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병관 | 프랑스 공인 문화 해설사, 작가
앙리 루소, <풋볼 선수들(The Foolball Players)>, 캔버스에 유화, 100.3 x 81.1센티미터, 1908년, 뉴욕 구겐하임.
7월의 주인공은 파리 올림픽이다. 1924년 이후 100년 만에 같은 도시에서 다시 열리는 이번 올림픽이 이전과 다른 점이 하나 있다면 도시 자체가 경기장으로 탈바꿈한다는 것이다. 올림픽을 치르기 위해 새 경기장을 지어 올린 기존과 달리 파리와 주변의 역사적인 장소에서 경기를 치른다. 예를 들면 양궁 경기는 군사 박물관이자 나폴레옹의 묘가 있는 앵발리드 앞 잔디밭에서, 승마는 베르사유 궁전 정원에서 펼쳐진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할 올림픽으로 온 지구의 시선이 파리에 쏠려 있다. 그림 속 남자들도 한참 풋볼 경기에 열을 올리는 중이다. 과거에는 럭비, 축구와 같은 구기 종목을 모두 '풋볼'이라 칭했다. 지금의 럭비와 가장 비슷한 게임일 것 같다. 빨강, 노랑 줄무늬의 선수가 공을 받으려는 파랑, 하양 줄무늬 선수를 저지하기 위해 달려들고 있다. 선수들의 자세와 얼굴은 진지하게 진행되는 경기 내용과 상반되는 듯하다. 어딘가 우스꽝스럽고, 배경의 나무들도 땅에 단순히 꽂혀 있는 듯 부자연스럽다. 그림은 '세관원 화가'라고도 불린 앙리 루소의 작품이다. 루소는 어려운 살림에 보탬이 되기 위해 어릴 적부터 일을 시작해 세관원으로 20년 넘게 근무했다. 바쁜 삶에도 꿈을 포기하지 않은 그는 쉬는 날이면 루브르 박물관을 찾아 거장들의 작품을 모사하며 그림 실력을 쌓았다. 40세를 넘긴 뒤엔 화가들의 전쟁터인 살롱전에 작품을 출품하며 화가를 직업으로 삼고자 노력했다. 하지만 어린 시절부터 정규 교육을 받은 화가도 선발되기 어려운 살롱전에 그의 작품이 걸릴 확률은 희박했다. 그럼에도 루소는 포기하지 않았다. 20년 넘게 해 온 일을 그만두고, 50세 무렵 전업 작가의 길로 들어서며 작품 활동을 더욱 왕성하게 이어 갔다. 그는 매년 독립 예술가 전시회에 작품을 출품해 이름을 알리려 했지만, 화가로서 인정받는 건 쉽지 않았다. 언론은 삐딱한 시선으로 그의 그림을 헐뜯었고 사람들은 그를 '화가 루소'가 아닌 '세관원 화가 루소라 불렀다. 루소는 주눅 들지도, 상처받지도 않았다. 오히려 자신만만한 태도를 보였다. 자신의 스승은 자연뿐이라며 스스로를 프랑스 최고의 사실주의 화가 중 한 명이라고 소개했다. 사기 사건에 휘말려 재판을 받을 때도 자신에게 유죄 판결이 내려진다면 피해를 보는 것은 자신이 아니라 예술 그 자체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의 독특한 양식은 20세기 초부터 이목을 끌기 시작했다. 보이는 대로가 아닌 예술가의 주관에 의해 그림을 그리는 예술 사조가 중요해지던 시기였다. 당시 젊은 예술가였던 파블로 피카소는 루소의 작품을 좋아해 그를 작업실에 초대했으며, 초현실주의 예술가들은 그의 작품에서 영감을 얻었다. 유명 화상인 앙브루아즈 볼라르가 그의 작품을 구매해 미술 시장에도 이름을 알렸다. 루소는 행복했지만, 사는 동안 그가 주목받은 시간은 고작 몇 년 뿐이었다. 오히려 세상을 떠난 후 더 크게 빛을 봤다. 정식 미술 교육을 받지 않고 독학으로 자신만의 예술을 구축하는 '나이브 아트'가 유행하면서 미국 화상들이 그의 작품에 관심을 가진 것이다. 결국 루소는 하고 싶은 일에 늦은 때란 없으며, 최선을 다하면 이룰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셈이다. 7월, 뜨거운 파리에서 자랑스러운 국가대표 선수들이 경기에 임할 테다. 선수들에게 루소의 그림과 그의 이야기를 전하고 싶다. 자신이 최고라 믿고 지금까지 준비해 온 것처럼 최선을 다하는, 후회 없는 멋진 경기를 치르길 응원한다.
진병관 님은 현재 프랑스 공인 문화 해설사로 일하며 루브르 박물관과 오르세 미술관 등지에서 여행과 예술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쉽고 재밌는 미술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저서로 《기묘한 미술관》 《위로의 미술관》이 있다.
2024년 7월 26일 파리 올림픽 개막식 동안 약 10,000명의 선수들이 세느강에서 보트로 수송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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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좋은글 감사 합니다
반갑습니다
동트는아침 님 !
다녀가신 고운 흔적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
건강하고 기쁨 가득한
7월 보내시길 소망합니다
~^^
안녕 하세요.....망실봉님
좋은 글 고맙습니다..
장마가 시작 입니다..
마음은 꿀꿀 하지만..마음은 뽀송하게 보내세요
오늘도 수고 많으셨어요...
반갑습니다
핑크하트 님 !
고운 걸음으로 멘트
주셔서 감사합니다 ~
본격적인 장맛철을 맞아
건강한 여름나기 준비로
활기찬 나날들보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