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산글방 > 풀어쓰는 다산이야기
‘내탓이오’라는 세상이 그립습니다
글쓴이 박석무 / 등록일 2025-10-13
세상이 어찌하여 이런 지경에 이르고 말았을까요. 대통령이라는 사람이 친위쿠데타를 일으켜 나라를 내란의 위기에 빠지게 하고도 잘못했다는 단 한마디의 사과나 반성의 기미도 없습니다. 내란의 중요임무에 종사했거나 방조하거나 선동하며 부화수행했던 사람들 대부분도 잘못을 뉘우치거나 반성하는 기색도 없이 종북 반국가세력들 탓이었다며 자신들의 잘못에는 눈을 감거나 침묵으로 일관하는 모습만 보이고 있습니다.
지금부터 200년 전에 생존했던 다산 정약용의 삶에서 지혜를 구해야겠습니다. 다산을 그렇게도 아껴주고 인정해주던 정조대왕이 1800년 세상을 떠나자, 정치력으로 반대파이고 당론으로 반대의 입장에 있던 사람들이 모략중상으로 다산은 ‘천주학쟁이’라는 혐의를 받아 두 차례 감옥에 갇히고 국문을 당하는 혹독한 탄압의 고통을 당했고, 끝내는 18년이라는 길고 긴 유배살이로 외형상으로는 인생을 망치는 불행을 겪었습니다. 그러나 다산은 자신의 일생을 회고하는 시를 남겼습니다. 운명하기 3일 전, 절필이자 인생 최후의 작품인 「회근시」라는 글을 남겼습니다 “척단환장감주은(戚短歡長感主恩)”이라고 표현했으니, 내 인생은 슬픔이야 짧았고 기쁨은 긴 생애였다고 읊었던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75세로 생을 마치기 3일 전, 결혼 60주년을 맞는 그날, 자신의 일생이 괴롭던 때보다는 기쁘던 때가 더 많았다고 했으니, 인생이 해피엔딩이었다는 삶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입니다. 그 많은 악인(惡人)들의 중상과 모략으로 그처럼 쓰라린 고난의 인생이었지만, 그런 고난 속에서도 세상에 없는 학문적 대업을 이룩했으니, 누구를 탓하거나 어떠한 원망도 없이 안온하고 아름다운 마음속에서 생을 마친다는 뜻을 표현했다고 보여집니다.
오래전에 김수환 추기경 생존 시에 천주교 쪽에서 ‘내탓이오’라는 용어로 남들을 용서하자는 운동이 전개되었던 때가 있었습니다. 이곳저곳에 그 표어가 부착되었었고, 달리던 차량에도 부착되어 있던 기억을 할 수 있습니다. 『중용』에는 ‘불원천 불우인(不怨天 不尤人)‘이라는 글이 있습니다. 하늘을 원망해서도 안 되지만, 남의 탓으로 돌려서도 안 된다는 공자님의 말씀이었습니다. 참으로 성인의 말씀입니다. 성인의 경지에 이르지 않고서는 실천하기 어려운 인간의 일입니다. 보통의 우리 인간들, 잘못된 일은 모두 남들 때문이요, 운이 없고 복이 없어 그렇게 일이 잘못되었다고 하늘이나 원망하는 것이 보통 인간들의 일인데, 그와는 반대로 모든 것이 내탓이니 제발 ’반구저기(反求諸己)‘ 즉 되돌려 내게 잘못이 있음을 알아내는 것이 군자가 해야 할 일이라는 공자님 말씀을 음미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지난 6월 4일 대통령 선거를 통해 새로운 대통령을 뽑아 새로운 정권을 창출했습니다. 내란당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 야당으로 전락한 과거의 집권당이 요즘 하는 일을 보면 참으로 가관입니다. 당의 지도층 인사들이 입만 열면, 현 정권은 나치독재당이고 1인 독재체제이며 검찰과 사법부를 파괴하려는 망국의 정당이자 정권이라고, 반대당 탓만 늘어놓고 있습니다. 제발 남탓 그만하고 자기들이 하는 일에 ‘반구저기’ 해보면 어떨까요. 남만 욕해서 무엇이 이룩되겠는가요.
박석무 드림
첫댓글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