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국가산업단지에서 최근 화재, 폭발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잇따른 공단 폭발사고와 원유유출, 유해화학물질 누출사고는 특단의 대책이 없는 한 ‘시한폭탄’을 안고 사는 것과 같다. 13일 오전 8시 54분께 울산시 울주군 온산읍 LS니꼬동제련 울산공장에서 수증기 폭발로 보이는 사고가 일어났고, 8일에는 석유화학공단에서 폭발사고와 질실사고가 연달아 터졌다.

울산 울주군 온산읍에 있는 온산국가산업단지 내 LS니꼬 동제련소 폭발사고 현장. ⓒ울산소방본부
5월 13일 LS니꼬 폭발사고로 8명 부상
13일 오전 8시 54분께 울산시 울주군 온산읍 LS니꼬동제련 울산공장에서 수증기 폭발로 보이는 사고가 일어나 8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사고는 이날 LS니꼬동제련 제력2공장에서 폭발과 함께 일어나 하청업체 직원 허모 씨(33)가 2~3도의 화상을 입고 울산대병원으로 옮겨지는 등 모두 8명이 부상을 입었다.
경찰은 이날 오전 7시부터 제련2공장 보수작업을 하다가 구리 물이 흐르는 탕로 끝 부분에서 폭발이 일어난 것으로 보고 현장 작업 노동자들을 상대로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중이다.
소방당국은 수증기 폭발로 인한 충격으로 공장 내 설비가 부서지면서 주변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이 다친 것으로 보고 있다.
사고가 나자 고용노동부 울산지청은 곧바로 제련2공장에 대한 전면 작업중지 명령을 내렸다. 사고가 난 제련2공장은 1공장보다 많은 물량을 소화하기 때문에 생산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5월 8일 저녁 (주)후성과 SK케미칼 폭발·질식 사고로 1명 사망 7명 부상
지난 8일 저녁 울산 남구 석유화학공단에서 폭발사고와 질식사고가 터져 1명이 숨지고 7명이 부상당했다.

울산석유화학단지 남구 매암동 (주)후성 폭발사고 현장. 같은 시각 황성동 SK케미칼에서는 질식사고 발생. ⓒ울산소방본부
8일 저녁 6시 27분께 울산시 남구 매암동의 냉매 생산업체인 (주)후성에서 폭발사고가 발생해 현장에 있던 관리자 조모 씨(32)가 숨지고, 황모 씨(33)를 비롯한 4명이 다쳤다. 이 사고로 설비 배관이 크게 훼손되면서 날아가 파편이 튀고 주변에 있던 노동자들은 파편에 맞아 다치기도 했다. 숨진 조씨도 목에 파편을 맞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버너 안에 있던 LNG(액화천연가스)가 폭발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나 설비 자체에도 문제가 있었을 가능성을 조사하고 있다.
(주)후성에서는 2013년 5월 프레온가스를, 2012년 10월 삼불화질소(NF3)를 각각 누출한데 이어 이번 폭발사고까지 냈다. 1980년대에 지어진 후성은 불산(55%)공장으로 시작해 화학, 자동차, 방산, 건설 등으로 사업 분야를 넓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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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날 저녁 6시 34분께는 남구 황성동 SK케미칼 울산공장 위험물 저장탱크 안에서 청소와 부식 방지 코팅작업을 하던 협력업체 직원 서모 씨(49), 정모 씨(53), 박모 씨(47) 등 3명이 질식해 병원 치료를 받고 있다. 울산고용노동지청에 따르면 노동자들은 송기마스크를 착용해야 하는데 방독마스크만 착용해 메틸렌 클로라이드(세척 용제)에 노출됐다. 메틸렌 클로라이드는 산업안전보건법상 관리대상물질로 분류된다. 지청은 “협력업체가 안전장비를 지급하지 않아 중대 사고에 이를 뻔 했다”고 말했다. SK케미칼 관계자는 “중태였던 3명의 작업자가 의식을 회복하고 안정을 취하는 중”이라고 전했다.
울산고용노동지청은 사고가 난 (주)후성에 작업중지명령과 안전진단명령을, SK케미칼에 작업중지명령을 내렸다. 울산남부경찰서는 수사본부를 편성하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한국가스안전공사, 노동부, 소방청 등과 12일 사고 현장 정밀감식에 들어갔다.
울산 석유화학단지는 ‘시한폭탄’
화학재난합동방재센터 있어도 협업 어려워
재난 총괄할 콘트럴타워·전문인력 필요
울산 국가산업단지에서는 올 들어 19건의 사고가 발생했다. 5년 동안 198건의 화재폭발사고가 일어났다. 사상자는 66명이다. 화재가 없는 폭발사고까지 합하면 사고는 300여 건, 사상자는 160여 명에 이른다.
울산 국가산업단지는 1962년부터 조성되기 시작해 30~50년 된 노후설비가 대부분이다.

울산국가산업단지는 30~50년 된 설비가 대부분이다. 울산석유화학공단 내의 대기업 정유공장 배관이 녹슬어 있다. ⓒ 용석록 기자
울산지역 내 593개 액체위험물 취급 공장의 가운데 80% 이상이 석유화학공단에 밀집해 있다. 100여 개 공장에는 폭발성이 강한 유류와 화학물질, 가스 2억여 톤이 저장된 1,700여 기 탱크가 몰려 있다.
울산 국가공단에는 전국 화학물질의 30.3%가 유통되고 지역 유해화학물질 취급 사업장은 244개사다. 울산석유화학공단에는 중대산업사고 예방 대상인 PSM(공정안전관리) 사업장으로 139곳이 지정돼 있으나 이 가운데 32.9%는 안전수준이 제일 낮은 M등급이다.
환경부는 지난 1월 말 화학물질안전원을 대전 대덕연구단지에 개원하고 전국 5개 주요 산업단지에 정부기관이 공동(환경부, 안전행정부, 산업통상자원부, 고용노동부, 소방방재청, 국방부)으로 참여하는 화학재난합동방재센터를 가동했다. 울산화학재난합동방재센터도 이때 만들었다. 정부는 “이로써 범정부 차원의 화학재난 안전관리체계가 구축됐다”고 밝혔다. 당시 환경부는 5개 산단의 합동방재센터가 관할 구역내 화학물질 취급사업장에 대한 합동 지도점검 등의 업무를 통합적으로 수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울산화학재난합동방재센터는 에스오일 원유유출 사고때 일정 역할은 했지만 울산 화학물질 취급사업장에 대한 합동 지도점검 등을 할 여력은 없었다. 공동으로 일을 하기에는 기관별로 독립돼 있고 전문인력이 배치될 상황도 아니다. 울산합동방재센터에 참여하는 기관 관계자는 “컨트롤타워가 없으면 현실적으로 다른 조직끼리 붙여 놓아 안 돌아간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존 업무에 일이 더 추가되는 형태인데 일이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합동방재센터를 만들면 그에 따른 전문 인력을 배치하고 이를 총 지휘할 컨트롤타워가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지방자치단체는 환경부가 국가 주요산업단지를 관리한다 하더라도 지역 내 화학물질정보나 대응매뉴얼을 부처간 공유하고 시민에게 공개해야 한다. 원유유출이나 가스누출 사고가 발생했을 때 대응 방안을 물어보려 시청에 전화하면 몇 차례 전화를 돌려서야 겨우 담당자와 통화할 수 있다. 울산시는 ‘기업하기 좋은 도시’라는 문구를 곳곳에 적어 놓고 있지만 정작 시민 안전을 위한 통합부서는 마련하지 않고 있다.
한편 김선동 통합진보당 의원은 지난 4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석유화학국가산업단지에서 일하는 근로자와 주변지역 주민들을 지원하기 위해 '석유화학국가산업단지 근로자 및 주변지역 주민지원을 위한 특별법'을 발의했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특별법에서 환경부가 국가산업단지 석유화학물질의 유통량과 배출량을 조사해 그 결과를 공개할 수 있도록 했다. 연 1회 이상 주변영향지역에 관한 환경영향을 조사·공개하도록 의무화했다. 산업단지 근로자와 지역주민의 건강 역학조사를 정기적으로 실시하는 내용도 담았다. 산업단지 입주기업 중 규모가 큰 업체에는 일정 비율 이상의 정규직 고용의무를 부과하고, 하도급을 원칙적으로 금지해 안전관리 책임을 원청이 지도록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