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어김없이 모델 연습을 받는 아신. 자연스러운 몸짓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표정 연기가 중요했다. 꼭 탤런트만 연기를 하라는 법은 없다. 모델 또한 소리 없는 연기를 통해 사람들에게 감정과 표현을 전달해 주는 것이 모델의 임무인 것이다. 일본 최고의 톱 모델이 된다는 것. 그 목표는 힘들겠지만 아신 나름대로 자신의 직업에 대해 만족하고 있었다. 한국에서 유명한 연예인으로 뽑히는 ‘전지현’이 있다면 일본에서는 ‘민아신’이 있다.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이 일본의 최고 엔터테인먼트가 되는 것. 힘들겠지만, 그렇게 만들고 말 것이다. 아신은 자신만만한 표정을 하며 쉬지 않고 연습을 했다. 그런데, 우연히 지나가던 세츠가 갑자기 소리를 지른다.
“민아신 누나아!”
“세츠군?”
“나 녹음 끝내고 왔당♡”
“그 하트 좀 빼지?”
“에이, 유능한 모델이 되려면 애교 또한 필수야!”
“넌 가수잖아! 사내아가 계집애 같으면 못써!”
“에이! 이거랑 그거랑 무슨 상관이야-. 누나, 나 오늘 ‘POPJAM’녹화 있는데 구경 올래?”
“어? 그럴까?”
세츠는 뭐가 그리 좋은지 싱글벙글하다. 그렇게 하루 종일 웃으면 입 아프지 않을까? 아신은 중얼 거리며 마무리를 지었다. 아이코는 오늘 하루 아신의 스케쥴을 정리하느라 바빴다. 두 여자는 세츠를 따라 녹화장으로 갔다. 생방송 시작되기 30분 전이라 점검을 하고 있는 스태프들이 바빠진다. 다른 가수들은 연습을 하며 준비를 하고 있었다. 좌석은 팬들이 응원용 부채와 간판을 들고 자리에 앉기 시작한다. 아신과 아이코 또한 세츠의 안내로 맨 앞좌석에 앉았다.
“누나, 오늘 나 보고 반하지 마♡”
“시끄러워.”
엉뚱한 소리를 하면서 사라지는 세츠.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아이코만이 쿡쿡 웃어대기 시작한다. 드디어 방송 5초전. 신인 MC들이 심호흡을 하며 카메라에 시선을 고정 시킨다. 솔직히, 일본에서의 가요 프로그램은 처음 구경해본다. 한국과는 달리 일본의 무대 세트는 화려했다. 디자인이 심플하면서 분홍색의 무대 세트로 봄 분위기가 풍겼다. 가수의 모습이 확 돋보였다. 두 MC의 간단한 소개가 시작되었고, 첫 무대로 ‘X-RIVER’의 모습이 등장했다. 순간 좌석에 앉아있던 수많은 팬들의 비명 소리는 귀가 아플 정도이다.
“『어느덧 벚꽃이 피는 계절이 찾아왔군요!』”
“『예, 차가운 겨울이 끝나고, 따뜻한 봄이 찾아왔는데요! 오늘도 새로운 마음으로 그분을 모셔볼까요?』”
“『3주 연속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엑스리버’의 ‘キス★キス’ 들어보시죠!』”
어두컴컴한 조명 속에서 베이스를 들고 있는 세츠의 모습이 진지하다. 새로운 세츠의 모습에 아신은 감탄사를 내뱉었다. 그의 선글라스 속의 눈동자가 아신을 향했다. 빨간 입술에 미소가 그려지자 팬들은 자빠지려 한다. 조용하기로 유명한 일본인들이 이렇게까지 열성적인 것은, 그만큼 가수가 실력이 있고, 멋있으며, 완벽하기 때문이다. 신나는 음악이 세츠의 손눌림에 울리기 시작한다. 그의 노래가사가 아신에게도 공부가 되었다.
난 언제나 당신을 보았지. (가까이서) (オレはいつもあなたを見たの.) (近くで)
나도 모르게 당신의 입술을 찾고 있었어. (Kiss me) (オレも 分からなくに唇を捜していたの.) (Kiss me)
하지만, 당신은 나를 남자로 보지 않아. (しかし, あなたはオレを 男で見ないよ)
당신은 언제나 다른 입술을 찾고 있어. (나에게로 와줘요) (あなたはいつも他の唇を捜している. (オレに 来てください)
당신의 눈에는 항상 다른 남자에게로 향했지. (싫어!) (あなたの目にはいつも他の男に向かったの. (いや!)
Kiss me. I want you. Kiss you. O N E G A I.
*나의 키스가 싫어? 나의 키스에 화가나? (私のキスが嫌いの? オレのキスに頭に来る?)
어째서 당신은 피하는 거야. 내가 이렇게 애타게 당신의 입술을 찾고 있잖아.
(どうしてあなたは避けるの. オレがこんなに切なくあなたの唇を捜しているんじゃないの.)
나를 유혹해줘, 당신의 입술로 뜨겁게 때로는 애타게. (オレを誘惑してくれ, あなたの唇で熱く時には切なくて) 그것이, 나의 사랑 이니까. 나의 부탁 이니까. (My lady) (それが, オレの愛だから. 私の頼みだから.) (My lady)
마지막 반주까지 끝나자 팬들의 함성이 더욱 커지기 시작했다. 어떤 여자는 울기까지 한다. 처음 보는 세츠의 멋있는 모습에 아신 또한 넋을 잃었다. 언제나 장난을 치며 애교를 부리던 세츠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다. 오로지 노래와 연주와 춤에 집중하고 있었다. 너무나 열정적인 모습에 아신은 환하게 웃으며 자리에 일어났다. 그리고는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아신의 모습에 다른 팬들도 가만히 지켜보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를 치기 시작한다. 그녀의 모습에 세츠는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숙였다. 정말이지 무대 위에서 그의 모습은 아름다웠다. 그의 능력을 인정해 주며 아신은 브이자를 그려 주었다.
- 회장실 –
방송이 끝나자 아신과 아이코 세츠는 회장실로 향하기 시작했다. 역시나 이번에도 세츠가 1위였다. 세츠는 여전히 꼬리를 살랑거리며 아신 곁에서 떠나질 않았다. 아신은 그런 그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말했다.
“노래 잘하네?”
“내가 작곡했어!”
“와아, 대단한걸? 인정해줄게.”
“누나 남친으로서?”
“No! 무늬만 가수가 아니라는걸.”
“피, 일본어 이해할 수 있겠어?”
“내가 바보냐?”
“누나 다이어리 보면, 철자가 틀렸더라구. 그것도 아주 많이!”
“야, 너 언제 내 일기장 훔쳐봤어?”
“아하하하!”
“아신, 오늘 스케쥴은 이제 없어. 나도 슬슬 작업하러 가야지.”
“아, 아이코. 녹음 있니?”
아신과 세츠의 다정한 모습을 보고 있던 아이코가 쓸쓸하게 웃었다. 세츠는 자신이 동경하는 연예인 중 한명 이다. 조금 전 그의 열정적인 모습을 본 순간 또다시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그의 가사에는 이미 다른 여자가 주인공인데, 자신이 아닌데. 그것을 알아버린 순간 아이코의 가슴은 아파왔다. 자신의 소중한 친구가 사랑의 라이벌이라니, 믿을 수 없었다. 그래도 아이코는 응원해 주기로 결심했다. 자신을 희생해서라도 그녀가 행복해 질 수 있다면 기꺼이 도와주고 싶었다. 아이코는 아신에게 인사하며 아쉬움을 뒤로한채 작업실로 향했다. 아신은 갑자기 아이코의 행동에 고개를 갸웃 거렸다.
“세츠, 아이코가 어디 아프니?”
“글쎄? 근데, 회장님 왜 안 오시지?”
“너 또 울 회장님한테 밥 얻어 먹으려고 그러지!”
“아잉, 자기도 같이 먹으면 되잖아.”
“내방에서 무슨 짓들이지?”
“!”
세츠가 계속 앵기며 애교를 떨자, 아신은 피식 웃으며 쓰다듬었다. 마치, 그는 귀여운 강아지 같다. 남자가 아닌 귀여운 동생으로 보인다. 장난을 받아주며 웃고 있는데 뒤에서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화들짝 놀란 아신과는 달리 무덤덤한 표정으로 그를 맞이하는 세츠. 잠시, 두사람 사이에서 차가운 바람이 불어온다. 아신은 세츠에게서 재빨리 떨어지며 슈헤이를 반겼다.
“꺄아, 아저씨. 세츠가 또 1위예요.”
“여기선 ‘아저씨’로 부르지 말고 ‘회장님’이라고 불러라.”
“누나에게 차갑게 굴지 말아요. 회장님.”
“세츠, 네가 신경 쓸 일이 아니야.”
어라라, 갑자기 이 사람들 왜 이렇게 으르렁거려? 아신이 땀을 삐질 흘리며 상황 파악을 하기 시작한다. 그러니까, 그러니까 마음대로 아저씨 방에 들어와서 시끄럽게 떠든 것에 대해 화가 난 것일까? 으응, 역시 아저씨에게 잘못했으니까 내가 나서야겠네. 아신은 속으로 중얼 거리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서로 죽어라 노려보는 두 사람. 아신은 슈헤이의 팔짱을 끼며 고개를 숙인다. 아신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슈헤이의 눈이 커졌다. 세츠 또한 움찔 거리며 그녀를 지켜 보았다.
아신의 처음 들어보고, 보는 애교에 슈헤이의 얼굴이 붉어졌다. 그의 팔에 얼굴을 부비적 거리는 아신을 보며 정신이 혼미해져 오는 슈헤이였다. 결국 애교만점 그녀의 승. 슈헤이, 세츠 넉다운. (땡땡땡!) 스스로도 닭살이 돋았는지 팔을 벅벅 긁어대는 아신이었다. 헛기침을 하며 자리에 앉는 슈헤이를 보며 아신이 싱글벙글 웃는다. 하지만, 그런 그녀를 무표정으로 바라보는 세츠가 슈헤이에게 말했다.
“아신 누나랑 잡지광고 찍고 싶어요.”
“왜, 다른 모델이랑 해.”
“싫어요. 누나 아니면 같이 안 할거예요.”
“어린애처럼 굴지마. 넌 대 스타야.”
“누나를 빼앗길까봐 두려워요?”
“아신은 물건이 아니다. 스캔들 나면 서로가 골치 아파. 세츠, 너는 나가봐!”
“…….”
“저, 저기.”
아아, 두사람이 또다시 싸우기 시작한다. 정말이지 슈헤이는 너무 하다. 같은 소속이니까 어쩔 수 없이라도 같이 촬영 할 수도 있지 않은가? 어째서 일보다 스캔들 먼저 생각하는 거지? 아신이 뾰루퉁하게 있자 슈헤이가 눈빛을 준다. 그의 눈빛에 원상태로 돌아온 아신. 세츠만이 주먹을 쥐며 회장실을 나왔다. 왜인지, 화가 나있는 듯한 그의 표정에 아신이 걱정스러운 듯 안절부절 못한다. 슈헤이는 일을 하면서도 그녀의 불안함에 나지막하게 물었다.
“세츠가 걱정되나?”
“아저씨, 그렇게 매몰차게 말할 것까지 없잖아요.”
“너에게 너무 어리광 피우는 것도 좋지 않아. 네가 어리광을 받아주니까 문제가 생기잖아.”
“동생같이 느껴지는걸 어떡해요? 동생의 어리광을 받아주는 것이 누나의 도리 아닌가요?”
“네가 언제부터 세츠의 누나 노릇을 했었지? 친동생도 아니잖아?”
“그, 그건.”
“남자는 늑대라고 한 말. 네가 했었다. 여자니까 잘 알겠지.”
사실, 세츠와 만난지 오래되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남남끼리 동생, 누나 한다는 것도 억지스럽다. 세츠 또한 엄연히 남자와 다름 없는데 말이다. 슈헤이가 말한 의미는, 아무리 동생이라고 해도 자신은 여자고 세츠는 남자니까 스스로 몸가짐을 조심해야 한다는 뜻이다. 잠깐, 그럼 내가 헤프다는 뜻이야? 아신은 씩씩 거리며 슈헤이 앞으로 다가갔다. 책상을 주먹으로 내리치며 소리쳤다.
“나 헤프지 않아요! 난 아저씨 것 이잖아요! 당신 마음대로 상상하지 말아요!”
“…….”
“빨리 사과 하세요! 나, 화났어요!”
“…미안하다.”
“…….”
“미안해.”
“흥.”
“미안하다고! 미안합니다!”
“좋아요.”
슈헤이의 진심이 담긴 사과에 아신이 씨익 웃었다. 그리고 그의 머리를 쓰다듬기 시작했다. 그녀의 부드러운 손길에 슈헤이의 손 움직임이 멈추었다. 펜을 집었던 손이 멈추자, 또르르륵 하는 소리와 함께 펜이 떨어졌다. 그녀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그의 귓가에 울려 퍼진다.
“많이 힘들었죠? 내가 안심시켜 줄게요.”
“…….”
그는 펜을 줍지 않고 계속 아신의 손길에 집중했다. 역시 아신은 자신에게 있어서 ‘피로 회복제'다. 두사람 사이에서는 웃음꽃이 피었다. 어느새 창밖에는 아름다운 노을이 지고 있었다.
첫댓글 어머머머머=_ +!!!!!담편원츄♥
와와와!!! 이제 꼴말 ㄷ달아요~ ㅋㅋ
꺅>_ <!!! 아신이가 빨려들어가고있는건가+_ +!!! 건필하세염♡
잘봤어요...... 슈헤이...부끄럼타는군요....^^
재밌어요ㅋㅋㅋ
아응 멋지당 멋져 ^^
분위기 좋고!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