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파계(破戒), 파계 6
그저 담배만 피웠다.
묘심이 보든 말든 마음을 따로 쓰지 않았다.
에라, 하고 자꾸 담배만 태웠다.
열 두시가 훨씬 지나, 묘심이 약 상자를 들고 돌아올 때까지 나는 침대에 누워서 푹 한숨만 쉬고 있었다.
그런데 묘심은 누워 있는 나를 보더니 어이 없는 웃음을 토해냈다.
"행자는 틀렸군."
그렇게 말하면서 나를 멀끔히 쳐다 보았다.
"흥 !"
나는 혼자 그렇게 코소리를 내고 웃었지만, 실은 거의 자학에 가까운 실소이기도 했다.
"원 그렇게도 못 났어요 ? 바보 ! 어유 바보 !"
그렇게 말하고 웃었다.
"난 지금 대전쯤 갔으리라 생각했지 !"
"하아......"
그러면서 나는 묘심에게라기 보다 스스로를 향해 웃었다.
해보는 데까지 해보는 거야. 이왕지사 깎은 머리에.....
나는 내심으로 그렇게 다짐하면서 바람 나간 풍선처럼 푸푸 웃엇다.
"자, 일어나요. 중은 절로 가야지요 !"
"예 ! 스님 !"
나는 묘심의 말에 갑자기 정이 느껴졌다. 그것은 겨울밤 아랫목처럼 깊이 느껴지는 정이었다.
"내가 우습지요 ?"
욕실에 가서 세수를 하고 나오는 나를 향해 느닷없이 묘심이 그러한 말을 물어왔다.
"아니요 ."
"왜요 ?"
"다 말씀하셨잖아요, 스님의 은공 때문에 환속을 못 하신다고요."
나는 당신의 지금 심정을 이해한다는 듯이 그렇게 말했다.
아니 그것이 솔직한 심정이었다.
"그래도 실수를 한 것 같아서...."
"뭘요 ?"
"아니예요. 아무 것도....."
그렇게 말한 묘심이 벌떡 일어나며 떠날 채비를 했다.
"말씀해 보세요. 궁금해요 !"
"변명 같지만, 난 행자를 떨쳐 버리려고 했어요 !"
"알고 있어요."
"물론, 꼭 일부러라고는 할 수 없지만, 스님과 내가 만나는 것을 도륜행자 몰래 얼마라도 할 수 있는 거지요."
"그야 그렇지요."
"그러나 실패였어요. 공연히 혼자의 노파심인 거지요. 왜 도망 못했어요 ?"
"아니예요. 여려가지 생각해보았어요. 스님에게 고맙다는 생각도 했고, 이렇게 살아가나 저렇게 살아가나 한세상
살아가기는 마찬가지라는 생각도 해봤어요,"
"그런데 왜 가지 않았어요 ?"
"용기가 없었어요. 아니 애당초 뛰어들지 않았으면 모르지만, 한번 뛰어 들고 보니 역시 내 몸이지만 마음대로 안 되었어요."
"다 그런 것 때문에 내 몸 마음대로 못 하는 거지요."
"예 !"
내가 옷을 다 입고나니까, 묘심이 이제 가자면서 먼저 방문을 열었다.
"스님은 승복을 입으셔도 미인이예요 !"
앞서 나가는 묘심의 귀뿌리와 고운 목선을 보면서 나는 그렇게 말했다.
"헛허, 원래 중은 오양이 바르고 육신이 나무랄 데가 없는 사람이어야 된다고 했어요 !"
"그래요 ?"
"부처님 말씀이예요 !"
"어머 ! 그래요 !"
"행자도 눈이 부시도록 어여쁜 미인이요."
"제가요 ?"
"예, 얼마나 예뻐요. 그 예쁜 것이 탈이지만....... 앙징스럽지, 남자들이면 누구나 다 사랑을 주고 싶은 눈과 코와 입이지."
"그래요."
"그럼, 그런 여자를 부처님은 뭐라고 말씀 하셨는지 알아요 ?"
"몰라요 !"
"요녀라 했소 !.....요녀 !"
"어머나 ! 스님....."
둘이 함께 큰 소리로 웃었다.
프론트에서 계산서를 받은 묘심은 스스럼없이 주머니에서 돈을 내어 치렀다.
"스님, 저에게 돈이 있는데요 !"
나는 주머니에 손을 넣으면서 그렇게 말했다.
"누가 없댔나요, 그만 두어요, 그만한 돈은 나도 있고, 또 스님이 미리 나에게 내놓고 가셨어요."
"어머나 ! 그래요 ? 그 스님은 뭘 하시기에 그런 돈을 쉽게 내 놓으세요?"
"행자는 모르는군, 요즘 중들 돈 많아요. 중도 돈이 있어야 큰 소릴 치거든요...."
"그야 그렇겠지요."
"공부만 하시는 스님들이야 무욕무탐이니 의식적으로 돈을 피하지만, 나 같은 땡땡이 중이야....."
"그 스님은 뭘 하세요 ?"
호텔 문을 나서면서 내가 그렇게 물었다.
"중이 뭘 하는 것이 있겠어요. 오입이나 하는 땡땡이중이니까 돈이 있는 거지 뭐, 글을 쓰는데 글을 잘 쓰면
돈을 상당히 받는가봐 !"
"어머 그래요 ? 무슨 글을 쓰는데요 ?"
나는 더욱 호기심이 가서 그렇게 물었다.
"왜? 알고 싶어요 ?"
"예 !"
"요즘 한참 날리는 중 있잖아요? 영혼과 사랑의 길목에서 하는 수필집을 낸...."
"예, 그럼 그 분이 석정 스님이라는 말씀이세요 ?"
내가 놀라서 그렇게 물었다.
"예, 석경이예요."
"어머나, 그래요, 그 스님 글 쓰시는지 오래 되잖아요."
"오래 되었어요."
"역시 묘심 스님은 멋쟁이예요."
"왜 ?"
"아니, 그래요. 멋쟁이예요."
"흣흐 ! 파계를 했는데도......"
"아니예요. 그래도 멋쟁이예요."
"핫핫하......"
묘심이 기분 나쁘지 않게 웃었다.
"이왕 파계를 할 바에야 그쯤 되는 상대하고 해야지요 ."
"하지만, 절집에서는 땡땡이중이라고 딱지를 붙여 놓았어요 !"
"그거야 알고 보면 스님도 마찮가지 않예요 !"
"하지만, 이 사실은 도륜행자 말고는 아무도 모르거든....."
"그런데 나에게는 왜 처음부터 말씀을 하셨어요 !"
"산전수전 다 겪은 사람이야 속이 넓잖아, 절간 중들이야 속이 코구멍만도 못하니까....."
"아뭏든 재미 있어요 ! 고맙게 생각하고 비밀 누설하지 않겠어요 !"
"그래 ? 고마워요 !"
나는 비교적 맑은 기분으로 묘심과 함께 암자로 돌아올 수 있었다.
그것은 어쩌면 내가 어렸을 때 가진 문학에 대한 향수 때문이었는가도 몰랐다.
묘심을 대하는 것이 마침 문학가인 석정을 대하는 것 같아 늘 호기심이 가고 또한 친근 감이 갔다.
묘심도 나의 그러한 심정을 알아차리기라도 한 듯, 더욱 따뜻하게 대해주었다.
12부에서 계속.....
작가 :김진희
첫댓글 잘 보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훌륭한 作品은 寶石같이 빛나며 高貴하고 神秘한 秘境은 언제나 변함없이 없고 세월이 흘러 멋진 모습 感銘 받았으며 所重하고 행복하시고 올려주신 맑고 밝은 希望과 勇氣가 용솟음치는 느낌을 받을 수 있으며 사랑하는 마음은 香氣로운 맛과 自然의 風景과 잘 어우러 지시고 歲月 새로운 소식을 돋보이게 하고 職分에 최선을 다하며 또한 주어진 일에 調和가 잘 어울리는 모습 볼 수 있었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
잘 보고 갑니다.
비구니 좋은글 잘 보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즐독합니다.
비구니 11, 잘보고갑니다,감사합니다.
글 잘 보았습니다.감사합니다
비구니 11 좋은 글 감사한 마음으로 즐감하고 나갑니다 수고하여 올려 주신 덕분에
편히 앉아서 잠시 즐기면서 머물다 갑니다 항상 건강 하시기를 기원드립니다
비구니에 대한 글 감사합니다
좋은 글 감사히 잘 보고 갑니다.감사합니다.
점점 깊이를 더합니다
잘 보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잘 보고 갑니다 수고 하셨읍니다
즐거운 나날 되세요 !!
비구니 잘 보구갑니다 감사합니다
잘 보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즐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