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이름이 인정옥인 건 기억한다. 작가 이름이 그렇게 많이 거론되는 드라마는 처음이었다. 네멋은 못봤다.
하여튼 젊은이들의 미친 정서를 제대로 표현했다고 생각한다. 나는 네 명의 캐릭터 속에서 내 모습을 보았다.
이 세상은, 젊은이들의 세상은, 21c초의 대한민국은, 표현론적으로 아름답다. 그것은 웃기지도 않고, 슬프지도 않은데, 그 내면의 아픔은 공감이 간다. 익살스러운 세상에서 농담은 웃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아픔을 위한 것이다. 다른 드라마에선 가식으로 감추던 것들, 그 농담은 진담을 드러낸다.
"엄마가 할아버지 힘 쎄서 결혼한 줄 알지? 아니야. 엄마 할아버지 돈 보고 결혼한 거다."
그리고 결국, 지렁이같은 사랑 속에서 사람들은 살아간다. 아무 것도 끝나는 게 없고, 모두 그대로, 그냥 살아간다. 시청률도 그대로다. 그냥 그렇다.
한 마리는 아일랜드로 입양갔다가, 가족들이 마피아로 몰려 다 죽고, 자기 오빠가 죽을 때 자신의 공포때문에 도와주지도 못한, 그러나 어쩔 수 없었던, 그 순간의 기억으로 정신병원에 1년 들러서 한국으로 온다.
한 마리는 백수 건달 양아치. 6살 때 엄마가 여동생을 입양보낸 뒤부터 인생이 꼬였다. 가난한 지지리 궁상 집안에서는 아무 것도 꿈꿀 수 없었고, 대충 되는대로 사는, 그래도 살 수는 있는 흘러가는 인생.
한 마리는 엄마 아빠 다 죽고, 고아로 남겨진 걸 목사가 주워다 키웠는데. 그나마 목사 아래서 자라서 정상인데. 그 목사마저 버리고 도망갔다. 그 목사가 걔 아빠를 좋아했다고 한다. 게인가 보다.
한 마리는 인기 아역 배우였는데, 집안 망한 뒤로, 애로 영화 찍어서 예닐곱 가족을 혼자 먹여 살렸다.
척 봐도, 미쳐도 미칠만한 핑계가 있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그들은 충분히 정상이다. 다만, 미친척하는 것이다. 난 세상에 태어나서 단 한번도 정상인 사람을 본 적이 없다. 그러니까 그들이 정상인 거다. 우리가 정상인 것과 마찬가지로. 혹은, 이 세상에 정상은 하나도 없다고 해도, 그 말도 옳다.
보통 사람 --진짜 의학적이거나 심령학적으로 정신계통에 직접적으로 질환을 일으킬만한 원인이 없는 사람--이 미친 척 하는 이유는 그저, 미쳐도 아무도 뭐라고 그러지 않을 것 같은 상황 그 자체다. 모든 사람들은 미친 척 한다. 때로는 열광적으로, 간혹 수줍게. 그것을 개성이라고 한다. 자갈밭의 자갈들은 다 그게 그거지만, 그 중 하나를 집어다 놓고 꾸준히 보다보면 그 자갈에 개성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 자갈이 미쳤다는 걸 안다. 그게 정상이다. 굳이 그 자갈이 별모양일 필요는 없다.
누군가 그러더라. 겉멋만 잔뜩 들었다고.
드라마는 세상을 그렸다.
세상은 겉멋 들었다.
누군가 그러더라. 그건 아닌 것 같다고.
그러면서 다 이혼하고, 다 불륜하게 된다.
건전하게 산다고 해도, 쉽지 않을 걸.
(그래도 나는 건전하게 살고야 말겠다.)
나는 별 모양이 아닌 자갈 하나를 보았다.
첫댓글 뭐 보기 나름이겠지만, 내멋..을 못봐서 그런지..아일랜드는 두편 정도 봤지만 등장인물들의 뜬구름 잡는 듯한 대사에 도저히 적응이 안 되더군요.; 드라마라는 선입관때문에 그런지 소설이나 만화 영화도 아닌..드라마에서 그런 대사는 저에게는 몰입이 힘들더군요.
관념적인 대사가 주를 이룬다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일단 저같은 경우는 학교에서 점심시간에 재방송을 보곤 했지만 그다지 재미 있게 보지 않았습니다. 재미 있었습니까? MBC가 공짜던가... 시간나면 봐야 할지도 ...
네멋을 본 사람들도 아일랜드의 뜬구름에 적응 안되었던 거 같아요. 뜬구름인가요, 어쨌든.
뜬구름이라기보다는 정신 나간.
맞아요, 정신적인 문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