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의에 빠진 필리포스 2세는 정무를 내팽개치고 오늘도 술로 밤을 새우고, 내일도 술로 밤을 지새우는 생활을 반복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지쳐 잠이 든 그는 이상한 꿈을 꾸었다. 새장을 들고 있는 소녀의 꿈을. 귀여운 용모의 소녀는 장난기 가득한 눈으로 필리포스 2세를 향해 가까이 다가오라는 손짓을 했다. 필리포스 2세가 그 소녀에게 다가가자, 소녀가 인사를 건넸다.
"좋은 꿈 꾸셨나요? 폐하."
무례하다고 느낀 필리포스 2세가 대답을 하지 않자, 소녀는 아무래도 상관 없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품 속에서 동물의 뼈 하나를 꺼냈다. 궁금함을 느낀 필리포스 2세가 자세히 쳐다보니, 그것은 짐승의 이빨이 아닌가. 필리포스 2세는 그동안 수도 없이 자주 원형 경기장에 다니며 여러 다양한 맹수들을 보았지만, 그 어떤 맹수도 이처럼 크고 날카로운 이빨을 가지고 있지는 않았다.
소녀는 몸을 숙여 작은 삽으로 발 밑 지면의 흙을 파내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흙을 파낸 자리에 그 커다란 이빨을 놓더니, 다시 그 위를 흙으로 덮었다. 그러고는 어린 아이들이 흙 속에 보물을 숨긴 뒤에 으레 보이는 뿌듯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만족한 소녀는 필리포스 2세를 향해 가볍게 미소를 짓더니 몸을 돌려 물 뿌리개를 들고 왔다. 그리고 이빨을 덮은 흙 위에 물을 뿌리기 시작했다. 그동안 필리포스 2세는 이 해괴한 행동의 개연성에 대해 잠시 고민했다.
이 때 이빨을 묻은 자리의 흙이 들썩이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엄청난 흙 먼지가 날리면서 지면을 뚫고 세 명의 해골 전사가 튀어 나오는 것이 아닌가! 세 해골 전사는 잠시 주위를 둘러보더니 소녀를 보고는 무릎을 꿇었다. 이 때 어안이 벙벙한 필리포스 2세를 향해 새장 속의 새가 딱딱한 기계음으로 말했다.
"하나는 셋을 부른다. 하나는 셋을 부른다."
필리포스 2세는 새가 말을 한다는 사실에 소스라치게 놀랐다. 그리고 동시에 그 말의 의미를 깨닫고 극도의 환희를 느끼며 잠에서 깨어 났다. 꿈의 의미를 곰곰히 되짚어본 필리포스 2세는 급히 시종들을 시켜 궁정에 머물고 있는 몽골 여인들을 부르도록 했다. 그들은 지난 번에 멸망한 일 한국 출신들로, 페체넥 부족들 틈에 숨어든 것을 필리포스 2세가 찾아내어 젊은 황족들과 결혼시키고 황궁으로 데려온 것이었다. 그런데 그들은 모두 나이가 30대 중반이어서 아이를 낳지 못해 필리포스 2세에게 큰 실망을 안겨 주었었다.
몽골 여인 세 사람이 내전으로 들어오자 필리포스 2세가 말했다.
"이 쓸모 없는 것들아. 나라를 잃고 황야를 떠도는 것을 짐이 거두어 혼인까지 시켜 주었거늘, 너희는 어찌 아이를 낳지 않는단 말이냐? 덕분에 짐의 조카들이 대가 끊기게 생겼단 말이다. 마지막으로 너희에게 한 번 더 기회를 주겠다. 짐은 너희를 몽골 족 보호구역의 관리자로 임명할 생각이다. 일반인들의 출입을 통제하고 너희 부족민들의 생존권을 보장할 테니, 친지들을 불러 함께 경영토록 해라."
세 몽골 여인은 스페인 남부에 영지를 받으니, 각자 영지 경영을 도와줄 몽골 사람 셋을 데리고 와 신하로 삼았다. 단숨에 몽골인 아홉 사람이 늘어난 것이다. 그야말로 "하나가 셋을 부른" 꼴이었다. 이에 필리포스 2세는 그 아홉 사람 중 Nomolun이라는 이름의 젊은 몽골 여인을 뽑아 황후로 삼았다.
-1237년 5월 12일, Dihistan에 두 번째로 일 칸의 몽골 군단이 나타났다-
의욕을 되찾은 필리포스 2세가 다시 제국 재통합의 대업에 열정을 불태우고 있을 무렵인 1237년, Dihistan을 몽골 군단이 점거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일 칸의 군대가 또 다시 등장한 것이다. 이번에는 총 10만 명이었다. 필리포스 2세는 그들의 바퀴벌레 같은 생명력에 진저리치며 페르시아 전역에 소집령을 내렸다. 그리고 이번에는 전략이고 뭐고 다 필요 없다는 듯이 명령을 내렸다.
"닥치고 돌격!!"
-닥돌의 위력. 이제 일 칸 따위는 제국의 상대가 안 된다-
11만 제국군은 Dihistan으로 진격해 일 칸의 10만 군대와 맞붙었다. 제국군이 빈집털이가 아닌, 정면으로 몽골 군단과 회전을 벌인 것은 처음이었다. 벽력 같은 기세로 들이치는 제국군 앞에 몽골이 자랑하는 10만 기마 군단은 단숨에 녹아 내렸고, 순조롭게 승리하는 듯 했다. 그 때, 갑자기 몇몇 제후들이 기수를 돌려 전선을 이탈하기 시작했다. 또 다시 그들의 분리주의 성향이 고개를 쳐 든 것이다.
-1237년 9월 28일, 또 다시 Realm Duress를 달게 되다-
남은 제후들은 힘겹게 전투를 지속, Dihistan을 점령하고 몽골을 몰아냈다. 그러나 한 번 되살아난 분리주의의 불길은 꺼질 줄 모르고 활활 타오르며 들불처럼 번져 나갔다. 이에 필리포스 2세는 환멸을 느끼며, 더더욱 '세상을 주름잡을 종마'의 탄생에 집착하게 되었다.
-1238년 3월 21일, 황제의 명으로 황후는 살해 당하고...-
그동안 Nomolun 황후는 필리포스 2세에게 2남 1녀를 낳아 주었다. 그러나 모두 전형적인 그리스 아이들일 뿐, 세상을 주름잡을 종마는 아니었다. 게다가 엎친데 덮친 격으로, Nomolun 황후가 시름시름 앓기 시작했다(Illness). 병든 황후가 당분간 임신하기 어렵다는 것을 깨달은 필리포스 2세는 냉혹한 선택을 했다.
"미안하오, 황후. 짐의 인생도 어느덧 황혼기에 접어 들었다오. 더군다나 우리 가문이 단명하는 편이라는 건 그대도 들어 알고 있을거요. 짐에게는 그대가 나을 때까지 기다려줄 여유가 없구료."
Nomolun 황후는 살해되었고, 필리포스 황제는 몽골 족 보호구역으로 사람을 보내 Altani라는 몽골 여인을 데려와 새 황후로 삼았다. 그리고 Altani 황후는 곧 임신하여 필리포스 2세를 기쁘게 하였다.
-1238년 7월 12일, 황금 나무는 쓰러졌다-
필리포스 2세는 어린 나이에 제위에 올라 수많은 위기를 겪었지만, 모두 극복해 내고 그 자신이 세상의 주인에 걸맞은 자임을 증명해 보였다. 그는 형 키릴 1세가 피하지 못한 광기의 속삭임(효율이 낮을 때 일어나는 이벤트로 선택지는 다음과 같다- 1. 건강과 생식력 1 감소 및 Stressed 특성/ 2. 정치와 관리 스킬 1 상승 및 25% 확률로 미치거나Crazed, 10% 확률로 정신 분열Schizophrenia/ 3. 정치 스킬 1 상승 및 25% 확률로 정신 분열Schizophrenia)을 두 번이나 피했으며, 라이벌들의 두 차례에 걸친 암살 시도(50% 확률로 무사, 35% 확률로 Sverely Wounded, 15% 확률로 사망)에서도 상처 하나 없이 살아 남았다. 그렇기에 그는 자신이 선택 받은 인간이라고 여겼다.
그러나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1238년 7월 12일에 보여준 필리포스 2세의 행동은 무책임했다. 정체 불명의 암살자가 가까이 왔음을 알았을 때, 필리포스 2세는 만약을 위해 후계를 준비했어야만 했다. 미성년인 두 아들 밖에 없는 상황에서 그가 사망할 경우 제국이 맞게 될 운명을 걱정해야 했던 것이다. 두 아들을 살해하고 재능은 평범하지만 나이는 걸맞은 조카들을 후계로 삼던가, 아니면 선거제로 법령을 바꾸어 유능한 황족을 후계자로 지명했어야 했다.
그런데 필리포스 2세는, 짧긴 했지만 후계자 지명 변경의 시간이 있었음에도 그렇게 하지 않고 암살자를 맞이했다. 자신은 절대 죽지 않으리라는 자신감에 차 있었기 때문일까? 아니면 Altani 황후의 뱃 속에서 자라고 있을지도 모를 '세상을 주름잡을 종마'를 생각했던 것일까? 조카나 먼 친척이 제위를 계승한다면, '세상을 주름잡을 종마'가 태어나도 그는 제관에서 멀어지기 때문에... 진실은 어찌 되었건, 그는 이 날 최후를 맞이했다.
몽골의 침입을 세 차례나 막아내고, 서방 세계를 다시 한 번 통합할 뻔 했던 인물의 최후로는 안타까운 결말이었다.
-1238년 7월 12일, 테오필로스 2세 즉위하다-
필리포스 2세는 살해 당한 Nomolun 황후에게서 두 명의 적자를 보았는데, 손위인 제3황자 니케타스는 병으로 시력을 잃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제4황자인 테오필로스가 황제로 추대되었다. 그러나 문제는 테오필로스 2세가 태어난지 1년도 안 되는 갓난 아기라는 점이었다. 그 옛날, 사산 조 페르시아의 샤푸르 2세가 어머니의 뱃 속에 있을 때부터 왕으로 추대되었다는 고사가 있기는 했다. 하지만 지금의 제국은 당시의 페르시아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광활한 데다, 페르시아의 절대 군주 체제에는 비할 수 없을 만큼 훨씬 허약한 통치 체제를 기반으로 하고 있었다. 따라서 곧 피할 수 없는 위기가 찾아오리라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었다...
-테오필로스 2세 즉위 당시 제국의 판도. 곧 다시 누더기가 될 듯?-
-다음에 계속-
첫댓글 '이 쓸모 없는 것들아' ㅋㅋ
ㅋㅋ 정말 쓸모 없는 사람들이어서~ 10대 후반의 파릇파릇한 청년 셋을 붙여주었는데 단 한 명도 아이를 낳지 않더라구요ㅎ
무너지겠네요.. 공작들이 제일 먼저 뒷통수 때릴 것 같은데.. 몽골족은 한번 몰아냈다고 해서 없어지는게 아니랍니다. 두번째 새번째도 등장하던데.. 똑같은 곳에서 모두 발생하니까 발생했던 지역의 성은 발전시키지 않는게 좋아요.
예언하신 내용이 모두 이루어져 고군분투하며 플레이 중입니다ㅠㅠ
삭제된 댓글 입니다.
이영도 님 소설이 이런 글에 써먹기 좋아서-ㅎ 그냥 일종의 오마주죠 뭐^^
황금나무라니까 은영전이 생각나는군요... 그리고 영도좌의 소설내용도 글 중간중간에 생각이
정답이십니다~ 은하영웅전설에서 골덴바움 왕조와 귀족들의 몰락을 암시하는 제목이었죠~^^
그런대 이제 걸레판도가 이어질꺼 같은데. 어찌 수습하실지 궁금하군요.
이제 걸레 판도가 되는 건 그냥 그러려니 하는데, 몽골 대왕 님이 오셨을 때 소집할 봉신들이 줄어든 게 가장 큰 문제네요 -_-;;
안타까운 걸레판도화 일려나 ㄷㄷㄷㄷ
이제 걸레를 꿰매서 이어 붙이는 것도 지쳤습니다 ㅠㅠ 꿰매어 놓으면 뭘 하나요, 어차피 다시 찢어질 것을 ㅠㅠ
ㅠㅠ 그러나 언제 꽤매나요 ㄷㄷ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