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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부터 장애등급 심사 대상자가 전체 신규 등록장애인으로 확대돼 올해 장애등급심사 대상자 19만 명보다 8만 명이 늘어난 27만 명이 심사를 받을 것으로 예상한다.
올해 뇌병변장애 판정기준으로 도입돼 '개악' 논란을 일으킨 수정바델지수는 내년 3월에 일부 항목을 개선해 시행될 예정이다. 하지만 의학적 기준의 장애등급 판정기준을 그대로 두고 장애유형 간 형평성만을 고려해 개선하는 것은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장애등급 심사제도는 2007년 4월 중증장애수당 신규신청자를 대상으로 처음 시행됐다. 이후 2009년 10월 활동보조서비스 신규 신청자, 올해 1월 1~3급 신규 등록장애인과 기존 등록장애인 중 장애인연금과 같은 서비스를 새로이 신청하는 사람으로 꾸준히 대상자를 확대해왔다.
보건복지부(장관 진수희, 아래 복지부)는 장애등급 심사제도 확대에 대해 그동안 “꼭 필요한 사람에게 더 많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필요하다”라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복지부는 2009년 12월 ‘2010년 장애등록제도 개선 안내’에서 중증장애수당 대상자에 대한 장애등급심사 결과 장애등급하락률이 2007년 32.0%, 2008년 33.3%, 2009년 29.3%로 지속적으로 유지되고 있지만, 심사 대상이 일부 중증장애인으로 한정돼 “등급부여의 관대화 및 허위·부정 장애등록 방지 강화”를 위해서는 장애등급심사 확대가 필요하다고 각 지자체에 안내했다.
장애인연금 시행을 앞둔 6월 17일에는 '장애등급제도 국민적 신뢰 회복 시급'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내고 "장애등급심사 결과 장애등급이 36.7%가량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라면서 "장애등급심사는 장애등급판정 기준에 의한 공정하고 객관적인 장애등급 부여로 장애인복지 제도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회복함으로써 장애인복지를 지속적으로 확대·강화할 수 있는 기반 조성에 기여한 것"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연도별 심사건수, 등급변화 내역>
(2010.7.31 현재, 단위 : 건)
구분 |
총계 |
등급결정비교 |
확인불가 |
결정보류 | |||
계 |
상향 |
동일 |
하향 | ||||
계 |
168,164 |
163,476 |
662 |
106,858 |
55,956 (33.3%) |
743 |
3,945 |
2010년 |
89,047 |
86,487 |
353 |
59,909 |
26,225 (29.5%) |
488 |
2,072 |
2009년 |
37,230 |
36,281 |
80 |
22,396 |
13,805 (37.1%) |
155 |
794 |
2008년 |
26,683 |
25,924 |
103 |
15,430 |
10,391 (38.9%) |
71 |
688 |
2007년 |
15,204 |
14,784 |
126 |
9,123 |
5,535 (36.4%) |
29 |
391 |
이에 대해 장애인계에서는 장애등급으로 활동보조서비스, 장애인연금 등 복지서비스의 대상자를 제한하고 있는 현실에서 장애등급심사로 말미암은 장애등급하락은 결국 서비스 대상자를 축소해 예산을 절감하기 위한 것이라며 반발했다.
이와 같은 지적은 사실로 드러났다. 복지부는 ‘2011년 복지부예산 사업설명 자료 - 장애등급심사제도운영’에서 국민연금공단 장애심사센터가 “신속·정확한 심사로 2007년 4월부터 2010년 3월 말 현재까지 약 373억 원의 예산을 절감”했다며 장애등급심사제도 운영예산 증액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한 이 자료에서 복지부는 기존 등록장애인을 대상으로 장애등급심사를 하면 최저 11.2%에서 최대 30%까지 공공요금 등 감면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추정액 자료를 첨부하고, 사업 운영의 기본 방향이 “모든 장애등록대상자(1급~6급) 및 서비스신청자에 대한 등급 판정 실시”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복지부는 앞으로 장애등급심사제도운영 예산이 2011년 153억 원, 2012년 517억 원, 2013년 689억 원, 2014년 988억 원이 필요하다고 내다보았다.
<연도별 장애등급심사제도 운영 예산>
년도 |
장애등급심사제도운영 예산 |
2007년 |
26억 6,680만 원 |
2008년 |
32억 원 |
2009년 |
35억 8,000만 원 |
2010년 |
73억 5,000만 원 |
2011년 |
153억 3,000만 원 |
2012년(요구) |
515억 7,300만 원(장애서비스센터 운영 120억 원) |
2013년(요구) |
689억 3,500만 원(장애서비스센터 운영 240억 원) |
2014년(요구) |
988억 2,700만 원(장애서비스센터 운영 480억 원) |
하지만 장애등급 심사 확대·강화로 중증장애인이 자립생활에 필수적인 활동보조서비스와 장애인연금 등을 받지 못하게 되는 피해 사례가 속출하자, 장애인계는 5월 ‘장애등급제폐지와 사회서비스 권리 확보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아래 장애등급제폐지공대위)를 구성해 장애등급심사뿐만 아니라 장애등급제의 근본적인 개혁을 위한 본격적인 활동에 나선다.
급기야 지난 9월 13일에는 중증장애인 19명이 서울 광진구에 있는 국민연금공단 장애심사센터를 점거하고 ‘장애등급심사 중단과 장애등급제 폐지’를 요구하며 닷새 동안 농성을 벌였다.
농성이 진행 중이던 9월 15일 복지부 최원영 차관은 농성 대표단과 가진 면담 자리에서 “장애등급제의 문제는 당장 어찌할 수 없으나 장애인계와 논의의 장을 만들어 바람직한 대안을 찾아보겠다”라고 약속했고, 그 ‘논의의 장’으로 민관합동으로 구성된 장애인서비스 지원체계 개편 기획단(아래 기획단)이 11월 2일 출범했다.
기획단의 분과위원회 구성 후 지난 12월 1일 처음 열린 제도·총괄분과 회의에서는 복지부 장애인정책과가 마련한 ‘장애등급 심사제도 개선방안’을 놓고 앞으로 논의를 진행하기로 했다.
복지부의 개선방안은 △뇌병변장애 판정기준의 개선 △장애판정 심사의 객관성 제고 △장애인등록 시 제반 편의제공 확대 등을 담고 있다.
뇌병변장애 판정기준 개선은 수정바델지수를 ‘다른 장애유형의 판정기준과 형평성을 고려해 합리적으로 개선’한다는 내용으로 수정바델지수의 일부 항목인 배변·배뇨와 편마비 등에 대한 평가방법 등을 개선한다는 것이다. 현재 대한재활의학회에서 개선 방안을 마련하고 있으며, 의료계 및 장애인계의 의견 수렴을 거쳐 내년 3월 시행할 예정이다.
장애판정 심사의 객관성을 높이는 방법으로 일선 의료기관은 장애 상태에 대한 진단소견만을 제시하고 장애심사센터가 장애판정 기준의 해석 및 장애등급을 부여한다. 즉, 장애진단 업무와 장애등급 부여 업무를 분리하는 것이다.
또한 현재 이의신청 시 복수의 자문의사에 의해 재심사하고 있는데 앞으로는 별도의 장애등급심사위원회를 구성해 심의하도록 하는 내용도 담겨 있다. 장애등급심사위원회는 의료전문가, 복지전문가와 관계공무원 등으로 구성하되 장애인계가 추천하는 복지전문가 등도 참여한다.
이 밖에도 이의신청 기준 및 절차 등에 대해 반드시 본인에게 안내토록 의무화하고 심사결과에 이의가 있어 대면심사를 희망하는 경우 본인이 심사위원회에 직접 참석해 의견을 진술할 수 있도록 했다.
장애인등록 시 제반 편의제공 확대는 장애인등록관련 제출서류 간소화, 장애인 등록관련 제반 편의제공, 장애진단에 따른 비용 부담 완화 등의 내용을 담았다. 따라서 내년 3월께에는 수정바델지수를 포함한 장애등급 심사제도의 개선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장애등급 심사 중단과 장애등급제 폐지를 요구했던 장애인계에서는 정부의 개선방안이 여전히 '미봉책'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 남병준 정책실장은 "장애등급폐지공대위에서 요구했던 것은 전달체계개편을 통한 장애등급제 폐지"라고 지적하고 "정부는 표면적으로 가장 문제가 된 뇌병변장애 판정기준을 개선하는 '미봉책'만을 제시하고 있어 근본적인 문제는 여전히 바뀌지 않았다"라고 강조했다.
남 정책실장은 "장애심사센터 점거에 앞서 국가인권위에 진정했던 장애등급심사 피해자 세 명 중 두 명은 이의신청을 통해 1급 판정을 받았지만, 여수의 김아무개 씨는 이의신청에서도 '의학적으로는 보행이 가능하다'라며 다시 2급 판정을 받았다"라며 의학적 등급 판정의 불합리성을 비판했다.
전남 여수에서 활동하는 김아무개 씨는 활동보조서비스 추가 시간을 위해 장애등급심사를 받았다가 1급에서 2급으로 등급이 하락해, 지난 9월부터 활동보조서비스가 중단됐다. 김 씨는 보행이 불가능하고 오른쪽 세 번째 발가락만이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움직일 뿐이다.
김 씨는 올해 보건복지부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말초신경에 운동신경이 남아 있다는 이유로 등급이 하락했는데, 소아마비를 앓은 세 살 이후로 척추 등 몸이 뒤틀린 상황이라서 몸이 나아질 수 없고 하나의 발가락이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움직일 뿐"이라고 증언한 바 있다.
남 정책실장은 "김 씨는 실제로 보행이 불가능한 몸이라는 것을 의원들에게 직접 보여주기까지 했지만 이런 결과가 나왔다"라면서 "이 사례는 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의학적 관점의 장애등급 판정기준이 가진 문제점을 극명하게 드러낸 것으로, 김 씨뿐만 아니라 앞으로 있을 피해자들을 위해서 앞으로 김 씨가 활동보조서비스 등 필요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만들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애인서비스 지원체계 개편 기획단 부단장을 맡고 있는 전장연 박경석 상임공동대표는 "지난 1일 회의에 제출된 정부의 개선방안은 논의를 위한 안에 불과하며 앞으로 각 분과에서 '장애등급제 존속 문제' 자체를 놓고 논의를 진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부단장은 "또한 장애서비스 지원체계 개편 시범사업을 실시하는 등 지원체계 개편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현행 장애등급 심사제도는 결국 행정과 예산의 낭비가 될 것이 뻔하다"라면서 "따라서 신규 등록장애인에 대한 심사는 어쩔 수 없더라도 기존 등록장애인에 대한 심사는 중단되어야 한다는 의견을 전달했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