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
힘없는 책갈피는 이 종이를 떨어뜨리리
그때 내 마음은 너무나 많은 공장을 세웠으니
어리석게도 그토록 기록할 것이 많았구나
구름 밑을 천천히 쏘다니는 개처럼
지칠 줄 모르고 공중에서 머뭇거렸구나
나 가진 것 탄식밖에 없어
저녁 거리마다 물끄러미 청춘을 세워두고
살아온 날들을 신기하게 세어보았으니
그 누구도 나를 두려워하지 않았으니
내 희망의 내용은 질투뿐이었구나
그리하여 나는 우선 여기에 짧은 글을 남겨둔다
나의 생은 미친 듯이 사랑을 찾아 헤매었으나
단 한번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노라
일단 제목과 배종옥에게 필이 꽂혔고 주연배우 이름에 문성근까지 포진해 있으니 모든 조건을 갖춘 셈이었지요. 게다가 감독 프로필을 보니 홍상수 감독 밑에서 조감독을 했던분이더군요..
영화는 특유의 유쾌함과 진지함을 갖춘 영화였습니다...
인생을 후회하며 살지 않기 위해 남은 생의 목표인 로맨스를 충실히 따르는 윤식(문성근 분), 어떤 돌발적 연애 상황에도 갈등하지 않을 것 같은 여자 성연(배종옥 분)과 두 번 내리 같은 남자에게 여자를 빼앗길 처지에 놓여있는 원상(박해일 분)은 모두 현실에서 조금씩 빗나가 있는 인물이지만 그들 모두 우리 주변 한 귀퉁이를 차지하고 살면서 언젠가는 만나게 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계획대로만 살아진다면 절대 그들을 만날 일이 없을 테지만 그렇게 만은 되지 않는 것이 인생일 것입니다. 내 나이의 평균 수명이 백세를 넘긴다는 의사들의 예언을 감안한다면 남은 칠십년 동안의 그 많은 변수들을 어떻게 장담하고 확신한다는 말인가. 그래서 난 감히 그 셋 중 누구 하나 비난할 수 없었습니다. 그들은 앞으로 내가 살아 가면서 충분히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이고 내가 곧 그들이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영화를 다시 떠올려봤습니다. 치기(稚氣) 어린 20대 원상의 윤식에 대한 질투는 더 이상 질투가 아닌 것으로 영화는 끝을 냅니다. 자신을 사랑할 줄 모르기 때문에 번번히 사랑을 놓쳐버린 안타까운 청춘은 이제 노련한 윤식에게서 여자를 사로잡는 법이 아닌 사랑하는 법,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배웠을 것입니다. 원상이 제대로 배우고 실천한다면 서투른 실수는 하지 않을지도 모르겠네요..그렇지 않나요?
첫댓글 이 영화보고 이런 생각 들었어요.. 우리의 모든 행동을 촉발시키는 것은 '질투심'때문이라고요, 사랑까지도요.
저두 이 영화 참 좋던데,,
사로잡는 법이 아닌 사랑하는 법....
뮬란님. 나두 최근에 그런 생각했는데.. 질투가 없으면 전쟁도 없어질 것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