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딸 아이가 현재 웨이브에서 방영중인 서바이벌 예능 '사상검증구역 : 더 커뮤너티'에 푹 빠졌다. '사상검증구역 : 더 커뮤니티'는 참가자들을 크게 정치, 젠더, 계급, 개방성 네가지 특징으로 나눠 다양한 주제에 대해 찬반의 입장을 가진 두 그룹에 소속시킨 후 서로 토론하고 논쟁하게 하여 승패를 가른다. 그리곤 정신적, 금전적, 권력적 보상을 한다.
네가지 특징 중 정치는 좌파와 우파, 젠더는 페미니즘과 이퀄리즘(?), 계급은 서민과 부자, 개방성은 개방과 전통으로 세분화된다.
이렇게 다양한 참가자들로 조그마한 사회를 만들어 각각의 사상과 출신 성분에 따라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분야에 장점과 약점을 가지는지를 보여주는 것으로 시작해 그들이 어떻게 충돌하고 어떻게 타협하여 공존하는 방식을 찾아내는지로 나아가는 고품격 예능 프로그램이다. 보수와 진보 참가자를 5:5로 구성했음에도 진보를 표방하는 정치인이 큰 표 차이로 대표로 뽑히는 모습을 보여준 것은 아주 흥미로웠다.
커다란 현실적 이익이 관련되지 않을때 왜 진보쪽 정치 사상이 보수쪽보다 일방적으로 유리할 수밖에 없는지를 보여주는 우리 딸의 분석은 더욱 흥미를 끈다.
확실하고 막강한 기득권층이 자신들의 압도적 특권을 지켜줄 보수 정치인들을 도와주지만 대부분의 평범한 사람들은 보수 정치색을 가졌어도 자신들의 불확실한 현재와 미래를 복지 사상으로 보호해준다고 주장하는 진보쪽에 투표하게 된다는 주장이었는데 아주 설득력이 있었다.
그럼에도 그 다양한 주제들 중 나의 관심을 가장 크게 끈 것은 바로 '국가의 발전 과정에 지혜로운 독재자가 필요한 시기가 있는가?'라는 토론 주제였다. 바로 그 국가 발전 속 불행한 독재의 시기를 살아낸 한 사람으로서 이런 토론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그 프로그램을 지켜보며 자신들의 고정관념에 따른 오개념을 무한 반복하는 출연자들을 보다 다시 한 번 무릎을 탁 치며 진리를 찾았다고 확신하게 된다. 성숙하지 못하면서 성숙했다는 착각을 느끼며 토론하는 일반 중생들과 달리 나는 잘 모르는건 모른다고 인정하고 진리를 찾으려 노력했기때문에 왜 꼭 국가 발전의 과정에서 모든 나라가 유능하다고 평가받는 독재자의 시기를 가져야만 했는지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었다. 그때 내가 찾은 답은 이러하다. 혹시 그 누구라도 나보다 더 좋은 답을 찾은 사람들이 있다고 생각하면 의견을 개진해주기 부탁드린다.
국가 발전이 부족한 모든 나라는 독재자들이 나라를 다스리고 있다는 진리를 바로 보면 국가 발전을 위해 독재자는 전혀 필요하지 않다는 진리에 금방 도달할 수 있다. 즉, 국가 발전 시기의 독재자가 유능해서 국가가 발전한게 아니라 국가가 발전하는 시기의 독재자이기에 재수좋게 유능한 독재자라는 평가를 받은 것뿐이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국가 발전에 독재자가 꼭 필요한 거라고 보수 진영에서 주장한다면 진보 진영에선 국가적 규모의 엄청난 시위가 국가 발전에 꼭 필요한 시기가 있다는 주장을 할 수도 있다.
독재나 신분과 같은 특권층의 폭압과 서민들의 추종이 없다면 시위가 전혀 필요하지 않듯 정치적 시위와 같은 국가적 혼란이 없다면 독재도 전혀 필요하지 않은 것이다.
즉, 발전된 국가에선 독재도 시위도 전혀 발생하지 않는 법이나 정신적으로는 발전한 국가가 없어 법적 독재나 시위는 물질적으로 대성공을 거둔 선진국에서 더 많은 비율로 발생하고 있다.
영원히 독재에 머무는 대부분의 나라는 물질적으로도 국가 발전을 이루지 못하고 영원히 퇴보된채로 살아간다. 이는 독재가 국가 발전에 필요하기는 커녕 너무나 큰 걸림돌에 불과하다는 강력한 증거가 된다. 독재는 전쟁 시기에만 국가에 유리한 통치 시스템인지라 모든 독재자들은 국가야 망하든 말든 무조건 전쟁을 벌이려 혈안이 되어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도 이런 이치를 너무나 잘아는 정치인들은 없는 갈등이라도 억지로 만들어 총칼만 없는 전쟁을 끝없이 펼치며, 대외적으로는 진짜 전쟁도 불사해가며 국민의 입장에선 선택의 여지가 거의 없는 선거를 통해 악질적 정치세력만이 번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