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단식에 관심을 두는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과거에도 단식을 통해 건강을 얻으려는 사람들은 있었지만, 최근의 관심은 건강을 위한 것만은 아닙니다. 세월호 유가족 ‘유민아빠’의 46일간의 단식은 많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였습니다. 지금도 그 뒤를 이어 전국에서 수만 명이 길거나 짧은 동조 단식을 이어가고 있지요.
하지만 건강을 위해 하는 단식도 잘못 관리하면 몸을 해칠 수도 있습니다. 저는 의료사협 조합에서 일하면서 종종 조합원들과 함께 건강 단식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단식을 어떻게 해야 건강에 이로운지 다루어보겠습니다.
몸에 이로운 단식
단식이나 소식이 몸에 이롭다는 것은 오래전부터 알려졌습니다. 정기적으로 단식을 유발한 동물들은 그렇지 않은 집단에 비해서 더 오래 사는 경향이 있다고 하고요. 공복의 시간을 일정 시간 이상 유지하면, 우리 몸을 젊게 하는 유전자의 발현이 높아져서 관련된 호르몬의 분비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서양의학의 비조 히포크라테스도 단식법을 종종 치료의 방법으로 활용했다고 합니다.
단식의 원리를 설명해보자면 이렇습니다. 음식을 먹지 않는 동안 우리 몸은 필수적인 곳에만 에너지를 사용하고, 불필요하게 저장했던 물질들을 소모하기 시작합니다. 단식 기간이 길어지면 부족한 에너지를 얻기 위해 복부나 피하, 간에 쌓인 지방이나 혈관벽에 끼어 있는 지방들을 떼어내어 에너지원으로 사용합니다. 또한, 불필요한 암 같은 조직이나 염증조직을 억제하기도 하며, 그것을 꼭 필요한 곳에 재활용하기도 합니다. 이 과정에서 잘 배설되지 않았던 노폐물도 빠져나갑니다.
또 단식기간에는 굳은 음식을 먹지 않으니 우리의 소화기관들이 편히 쉴 수 있습니다. 우리가 소화하는 과정은 의외로 많은 에너지가 필요합니다. 입에서부터 씹어야 하고 내장 근육들이 움직여서 섞어주고 이송시켜줘야죠, 분비샘들은 오만가지 소화 효소액을 분비해야 하죠, 배설하는 것도 에너지가 들지요. 단식기간에는 먹지 않아도 오히려 전보다 기운이 넘친다고 느껴지는데, 그것은 먹느라 소모해버렸던 에너지를 아끼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소화기가 쉬는 동안 그 에너지는 지쳤던 우리의 간과 소화기관이 회복하는 치유의 에너지로 쓰입니다. 술과 담배, 자극적인 음식들, 오염물질에 노출된 현대인들은 어느 정도 간에 무리가 가거나 소화기관에 염증 상태를 가지고 있는데요. 음식을 먹지 않는 동안 이것들이 복구되는 효과도 있습니다. 소화기뿐만 아니라 전신적인 염증 반응에도 효과적인데요, 이 역시 먹느라고 버려지는 에너지가 면역기능을 높이는데 쓰이기 때문입니다.
단식은 면역의 혼란에 의해 일어나는 알레르기성 질환이나 류마티스 관절염 같은 자가면역질환들을 완화하는 데에도 도움이 됩니다. 특히 단식이 비염, 천식, 아토피 갈은 알레르기에도 좋은데, 음식 항원이 소화기 점막을 통해 자극하는 일이 차단되기 때문입니다.
한 가지 더. 단식을 잘하면 혈압약이나 당뇨약을 끊게 만드는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단식은 몸의 관점에서는 에너지 부족의 위기상황인데, 이때 우리 몸은 세포 수준에서 미토콘드리아의 활성화를 높여 적은 에너지를 가지고도 효율적으로 활용하도록 만듭니다. 단식기간엔 외부에서 들어오는 당분이 제한되어 혈당도 잘 유지되고, 세포의 인슐린저항성도 나아지기 때문에 당뇨 환자가 단식 이후에 당뇨약을 끊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또한 복부지방이 빠지고 혈관계통이 깨끗해지기 때문에 단식 이후에 식이습관만 잘 유지하면 혈압약을 끊게 되기도 합니다.
단식의 유해성
지금까지는 단식의 원리나 장점에 대해 말했지만, 잘못했을 때의 해악도 있습니다.
저는 단식기간에도 적절한 근력운동을 통해서 근육 소모를 막고 체온을 유지하기를 권고하는데요. 만약 굶기만 하고 누워만 있는다면, 우리 몸은 동면에 빠지는 곰처럼 기초대사량을 낮추기 시작할 것이고, 뇌는 계속 당분을 요구하기 때문에 점차 근육이 소모되는 일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그러고 나면 오히려 체지방은 안 빠지고 근육만 빠져서 단식 이후에 오히려 더 춥고 힘도 빠지는 일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나중에는 오히려 더 쉽게 살이 찌는 체질로 변할 수도 있습니다.
단식은 반드시 몸과 마음의 휴식을 전제로 해야 합니다. 그러나 단식을 하면 안 그래도 회복하는 기운도 부족하고 신경도 예민한데, 이 시기에 과도하게 스트레스를 받거나 과로를 하게 된다면 그만큼 몸에 무리가 따릅니다. 그래서 단식기간에는 적절한 운동이나 마사지, 한의학적 치료나 명상법 등으로 몸과 마음을 이완시키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46일간 단식했던 유민 아빠 김영오 씨가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촛불집회에 참석하고 있다.ⓒ양지웅 기자
세월호 유가족 단식, 아타까운 마음만...
유민아빠 말고도 많은 세월호 유가족분들 역시 1~2주간 단식을 진행했던 적이 있습니다. 사실 그분들은 단식을 하기에 적합한 상태가 아니었습니다. 안 그래도 스트레스로 인한 불면증도 심했고, 뙤약볕에 서명을 받으러 다니고, 국회에서 노숙하며 체력이 고갈되어있던 상태였습니다. 단식은 어떻게든 마쳤지만 단식 이후에 몸이 약해지신 분들이 많이 계셔서 안타까웠습니다. 또한 동조단식을 하시는 분들도 애초에 건강보다는 사회적인 발언을 위해 하는 것이어서 자신의 몸을 잘 돌보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요, 이후에 체력관리를 위한 운동이나 영양섭취를 소홀히 하면 건강을 잃게 될 수가 있습니다.
굶는 것 보다는 회복식과 그 이후의 좋은 식생활을 유지하기가 어렵습니다. 회복식 기간에는 미음, 죽부터 시작하여 점차 섭취량을 늘여가되, 많이 씹고, 짜지 않게 먹으면서 최종적으로 평소보다 먹는 양이 줄어든 형태로 적응시켜야 합니다. 단식을 하는 동안에 에너지 위기에 빠진 몸은 음식이 들어오면 자꾸 저장하려는 유전자 발현에 스위치가 켜집니다. 이런 상태에서 회복식 기간에 절제를 하지 못하면 쉽게 본래체중으로 돌아오는 요요현상이 심해지고, 점차 더 살을 빼기 어려워지는 몸으로 변하기도 합니다.
최근에는 동조단식을 참여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기도 하고 간헐적 단식이나 1일 1식 법 등이 단식이나 공복을 강조하는 식이법이 많이 유행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한 방식들도 살을 빼거나 해독하는 데에 빠른 효과는 있습니다만, 사람에 따라서는 그런 식이법보다는 운동을 꾸준히 하고 1끼 식사를 하더라도 영양균형을 잘 챙기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단식은 하나의 치료법이라기보다는 이후에도 지속되어야 할 운동하는 습관과 좋은 식생활 습관을 만들기 위한 첫 단추를 끼우는 일이라고 보는 것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