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세상을 살면서 ‘언젠가는’ 이라는 수식어를 늘 달고 산다.
언젠가는 눈 내리는 雪景이 아름다운 한라산에 올라
그 멋진 풍경을 카메라에 담겠다는 생각을 한지도 꽤나 됐다.
세월호 사건으로 세상이 온통 들썩이고 있는 요즈음이지만, 사실은 나도 이전까지는
그 세월호를 마음에 늘 담고 있었다.
“인천에서 배를 타고 출발하여 선상에서 하루를 보내면서 통터오는 제주도의 아침을 맞이해 보리라.”
선상에서의 멋진 불꽃 이벤트와 쇼도 함께 음미하면서 붉게 터져오는 동녘의 하늘을
카메라에 담고 싶다는 얘기를 지인들과 자주 하곤 했었다.
더구나 어떤 지인(知人)이 한라산 山中에 아담하고 예쁜 컨테이너 집을 지어놓았으니
와서 마음껏 이용하라는 권고가 달콤하여 그 ‘언젠가는’ 이라는 단어가 마음속에 살아있었는데,
덜컥 세월호 사건이 터지고 말았다.
초롱초롱한 그 아이들이 공부에 지치고 힘든 마음을 재학 기간중 단 한번, 그 수학여행을 통해서
잠시라도 동화 같은 휴식을 꿈꾸면서 올랐던 수학여행길에 참변을 당했으니 어찌 안타깝지가 않으랴.
대한민국에서 숨 쉬고 있는 모든 이들이 부모의 마음으로 안타까워하며
그아이들이 지금이라도 활짝 웃으며 부모의 품으로 와락 달려올 날을 기원하고 있지만
현실은 점점 더 안타깝게 변해 가고 있다.
지금도 ‘팽목항’에서 돌아오지 않는 아이들을 목 놓아 부르는 부모들의 애처러운 모습을
메스컴을 통해 보면서 마음으로 같이 아파하고 있다.
“하늘이여, 그들에게 안전한 징검다리를 놓아 주시어 그 징검다리를 사뿐히 즈려밟고 오게 해 주소서”
<제주도를 향하여>
늘 퍽퍽하고 지루하기만 한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고자 내가 알고 있는 여행 동호회를 통하여
제주도 한라산 등반을 하기로 하였다.
수학여행차 세월호에 탔던 그 아이들이 그토록 가보고 싶어 했던 제주도.
그 곳을 가보기로 하였는데 마음 한 구석에는 왠지 모를 알싸함으로 가볍지 않은 발걸음을 하게 했다.
제주도 한라산을 오르면서, 세월호에서 희생된 그 아이들의 영혼을 위해 기도하겠다는 마음으로 출발했다.
출발 전, 기상을 체크해 보니 당일 날, 남부지방을 비롯한 제주도에는 많은 비가 오겠다는 예보를 접하였다.
새벽잠도 설친 채 김포공항에서 아침 일곱 시 비행기를 탔다.
한시간 가량 구름 위를 날아 제주공항에 도착해 보니 늦은 봄비가 주룩주룩 내리고 있었지만
제주도를 찾은 여행객들로 인해 분위기만큼은 살아있었다.
군에서의 동기생 세 부부가 이번 여행길에 함께 하게 되었는데,
사실 평소 교류가 많은 편은 아니어서 혹 서먹하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은
제주도에 도착하면서 기우(杞憂)일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