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 style="text-align: left;"><br><br>☞11월 / 오세영(1942- ) <br><br>지금은 태양이 낮게 뜨는 계절, <br>돌아보면 <br>다들 떠나갔구나, <br><br>제 있을 꽃자리 <br>제 있을 잎자리 <br>빈들을 지키는 건 갈대뿐이다. <br><br>상강(霜降). <br>서릿발 차가운 칼날 앞에서 <br>꽃은 꽃끼리, 잎은 잎끼리 <br>맨땅에 <br>스스로 목숨을 던지지만 <br>갈대는 호올로 빈 하늘을 우러러 <br>시대를 통곡한다. <br><br>시들어 썩기보다 <br>말라 부서지기를 택하는 그의 <br>인동(忍冬), <br><br>갈대는 <br>목숨들이 가장 낮은 땅을 찾아 <br>몸을 눕힐 때 <br>오히려 하늘을 향해 선다. <br>해를 받든다. <br> <br>☞ 11월 / 유안진(1941- ) <br><br>무어라고 미처 <br>이름붙이기도 전에 <br>종교의 계절은 오고야 말았습니다. <br><br>사랑은 차라리 <br>달디단 살과 즙의 <br>가을 열매가 아니라 <br><br>한 마디에 자지러지고 마는 <br>단풍잎이었습니다 <br><br>두 눈에는 강물이 길을 열고 <br>영혼의 심지에도 <br>촉수가 높아졌습니다 <br><br>종교의 계절은 깊어만 갑니다 <br>그대 나에게 <br>종교가 되고 말았습니다 <br><br>☞11월,마지막 기도 /이해인(1945- )<br><br>이제<br>남은 것은<br>아무것도 없다<br><br>두고 갈 것도 없고<br>가져갈 것도 없는<br>가벼운 충만함이여<br><br>헛되고 헛된 욕심이<br>나를 다시 휘감기 전<br>어서 떠날 준비를 해야지<br><br>땅 밑으로 흐르는<br>한 방울의 물이기보다<br>하늘에 숨어 사는<br>한 송이의 흰 구름이고 싶은<br>마지막 소망도 접어두리<br><br>숨이 멎어가는<br>마지막 고통 속에서도<br>눈을 감으면<br>희미한 빛 속에 길이 열리고<br>등불을 든 나의 사랑은<br>흰옷을 입고 마중 나오리라<br><br>어떻게 웃을까<br>고통 속에도 설레이는<br>나의 마지막 기도를<br>그이는 들으실까 <br>-'다른 옷은 입을 수가 없네' <br><br>☞11월의 노래 / 김용택(1948- ) <br><br>해 넘어가면 <br>당신이 더 그리워집니다 <br><br>잎을 떨구며 <br>피를 말리며 <br>가을은 자꾸 가고 <br><br>당신이 그리워 <br>마을 앞에 나와 <br>산그늘 내린 동구길 하염없이 바라보다 <br>산그늘도 가버린 강물을 건넙니다 <br><br>내 키를 넘는 마른 풀밭들을 헤치고 <br>강을 건너 <br>강가에 앉아 <br>헌옷에 붙은 풀씨들을 떼어내며 <br>당신 그리워 눈물납니다 <br><br>못 견디겠어요 <br>아무도 닿지 못할 <br>세상의 외롬이 <br>마른 풀잎 끝처럼 뼈에 와 닿습니다 <br><br>가을은 자꾸 가고 <br>당신에게 가 닿고 싶은 <br>내 마음은 저문 강물처럼 바삐 흐르지만 <br><br>나는 물 가버린 물소리처럼 허망하게 <br>빈 산에 남아 <br>억새꽃만 허옇게 흔듭니다 <br><br>해 지고 <br>가을은 가고 <br>당신도 가지만 <br>서리 녹던 내 마음의 당신 자리는 <br>식지 않고 김납니다. <br><br>☞11월 / 이외수(1946- ) <br><br>세상은 저물어<br>길을 지운다 <br><br>나무들 한 겹씩 <br>마음 비우고 <br>초연히 겨울로 떠나는 모습 <br><br>독약 같은 사랑도 <br>문을 닫는다 <br><br>인간사 모두가 고해이거늘 <br>바람은 어디로 가자고 <br>내 등을 떠미는가 <br><br>상처 깊은 눈물도 <br>은혜로운데<br>아직도 지울 수 없는 이름들 <br><br>서쪽 하늘에 걸려<br>젖은 별빛으로<br>흔들리는 11월 <br><br> ☞11월 / 황인숙(1958- ) <br> <br>너희들은 이제 <br>서로 맛을 느끼지 못하겠구나. <br>11월, <br><br>햇빛과 나뭇잎이 <br>꼭 같은 맛이 된 <br>11월. <br><br>엄마, 잠깐 눈 좀 감아봐! 잠깐만. <br>잠깐, 잠깐, 사이를 두고 <br>은행잎이 뛰어내린다. <br><br>11월의 가늘한 <br>긴 햇살 위에. <br><br>☞11월 / 반기룡(1961- ) <br><br>일이 두 개 모이면 <br>2가 되는 줄 았았더니 <br>일이 두 개 모이니 11이 되네 <br><br>산에 가보니 <br>11자로 뻗어있는 나무들이 <br>서로 키재기하며 직립을 하고 있네 <br><br>평행을 이루며 마주보는 다정함 <br>비바람 몰아쳐도 <br>활처럼 휘어졌다</p><p style="text-align: left;"></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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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가을비가 내리는 11월의 첫날 오전시간에 컴앞에 앉자서
좋은글을 읽으면서 머물다 갑니다 오늘의 날씨는 남부지방은 태풍으로 영양으로.
내일까지 내린다고 기상청은 예보합니다 다음주 부터는 추워진다고 하네요 대비를 잘 하시고 즐거운 하루요.
좋은 글 감사합ㅂ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