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회 무죽페스티벌 극단 신인류의 아멜리 노통브 작 이재윤 연출의 적의 화장법
공연명 적의 화장법
공연단체 극단 신인류
원작 아멜리 노통브
연출 이재윤
공연기간 2019년 3월 5일~17일
공연장소 극장 동국
관람일시 3월 12일 오후 8시
혜화동 동국소극장에서 극단 신인류의 아멜리 노통브 작, 이재윤 연출의 <적의 화장법>을 관람했다.
아멜리 노통브(Amélie Nothomb, 1967)는 특유의 뛰어난 독창성과 신랄한 문체, 매년 가을이면 어김없이 신작을 내놓는 왕성한 창작력으로 수많은 독자들을 거느린 벨기에 출신의 작가. 검은 옷, 모자, 긴 머리와 빨간 입술이 그녀의 트레이드마크다. 1967년 일본 고베에서 태어났으며 외교관이었던 아버지를 따라 일본, 중국, 미국, 방글라데시, 보르네오, 라오스 등지에서 유년기와 청소년기를 보냈다. 스물다섯 살에 발표한 첫 소설 『살인자의 건강법』(1992)이 10만 부가 넘게 팔리며 천재의 탄생이라는 비평계의 찬사를 받았다. 이후 『시간의 옷』(1996)과 『배고픔의 자서전』(2004)이 공쿠르상 후보에 오르며 작가로서의 확고한 입지를 다졌다. 노통브는 자신에게 있어 글쓰기는 임신처럼 아주 내밀한 일이며, 자신의 작품들은 살아 있는 아이와 같이 생명력을 지녔다고 말한다.
노통브의 다른 작품들로는 『사랑의 파괴』(1993), 『불쏘시개』(1994), 『오후 네시』(1995, 파리 프르미에르상), 『시간의 옷』(1996), 『공격』(1997), 『머큐리』(1998), 『두려움과 떨림』(1999, 프랑스 학술원 소설 대상), 『배고픔의 자서전』(2004), 『아버지 죽이기』(2011) 등이 있다. 그녀는 알랭 푸르니에상, 샤르돈상, 보카시옹상, 독일 서적상, 르네팔레상 등 수많은 상을 수상했다.
연출가 이재윤은 극단 로가 로세를 극단 신인류로 바꾸고 연출 작업을 계속했다. <냄새 풍기기> <앵화원> <야간여행> <얼굴을 마주보다> 뮤지컬 <카페 명동성당> 그 외 다수 작품을 연출한 발전적인 앞날이 예측되는 연출가다.
무대는 비행장의 탑승객을 위한 의자가 여러 개 놓인 대합실이다. 무대 하수 쪽으로 여행용 트렁크를 끌로 출연자들이 등장하고 퇴장한다. 여행객을 위한 방송안내가 여성 안내원의 음성으로 돌려온다. 회상 속의 여인이 검은 의상차림으로 등장하고, 여행복차림의 남성과 정장을 한 남성이 등장해 연극을 이끌어 간다.
비행기가 연착 되며 대합실에서 책을 읽고 있는 남자에게 한 남자가 다가온다. 시시껄렁한 주제로 말을 거는 남자는 조금 이상해 보인다. 주인공은 끊임없이 말을 거는 이 미친 남자로부터 도망가고자 한다. 그러나 어떻게든 피해보려고 이리 저리 궁리해 볼수록 이 남자의 관심과 집착을 도저히 피할 방법이 없다. 귀를 틀어막아도 대화를 피할 수 없자, 할 수 없이 상대의 이야기를 듣게 되는 주인공, 상대는 20년 전 한 여인을 강간하게 된 사연을 털어놓는다. 그런데 강간을 당한 여성은 전혀 원망하거나 싫어하는 내색을 않고 미소 띤 얼굴로 갈 길을 간다. 향 후 남성은 그 여인을 잊지 못하고 늘 생각하다가 10년 뒤에 우연히 마주친다. 그런데 그의 구애를 받아주지 않자 그녀를 살해했다고 고백하며 여인의 이름을 주인공에게 들려준다. 주인공은 비로소 자신의 아내를 죽인 범인이 상대임을 알고 경찰에 신고를 한다. 그러나 경찰은 주인공을 술주정뱅이로 오해하고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10년 전의 일이기는 하지만 주인공은 상대를 증오의 눈으로 보고 멱살을 쥔다. 자신의 아내를 죽도록 만든 당사자를 만났으니 그 심정이 오죽하랴? 그런데 상대는 미안해하는 기색이 없다. 그러면서 여인이 강간을 당했어도 추호도 싫다고 하거나 원망을 않고 오히려 자신을 다정한 눈초리로 바라보고 헤어졌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사실은 자신이 죽이지 않았다며 자살을 한 듯싶다고 이야기를 하면서 왜 자살을 했는지 이유를 알 수 없다고 너스레를 떨면서 주인공에게 혹시 당신이 죽인 게 아니냐고 되 뭇는다. 주인공과 당사자의 티격태격 말다툼과 몸싸움이 계속되고 결국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면서 주인공이 상대를 살해하는 장면에서 연극 끝이 나지만, 방송에서는 상대남이 자살한 것으로 소개가 된다.
<적의 화장법>에서의 주인공은 '살인한 나'를 철저하게 내안의 다른 자아로 만들고 분리 시킨 다음 철저한 화장법으로 무장시켜 꼭꼭 숨겨 놓는다. 화장은 일종의 위장술인 셈이다.
이승훈이 주인공, 서신우가 상대남, 조수아가 아내 역으로 출연해 출연진의 호연과 열연은 물론 개성 있는 성격설정으로 연극을 이끌어 가고 갈채를 받는다
조연출 백창업, 조명 조성진, 무대 이태원, 음향 엄다혜, 오퍼 백창업, 의상 김현정, 홍보 임유정 등 스텝진이 열정과 노력 그리고 기량이 드러나, 극단 신인류의 아멜리 노통브 작, 이재윤 연출의 <적의 화장법>을 기억에 길이 남을 성공적인 연극으로 만들어 냈다.
3월 12일 박정기(朴精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