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라우렌시오 부제 순교자 축일
1독서: 2코린 9,6ㄴ-10 <하느님께서는 기쁘게 주는 이를 사랑하십니다.>
복음: 요한 12,24-26 <누구든지 나를 섬기면 아버지께서 그를 존중해 주실 것이다.>
제목: 참된 보화와 기쁜 봉헌
1. 교회의 참된 보화
서기 258년, 로마 제국의 혹독한 박해 속에서 한 젊은 부제가 관가에 붙잡혀 섰습니다. 바로 성 라우렌시오 부제입니다. 로마 관할 당국이 교회의 재산을 모두 내놓으라고 압박하자, 라우렌시오 부제는 사흘만 시간을 달라고 청했습니다. 그리고 약속한 날, 그는 총독 앞에 가난한 이들, 병자들, 고아와 과부들을 모시고 나와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들이 바로 교회의 참된 보물입니다.”
화가 난 박해자들은 그를 불타는 석쇠 위에 올려 가혹하게 형벌을 주었습니다. 하지만 성인은 극심한 고통 속에서도 미소를 잃지 않고, 자신의 삶을 하느님께 기꺼이 바쳤습니다. 성 라우렌시오는 가난한 이들을 섬기는 삶이 곧 하느님을 섬기는 일이며, 나를 아낌없이 내어주는 길이야말로 진정한 생명의 길임을 몸소 보여주었습니다.
2. 기쁜 마음이 빚어내는 순명
성 라우렌시오 부제가 보여준 삶의 모습은 사도 바오로의 말씀과 맞닿아 있습니다. 바오로 사도는 코린토 신자들에게 보낸 둘째 편지에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저마다 마음에 작정한 대로 해야지, 마지못해 하거나 억지로 해서는 안 됩니다. 하느님께서는 기쁘게 주는 이를 사랑하십니다.”(2코린 9,7)
수도 생활의 스승이신 성 베네딕도 역시 이 말씀을 강조하셨습니다. 건성으로 하거나 마음속으로 불평을 품으며 하는 행동은 아무런 은총을 얻지 못합니다. 억지나 의무감이 아니라, 하느님을 향한 사랑에서 우러나오는 기쁜 마음으로 순명하고 바칠 때, 그 봉헌이 우리의 영혼을 살리고 하느님을 미소 짓게 만듭니다.
3. 밀알 하나가 가져오는 생명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기쁜 마음으로 나를 바칠 수 있을까요? 오늘 요한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그 길을 알려주십니다. “자기 목숨을 사랑하는 사람은 목숨을 잃을 것이고, 이 세상에서 자기 목숨을 미워하는 사람은 영원한 생명에 이르도록 목숨을 간직할 것이다.”(요한 12,25)
여기서 이야기하는 ‘목숨’과 ‘생명’에는 서로 다른 의미가 있습니다. 목숨은 우리가 이 세상에서 누리는 육신의 목숨인 ‘프쉬케’(Psyche)이고, 생명은 하느님과 함께 영원히 누리는 신적 생명인 ‘조에’(Zoe)입니다. 예수님께서 자기 목숨을 내려놓으라고 하신 것은, 현세의 삶인 ‘프쉬케’(Psyche)에 대한 이기적인 집착과 욕심을 버리라는 말씀입니다. 내 고집과 욕심을 내려놓고 남을 섬길 때, 우리는 비로소 하느님께서 주시는 영원한 생명인 ‘조에’(Zoe)를 얻게 됩니다.
예수님 스스로가 땅에 떨어져 죽는 밀알이 되시어 십자가에 못 박히심으로써 부활의 영광을 열어주셨듯, 나를 비우고 남을 섬기는 희생은 나를 잃어버리는 것이 아니라 영원한 생명으로 건너가는 파스카의 길입니다. 성 라우렌시오 부제처럼, 우리도 매일의 삶 속에서 기쁜 마음으로 나를 내어주고 사랑을 실천하는 복된 신앙인이 되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