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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왕서래(寒往暑來)
추위가 물러가고 무더위가 온다는 뜻으로, 세월이 흘러감을 이르는 말이다. 사물은 순서대로 진행되기 마련임을 비유한 말이다.
찰 한(宀/9)
갈 왕(彳/5)
더울 서(日/9)
올 래(人/6)
'겨울이 지나지 않고 봄이 오랴'라는 속담이 있다.
추운 겨울이 지나야 따뜻한 봄이 오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유명한 영국의 낭만주의 시인 셸리(Shelley)의 시구에도 있다.
겨울이 오면 봄도 멀지 않으리
If Winter comes can spring be far behind
세상일에는 다 일정한 순서가 있는 법이니 급하다고 서둘러 일이 성사될 수가 없다. 지금은 비록 시련과 어려움에 빠져 불행하다고 해도 그것을 극복해야 희망찬 미래를 맞이할 수 있다는 것을 비유하기도 한다.
추위가 가면(寒往) 더위가 온다(暑來)는 이 성어도 같은 뜻이지만 더 심오한 곳에서 왔다. 고대 중국 주(周)나라의 역(易)에서 왔다는 주역(周易)이다.
易(역)은 본래 도마뱀의 일종을 그린 상형문자라고 한다. 도마뱀은 주위의 상황에 따라 수시로 바뀌는데서 인간과 자연을 포함한 모든 존재의 근본 양상을 변화라는 관점에서 해석하는 책이다.
유학 오경(五經)의 하나로 역경(易經)이라고도 하는데 만상(萬象)을 음양 이원으로 설명하여 64괘를 만들고 각각의 해석을 덧붙였다.
공자(孔子)에게도 주역은 어려웠던지 뜻을 완전히 파악할 때까지 읽고 읽어 책을 묶은 가죽 끈이 세 번이나 끊어졌다는 위편삼절(韋編三絶)의 성어가 유래한 그 책이다.
공자가 어려움을 이겨내고 난해한 내용을 체계적으로 해석한 것이 십익(十翼)이다. 그중의 하나로 하나하나의 괘효(卦爻)를 총괄하여 해설하여 계사전(繫辭傳)을 지었다. 그 하편에 나오는 성어의 내용을 보자.
日往則月來(일왕즉월내)
月往則日來(월왕즉일내)
日月相推而明生焉(일월상추이명생언)
해가 가면 달이 오고,
달이 가면 해가 오니,
해와 달이 서로 밀어 밝음이 생긴다.
寒往則暑來(한왕즉서내)
暑往則寒來(서왕즉한내)
寒暑相推而歲成焉(한서상추이세성언)
추위가 가면 더위가 오고,
더위가 가면 추위가 오니,
춥고 더운 것이 서로 밀어 한 해를 이룬다.
계절은 어김없이 다가오는 자연의 법칙이다. 이것을 거역하기는 불가능하다. 지난 여름이 유사 이래 더웠다고 호들갑을 떨다가도 강풍이 몰아치는 겨울이 되어 언제 그랬느냐며 오들오들 떤다. 하지만 이 추위도 조금만 견디면 봄이 멀지 안다는 신호일 뿐이다. 시련을 잘 이겨내야 미래가 더욱 밝다.
[참고]
계사하전(繫辭下傳):제5장(第五章) 2절
本義
言往來屈信 皆感應自然之常理 加憧憧焉,
언왕래굴신 개감응자연지상이 가동동언,
則入於私矣 所以必思而後有從也.
칙입어사의 소이필사이후유종야.
감과 옴, 굽힘과 폄이 모두 감응하는 자연한 상리(常理)라고 말한 것이다. 이에 사심을 가진다면 사욕으로 들어가니, 그래서 반드시 생각한 뒤에 따름이 있는 것이다.
小註
朱子曰, 日往則月來一段, 乃承上文憧憧往來而言.
주자왈, 일왕칙월래일단, 내승상문동동왕래이언.
往來皆人所不能无者, 但憧憧則不可.
왕래개인소불능무자, 단동동칙불가.
주자가 말하였다:“해가 가면 달이 오고”의 단락은 “사심을 가지고 오가면”이라는 위의 글을 이어서 말한 것이다. 감과 옴은 모두 사람에게 없을 수 없는 것이지만, 사심을 가져서는 안 된다.
○ 誠齋楊氏曰, 觀諸日, 今夕之往, 所以爲來朝之來, 觀諸月, 今夕之來, 所以爲來朝之往, 蓋前之屈, 乃後之信也. 觀諸寒暑, 折膠之寒, 不生於寒, 而生於烈日流金之暑, 流金之暑, 不生於暑, 而生於堅氷折膠之寒, 蓋今之信, 乃昔之屈也.
성재양씨가 말하였다:해의 측면에서 본다면 오늘 저녁에 가기에 내일 아침에 오게 되고, 달의 측면에서 본다면 오늘 저녁에 오기에 내일 아침에 가게 되니, 대체로 앞서 굽히면 뒤에는 펴게 된다. 추위와 더위의 측면에서 본다면 아교를 꺾을 듯한 추위는 추위에서 생기지 않고 쇠를 녹일 듯한 격렬한 태양의 더위에서 생기고, 쇠를 녹일 듯한 더위는 더위에서 생기지 않고 아교를 꺾을 듯한 견고한 얼음의 추위에서 생기니, 대체로 지금 펴는 것은 과거에 굽힌 것이다.
○ 臨川吳氏曰, 因日之往, 而有月之來, 因月之往, 而有日之來. 二曜相推以相繼, 則明生而不匱. 因寒之往, 而有暑之來, 因暑之往, 而有寒之來. 二氣相推以相代, 則歲成而不缺. 往者之屈, 感來者之信, 來者之信, 又感往者之屈, 而有明生歲成之利. 此天道往來自然之感也, 若九四之往來, 則豈如是乎.
임천오씨가 말하였다:해가 가기 때문에 달이 오고, 달이 가기 때문에 해가 온다. 두 빛살이 서로 밀쳐서 서로 이어지기에 밝음이 나와서 없어지지 않는다. 추위가 가기 때문에 더위가 오고, 더위가 가기 때문에 추위가 온다. 두 기운이 서로 밀쳐서 서로 교대하기에 한 해가 이루어져 결핍되지 않는다. 굽혀 가는 것이 펼쳐 오는 것에 감응하고, 펼쳐 오는 것이 다시 굽혀 가는 것에 감응하여 밝음이 생기고 한 해가 이루어지는 이로움이 있다. 이것이 하늘의 도(道)가 오가는 자연한 감응이니, 함괘의 구사와 같이 사심을 가지고 오가면 어찌 이와 같을 수 있겠는가?
○ 張子曰, 屈信相感而利生焉, 感以誠也, 情僞相感而利害生, 雜以僞也.
장자가 말하였다:굽힘과 폄이 서로 감응하여 이로움이 생기는 것은 참됨으로 감응했기 때문이고, 진정과 허위가 서로 감응하여 이해가 생기는 것은 허위가 섞였기 때문이다.
심취제(沈就濟) 독역의의(讀易疑義)
○ 咸者夫婦也. 夫婦人事, 人事之相感, 莫如乎夫婦也. 所以上下傳屈信, 言之于咸也, 以咸之屈信言之, 則上下傳, 都是咸也.
함괘는 부부를 말하였다. 부부는 사람의 일이니 사람의 일에서 서로 감응하는 것 중에 부부만한 것이 없다. 이 때문에 계사상전, 하전의 굽히고 폄을 함괘에서 말하였으니, 함괘에서 굽히고 폄으로 말하였다면 계사상전, 하전이 모두 함괘의 이치이다.
○ 日往月來, 寒往暑來者, 無思無慮, 而自然而然也. 日往月來之間, 所以往所以來者, 屈信也, 寒往暑來之際, 所以往所以來者, 屈信也.
해가 가면 달이 오고 추위가 가면 더위가 오는 것은 생각하지 않고 염려하지 않아도 저절로 그렇게 되는 것이다. 해가 가고 달이 오는 즈음에 가는 것과 오는 것이 굽히고 폄이며, 추위가 가면 더위가 오는 즈음에 가는 것과 오는 것이 굽히고 폄이다.
○ 屈信之意, 取諸何物 而著且緊也. 日往而月來者, 雖是屈信, 而日月陰陽, 而兩箇物也. 惟彼尺蠖之蟲, 屈一而伸一也, 元非兩箇物也. 屈伸之所以然者, 不過曰一理之自然也. 往來之中, 包屈伸, 屈伸之中, 含一理也.
굽히고 폄의 뜻은 어떤 물건에서 취하여 드러내고 긴밀하게 한 것일까? 해가 가고 달이 오는 것은 비록 굽히고 펴는 것이나 해와 달은 음과 양으로 두 개의 물건이다. 저 자벌레만이 한번 굽혔다가 한번 펴니 원래 두 개의 물건이 아니다. 굽히고 폄이 그렇게 되는 이유는 한 가지 이치가 저절로 그렇게 되는 것이라고 말하는 데에 불과하다. 오가는 중에 굽히고 폄이 포함되고, 굽히고 펴는 중에 하나의 이치가 포함된다.
○ 日月寒暑, 在天者也, 尺蠖龍蛇, 在地者也, 安身崇德, 在人者也. 然則屈伸者, 天地人之屈伸也.
해와 달, 추위와 더위는 하늘에 관계된 것이고, 자벌레와 용과 뱀은 땅에 관계된 것이고, 몸을 편안히 하고 덕을 높힘은 사람에 관계된 것이다. 그렇다면 굽히고 폄은 하늘, 땅, 사람이 굽히고 폄이다.
○ 合一者神也, 變化者陰陽也, 陰陽者二也, 二而一者, 非神耶.
하나로 합함은 신묘함이고 변화함은 음양인데, 음양은 둘이니, 둘이면서 하나가 됨이 신묘함이 아니겠는가?
심대윤(沈大允) 주역상의점법(周易象義占法)
言同氣相感應, 不用力而往來也. 陰之與陽類也, 故彖傳曰, 二氣感應而相與.
같은 기운은 서로 감응하니, 힘쓰지 않아도 왕래한다는 말이다. 음은 양의 무리와 함께 하기 때문에, 함괘 단전에 두 기운이 감응하여 서로 함께 한다고 하였다.
往者, 屈也, 來者, 信也, 屈信相感而利生焉.
가는 것은 굽힘이고 오는 것은 폄이니, 굽힘과 폄이 서로 감응하여 이로움이 생기는 것이다.
人之生斯世也, 必與人交接, 而往來屈伸, 然後遂其生. 利生於相感應, 害生於不相感應. 人道主利害, 而利害之所自生, 於是乎在. 故咸爲後天之首也.
사람이 이 세상에 태어남에 반드시 사람과 더불어 교제하여 오가고 굽히고 편 뒤에 생을 이룬다. 이로움은 서로 감응하는 데서 생겨나고, 해로움은 서로 감응하지 않는 데서 생겨난다. 사람의 도리는 이로움과 해로움을 주로 하는데, 이로움과 해로움의 근원이 여기에 있다. 그러므로 함괘는 후천의 머리가 된다.
오치기(吳致箕) 주역경전증해(周易經傳增解)
信與伸同. 終往而退, 故曰屈, 始來而進, 故曰伸也. 利者功業也, 以造化言之, 則有往必來, 有來必往, 有屈必伸, 有伸必屈者, 卽其自然之功業, 非可以思慮而往來, 非可以思慮而屈伸也.
신(信)은 신(伸)과 같은 의미이다. 마침내 가서 물러나기 때문에 굽힌다고 하였고, 처음에 와서 나아가기 때문에 편다고 하였다. 이롭다는 공적이니, 조화로 말하면 감이 있으면 반드시 오고, 옴이 있으면 반드시 가며, 굽힘이 있으면 반드시 펴고, 폄이 있으면 반드시 굽히는 것은, 바로 저절로 그렇게 되는 공적이니, 생각하여 가고 올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생각하여 굽히고 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 寒(찰 한)은 ❶회의문자로 집에서는 풀을 깔고 잘만큼이라는 갓머리(宀; 집, 집 안)部와 艸+艸(맹; 풀), 人(인)의 합자(合字), 춥고 밖에서는 얼음이라는 이수변(冫; 고드름, 얼음)部의 언다는 데서 춥다를 뜻한다. 집안에 풀을 깔고 사람이 누운 모양, 추위를 나타내며, 이수변(冫; 고드름, 얼음)部는 얼음으로 역시(亦是) 추위를 나타낸다. ❷회의문자로 寒자는 ‘차다’나 ‘춥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寒자의 금문을 보면 宀자와 艹자, 人(사람 인)자, 冫(얼음 빙)자가 그려져 있었다. 특히 사람의 발이 크게 그려져 있고 그 아래로는 얼음이 있다. 발아래에 얼음을 그린 것은 집안이 매우 춥다는 뜻을 표현한 것이다. 이불도 없이 풀(艹)을 깔고 있으니 추위를 견디기가 어려운 모습이다. 해서에서는 모습이 많이 바뀌기는 했지만 寒자는 이렇게 변변한 이불도 없이 차가운 방 안에 있는 사람을 그린 것으로 ‘차다’나 ‘춥다’라는 뜻으로 쓰인다. 그래서 寒(한)은 ①차다, 춥다 ②떨다 ③오싹하다 ④어렵다 ⑤가난하다, 쓸쓸하다 ⑥식히다 ⑦얼다 ⑧불에 굽다, 삶다 ⑨중지하다, 그만두다 ⑩침묵하다, 울지 않다 ⑪천하다, 지체(사회적 신분이나 지위)가 낮다 ⑫추위 ⑬절기(節氣)의 이름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로 찰 냉(冷), 서늘할 량(凉), 찰 름(凜)이 있고,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더울 서(暑), 따뜻할 난(暖)이 있다. 용례로는 정도에 너무 지나치거나 모자라서 가엾고 딱함을 한심(寒心), 춥고 차가움을 한랭(寒冷), 겨울철에 기온이 급작스레 내려가는 현상을 한파(寒波), 추위를 느끼는 병을 한질(寒疾), 가난하고 지체가 변변하지 못함을 한미(寒微), 추위와 더위 또는 겨울과 여름을 한서(寒暑), 추위로 말미암아 받은 손해를 한해(寒害), 겨울철의 찬 기운을 한기(寒氣), 살갗에 느끼는 차가운 감각을 한각(寒覺), 찬 기운과 서늘한 기운을 한량(寒凉), 가난하나 깨끗함을 한소(寒素), 몸에 열이 나면서 오슬오슬 춥고 괴로운 증세를 오한(惡寒), 몹시 심한 추위를 혹한(酷寒), 추위를 막음을 방한(防寒), 지독한 심한 추위를 극한(極寒), 몹시 혹독한 추위를 열한(烈寒), 추위를 피하여 따뜻한 곳으로 옮김을 피한(避寒), 찬바람을 쐬어 생기는 오한을 객한(客寒), 모진 추위나 추위의 괴로움을 고한(苦寒), 배고픔과 추위를 기한(飢寒), 추위를 견딤을 내한(耐寒), 친족이 없이 고독하고 가난함을 단한(單寒), 찬 것이 오면 더운 것이 가고 더운 것이 오면 찬 것이 감을 한래서왕(寒來暑往), 입술을 잃으면 이가 시리다는 뜻으로 가까운 사이의 한쪽이 망하면 다른 한쪽도 그 영향을 받아 온전하기 어려움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을 순망치한(脣亡齒寒), 빈한함이 뼈에까지 스민다는 뜻으로 매우 가난함을 일컫는 말을 빈한도골(貧寒到骨), 머리는 차게 발은 따뜻하게 하면 건강에 좋음을 이르는 말을 두한족열(頭寒足熱), 외로이 자는 방안의 쓸쓸한 등불이라는 뜻으로 외롭고 쓸쓸한 잠자리를 이르는 말을 고침한등(孤枕寒燈), 봄 추위와 노인의 건강이라는 뜻으로 모든 사물이 오래가지 않음을 이르는 말을 춘한노건(春寒老健) 등에 쓰인다.
▶️ 往(갈 왕)은 ❶형성문자로 徃(왕), 泩(왕)은 통자(通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두인변(彳; 걷다, 자축거리다)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王(왕)이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풀의 싹 틈을 나타내는 철(艸; 글자중 한 개만 쓴 글자)과 음(音)을 나타내며 크게 퍼진다는 뜻을 가진 王(왕)으로 이루어졌다. 이 두 글자를 합(合)한 主(왕)은 초목(草木)이 마구 무성하다, 어디까지나 나아가는 일을, 두인변(彳; 걷다, 자축거리다)部는 간다의 뜻이다. ❷회의문자로 往자는 '가다'나 '향하다'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往자는 彳(조금 걸을 척)자와 主(주인 주)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그러나 갑골문에서는 王(임금 왕)자 위로 止(발 지)자가 그려져 있었다. 여기서 王자는 발음역할만을 한다. 이것은 '가다'라는 뜻을 표현한 것이다. 금문에서는 여기에 彳자가 더해지면서 '길을 가다'는 뜻을 좀 더 명확하게 표현하게 되었다. 그러나 소전과 해서에서는 止자와 王자가 主자로 바뀌면서 지금의 往자가 만들어지게 되었다. 그래서 往(왕)은 ①가다 ②(물품을)보내다, 보내 주다 ③향하다 ④과거(過去) ⑤옛날, 이미 지나간 일 ⑥이따금 ⑦일찍 ⑧언제나 ⑨뒤, 이후(以後)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갈 거(去), 갈 서(逝),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올 래(來), 물러날 퇴(退), 머무를 류(留)이다. 용례로는 가고 오고 함을 왕래(往來), 갔다가 돌아옴 또는 가는 일과 돌아오는 일을 왕복(往復), 이따금이나 때때로를 이르는 말을 왕왕(往往), 이 세상을 버리고 저승으로 가서 삶을 왕생(往生), 지나간 해나 옛날을 이르는 말을 왕년(往年), 지나간 옛날을 왕고(往古), 갔다가 돌아옴을 왕반(往返), 가서 다달음을 왕예(往詣), 이미 지나간 수레바퀴의 자국이란 뜻으로 이전 사람이 행한 일의 자취를 이르는 말을 왕철(往轍), 지난 지 썩 오래된 때를 왕대(往代), 윗사람을 가서 만나 뵘을 왕배(往拜), 이미 잊을 듯 지나간 해를 왕세(往歲), 지난날이나 지나온 과거의 날 또는 그런 날의 행적을 왕일(往日), 비행기나 배가 목적지로 감을 왕항(往航), 의사가 병원 밖의 환자가 있는 곳에 가서 진찰함을 왕진(往診), 이전이나 그 전 또는 이미나 벌써나 이왕에를 이르는 말을 기왕(旣往), 오래 전이나 그 전을 이르는 말을 이왕(已往), 오고 가고 함을 내왕(來往), 홀로 감으로 남에게 의지하거나 간섭을 받지 아니하고 스스로의 힘이나 생각으로 떳떳이 행동함을 독왕(獨往), 아직 가지 않음을 미왕(未往), 마음이 늘 어느 사람이나 고장으로 향하여 감을 향왕(向往), 마음이 늘 어느 한 사람이나 고장으로 쏠림을 향왕(響往), 가는 것은 그 자연의 이법에 맡겨 가게 해야지 부질없이 잡아 두어서는 안된다는 말을 왕자물지(往者勿止), 있는 것을 없는 것처럼 또는 없는 것을 있는 것처럼 마음대로 지어낸다는 말을 왕래자재(往來自在), 거리낌이 없이 아무 때나 왔다갔다 함을 이르는 말을 무상왕래(無常往來), 남의 태도나 주장에 조금도 구애됨이 없이 스스로의 주의나 주장대로 행동함을 자주독왕(自主獨往), 오른쪽으로 갔다 왼쪽으로 갔다하며 종잡지 못한다는 말을 우왕좌왕(右往左往), 서로 변론을 주고받으며 옥신각신 한다는 말을 설왕설래(說往說來), 이미 지나간 일은 어찌할 도리가 없고 오직 장래의 일만 잘 삼가야 한다는 말을 기왕불구(旣往不咎), 찬 것이 오면 더운 것이 가고 더운 것이 오면 찬 것이 간다는 말을 한래서왕(寒來暑往), 지난 일을 밝게 살피어 장래의 득을 살핀다는 말을 창왕찰래(彰往察來) 등에 쓰인다.
▶️ 暑(더울 서)는 ❶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날 일(日; 해)部와 음(音)을 나타내는者(자, 서)가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음(音)을 나타내는 者(자)는 옛 음(音)이 닮았던 庶(서; 불타다)와 뜻이 통하여, 햇볕에 쬐어 무더운 일을 말한다. 나중에 熱(열)은 冷(냉)의 반대, 暑(서)는 차다의 寒(한)의 반대로 삼고, 또 熱(열)은 인공(人工)의 더위, 暑(서)는 외기(外氣)의 더위로 구별하여 쓰인다. ❷회의문자로 暑자는 ‘더위’나 ‘덥다’, ‘여름’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暑자는 日(해 일)자와 者(놈 자)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者자는 사탕수수액이 흐르는 모습을 그린 것이다. 여기에 日자를 더한 暑자는 무더위에 땀을 흘리는 모습을 표현하고 있다. 暑자는 햇볕이 따갑게 내리쬐는 ‘여름’을 뜻하기 때문에 ‘덥다’나 ‘더위’라는 뜻으로 쓰이고 있다. 그래서 暑(서)는 ①(날씨가)덥다 ②더위 ③여름, 더운 계절,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따뜻할 온(溫), 따뜻할 난(暖), 불꽃 염(炎), 더울 난(煖), 더울 열(熱)이 있고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찰 냉/랭(冷)(랭), 서늘할 량/양(凉), 찰 한(寒) 서늘할 량/양(涼)이 있다. 용례로는 몹시 심한 더위를 서염(暑炎), 더위로 인한 괴로움을 서고(暑苦), 더운 기운 또는 더위에 걸린 병을 서기(暑氣), 무더운 날의 하늘을 서천(暑天), 더위를 먹음을 서상(暑傷), 혹독한 가뭄이 든 해를 서세(暑歲), 여름철의 몹시 심한 더위를 서위(暑威), 여름의 한창 더운 동안을 서중(暑中), 여름의 삶는 듯한 더위를 서열(暑熱), 매우 무더운 여름이나 더위가 혹심한 여름을 서하(暑夏), 무더운 여름날에 내리는 비를 서우(暑雨), 여름에 드는 감기를 서감(暑感), 음력 6월의 심한 더위를 이르는 말을 서욕(暑溽), 모기를 달리 이르는 말을 서문(暑蟁), 더위를 먹어서 설사가 나는 병을 서리(暑痢), 여름의 더위로 인하여 소화가 안 되어 하는 설사를 서설(暑泄), 선선한 곳으로 옮기어 더위를 피하는 일을 피서(避暑), 몹시 심한 더위를 혹서(酷暑), 지독한 더위를 극서(極暑), 몹시 혹독한 더위를 열서(烈暑), 혹독하게 사나운 더위를 폭서(暴暑), 추위와 더위를 이르는 말을 한서(寒暑), 더위를 가시게 함을 소서(消暑), 더위 먹음을 이르는 말을 복서(伏暑), 더운 쪽으로 향함이라는 뜻으로 차차 더워짐을 이르는 말을 향서(向暑), 더위를 이겨내기 위하여 피서하지 않고 더위를 견뎌냄을 투서(鬪暑), 몸을 시원하게 함이나 더위의 기운을 씻어 버림을 척서(滌暑), 몹시 찌는 듯한 더위를 심서(甚暑), 한창 심한 더위를 엄서(嚴暑), 더위를 견딤을 내서(耐暑), 한창 심한 더위를 맹서(猛暑), 초여름의 대단치 않은 더위를 박서(博暑), 초가을이 되어도 남아 있는 더위를 잔서(殘暑), 바람에 병들고 더위에 상함이라는 뜻으로 고생스러운 세상살이에 쪼들림을 이르는 말을 병풍상서(病風傷暑), 추위가 물러가고 무더위가 온다는 뜻으로 세월이 흘러감을 이르는 말을 한왕서래(寒往暑來), 추위나 더위를 피하지 아니하고 무릅쓴다를 이르는 말을 불피한서(不避寒暑) 등에 쓰인다.
▶️ 來(올 래/내)는 ❶상형문자로 来(래/내)는 통자(通字), 간자(簡字), 倈(래/내)는 동자(同字)이다. 來(래)는 보리의 모양을 나타낸 글자이다. 아주 옛날 중국 말로는 오다란 뜻의 말과 음(音)이 같았기 때문에 來(래)자를 빌어 썼다. 나중에 보리란 뜻으로는 별도로 麥(맥)자를 만들었다. 보리는 하늘로부터 전(轉)하여 온다고 믿었기 때문에 그래서 오다란 뜻으로 보리를 나타내는 글자를 쓰는 것이라고 옛날 사람은 설명하고 있다. ❷상형문자로 來자는 '오다'나 '돌아오다', '앞으로'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來자는 人(사람 인)자가 부수로 지정되어 있지만 '사람'과는 아무 관계가 없다. 來자의 갑골문을 보면 보리의 뿌리와 줄기가 함께 그려져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來자는 본래 '보리'를 뜻하던 글자였다. 옛사람들은 곡식은 하늘이 내려주는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다 보니 來자는 점차 '오다'라는 뜻으로 쓰이게 되었다. 來자가 이렇게 '오다'라는 뜻으로 가차(假借)되면서 지금은 여기에 夂(뒤져서 올 치)자가 더해진 麥(보리 맥)자가 '보리'라는 뜻을 대신하고 있다. 그래서 來(래)는 ①오다 ②돌아오다 ③부르다 ④위로하다 ⑤이래 ⑥그 이후(以後)로 ⑦앞으로 ⑧미래(未來) ⑨후세(後世) ⑩보리(볏과의 두해살이풀) 따위의 뜻이 있다.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갈 거(去), 갈 왕(往), 머무를 류/유(留)이다. 용례로는 올해의 다음 해를 내년(來年), 오늘의 바로 다음날을 내일(來日), 죽은 뒤에 가서 산다는 미래의 세상을 내세(來世), 다음에 오는 주를 내주(來週), 겪어 온 자취를 내력(來歷), 후세의 자손을 내예(來裔), 외국인이 한국에 오는 것을 내한(來韓), 적이 습격해 오는 것을 내습(來襲), 오고 가고 함을 내왕(來往), 손님이 찾아옴을 내방(來訪), 와 계신 손님을 내빈(來賓), 찾아 오는 손님을 내객(來客), 와 닿음을 내도(來到), 남에게서 온 편지를 내신(來信), 다음에 다가오는 가을을 내추(來秋), 어떤 결과를 가져옴을 초래(招來), 아직 오지 않은 때를 미래(未來), 금전을 서로 대차하거나 물건을 매매하는 일을 거래(去來), 앞으로 닥쳐올 때를 장래(將來), 가고 오고 함을 왕래(往來), 그 뒤로나 그러한 뒤로를 이래(以來), 사물의 내력을 유래(由來), 변하여 온 사물의 처음 바탕을 본래(本來), 이르러서 옴이나 닥쳐 옴을 도래(到來), 올 때는 갈 때의 일을 모른다는 뜻으로 양면을 다 알지는 못함을 이르는 말을 내부지거(來不知去), 지나간 일은 어찌할 도리가 없지만 장차 다가올 일은 조심하여 이전과 같은 과실을 범하지 않을 수 있음을 이르는 말을 내자가추(來者可追), 오는 사람을 막지 말라는 뜻으로 자유 의사에 맡기라는 말을 내자물거(來者勿拒), 오가는 사람 즉 자주 오가는 수많은 사람을 이르는 말을 내인거객(來人去客), 오는 사람을 금해서는 안 됨을 이르는 말을 내자물금(來者勿禁), 쓴 것이 다하면 단 것이 온다라는 뜻으로 고생 끝에 낙이 온다라는 말을 고진감래(苦盡甘來), 흙먼지를 날리며 다시 온다는 뜻으로 한 번 실패에 굴하지 않고 몇 번이고 다시 일어남을 일컫는 말을 권토중래(捲土重來), 즐거운 일이 지나가면 슬픈 일이 닥쳐온다는 뜻으로 세상일이 순환됨을 가리키는 말을 흥진비래(興盡悲來), 서로 변론을 주고받으며 옥신각신함을 일컫는 말을 설왕설래(說往說來), 부근에 있는 사람들이 즐거워하고 먼 곳의 사람들이 흠모하여 모여든다는 뜻으로 덕이 널리 미침을 이르는 말을 근열원래(近悅遠來), 여러 말을 서로 주고 받음 또는 서로 변론하느라 말이 옥신각신함을 일컫는 말을 언거언래(言去言來), 동지를 고비로 음기가 사라지고 양기가 다시 온다는 뜻으로 나쁜 일이나 괴로운 일이 계속되다가 간신히 행운이 옴을 이르는 말을 일양내복(一陽來復), 뜻밖에 닥쳐오는 모질고 사나운 일을 일컫는 말을 횡래지액(橫來之厄), 눈썹이 가고 눈이 온다는 뜻으로 서로 미소를 보냄을 이르는 말을 미거안래(眉去眼來), 찬 것이 오면 더운 것이 가고 더운 것이 오면 찬 것이 감을 일컫는 말을 한래서왕(寒來暑往), 벗이 있어 먼 데서 찾아온다는 뜻으로 뜻을 같이하는 친구가 먼 데서 찾아오는 기쁨을 이르는 말을 유붕원래(有朋遠來), 밥이 오면 입을 벌린다는 뜻으로 심한 게으름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반래개구(飯來開口), 과거의 사례를 살펴봄으로써 미래를 미루어 짐작한다는 말을 이왕찰래(以往察來), 추위가 물러가고 무더위가 온다는 뜻으로 세월이 흘러감을 이르는 말을 한왕서래(寒往暑來)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