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범사에 그를 인정하라 그리하면 네 길을 지도하시리라(6)
"엄마, 영어선생님이 나더러 너네 엄마 너 낳고 참 기뻐했을텐데 나 때문에 하고싶은 일 못해서
속상하시겠대."
학교에서 돌아온 녀석이 화장실 문을 열고 앉아 똥 누다말고 툭 던진 말에 나는 깜짝 놀라 화장실
문 앞까지 쫓아간다.
"그게 무슨 말이니? 영어 선생님이 왜 그런 말씀을 해?"
이럴 때 엄마들은 매우 조심스럽게 대화를 이끌어야 한다.
자칫하면 아이를 잘못 지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말 한마디에도 한 생명이 왔다갔다 하기 때문이다.
"영어 선생님이 너 많이 칭찬해 주시잖아. 근데 오늘은 왜 그런 이상한 말씀을 했을까? 너 낳고도
미역국 먹었냐고 했어, 정말? 왜 그런 말씀을 했지?"
잠시 후 녀석이 똥을 다 누고나와 이상야릇한 분위기를 수습한다.
"있지, 내가 영어 시간에 샤프심이 고장나서 설명을 안 듣고 샤프를 고치고 있었거든. 그래서
선생님이 설명 안 듣고 딴짓한다고 그런 거야..."
"그렇지~? 그 선생님이 괜히 그런 말씀 하셨을리가 없지. 네가 딴짓을 했구나... 그거 봐. 엄마가 아침에도
그랬잖아. 잘 못 알아듣더라도 열심히 들으려고 노력하라고, 그럼 점점 들리게 된다고 말야. 근데 네가 딴짓
하니까 선생님이 '열심히 공부하라고 하신 말씀' 이지? 그래,,, 그 선생님 말씀은 바로 '공부 열심히 해라' 잖아.
너도 그렇게 생각하는구나? 그럼 엄마한테 말할 때 잘 이야기 해야지... 네가 딴짓해서 혼났다구... 선생님이
어쩌구 부터 이야기 하면 엄마는 오해할 수 있잖니. 알았지? 그래, 엄마 생각도 영어선생님 생각과 같아요.
다른 무엇보다 네가 지금 해야 할 일은 '공부' 하는 일이지. 오늘은 숙제 뭐니? 사회? 밥 먹고 사회 숙제하고
오늘은 국어 공부 좀 하자. 알았지?"
자신의 실수나 잘못을 스을쩍 감추려고 한 말이 오히려 허점을 드러내고 말았음을 녀석은 금방 인정한다.
녀석의 그러한 태도가 바로 교육의 효과이며 발전인 것을 나는 또 감사함으로 받아든다.
그리고 선생님의 야단침 속에서 선생님과 '한 방향' 으로 향하고 있음을 녀석에게 또 알려주고 녀석이 가야할
방향을 다시 표시해 준다. 하나의 점으로...
오늘 아침 등교길엔 선생님의 말씀 중에서 녀석에게 부정적 자아상을 심을 위험이 있는 말씀 한 마디를 수정해서
보낸다.
"야, 엄마는 너 교육하느라 학교 그만 둔 거 아무렇지도 않아. 오히려 좋지. 다른 사람들이 다 반대했어도 엄마는
그것이 하나님이 원하시는 길이라는 걸 믿고 그만둔 거니까 오히려 좋은 거야. 다른 사람들 눈치나 다른 사람들이
원하는 대로 하는 게 아니라 하나님이 원하시는 대로 살겠다는 결심이었으니까. 너도 엄마처럼 그렇게 해. 다른
애들 눈치보고 다른 사람들 마음에 들게 살려고 하는 노력보다 먼저 '하나님 마음' 에 들게 살려구 말야. 잘 다녀와.
학교 가서 너보다 못한 애들 무시하는 말 하지 말고. 싸우지도 말고, 알았지? 오늘 성경 말씀 기억하고. 하나님을
인정하면 하나님이 네 길을 지도하신다잖아. 하나님이 선생님이 되어주실 거야."
또 길어지는 내 잔소리를 녀석은 늦었다고 달려나가면서 핀잔처럼 '알았어~' 를 집어던진다.
오늘 하루도 녀석의 길을 지도하소서... 주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