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학술 연구지 머릿말 속에 담긴 글의 일부를 통해 이번 사건에 대한 역사학자의 고뇌의 일단을 담아본다.
『역사연구』 제51호를 내고 제52호가 나오기까지 불과 4개월 동안 우리는 원치 않은, 너무나 많은 경험을 해버렸다. 2024년 12월 3일 현직 대통령이 일으킨 내란을 실시간으로 목격했고, 현직 대통령이 헌정사상 최초로 구속되는 사태를 겪었다. 영장 집행을 회피하기 위해 극우 선동을 일삼고, 혐오와 증오를 조장하는 현직 대통령의 악행을 연말연시 내내 지켜봤다. 우울한 겨울이었다.
그렇지만 악행이 쌓여갈수록 사회적 연대가 깊어지는 것도 확인할 수 있었다. 우리는 국회 앞 광장의, 남태령의, 한남동 관저 앞의 함성을 잊지 않을 것이다. 권한이 정지된 대통령은 헌법재판소의 판결로 권좌에서 물러나게 될 것이고, 법원이 내란 범죄에 대해서도 단호하게 처벌할 것이라 믿는다. 이제 윤석열 정부는 과거가 될 것이다. 윤석열 정부를 떠나보내며, 역사학자의 시간이 다가온다.
윤석열 정부의 통치이념과 방식을 파시즘으로 해석하는 학자들이 많다. 윤석열이 파시즘의 문을 열었다는 한 연구자의 표현이 한국사회의 단면을 이해하는 데 더 도움이 될 수도 있겠다. 혐오와 증오의 정치, ‘멸공’과 혐중은 어떻게 형성되었을까. 오늘날의 상황은 파시즘의 대두인가. 오늘날은 역사적 파시즘과 어떠한 공통점과 차이점이 있을까. 역사학자로서 숙고해볼 주제이다.
또한 윤석열 정부의 역사정책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검토해야 한다. 역사학계는 윤석열 재임기에 네 차례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일제 강제동원 배상 문제, 육사의 홍범도 흉상 이전 문제, 독립기념관 관장 임명 문제, 비상계엄을 통한 민주주의 파괴에 한목소리를 냈다. 이 문제들에 대한 더 깊이 있는 연구와 정책화에 대한 숙의가 없다면, 윤석열 정부와 결별하지 못한 채 그 그림자를 계속해서 대면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
따뜻한 봄날 에 윤석열 정부를 떠나보내길 간절히 고대하며, 어떻게 연구하고 공론화하 는 활동을 이어갈지 고민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