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철학 중간고사 레포트
2023105038 문지민
주제: 익숙한 낯설음
익숙하다는 ‘어떤 일을 여러 번 하여 서투르지 않은 상태에 있다.’, ‘어떤 대상을 자주 보거나 겪어서 처음 대하지 않는 느낌이 드는 상태에 있다.’라는 뜻이며, 반대로 낯설다는 ‘전에 본 기억이 없어 익숙하지 아니하다.’, ‘사물이 눈에 익지 아니하다’는 뜻이다. 이렇듯 익숙한 낯설음은 모순적인 문장이라고 볼 수 있다.
생활 속에서 어떤 것이 이 모순적인 문장에 어울릴까? 어제도 봤던 친구가 그날따라 달라 보일 때, 오랜만에 간 고향의 변화 등이 떠올랐다. 하지만 그런 낯설음들이 나쁘지만은 않았다. 지루하고 익숙한 하루에 낯설음을 한 방울만 떨어뜨려도 그 하루가 새롭게 느껴지고 특별해지기에 좋은 현상이라고 생각했다. 심지어는 익숙한 일상에서 낯설음을 찾으려고 노력까지 했었다.
이런 생각과 달리 최근 아주 불편한 익숙한 낯설음을 경험한 적이 있었다. 나는 기숙사 생활을 하기에 가족들과 떨어져 살지만, 본가가 제주도라 집에 가고 싶으면 바로 버스 타고 살 수 있다. 하지만 학교와 집과의 거리가 너무 멀기도 하고, 기숙사 생활이 만족스럽기에 본가에 거의 가지 않았다. 더군다나 집에 가더라도 가족들은 각자 일하기 바빠 얼굴 보는 일은 정말 드물었다. 3일 전 택배 주소를 잘못 입력해 본가로 배달이 된 적이 있어 택배를 가져오기 위해 집에 간 적이 있었다. 당시 우연히 집에 엄마가 있어 정말 오랜만에 엄마를 보게 되었는데, 순간 엄마에게서 낯선 기운이 느껴졌다. 머리 스타일을 바꾼 걸까, 분위기가 달라진 걸까 여러 생각을 하다 엄마에게 물어보려고 하는 순간 알 수 있었다. 바뀐 건 엄마의 피부였다. 할머니, 할아버지한테서만 보이던 주름진 손, 얼굴의 모습이 엄마에게도 보이는 것이었다.
사람이 나이가 드는 건 당연한 현상이다. 나이가 들면서 주름이 생기는 것 또한 당연하다. 하지만 왜 그런 모습을 한 엄마가 낯설게 느껴진 것일까. 못 보던 사이에 변해서? 아니면 주름이 너무 많아져서? 생각해 보면 평생 익숙하게 느껴지고, 느껴질 것 같았던 가족이란 존재에 정말 어울리지 않은 낯설음이란 단어가 그 상황에 너무 잘 어울려서, 내가 느낀 그 감정이 부정할 수 없는 확실한 낯설음이라 불편함을 느낀 것 같다.
나는 이런 불편한 익숙한 낯설음을 어떻게 대해야 할까. 익숙했던 엄마의 모습과 새로운 변화를 맞이한 엄마의 모습 사이에서 감정적으로 조절할 필요가 있다. 또한, 새로운 모습을 받아들이고, 엄마의 노년을 인정해, 변화하는 과정을 이해해야 한다.
그저 그 모습을 받아들이고 다시 익숙함으로 전환시키는 것. 그것이 내가 익숙한 낯설음을 받아들이는 방법이다.
첫댓글 어제도 봤던 친구가 그 날 따라 달라보일 때, 그것은 친구의 변화 때문일까요? 나의 변화 때문일까요? 친구와 내가 아닌 다른 변화 때문일까요? 익숙한 것이 문득 낯설게 보이는 원인은 다양합니다. 그런데 우리가 의도적으로 익숙한 것을 낯설게 보려고 할 때는 친구가 아니라 나의 변화가 일어납니다. 친구가 늘 똑같다고 생각하는 나에서 친구가 늘 똑같지만은 않다는 생각하는 나로 변화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이것은 어떤 변화일까요? 친구의 변화에 대해 주의를 기울이게 됩니다. 늘 똑같지만은 않은 존재이기 때문에 그만큼 한 번 더 생각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 친구도 그때그때마다 변화하는 나와 같은 사람이군. 이렇게 생각하면, 친구의 변화 요인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게 되고, 그렇게 관심을 가지기까지 하는 이유에 대해서 생각하고, 이 친구와의 만남을 생각하고, 앞으로 어떻게 변해갈 것인가를 생각하게 됩니다. 이런 나의 변화를 통해서, 세상은 변화합니다. 내가 변하기 때문에 세상이 변한다는 것은 세상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나부터 변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