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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전국 멧돼지 사냥클럽 원문보기 글쓴이: 산속에
<이곳 강원도 춘천은 이미 돼지열병이 휩쓸고 갔고 그에 더해 사냥개 금지 조치로 사실상 멧돼지 사냥은 어려운 상태입니다. 무료한 상태가 계속 이어져 추억 소환하듯 제가 전에 올렸던 글을 다시 소개합니다.>
이 글은 아스트로 추적기를 사용하기 전의 실제 상황입니다.
제 경험에 의하면 멧견만으로의 포획 성공 여부를 결정짓는 요인으로는 돼지의 성별 및 크기에 있지 않고 견주의
변화무쌍한 그때그때의 상황 대처능력에 달려 있다고 생각합니다.
멧돼지 개, 멧돼지 그리고 사냥
1. 프롤로그
그날 수렵지인 강원도 인제로 향하는 내 마음은 소풍을 떠나는 어린애처럼 마냥 들 떠 있었다.
차창밖에는 희끗희끗한 눈발이 날리는 것이 드라이브의 정취를 한껏 고조시켜 준다.
어느덧 중후(重厚)함을 더해, 지나 온 족적조차 금방 헤이지 못할 만큼 꽤 긴 세월과 함께 인생의 길을 달려왔나 보다.
그렇게 나는 또 달렸다.
인제 중심지 다방에서 만나기로 한 수렵 동료들과 약속한 시간이 촉박해 한가로이 옛날 회상을 허락할 만큼 여유롭지 못했다.
이번 사냥이 설레이는 이유는 좋아하는 분들과 함께 어울리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는 것이요,
다른 또 하나는 나의 사냥개들을 실전에서 관찰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기 때문이다.
사실 오십 중반을 뛰어 넘은 이 나이에 40여일을 종일토록 오후 늦게까지 책상에 앉아 연수를 받는다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은 일일 뿐더러 더욱 힘든 것은 사냥철에 사냥을 나가지 못하는 "직장에 묶인 상황"이었다.
인터넷이 전해주는 사냥 무용담을 보고 있노라면 온 몸이 근질거려 참을 수가 없었다.
그러던 차에 전화가 왔다.
“뭐 하십니까? 좋은 개 갖고 계신데 그 놈들 서너마리 데리고 몰이 좀 해주시지요.....” 듣던 중 반가운 얘기였다.
멧돼지 개를 대상으로 한 연구논문을 두 편이나 써서 발표했던 나로서는 좋은 실전 기회를 맞은 셈이다.
포획보다는 개들의 행동 관찰을 중요시하는 편이었기에 이틀 연가를 내기로 했다.
반갑게 악수를 하며 그동안의 안부를 묻고는 사연 많아 보이는 마담이 야릇한 미소로 따라주는 커피 한잔에 몸을 녹였다.
현지인의 안내로 수렵지에 들어서서 작전을 짠 다음 정해진 포인트 공략을 위해 개들을 풀었다.
일주일에 두 세 번 씩 동네 산을 오른 터라 녀석들은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었다.
당일 출전 인(犬)물
썰개 똘이(2살)...하운드 계열인 망치의 아들로서 불테리어 어미사이에서 태어났다.
홑개로서 날렵한 체형으로 넓은 수색범위와 지치지 않는 체력을 과시하며 가장 위험한 분야인
멧돼지 앞 쪽에서 진행을 차단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썰개 왕초(2살)...옥천포 김남용님의 주선으로 대전 왕초님으로부터 3개월 때 선물받아 키웠는데 왕성한 수색력과 천부적인 후각을 지닌 노련한 녀석이다.
주인 말고는 어느 누구에게도 곁을 주지 않는 특성이 있다.
뒷개 검순이(3살)...망치 딸, 과묵하고 조용하며 주인의 표정을 살필 줄 안다.
선도견들이 수색을 나가더라도 주인 옆에 붙어서서 다니다가 썰개들의 움직임이 있으면 쏜살같이(준족인 아비 망치의 피를 속일 수 있으랴) 뛰쳐나가며,
썰개들이 미처 파악하지 못한 경우엔 스스로 먼저 뛰어나가는 썰개 겸 뒷개로서 자질이 대단한 아가씨이다. 물기에 들어가서는 집요하고도 끈기있는 공격력을 과시한다.
뒷개 망순이(2살)...진도와 피플의 교잡종으로 다소 체고가 낮음, 충북 도고 켄넬에 들렸다가 눈에 띄어 즉석에서 입양한 녀석으로 멧돼지 공략의 달인이다.
몸을 피할 줄 알고 멈춰 세울 줄 알며 공명이 큰 짖음으로 팀에서 꼭 필요한 존재이다.
멧돼지 추적시 우회하면서 앞서 나가 퇴로를 차단하는 지능 플레이를 펼친다.
공격조 땡순이(2살) ...90% 피플, 피플 종이 그러하듯 물불 안 가리는 공격력을 보이지만 그만큼 늘 부상이 뒤따름.
1得1傷 즉, 멧돼지 한 마리 얻으면 한 번 부상을 입는 스타일. 하지만 고양이 목에 방울달기처럼 강한 상대를 만나 그룹이
머뭇거리는 상황에서 최초의 공격을 시도하여 다른 견들의 합세를 유도하는데 기여하고 있다.
2. 투입
눈 쌓인 산길 오르기는 만만치 않았다.
썰개 두 마리가 쉼없이 내려갔다 되돌아오기를 반복하고 있다.
눈발이 제법 세어져 하늘과 세상이 순간 온통 회색으로 덮인다.
이런 상황을 맞으니 문득 장자(壯子)의 소요유(逍遙遊) 편 한 대목이 떠올랐다.
怒而飛 其翼若垂天之雲
(붕鵬 새가 힘차게 날아 오르면 그 날개는 마치 하늘을 드리운 구름같았다)
매서운 칼바람은 머리위에서 사나운 토네이도로 변해 모자가 날라갈 것만 같았고
눈조각에 부딪힌 언 뺨은 떨어져 나가는 듯 얼얼했다.
군복무 시절,
충북 옥천에서 야간작업을 나갔었다.
프로복싱 세계 타이틀 매치를 하던 날로 기억하는데 어찌나 춥던지 눈물을 흘린 기억이 새롭다.
아! 기억 생생한 그날로 부터 난 지금 얼마만큼이나 멀어져 있는가.
세월이 꿈처럼 흘러갔다.
제대, 취직, 결혼, 애 키우기, 지지고 볶고............그리고는 지금 이렇게 산엘 오르고 있다.
상념에 잠겨있는 그 때,
저 아래쪽에서 컹컹대며 맹렬히 개들이 짖기 시작한다.
아시는 분은 다른 설명이 필요없겠지만
개들의 짖음으로 상대가 무엇인지는 금방 파악이 된다.
예를 들어 노루나 고라니를 만났을 때
테리어 혈이 섞인 개의 짖음은 한 음 정도 높은 짜증나고 약 오른다는 식의 하이톤이 나오고
약한 상대인 암퇘지나 똘돼지를 만나면 짖음이 간헐적으로 들리다가 곧 사라져 버리기 일쑤이다.
왜냐하면 물기에 집중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러나....
맹렬한 짖음이 계속될 경우 필시 이것은 비상상황이다.
수퇘지를 만났다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귀 기울여 소리 나는 쪽 파악을 하려는데 깨앵~ 저 아래 어디선가 단말마 같은 개 비명소리가 들리는 것이 아닌가?
심하게 불어대는 바람에 묻어오는 한 가닥 소리를 찾으려 애썼지만
그 뒤로는 갑자기 잠잠해지고.......
모든 감각을 청력에 몰두하는 이런 때 아직 미숙한 강아지는 주인옆에서 바스락 거리면서 소리 듣기를 방해하는구나.
일단 일행에게 무전으로 상황을 알렸다.
상부 쪽에 위치해 있던 일행은 이쪽으로 오겠단다.
그 사이 나는 잠잠해진 상황을 세 가지로 요약해 봤다.
하나는 숫멧을 공략하자 강력하고도 거친 반격으로 개들을 공격한 후 등 넘어 터져(빠져) 버린 것,
하지만 뒤쫓으면서 내는 짖음이 갑자기 멈출 수 있을까?
둘, 노련한 킬러를 만나 몇 번의 공격을 당해 사냥개들의 전멸 상황?
그러나 이 역시도 확률이 높지는 않았다. 왕초나 똘이 그리고 망순이는 공격을 피할 줄 알기 때문이다.
셋, 그렇다면 저 아래 하부 쪽으로 밀려 쫓겨 내려갔겠구나....
가장 확실에 가까운 결론이 내려졌다.
내려 뛰면서 사이 등을 만나면 귀 기울이고 또 살펴 내려가고 한 참을 내려오다 보니까
드디어 저 아래 쪽 어디에선가 소리가 들린다.
그 것은 개들의 짖음이 아니라 멧돼지의 고통스런 비명이었다.
경사 70도.
눈덮힌 응달 언덕을 내려 뛰는데 내가 생각해도 신기할 정도로 산신령처럼 넘어지거나 미끄러지지 않고 현장에 닿을 수 있었다.
언듯 보이는 우리 개들.
다섯 마리 모두 멀쩡해 보였다.
그렇지만 거기에 포위되어진 멧돼지는 120근이 넘는 숫멧이었는데 이미 전의를 상실한 채 녹초가 되어있었다.
3. 돼지의 일생
수퇘지의 사정은 이러했다.
눈 내리는 이 겨울 나는 가장 행복했어. 한창 교미를 즐길 수 있었으니까.
얼마 전에는 삼십리 밖에 있는 아가씨와 열흘 가까이 함께 지냈지.
다소 서툰 몸짓이 나를 더욱 흥분 시켰어....내가 그녀에게 가까이 다가가던 첫 날, 울먹이는 듯 떨며 머뭇거리던 모습이
지금 생각해도 온 몸에 전율을 느껴. 하루에도 몇 번씩 거듭되는 나의 요구에 점차 적응하던 그녀가
며칠 후 부터는 태도가 싹 달라지더군......내년에나 보자며.....홀몸이 아니라나 뭐라나.....어쩔 거여......
새침하게 앙탈짓는 그녀의 거부는 내숭이 아니었어. 그래서 내 보금자리로 돌아온 게 지난 주였지.
그런데 웬일이야? 본 적도 없는 아줌마가 제발로 찾아 온 게 아니겠어?
언 땅에서 겨우 굵은 칡뿌리를 찾아 먹고는 지난 며칠의 피로를 풀려고 잠을 청하는데
슬며시 다가오면서 하는 말~
총각.... 자? 아니 총각이라니 난 이미 내 씨를 남긴 어엿한 아저씨인데........
내 코로 그 아가씨의 꼬릿 쪽을 슬슬 문지르며 콧김을 불어 넣으면 짧은 꼬리를 옆으로 살짝 돌려주면서 흐응~ 대는
여체의 반응을 알아차린 테크니션인데...총각이라구?
그건 그렇구....아니 세상에... 자세히 보니 귀 뒷 쪽에 흰털까지 나기 시작한 한물 간 아줌씨가 아닌가 말야.
그런데 염치도 없이 웬 수작이람...........나는 등을 돌려 본 척도 안했지.....
한 잠 늘어지게 잔 후
날이 저물어 다시 슬슬 먹이를 구하러 나가려는데 저 앞 바위 밑에서 바로 그 아줌씨가 나오는 게 아니겠어.
끈기하고는.....
난 못 본 체 도리질을 치고 비석 바위 쪽 갈나무 밭으로 갔어.
금년에는 상수리 도토리가 풍년이었지만 쌓인 눈 때문에 지금 양지 쪽 거기 밖에는 먹을 게 없으니까.
그럭저럭 배를 채우고 돌아와 보니 아니 그 아줌씨가 아직도 그 자리에 있는 게 아녀?
차마 날 쳐다보지는 못하면서도 끙끙 앓는 소리에 통사정을 하는 것이 차라리 애원에 가깝더군.
그때....
난 결심했어.
희생을 하기로 했단 말이여.
작년에 남편이 몹쓸 놈들이 설치한 올무에 걸려 저 세상으로 갔다는데.....
사방 백리에 사내구실 할 놈은 나 하나 뿐 이라면서 저렇게 간절히 원하니
어쩔 거여...눈 꽉 감고 사랑해 줘야지......
인간 세상에서는 그렇게 얘기들 한대... 여자를 외롭게 하면 죄짓는 거라구......
그녀는 환희의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어.
구웨엑 구우우욱~그 소리가 얼마나 큰지 골짜기 마른 나뭇잎들이 함께 흔들릴 정도였다니까.
귀 밑을 감아대는 노련하고도 뜨거운 혀의 놀림은 계속 내 몸을 달궈 움직이게 했고
젊은 나를 녹초로 만들기에 충분한... 그야말로 유혹의 달인이었어.
며칠이 또 꿈같이 지나갔어.
밤낮을 함께 지내는 동안 마치 하녀처럼 순종만 할 뿐 아무런 말이 없던 그녀였는데...
거센 풍랑이 잦아든 후 흡족한 표정으로 한참을 나를 응시하더니
나직한 목소리로 이야기 하더군.
" 사랑은 대단한 게 아니야. 간절히 원할 때 함께 해주는 거지. 그래서 고마워........"
오늘도 막 사랑의 유희를 마치려는데 저 아랫 쪽에서 개 냄새, 발자국 소리가 들리는 것이었어.
아줌마 어서 피해!
아니 총각도 같이 도망가자... 아니야! 내가 거뜬히 해치울 수 있으니까 어서 피하라니까!
사실 겁이 났지만 지난 봄의 경험으로는 뒷다리만 보호하면 개들을 충분히 넘어뜨릴 수 있더라구....
아줌마는 몇 번 나를 설득하다가는 하는 수 없는지
걱정과 아쉬움이 담긴... 애처로운 눈빛을 남긴 채 바위 사잇길 언덕으로 몸을 피했지.
이윽고 한 놈이 먼저 오더군.
몸이 그리 크지 않은 날렵한 놈이었는데 제법 공격 자세를 취하며 다가 오는 것이었어.
예전처럼 나는 바위에 등을 의지한 채 녀석이 들어 올 때를 기다렸지.
어허~ 그런데 금방 또 한 놈이 나타나는 거야.
그것 뿐이 아니야. 저 밑에서 또 다른 놈들의 발자국 소리까지 가까워지니...
안되겠다 싶더군.
아까 아줌마가 올라간 길로 피하기로 했어.
45도 경사의 그 길은 너비가 30cm가 채 안되는 벼랑길로 팔자 형으로 펴지는 뒷굽에 보조굽까지 있는
우리 산돼지들 말고는 오르기 어려운 지형 조건이었으니까.
방향을 틀어 있는 힘을 다해 뛰는데 아니 어떻게 된 녀석들이 그 험한 길인데도 바짝 따라붙는 게 아니겠어?
오르막길은 속도를 내기가 힘들더군......
한참을 뛰다가 멈춰 노려 보는데 이 녀석들 도대체 물러설 기미가 없는 거야.
하는 수 없이 내리막길로 방향을 바꾸었지.
골창 계곡으로 또 얼마 쯤을 뛰어 가는데
이게 웬일이야...순식간에 다섯 마리 녀석들이 날 포위하더란 말야.
그렇다면 좋다. 어디 한 번 해보자. 내가 이래 뵈도 지난 번 진돗개 한 녀석을 멋있게 해치운 경험이 있다구.
고개를 약간 숙인 채 녀석들이 들어오길 기다렸어.
사정거리 안에 들어오기만 하면 참나무 그루터기에다 갈고 닦은 내 송곳니 맛을 보여 줄테니까.
비장한 전투태세에 돌입한 내 자세에 기가 눌렸는지 함부로 들어오지는 못하더군.
그러면 그렇지. 너희들이 젊은 숫멧 무서운줄 알긴 아는구나. 이 녀석들아. 괜시리 다치지 말고 빨리 꺼지라구.
그런데...어어어?
대가리가 둥그렇고 누렇게 생긴 암놈이 갑자기 내 귀를 물고 들어오는 것이 아니겠어........
원 세상에~ 이런 겁 없는 처자 같으니라구. 난 잠깐 고개를 밑으로 내렸다가 힘껏 올려 쳤어.
녀석의 대퇴부가 20cm넘게 쭈욱 갈라지면서 선혈이 낭자하더군.
그러길래 내 들어오지 말라고 했지.
어얼싸?
그렇게 당한 녀석이 물러나기는커녕 이번에는 내 앞발을 물고 늘어지더란 말야.
설상가상이라고 했나?
처음에는 내 콧소리에 압도 당해 주저하던 나머지 녀석들이 한꺼번에 내 사지를 물고 늘어지기 시작했어...
좌우 스트레이트를 한 방씩 날리고는 또 다시 내려 뛰었지. 그런데 말야...숨이 차고 다리에 힘이 빠지는 것을 느꼈어.
처음 봤던 똘이란 홑개는 내 주둥이를 물고 땡순인가 하는 암캐는 앞다리를 물고는 나 죽여라 하며 떨어지지 않는 것이었어.
또 한 놈은 한 술 더 떠 사타구니 쪽을 씹어대고 다리 짧은 놈과 왕초라는 놈은 내 뒷다리 쪽 심줄을 물어 뜯고....
나 역시 최선을 다해 한 녀석을 개처럼 물었지. 녀석이 아픈지 비명을 지르는 순간 애들이 놀라서 잠시 공격을 멈추더군.......
이 때다 싶어 또다시 탈출을 감행했어. 그런데 이번에는 채 100m를 못갔어.
두 세번 멈춰서면 저 놈들은 저승사자처럼 나를 공격하는데.
한 시간 가까운 사투로 난 이미 힘이 다 빠져 버렸던 거야.....
되받을 힘도 없이 주저앉을 수밖에 없었어.....
내 살점이 떨어져 나가는 것을 느꼈어. 허벅지 안쪽까지 이빨이 들어오고.
아!
이렇게 최후를 맞는건가............
철없이 뛰어 놀던 지난 시절
엄마가 찾아준 연한 굼뱅이와 고소한 지렁이 맛은 정말 꿀맛이었지......
다리에 힘이 붙었던 때, 내 덩치가 커져서인지 노루가 지나갈 때 뒤따라 가면 막 도망치더라구...
그리고 첫사랑을 만난 이 겨울에... 이제 겨우 청년이 된 내가 이렇게 생의 마감을 해야 한단 말인가....
내 사랑 아가씨 부디 몸조심... 특히 개들 조심하고 내 새끼들 잘 키워줘...........
아줌마...미안해...너무 쌀쌀맞게 대해서....
내 새끼들 잘 부탁하고 좋은 신랑 만나 행복하세요......
사랑했던 모든 이들이여 안녕.........
웬 사람이 나타났어.....
무전인지 뭔지.....가물가물 들리는 소리.....천천히 내려 오세요....
총도 칼도 필요없을 만큼 120근 짜리 숫놈을 개들이 완전히 제압했네요.............
4. 에필로그
맥이 풀려 있는 돼지 주변에는 온통 피투성이였는데 불과 10m 저 위쪽에도 군데군데 핏자국이 보이는 것을 보면
얼마나 격렬한 공방이 펼쳐졌는지 짐작이 되었다.
이런 상황이라면 싸릿가지로도 처리가 될 만 했다.
생각해 보시라.
두 개의 등 가운데 자리한 골짜기.
영문 대문자 M을 연상하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왼쪽 등을 공략하며 산을 오르던 일꾼들 중 썰개가 맞은 편 등의 7부 능선에서 쉬고 있던 멧돼지 한 쌍의 냄새를 맡고는
전력 질주하였다.
잘 훈련된 개들은 앞서 나가는 썰개를 본능적으로 뒤따른다.
숫놈보다 예민한 암퇘지는 먼저 자리를 피하고 엉겹결에 당황한 멧은 일단 방어 태세를 취해 보지만
상대의 숫자가 많음을 알게 되자 오르막 연결 통로를 향해 도망간다.
하지만 체중 때문에 주력에 한계를 느낀 돼지는 좀 더 쉽게 뛸 수 있는 내리막 길을 선택하게 된다.
그렇게 도합 1~2 km를 뛰게 되면 일단 멈춤을 하게 마련이다.
돼지 특유의 두터운 체격조건 때문에 몸에서 발산되는 열을 식히고 거친 호흡도 진정시켜야 하니까.
여기서부터 제대로 된 전투가 벌어진다. 들어오면 받아치고 만만한 놈은 뛰어 들어 들이받고....
결국
충분히 도망과 전투가 반복된 경우에는 큰 돼지도 지치게 마련이고 그만큼 제압 또한 수월한 반면,
그런 경우가 생략된 상태에서 갑자기 대치 상황이 이루어지게 되면 작년에 태어난 중돼지에게도 개들이 치명상을 입게 마련이다.
찾아 세워주는 썰개가 여러 마리일 필요는 없다.
그리고 그룹 내에 기세등등한 멧, 그것도 숫멧의 기선을 제압하는 전투견이 있느냐에 따라 상황은 달라진다.
어쩌면 25kg 내외의 어느정도 체중을 지닌 덩치가 나가는 멧견이 적합할 수도 있다.
헤비급 권투선수처럼 체중 실린 펀치와 공격력은 확실히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나머지 5, 6 마리의 견들도 비슷한 크기이면 협공에 의한 제압으로 부상의 위험을 줄일 수 있다.
그렇지만 덩치 큰 개들을 여러마리 사육, 유지, 관리한다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인가?
영리하게 멧돼지를 몰아 힘을 빼는 썰개가 있다면 나머지 개들의 크기는 그다지 중요치 않다.
지쳐있는 돼지의 다리 하나씩만 맡으면 되니까....
이번 수렵에 참가한 다섯 마리의 공격조는 전반적으로 진돗개 크기 밖에 되지 않는다.
그러하여도 썰개의 다소 과장된 짖음과 몰이로 돼지를 일으켜 세우고
여기에 전투견 역할을 하는 땡순이가 선제 공격을 감행하여 이로부터 동료들의 공격도 부추켜서 성과를 올린 것이다.
따져보면 소위 물어빵이라고 하는 전투견은 6 마리 이상의 조직된 특공대가 아니면 공격 당할 확률도 높아져서
개인적으로는 선호하지 않는다.
돼지를 싣고 와 파복을 하였다.
고기는 나누고 쓸개는 나에게 양보 하셨다.
계란만한 크고 싱싱한 쓸개.....요긴하게 쓰일 것이다.
내일은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
다음 수렵 때는 어떤 얘기를 쓸까?
시이튼처럼 동물 행동학에 근거한 그들의 표현을 계속 하고 싶긴 하지만.........
허접한 글 읽어주신 독자님들께 감사드리며
댁내 무궁한 행복을 기원드린다.
<사진 설명 : 마침 집에 와 있던 수의사 아들의 치료>
첫댓글 의인화 시킨 사냥이야기를
재미있게 읽고 갑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