방송 시청을 위해서는 지금보다는 크고 뛰어난 성능의 디스플레이가 사용되어야 하므로, 그만큼 디스플레이 시장 규모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장시간 TV 시청을 위한 고성능 배터리의 수요도 확대될 것이다. 또한 중장기적으로 볼 때 방송 산업에도 새로운 사업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TV폰에 맞춘 짧은 분량의, 큰 자막을 가진 맞춤형 방송 프로그램 시장이 형성될 수 있으며, 휴대폰의 통신 기능이 방송과 연동된 VOD(Video On Demand)나, 시청자 참여 프로그램 등의 쌍방향 방송 서비스가 활성화될 수도 있다. 그리고 광고에서도 이동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위치기반 광고가 등장할 수 있을 것이다.
과거 카메라폰이 매우 빠르게 시장에 수용된 점을 비춰볼 때, TV폰 역시 그러한 수용 과정을 거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국내 기업들은 TV폰의 성장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비해 초기 주도권 확보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4. 통신·방송의 본격적인 융합, TPS
전화, 초고속인터넷, 디지털 방송 등 우리가 가정에서 사용하는 정보통신 서비스가 다양해지면서 생활이 편리하기도 하지만 이러한 서비스 관련 기기들과 복잡한 배선 때문에 집안이 어지러워지기도 한다. 이렇게 다양한 정보통신 기기들을 통합하고 생활에 필요한 서비스를 한 번에 제공받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TPS(Triple Play Service)라 불리는 통합 서비스가 이러한 소비자의 불편을 해소시켜 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TPS란 전화(음성), 초고속인터넷(데이터), 방송(비디오) 등 중요한 세 가지 정보통신 서비스를 단일망을 통해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것을 의미한다. TPS는 논의만 무성하던 통신·방송 융합을 현실화시키는 서비스라는 점에서 2004년 통신서비스 산업에 돌풍을 일으킬 전망이다.
편리하고 경제적인 서비스
TPS가 각광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는 소비자 측면과 공급자 측면 그리고 정책적인 측면에서 분석해 볼 수 있다. 첫째, TPS는 다양한 통신, 방송 서비스를 One-stop으로 제공하므로 소비자에게는 매우 편리한 서비스이다. 또한 TPS는 개별 서비스의 단순한 번들보다 할인된 가격으로 제공될 가능성이 높아 소비자에게는 경제적인 서비스이기도 하다. 둘째, 공급자 측면에서도 TPS는 혁신적인 서비스가 등장하지 않는 상황에서 기존 서비스를 활용한 서비스로 주목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통해 통신사업자들은 TPS를 성숙기의 통신서비스 시장에서 기존의 가입자를 유지하는 동시에 편리성과 경제성을 원하는 신규 고객을 유치하는 효과적인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 여기에 위성방송과 케이블TV 시장에서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려는 방송 사업자들의 이해가 맞아떨어지면서 TPS는 더욱 활성화될 전망이다. 셋째, 정책적인 측면에서도 정부가 광대역 통합망 (BcN, Broadband convergence Network)을 추진하면서 단일 네트워크로 통신, 인터넷, 방송 등 다양한 서비스를 동시에 제공하는 방안을 계획하고 있어 BcN을 통한 TPS도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HFC 기반의 TPS에 주목
이렇게 다양한 측면에서 주목을 받는 TPS는 이미 현실화되고 있다. KT는 한국디지털위성방송(KDB)과 공동으로 초고속인터넷과 위성 방송이 결합된 서비스의 출시를 앞두고 있다. KT는 이미 유선 전화와 초고속인터넷을 제공하고 있어 여기에 방송 서비스를 추가하여 번들로 제공함으로써 TPS에 한 발 다가서고 있다. 이와 함께 최근 KT는 경기도 부천의 신규 입주 아파트에 초고속인터넷과 IP-TV를 하나의 셋탑 박스를 통해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시범적으로 제공하는 등 IP를 기반으로 한 TPS도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TPS 가운데에서도 가장 각광 받을 것으로 기대되는 것은 HFC (Hybrid Fiber Coaxial) 망을 이용한 TPS이다. 왜냐하면 HFC는 하나의 망을 통해 초고속인터넷과 방송을 제공할 수 있으며 초고속인터넷에 VoIP를 추가할 경우 전화, 초고속인터넷, 방송이 단일 망에서 구현되는 완벽한 TPS를 제공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미 외국에서는 ComCast와 같은 케이블TV 사업자들을 중심으로 HFC를 기반으로 한 TPS를 제공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전국적인 HFC 망을 보유하고 있는 파워콤과 파워콤을 자회사로 둔 데이콤이 이미 전화와 초고속인터넷을 제공하고 있어 TPS에 있어 매우 유리한 위치에 있다. 여기에 데이콤, 두루넷, 하나로 등 후발 사업자가 가격 할인까지 제공할 경우 지배적 사업자들에게는 커다란 위협이 될 전망이다.
산업 간의 경계를 허물며 컨텐츠, 기기 산업에 기여
특히 내년도에는 방송 사업에 대한 대기업 지분제한이 철폐될 것으로 보여 통신-방송 사업자 간의 전략적 제휴와 인수·합병이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환경에서 TPS의 등장은 서비스 측면에서 산업 간의 경계를 빠르게 허물며 경쟁을 더욱 가속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왜냐하면 통신과 방송으로 분리되어 있던 시장의 사업자가 TPS를 중심으로 하나의 시장에서 경쟁을 하게 되고 각 기업들은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기 위해 보다 노력할 것이기 때문이다.
TPS는 통신, 방송 산업 뿐만 아니라 컨텐츠, 기기 산업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TPS를 통한 다양한 상품 번들에 의해 가격 인하가 촉발되면 시장 전체의 규모가 줄어들 위험이 있다. 이러한 위험을 해소하기 위해 TPS를 제공하는 사업자들은 컨텐츠와 같이 줄어든 매출을 상쇄할 수 있는 부가 서비스에 집중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TPS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통합 셋탑 박스와 같은 새로운 기기가 필요하게 됨으로써 향후 장비 산업의 활성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5. 이동형 전원의 혁신, 마이크로 연료전지(Micro Fuel Cell)
연료전지란 수소와 산소의 화학적 반응을 통해 전기 에너지를 생산하는 에너지 시스템을 말한다. 석유경제를 대체할 차세대 에너지 시스템으로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은 물론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수소경제(Hydrogen Economy)도 실상은 연료전지에 기반을 두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무공해에다 넓은 전력생산 범위, 뛰어난 이동성 등 다양한 장점을 지닌 연료전지는 발전용, 자동차용, 휴대기기 전원용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이미 오래 전부터 꾸준한 연구개발 노력이 이어져 왔다.
2차전지의 최대 10배 용량
현재 연료전지 중 실용화에 가장 근접한 분야로는 소규모 발전용(가정 및 상업용) 및 휴대기기 전원용을 들 수 있다. 이중에서도 마이크로 연료전지(일반적으로 출력 50와트 미만)로 불리는 휴대기기 전원용은 별다른 정책 지원이 없었음에도 수요 환경의 성숙과 급속한 기술 발전에 따라 실용화가 가장 빨리 진전되어 제품화를 눈앞에 두고 있다.
마이크로 연료전지는 1990년대 IT산업에서의 이동성 강화에 따라 이동형 전원시스템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면서 개발이 시작되었지만, 경제성 및 소형화의 문제로 실질적인 개발 분야는 군사용 등 특수 용도에 국한되어 왔다. 그러나 휴대기기의 고성능·다기능화로 전력 소요량이 늘면서 지속적인 전원 공급에 대한 요구가 크게 높아졌고, 이에 따라 노트북 컴퓨터, 휴대폰 등 관련 기업들의 마이크로 연료전지 개발이 시급한 과제로 대두되었다. 마이크로 연료전지의 전지 용량은 이론상 현재 이동용 전원의 주력 제품인 리튬이온 2차전지의 10배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한 카트리지를 이용할 경우 충전도 간편하게 할 수 있어 실용화만 이루어지면 기존 2차전지의 아성을 충분히 위협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마이크로 연료전지가 가장 먼저 채용될 것으로 보이는 분야는 노트북 컴퓨터이다. 노트북 컴퓨터는 전지 용량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이 가장 높은 데다 연료전지 탑재(내·외장)가 비교적 용이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NEC, Toshiba, Smart Fuel Cell 등은 이미 시제품 개발을 거쳐 2004년 중 연료전지를 탑재한 노트북 신제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NEC의 경우 연료전지가 내장된 제품으로 연속 구동시간 5시간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2005년에는 40시간을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노트북 컴퓨터 이외에도 마이크로 연료전지 탑재는 휴대폰, 캠코더, 디지털 카메라, 전동공구, 청소기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시도되고 있다. Ballard Power Systems, MTI Micro Fuel Cells 등 연료전지 전문기업은 물론 Sanyo 등의 2차전지 기업, 그밖에 Motorola, Sony, Hitachi 등 전자기업들이 휴대기기 각 분야에서의 주도권 확보를 위해 치열한 개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휴대폰용 전원 개발이 성장의 관건
이동성이 중시되는 최근 IT산업에 있어서 이동형 전원은 흔히 심장에 비유될 정도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현재까지는 이 역할을 2차전지가 주로 담당해 왔으나 마이크로 연료전지가 등장함에 따라 이동형 전원의 경쟁구도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동용 전원의 최대 시장인 휴대폰 분야에서 마이크로 연료전지가 얼마나 빨리 경쟁력을 확보하느냐에 따라 경쟁구도 변화의 시기가 달라질 것이다.
현재까지 마이크로 연료전지는 가격, 안전성, 소형화 등의 측면에서 2차전지와 확연한 경쟁력 격차를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노트북 컴퓨터의 예에서 보듯이 최근의 기술발전 속도를 고려한다면 이러한 경쟁력 격차는 2∼3년 내에 해결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소형화에 적합한 것으로 알려진 직접메탄올형(DMFC) 기술의 급속한 발전은 마이크로 연료전지의 채용 전망을 한층 밝게 해주고 있다. NEC 등 많은 기업들은 신소재, 나노테크놀로지 등 첨단 기술의 적용을 통해 DMFC형 연료전지의 소형화, 고성능화는 물론 가격경쟁력 향상까지도 도모하고 있다.
휴대기기 제품의 보급률이 포화 상태로 치닫는 가운데 기업들의 신제품 개발 경쟁이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마이크로 연료전지가 전원 공급 시스템의 획기적 개선을 통해 IT산업에 새바람을 불러일으킬 것인지 기업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6. 퓨전 기술 시대를 이끌 바이오칩
정보기술(IT)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면서, IT 기업들이 눈을 돌린 곳이 바로 IT를 바탕으로 하는 바이오산업이다. 이미 1990년대 중반부터 IBM, Motorola, Compaq, Hitachi 등 주요 IT 기업들은 새로운 시장 돌파구로 BT를 선택하고 IT-BT 융합 분야에 전략적 투자를 수행해 왔다. 바이오인포매틱스(Bioinformatics), 바이오칩(Biochip) 등으로 대표되는 IT-BT 융합 분야의 발전은 바이오산업에도 크나큰 혁신을 가져와, 최근 인간지놈프로젝트의 완성에도 지대한 역할을 하였다. 특히 바이오칩(Biochip)은 BT, IT, NT 등 소위 차세대 미래 기술이 모두 융합되는 대표적인 제품으로, 융합 기술을 통한 제품화 성공 모델을 제시할 분야로 주목받고 있다.
막대한 파급 효과 지닌 유망 시장
바이오칩은 유리나 플라스틱 같은 고체 기판 위에 DNA, 단백질 등 생물학적 유기물을 집적시킨 것으로, 반도체 칩 제조 기술을 응용한 것이다. 반도체칩 위에서는 수백만 번의 수학적 연산이 일어나지만, 바이오칩 위에서는 유전자 정보를 읽어내는 등 생물학적 반응이 일어나는 것이 다른 점이라고 할 수 있다.
바이오칩 기술은 포스트 지놈 시대를 맞이하여 관련 연구에 따라 얻어지는 방대한 양의 생물정보 분석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으며, 이외에도 임상 진단이나 신약 개발 등 제약·의료 분야에서 가장 활발히 개발, 응용되고 있다. 향후에는 식품 내의 병원균 검출, 환경 모니터링 등 식품·농업·환경 분야로도 그 응용 범위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같은 바이오칩의 파급 효과를 바탕으로, 각 시장조사기관에서는 바이오칩 시장에 대해 긍정적 전망을 내놓고 있다. Frost & Sullivan에 따르면 2000년 5억 3천만 달러였던 세계 바이오칩 시장은 2004년 33억 달러 규모로 급팽창할 것이라고 한다.
현재 바이오칩 시장에는 Affymetrix를 비롯한 바이오테크 기업들과 Motorola, Agilent Technologies 등의 IT 기업들이 참여하고 있다. Motorola의 경우는 1998년 설립된 Motorola Biochip Systems를 중심으로 바이오칩 시장에 본격적으로 참여하고 있으며, Agilent Technologies는 자체 연구뿐 아니라 Caliper Technologies 제품의 판매 제휴를 통해 랩온어칩(Lab-on-a-chip) 분야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처럼 바이오칩 개발을 위한 기업들의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면서, 신약 개발·임상 진단 등의 분야에서 바이오칩의 상용화가 이루어지고 있다. 현재 바이오칩 시장의 대부분은 DNA칩 등 연구개발용 제품이 차지하고 있으나, 향후 2~3년 이내에 진단용 칩의 상업화가 진전되면서 점차 단백질칩, 랩온어칩 등의 비중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DNA칩과 Bio-MEMS(Micro Electro Mechanical System)기술의 융합을 통해 작고 저렴한 고속탐색시스템(High-Throughput) 관련 시장이 본격적으로 발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IT 기술 발전의 기폭제 역할
향후 IT-BT 융합 기술은 단순한 임상 진단 키트나 연구개발용 제품의 생산에서 벗어나, 약물 전달용 로봇, 인공 장기 등의 생체 이식용 칩 등에도 확대 응용될 전망이다. 특히 바이오칩 기술은 e-Health(인터넷 보건의료)로 대표되는 새로운 보건의료서비스를 가능하게 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보인다. 가까운 미래에 현실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e-Health 환경에서는 재택 원격의료가 활성화되면서 환자 모니터링용 센서, 휴대용 원격 의료기기 등의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보이며, 이들 제품의 개발에 바이오칩 기술이 기본적으로 이용될 것이다. 이미 생체 이식용 칩은 인공 귀, 전자 혀, 인공 망막 등의 분야에서 응용, 개발되고 있다. 더 나아가서는 뇌 이식용 칩이 개발되어, 인간의 지적 능력이나 운동 신경을 증강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와 같이 바이오칩 기술의 응용 범위는 무궁무진하여, 아직도 생각하지 못한 응용 분야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궁극적으로는 바이오칩의 기술 개발이 진전되면서 정보처리 기능을 수행할 새로운 형태의 바이오 컴퓨터의 개발도 가능해질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즉, 현 시점에서는 주로 바이오산업의 관점에서 바이오칩 제품 개발이 진행되고 있으나, 향후 바이오칩 기술은 IT기술 발전의 촉매제로서 그 역할을 넓혀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첨단 기술의 진화와 융합을 활용하는 능력이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한 주 원동력이라는 것을 명심하고, 관련 기업들은 그에 맞는 대비책을 차근차근 준비해 나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7. 유통 패러다임 뒤흔들 전자 꼬리표 RFID
스마트태그, 또는 전자태그로도 불리는 RFID (Radio Frequency Identification)는 쉽게 말해서 현재 제품에 일반적으로 부착되어 사용되고 있는 바코드의 뒤를 이을 것으로 예상되는 차세대 기술이다. 강력한 무선 주파수를 발산하는 깨알만한 반도체칩에 제품의 생산/유통/가격 등 각종 정보를 저장하고 이를 무선 리더기를 통해 읽어 들이는 방식이다. RFID는 기존 바코드에 비해 많은 양의 정보를 저장할 수 있으며 인식거리 또한 1.5~27m로 매우 길고 금속을 제외한 장애물의 투과도 가능하다.
RFID의 활용 분야는 물류/유통 관리, 보안, 출입통제, 인물/동물 추적, 요금 징수, 위조지폐 방지 등으로 매우 다양하다. 예를 들면 RFID는 도서관이나 서점에서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 도서출납에 이용함은 물론 이용자가 읽다가 책상 위에 그대로 책을 올려놓거나 잘못된 위치에 책을 꽂아놓는 경우 이를 판독기가 순식간에 확인하는 것이 가능하므로 장서관리 및 자료 정리의 효율성이 극대화된다.
심지어는 RFID가 사람들의 피부 속에 이식되어 신용카드를 대체할 날도 올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ADS社는 얼마 전 특수 주사기로 간단하게 손등의 피부 밑에 삽입할 수 있도록 설계한 RFID 칩을 발표했다. 손등에 심어진 칩을 통해 ATM기에 손바닥을 대면 현금을 뽑을 수 있거나 신용결제를 손쉽게 처리할 수 있는 생체 금용 서비스 시대를 열겠다는 것이다. 이는 신용카드 분실 등에 따른 위험을 감소시키고, 홍체 및 지문 인식 등의 생체인식 기술과 접목하여 보다 안정적인 금융거래환경을 조성하는 데 일조할 것으로 판단된다.
RFID의 파급효과는 유통분야에서부터 가시화
그러나 무엇보다 RFID 기술의 파급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되고 있는 분야는 유통이다. 할인점에서 판매되는 제품에 바코드 대신 RFID가 장착된다고 가정해보자. 현재의 바코드는 일일이 스캐너를 갖다대야 제품 정보가 입력되지만 RFID는 판독기가 1초에 수백개 제품의 무선 전파를 인식하는 방식이므로 계산 시간을 획기적으로 절약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별도의 계산원이 필요 없다. RFID가 부착된 물건을 카트에 담아 계산대만 통과하면 물건 가격이 자동으로 집계되기 때문이다. 또한 상자 속의 제품을 일일이 열어서 확인할 필요없이 리더기를 통해 한번에 입력 가능하기 때문에 착오를 줄이고 재고처리와 관련한 노동비를 절감 할 수도 있다.
실제로 올 6월 세계 최대의 유통기업인 미국 월마트는 2005년부터 자사의 물류 시스템에 RFID를 도입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2004년 파일럿 테스트에 이어 2005년 1월부터 지역적으로 이를 시행, 2006년 1월까지는 전매장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1984년 월마트의 전폭적인 바코드 도입이 바코드 확산의 기폭제가 되었던 것처럼 월마트의 RFID 시스템 도입은 RFID 시장을 확대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영국의 테스코도 2005년부터 RFID를 실제 사업에 적용할 계획이다.
RFID 확산의 최대 걸림돌은 가격이다. 물론 세계적인 표준의 조기 확립이나 사생활 침해 논란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으나, 이에 앞서 RFID의 가격 경쟁력이 확보되어야 한다. 현재 RFID 칩의 개당 가격은 20~30센트 정도로 고가의 차량이나 가전제품, 화장품이라면 몰라도 모든 소매 제품에 이를 적용하기에는 여전히 비싼 편이다. 업계는 칩 가격이 개당 5센트 이하로 떨어져야 수익성을 맞출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RFID 기술에 맞도록 모든 유통 및 전산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비용은 더욱 올라간다는 계산이다. 미국의 AMR 리서치는 RFID 칩과 판독기는 물론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등의 인프라 개발에 소요되는 기술 투자가 Y2K보다 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투자부담 불구하고 효용이 더욱 클 전망
생산과 재고관리, 물류와 유통에 있어서 막대한 양의 정보를 순식간에 처리할 수 있게 해주는 RFID 기술은 경영 효율성 제고 차원에서 정확한 가치 산정이 쉽지 않지만 업계의 의지 및 원가 하락 전망을 고려해 볼 때 비용보다는 효용이 클 것으로 판단된다. 일례로 월마트는 RFID 시스템 도입을 위해 수년간 30억 달러의 비용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는데, 시스템이 완료될 경우 연간 84억 달러의 비용이 절감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TI, 히타치, 인피니온, 필립스와 같이 RFID 칩 개발에 앞장서고 있는 기업들은 내년 중으로 10센트 이하 가격대의 상용 칩을 출시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으며 2006년 정도면 바코드 수준의 원가 경쟁력이 확보될 것이라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제기하고 있다. 따라서 2004년에는 유통분야에서 RFID의 시범 사업이 주류를 이룬 후 2005년부터는 본격적인 성장기에 돌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