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샘 김동환 칼럼-2023.10
환경은 흔들바위는 되어도 기울어지면 안 된다
환경은 여, 야가 없다.
21대 마지막 국정감사가 단풍 물감으로 국토를 채색하고 있다.
한 해 동안 펼쳤던 잎사귀는 찢어지고, 뜯어지고, 병이 들어 스스로 낙하하기도 하지만 결국 수많은 잎사귀는 함께 어울려 자신만의 독특한 색상으로 가을을 그려주고 있다.
이번 2023년 국정감사도 추수한 한 해의 곡식을 헤아리며 벌레 먹은 낱알을 골라내고 있다. 병들어 가고 있거나 벌레가 웅크리고 있는 것을 가려내는 작업 현장은 다양했다.
녹조가 발생하는 것이 보 설치에 의한 것이냐 수질관리와 주변 환경의 영향인가라는 여, 야의 숨겨진 질문은 참고인으로 불려 나온 최동진 소장을 곤혹스럽게 한 진풍경도 있었다.
보조금을 지급하면서까지 추진해 온 전기 화물차 확산사업이 중국산 전기 화물차 수입의 급증(22년도보다 1.8배 증가, 중국 가격보다 한국에서의 가격이 평균 1,500만 원 고가)으로 시장을 교란하고 핵심 부품인 재활용이 어려운 배터리의 사후 처리 문제도 지적되었다. 화물차 보급에만 치중하다 보니 충전시설의 미흡으로 인한 불균형한 시장 형태에 대해 보조금 지급에 대한 제도개선이 요구되었다(이주환 의원).
정권 교체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급변한 풍력과 태양광발전에서 원자력 발전으로의 월성원전 주변 주민 건강조사(예산액 16억 원)에 대한 의혹을 비롯한 울산, 울진, 영광지역의 주민 건강조사 여부(우원식 의원), 폐목재에 대한 에너지 전환정책에서 시장을 면밀하게 살피지 못한 환경부의 일방적인 규제로 인해 붕괴하고 있는 PB 업계의 현장 고발(박대수 의원), 15년을 끌고 있는 가습기 문제에서는 아로마오일의 안전성 문제와 2012년 이후 생산이 중단된 옥시 제품에 사용된 같은 원료가 용기구조에 대한 안전성 여부가 가려지지 않아 억울한 가습기 살균제 피해구제에 대한 개선책 마련(박정 환노위원장, 진성준 의원), TMS 자동측정망 설치가 지속해서 추진되고는 있으나 6만 7천 건의 자가측정 장치의 신뢰성 문제(윤건영 의원), 석면 해체사업장에서의 형식적이고 위장된 엉터리 감리제도와 무늬만 녹색인 녹색인증제도의 허실과 감점 기준 제도개선 방안 모색(이수진 의원), 공정시험법조차 마련을 못 하는 응축성 미세먼지(CPM)(전용기 의원) 등이 지적되었다.
21대 환경부 국정감사의 최대 쟁점은 여, 야를 가리지 않고 융단폭격을 받은 현대오일뱅크의 과징금 처분에 대한 환경부의 일관성 없는 정책변화와 기업의 부실한 사회적 책임경영에 대한 질타였다.
현대오일뱅크(ESG 평가 B)는 충남 서산시 대산 공장에서 폐수 33만 톤을 공장과 인접한 자회사인 현대OCI 공장에 보내 재활용한다는 명분으로 폐수(페놀 검출 2.5mg/L, 페놀류 38mg/L)를 무단 배출의 책임을 물어 과징금 1,509억 원을 부과하고 관련자 8명을 물환경보전법 위반 혐의로 기소한 사건이다. 그러나 환경부는 자진신고와 조사에 협력했다는 이유 등으로 1천억 원 이상 감면해주려고 한다는 점이 지적됐다(윤건영 의원).
이 같은 과징금의 축소에 대해 환경부가 지난 7월까지도 공장 간 폐수 재활용을 허용해달라는 한국경영자총협회의 건의는 수용할 수 없다고 단호한 견해를 고수했지만, 이를 한 달 만에 허용하기로 태도를 바꿨다는 점에 더욱 의혹을 사고 있다.
이에 임이자 의원도 "현행법을 어겨가며 자회사에 폐수를 보내는 꼼수를 부려놓고 자진 신고해서 과징금을 감면받을 생각을 하는 것은 기업인으로서 해서는 안 되는 일"이라며 증인으로 출석한 현대오일 주영민 대표에게 대국민 사과를 요구했다.
과징금 1,500억 원 상당은 환경범죄단속법이 개정되면서 집행된 최대 금액이다. 그동안은 2021년 영풍 석포제련소가 공장 내부에서 유출된 특정수질유해물질(카드뮴)이 공장 바닥을 통해 토양·지하수를 오염시켜 물환경보전법 위반 혐의로 281억 원의 과징금 처분이 최대 금액이었다.
이 같은 매출액 대비 터무니없이 낮은 과징금(벌금)은 결국 ESG 경영에서 사회적 책임에 대한 적극적 투자 의지를 줄이고 폐수, 대기오염방지시설 등 환경시설 투자보다는 벌과금을 내는 것이 싸게 먹히는 응급피난처를 만들어주는 환경부가 되고 말았다.
오죽하면 시민단체에서는 환경법을 위반하는 업체들이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는데 이들 기업에 부과하는 과태료 수준이 매우 낮아 대폭 상향하여 환경오염방지를 위한 철저한 자구노력을 하는 동기부여를 환경부가 유도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하기도 했다. 식품위생법을 위반한 샘표식품(ESG 평가 A)의 경우 과징금을 532만 원을 부과했으나 환경법 위반에서는 과태료 없이 오염 토양정화 조치명령만 내렸다. 대상(ESG 평가 B)은 식품위생법 위반으로 인한 과징금을 2,569만 원 부과됐으나 환경법에서 폐기물관리법 위반은 80만 원, 물환경보전법 위반은 48만 원 부과가 고작이었다.
현대자동차가 미국 시장에서 연비 과장으로 인해 미국 환경청(EPA)으로부터 1억 달러(1,073억 원)의 배상금을 물기도 했다.
환경부는 지난 8월 대통령 주재의 ‘킬러규제 혁파 규제혁신 전략회의’ 이후 ‘환경 킬러규제 혁파 방안’을 보고한 바 있다.
그러나 환경법 위반을 하는 산업체에 대한 처벌 수위를 낮추는 것이 규제 혁파가 될 수 없다. 대다수 환경산업 현장에서의 소리는 균형과 형평성을 가지고 사회 흐름과 리듬을 같이 하며 연속성이 있는 환경정책을 요구하고 있다.
가습기 피해구제에서도 가습기에 첨가된 화학제품이 용기가 다르게 사용되므로 피해구제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이 혁파 대상이다.
PB(파티클보드:particle board) 산업의 경우 폐기물관리법 개정으로 폐기물로 분류된 목분의 열원 사용이 관련법 위반이라고 하는 것이 바로 킬러 규제이다. 시멘트산업과 소각업체와의 조율도 당면한 개선과제이다.
충전시설과 전기차 보급의 균형 있는 보급정책을 펼치는 것이 균형 있는 정책이며, 녹색인증이나 환경 우수기업을 선정했으면 사후관리도 투명하게 지속해서 관리하여 한번 받으면 영원히 우수기업이 되는 현실을 꼼꼼하게 점검하는 제도개선이 개혁이다.
지방청을 위주로 규제혁신을 홍보한다고 해서 사업 현장의 목소리가 제대로 담기지 않는다. 잘못 발언했다가 미운털만 박히기 때문이다.
환경부는 지금 조언이 필요하다. 한국 사회의 미래를 짊어져 가야 할 환경부가 작금의 정치사회에서 흔들바위보다 심하게 흔들거리고 있다.
(환경경영신문www.ionestop.kr김동환 환경국제전략연구소 소장, 환경 경영학박사, 시인, 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