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에서 70만 랜선 이모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세 아이 리율, 율리, 로. 그리고 그들의 아빠 와지 서영관 씨,그가 10년 전부터 싸이월드에서 시작한 와지의 블로그를 네이버로 옮기고, 인스타그램으로 확장하면서러블리한 가족의 일상이 사람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했다. 보통의 평범한 가정이라고 말하는 그의 가족이왜 이토록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얻고 있는 것일까?
01 아름다운 입술을 갖고 싶으면 친절하게 말을 하라
02 사랑스러운 눈을 갖고 싶으면 사람들에게서 좋은 점을 보아라.
03 날씬한 몸매를 갖고 싶으면 너의 음식을 배고픈 사람과 나누어라
04 아름다운 머리카락을 갖고 싶으면 하루에 한 번 어린이가 손가락으로 너의 머리를 쓰다듬게 하라.
05 아름다운 자세를 가지고 싶다면 너 자신이 혼자 걷고 있지 않음을 명심하라
06 기억하라! 만약 네가 도움을 주는 손이 필요하다면 너의 팔 끝에 있는 손을 이용하면 된다.한 손은 너 자신을 돕는 손이고 다른 한 손은 다른 사람을 돕는 손이다_. 오드리 헵번
영화배우 오드리 헵번은 배우로서 얻은 명성을 좋은 일을하는 데 사용했다. 죽는 순간까지 그 명성을 즐기며호화롭게 살 수 있던 그녀는 다른 선택을 한다. 그녀는 은퇴 후 유니세프 친선대사로 구호 활동을 펼치기 위해 지구촌 곳곳을 누비고다녔다. 가난과 질병에 시달리는 아이들 곁에는 그녀가 있었다. 자신이 가진 명성 혹은 재능의 일부로 누군가를 돕는다는 것은 쉬운것 같아 보여도 그렇지 않다. 흔히 99개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100개를 채우기 위해 남의 것 한 개조차 욕심내는 것이 인간의 속성이라고들 한다. 이런 인간의 욕망을 정직하게 인정하고 보다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할 때, 그때서야 우리는 간신히 인간으로 태어나 인간으로 죽을 수 있는 자유를 얻게 되는 것인지 모른다.
평화란 나와 남을 더불어 돕는 일
한 손은 너 자신을 돕고 다른 한 손으로는 다른 사람을 도우라던 오드리 헵번의 조언…. 이 조언을 그 자신의 방식대로 실천하는 사람이 있다. 10년 가까이 ‘와지의 지극히 개인적인’이라는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소소한 일상의 모습을 위트 있게 담은 책을 펴낸 와지 서영관 씨. 그는 서른두 살에 리율, 율리, 로 이렇게 세 아이를 둔 젊은 아빠다. 스물다섯에 소개팅으로 만난 한유라 씨와 결혼, 스물일곱에 첫아이 리율이를 낳았다. 아무리 천사 같은 남자라 해도 세 아이를 양육하다 보면 힘들고 짜증나지 않을까? 너무 이른 나이에 세아이의 아빠가 되었다는 후회는 없었을까? 그는 없었다고 한다. 아이들을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뿌듯하고 행복하다는 그는 자신의 소소한 일상을 블로그에 올리기 시작했다. 10년 뒤 그 이야기가 <와지의 지극히 개인적인>이라는 한 권의 책이 되어 나왔다. 이 책의인세는 모두 어려운 아이들을 위해 기부한다. 현재 천만 원이 넘는기부액이 모였다. 돈 걱정 없이 살고 싶다는 와지 씨가 자신의 책인세를 모두 기부금으로 돌린 것도 쉬운 선택은 아니었을 것이다.남들이 하면 쉬워 보여도 막상 내가 하려면 어려운 것, 그것이 바로나 이외의 타인을 돕는 일이다.“전 그냥 평범한 남자예요. 남들과 비슷한 보통의 남편이자 아빠이기도 하고요. 살면서 딱 두 가지 원칙만 지키려고 하는데요. 첫째는주말은 가족과 함께, 두 번째는 아이들과 놀아주기에요. 정말 재미없는 답변이죠? 그런데 살면서 이 두 가지는 지키고 싶어요. 제가어릴 때 아버지가 무척 바쁘셨어요. 그래서 아빠와 논 기억이 별로없어요. 늘 그 점이 아쉬웠거든요. 제 아이들에게는 아빠와 함께 논추억을 많이 만들어주고 싶어요. 사진도 그런 의미에서 찍기 시작했고요.”스물여섯에 결혼한 그들은 연애하듯 신혼을 즐겼다. 그리고 가급적빨리 아이를 가지고 싶었다. 점 보러 다니는 걸 좋아하던 유라 씨가점집에 가면 열이면 열, 아이 셋을 낳아야 남편이 안 떠난다나 어쩐다나 그런 이야기를 들었다고 한다. 이런 이야기를 들은 유라 씨는꼭 아이 셋을 낳아야겠다고 결심했고 그녀의 소원대로 세 아이의엄마가 되었다. 나무꾼의 지게를 숨기는 대신 아이 셋을 낳은 유라씨. 선녀와 나무꾼의 현대판 버전이다. 결론은 두 사람 다 아이 셋을 낳기를 정말 잘했다고 여기는 것!“아내 말 잘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생기나봐요!”그는 정말 행복한 아빠인가보다.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의 소소한 행복
와지 씨는 또래 친구들보다 결혼을 일찍 선택했다. 그 이유에 대해물으니 “스물다섯 이전에 해볼 건 다 해보잖아요.”라는 답이 돌아왔다. 젊은 사람들이 모여 논다는 게 보통 술 마시고 그다음 날 또 모여 술 마시기 놀이의 연속인데 그럴 바에는 하루라도 빨리 결혼해단란한 가정을 꾸리는 게 좋을 것 같았다.“유라가 먼저 만나자고 했어요. 소개팅에서 만났을 때 제 이상형은 아니었거든요. 그런데 유라는 첫눈에 제가 좋았나봐요. 저는 유라에게 ‘사진하고 다르네요’ 이렇게 말했던 것 같아요.”이건 오로지 와지 씨의 개인적인 기억이 아닐까? 보기엔 두 사람이미녀와 야수 같아 보이니까. 진실은 양파 껍질 같아서 까도 까도 또나오는 그런 것일 거다.스물여섯에 결혼한 두 사람은 빨리 아이를 낳고 싶었다. 예쁜 아이를 갖게 해달라고 소원 종이를 써서 걸어 둘 정도로 아이를 원했다.그리고 2012년 1월 21일 리율이가 탄생했다. 7시간 동안 유도 분만을 해도 쉽게 모습을 보여주지 않아 결국 제왕절개로 아이를 안을수 있었다. 리율이가 태어나고 간호사가 “한유라 씨 보호자분!”이라고 외쳤을 때 얼마나 심장이 빨리 뛰던지 다른 건 몰라도 심장이 쿵쿵대던 그 기억만큼은 남아 있다. 아이를 처음 안았을 때의 그 따뜻한 체온…. 딸에게 좋은 이름을 지어주기 위해 수없이 많은 고민을하다가 아이 이름에 아내의 이름을 꼭 넣고 싶어 ‘리틀 유라’의 줄임말 ‘서리율’로 정했다. 어릴 때부터 화장품에 욕심을 내기 시작한 리율이 덕분에 와지 씨의 얼굴은 립스틱 범벅이 되기도 했고 온 가족의 손톱에 매니큐어가 칠해지기도 했다. 그런데 아이의 이런 행동이 귀찮거나 싫지 않다. 스물여섯에 결혼해 연애하듯 신혼을 보내고 젊은 아빠가 되고 보니 아이와 함께 성장해 나가는 느낌이라고할까? 육아도 배움의 연속이다.
"스물여섯에 결혼하고 1년 후 첫아이 리율이를 낳았다. 젊은 나이였지만아빠가 될 준비는 되어 있었다. 빨리 결혼하고 싶었고 예쁜 아이도 낳고 싶었다.내 아이의 어디가 가장 예쁘다 그런 건 없는 것 같다. 아이가 태어난 순간부터 지금까지예쁘지 않았던 적이 없었다. 세 아이가 내 곁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나는 기쁘다.거짓말 같겠지만 한 번도 아빠가 된 것을 후회한 적이 없다. 아이는 그저 바라만 봐도 좋고행복한 존재다. 지금까지 내겐… 앞으로도 내게는… 아이들이 행복 그 자체다."
"리율아! 아빠 손잡고 걸을까?
리율아! 아빠 손잡아야지!
리율아! 아빠가 안아줄까?
이제는…리율아! 몇 살인데 아직도 안아달라고 하는 거야?
리율아! 이제 혼자 걸어가면 안 돼?
미안해
아빠가 변했어…(웃음)
<와지의 지극히 개인적인> 중에서"
눈, 코, 입 안 예쁜 곳이 없네
“아이가 아프면 대신 아프고 싶은 게 세상 모든 부모의 마음일 거예요. 아이들이 안 아프고 건강하게만 자라면좋겠어요. 아이 낳고 유라하고 이야기한 게 있어요. 이런저런 교육 열풍에 휩쓸려 억지로 학원 보내고 그러지말자고요. 그런데 어느 날 보니 한 개 두 개 보내는 학원이 점점 늘어나는 거예요. 순간 예전의 다짐이 떠올랐는지 유라가 리율이에게 안 다니고 싶은 학원이 있냐고 묻더라고요. 그다음부터는 아이가 싫어하는 건 안 해요. 대신 즐겁게 더 많이 놀아주죠.”아내와는 간혹 육아 문제로 의견을 달리할 때가 있다. 아이가 밥을 남기려고 하면 와지 씨는 그만 먹으라고 하는데 유라 씨는 한 숟가락이라도 더 먹이려고 애쓴다. 그래서 그만 먹이려는 아빠와 다 먹이려는 엄마의 기싸움이 종종 벌어진다. 세 아이의 장단점이 다 다르냐고 묻는 질문에 그는 그냥 자신의 눈에는 다 예쁘다고 말한다. 어떤 이유 때문에 사랑하고 예쁘고 한 건 정말 예쁘고 사랑하는 게 아닐지 모른다. 그 존재가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기쁘고 든든하고 행복한 기분이 드는 게 사랑의 힘이지 싶다.
솔직하고, 담대하고, 여백이 있는 아이들의 세계
세 아이를 키우다 보면 하루도 그냥 지나가는 날이 없다. 매일매일 사소한 에피소드가 생긴다. 그래서 지루할틈이 없다. 하루는 “율리 얼굴이 왜 이렇게 작니? 주먹만 해, 주먹만!” 하고 말하니 옆에서 가만히 듣고 있던리율이가 유라 씨에게 물었다. “엄마 저는요?” 그래서 당연히 우리 리율이도 작지, 라고 대답하니 그 말을 듣고는 갑자기 펑펑 우는 것이 아닌가! “아니야 나 얼굴 커 !뭐” 든지 큰 게 좋은 줄 알았던 리율이.아이들이 바라보는 세상은 어른들이 바라보는 세상과는 다르다. 여백이 많은 아이들의 세계에는 꼭 이러해야한다는 규칙이 없다. 해야 할 것, 하지 말아야 할 것을 늘어놓고 그 선에 맞추려고 하는 건 어른들의 세계이다.말대꾸하지 말라거나 눈, 코, 입이 또렷해야 미인이라거나 키가 커야 한다거나 공부를 잘해야 한다 등등 어른들은 끊임없이 많은 것을 요구한다. 그래서 더 큰 세상을 못 본다. 자신들이 줄 긋고 만들어놓은 금기에 스스로 갇히는 셈이다. 하지만 아이들의 세계에서는 궁금하면 질문을 해야 하고 어른들 생각이 이상하면 아닌 것같다고 말해야 한다. 못생긴 양배추 인형이라도 아이에겐 최고로 예쁜 얼굴이 될 수 있다. 와지 씨와 인터뷰하며 스스로를 반성하게 되었던 지점이 있다. 아이들의 장단점을 이야기해달라는 질문을 했는데 와지 씨가 세아이의 장단점이 어디 있겠습니까, 라고 답했다. 그의 말이 맞다. 아이들의 장점과 단점을 매기는 것 또한 어른들의 강박 같은 거다. 얼마든지 단점이 장점이 될 수 있는 아이들. 내 아이가 좀 더디게 성장하더라도 아이다움을 그대로 인정하는 것. 어쩌면 그것이 부모가 할 수 있는 가장 현명한 인내가 아닐까 한다.
프로젝트 [호제] 2016년 앙쥬 6월호
에디터 박근영 사진 제공 서영관 참고 도서 <와지의 지극히 개인적인>(청림 Lif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