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수원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과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단식기도회를 마치며
6일차 _ 2015.06.06. 토
● 단식기도회를 마치며 함께해 주신 신부님들
- 최재철 신부님, 서북원 신부님, 한만삼 신부님, 조영준 신부님, 안산대리구 손창현 신부님, 설종원 신부님
● 격려와 응원의 기도를 보태주신 은인들
- 단식기도회 시작부터 끝까지 신부님들과 함께 해 주신 임태일 가브리엘 형제님, 성호 어머니,
준영이 부모님, 선부동 성당 자매님들, 0416노란 묵주 만들기 봉사를 해 주신 마중물 자매님,
수원교구 우리농 실무자 등 많은 도움과 격려를 보내 주신 여러 선한 이웃들에게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 오전 10시 단식 기도회 페막 미사는 최재철 신부님의 주례와 강론으로 6명의 사제들과 평택 비전동 성당,
안산 선부동 성당, 초지동 성당 신자들을 비롯한 50여명의 교우들께서 정성을 모아 봉헌 해 주셨습니다.
● 폐막 미사
더욱 또렷하고 날카롭게 기억합시다
주례/강론 : 최재철 신부(수원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 비전동성당)
지난 몇 일 동안 이곳에서 단식기도를 하면서 문득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여기서 왜 이러고 있나?” 기도하면서, 졸면서, 분향소 가는 길에 치킨 집 기웃거리면서 생각했습니다. 저희가 단식하는 것이 메르스 때문에 조명 받지 못하는 것을 안타까워하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사회적으로 세월호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키기 위해 단식을 했는데, 전혀 부각되지 못하고 묻히고 있다는 것입니다. 안타깝기는 합니다.
그러나 우선적으로 단식은 우리 자신을 위한 단식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사제관 안에 가만히 앉 아서 미사 봉헌하고, 성당 안에서 교회공동체 안에서 저를 떠받들어주는 교우들과 봉사자들만 만나고 있으면 편안합니다. F으로 나가고 싶지 않습니다. 밖에서 어떤 일이, 얼마나 긴급하고 얼마나 황당하고 얼마나 억울한 일이 벌어지는지 나가고 싶지 않습니다. 게을러지기 쉬운 우리 자신을 깨우는 단식이 된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또한 단식을 통해서 자식 잃은 부모의 마음을 천만분의 일이라도 이해 할 수 있게 되지 않았나 생 각해 보았습니다. 자식을 잃은 것을 공감하기는 어렵지만 자식을 잃고 얼마나 오랫동안 음식물을 목에 넘기기가 힘들었을까 하슨 생각이 들었습니다. 살아도 사는 게 아니고 먹어도 먹는 게 아닌 그런 시간들이 느껴지는 듯 했습니다.
단식은 사람에게 참 이로운 것 같습니다. 천주교에서 하는 단식도 그렇지만, 이슬람교에서 하는 단식의 목적은 아주 간결하고 또렷하답니다. 라마단 기간동안 낮에 음식물을 먹지 않는 그들 단식 의 의미는 “너도 배고파 보아라.”랍니다. 그래야 배고픈 이들의 아픔을 잊지 않는다는 것이죠. 그래서 종교적 단식은 기억과 연관이 있습니다. 타인의 고통을 기억하기 위해서, 굶주리는 이들을 기억하기 위해서, 고통 받는 이들을 기억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런데 저희는 최근에 자기가 한 말과 행동을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보았습니다. “유족들이 원하면 언제나 만나주겠다.” “특별법은 무엇보다도 유족들의 뜻이 가장 우선적으로 반영되어야 한다.” 라고 말해 놓고는 자신이 그런 말을 한 것을 기억하지도 못하고 여기 저기 패션쇼만 하러 다니고, 하다 못해 분향소까지 마치 패션쇼를 하듯 와서는 유족 아닌 조문객을 위로하고 간 사람이 있습니다.
이렇게 자기가 한 말을 금세 잊어버리고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세상 사람들은 ‘새머리’ 혹은 ‘닭머리’ 라고 합니다.
배우 김의성은 작년 6.4 지방선거를 며칠 앞두고 새머리당이 “도와주세요”라는 읍소작전을 펼치 는 것을 보고 현재의 여당 대표에게 욕설을 해대서 화제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욕을 먹은 이는 그 이후에도 자신의 행동을 기억하지 못했습니다. 선거 때마다 죽은 노무현 을 부관참시하고, 종북을 들먹거리던 그는 자신이 평소에 그렇게 비난하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장 례식에 미리 사전에 협의도 없이 뻔뻔스럽게 경찰 350명을 대동하고 나타나서 욕을 먹고 왔죠.
지금 생각해 보니 단식을 해야 할 사람들은 그들인 것 같습니다. 그들에게 단식을권합니다. 성리학 에서는 인간의 기본, 근본, 기초적인 심성으로 4단 7정을 이야기합니다. 측은지심, 수오지심, 사양 지심, 시비지심이 그것입니다. 그 차례에 중요성을 설명한 대목은 제 기억에 없고, 혹시 그런 것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만, 어쨌든 제가 생각건대 가장 중요한 것부터 차례대로 기술하지 않았을까합니다.
측은지심은 남의 어려움을 보고 측은하게, 딱하게 여기는 마음입니다. 가장 기본적인 마음이죠.
수오지심은 잘못된 행위에 대해 부끄러워하고 미워하는 마음입니다. 사양지심은 타인에게 양보하 고 사양할 줄 아는 마음입니다. 시비지심은 바르고 그른 것을 가리는 마음입니다.
그런데 저는 그것에 한 가지를 더 하고 싶습니다. 기억지심이라고 할까요? 자기가 한 말과 행동을 기억하는 것입니다. 아니 지나간 날들을 기억하는 것입니다. 지나간 일들 중에서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들을 기억하는 것입니다.
6월 13일 티없이 깨끗하신 성모성심 기념일에 읽혀질 복음의 마지막 부분에는 이런 대목이 나옵니 다. “그의 어머니는 이 모든 일을 마음 속에 간직하였다.” 저희도 그래야 하겠습니다. 구원의 역사 에 관한 중요한 일들을 성모님께서 마음속에 새기셨듯이, 얼마나 엄청난 거짓과 악마스런 일들이 이 땅에 일어났는지 반드시 기억해야 하겠습니다. 지금 저희는 힘이 없어서 진실을 밝혀내지 못하 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난 일들을 기억하고 있다면 반드시 어느 때인가 진실이 밝혀지리라 믿습니다. 과학적으로도 밝혀진 것은 이렇답니다. 즐거운 일을 함께 한 동료보다 힘든일을 함께 한 동료가 더 오래 기억에 남는답니다.
예리고로 가는 길에 강도를 만나 거의 죽어갔던 이처럼, 지금 이 나라에는 공권력에 의해서, 자신 의 친일, 부정부패, 무능, 치부를 감추기 위해서 종북몰이하는 양아치 여당에 의해서, 어떻게든 선 거에만 좀 이용해 볼까하는 야당에 의해서, 화장 짙은 얼굴로 카메라 앞에서 거짓말을 하루 종일 내뱉는 방송과 쓰레기 기자들에 의해서, 자식 잃고 피흘리고 캡사이신 들어간 물대포맞고 길거리 에서 비닐 덮고 자면서 이제는 불순분자로 몰리는 유족들이 있습니다.
이들이 바로 착한 사마리아 사람이 만나야 하는 그 사람들입니다. 용산 철거민들이 있고, 제주 강 정마을 사람들이 있고, 쌍용차해고 노동자들이 있습니다. 밀양의 할배 할매들이 있고, 복직 판정 받아 복직되고는 며칠 만에 다시 해고된 콜트콜텍 노동자들이 있습니다. 공권력과 돈에 쫓겨나 길 거리에 나앉은 사람들 그들이 바로 우리의 이웃입니다.
기억합시다. 더욱 또렷하고 날카롭게 기억합시다. 우리들 주변에 이런 이웃이 있다는 것과 우리는 착한 사마리아 사람처럼 ‘가서 너도 그렇게 하여라’라는 예수님의 사랑의 계명을, 사랑의 명령을 듣고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하겠습니다.
세월은 참 무섭습니다. 무쇠도 녹슬게 하고 힘센 젊은 청년도 허리 굽고 이빨 빠진 노인으로 만드 는 것이 세월입니다. 기억도 희미해져 갑니다. 하지만 1년이 지나도 10년이 지나도 100년이 지나도 이 일은 잊을 수 없습니다. 세월호 사건을 잊지 않는 것은 이 땅의 후퇴된 민주주의를 다시 세우는 것과 직결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또한 인간이 되는 길이기 때문입니다. 인간이 되기 위해 서라도 잊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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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 수원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과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단식기도회
5일차 _ 2015.06.05. 금
● 함께 기도하신 신부님들
수원교구 : 이성효 총대리 주교님, 김종훈, 한만삼, 최재철, 서북원, 조한영, 김영삼, 고성은 신부님
서울교구 : 조해붕 신부님
작은 형제회 : 김정훈 신부님
● 격려와 응원의 기도를 보태주신 은인들
- 수원교구 이성효 총대리 주교님께서 단식기도회 천막을 방문하셔서 오전10시 묵주기도와
124위 한국 순교복자 호칭 기도를 함께 봉헌해 주셨습니다.
- 단식기도를 하고 계시는 신부님들을 위해 기도해 주시고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신 방구들장 신부님께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 하나 수녀님, 성호 어머니, 준영 아버님, 선부동 성당 자매님들을 비롯하여 10여명의 교우들께서
0416노란 묵주만들기와 안산 합동분향소 순례의 길 벗이 되어주셨습니다. - 단식 5일차 안산 합동분향소 미사는 김종훈 신부님의 주례와 강론으로 9명의 사제들과 70여명의 수도자,
평신도들의 정성으로 봉헌되었습니다.
● 미사
절망과 슬픔을 딛고
주례/강론 : 김종훈 신부님 (원곡 성당 주임)
오늘 독서인 토빗기에서 안나는 아들의 목을 껴안고, “얘야, 내가 너를 다시 보게 되다니! 이제는
죽어도 괜찮다.” 하면서 울었고 아들을 만나 눈을 뜬 토빗은 “얘야, 네가 보이는구나, 내 눈에 빛인
네가!” 하면서 기쁨의 눈물을 흘립니다.
여행 날 수가 다 차도 돌아오지 않는 아들을 애타게 기다리며 날마다 길을 살펴보고 밤새 흐느껴
울며 잠을 이루지 못하는 나날을 보내다가 자식을 다시 만난 부모의 마음이 잘 드러난 대목입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자녀에 대한 부모의 심정은 모두 똑같은 것 같습니다.
하물며 이기적인 어른들의 탐욕과 잘못으로 캄캄한 바다 속에서 희생당한 어린 자식들의 명복을
빌어야 하는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의 마음은 어떻겠습니까? 아직도 맹골수도에 갇혀 가족 곁으로
돌아오지 못하는 자식을 기다리는 부모의 고통과 슬픔을 어찌 말로 형언할 수 있겠습니까?.
오늘 토빗기의 이야기가 자식을 만나서 아버지가 다시 눈을 뜨는 해피엔딩으로 마무리 되었듯이
세월호 참사로 고통당하는 가족들의 이야기도 절망과 슬픔을 딛고 해피엔딩으로 마무리 될 수 있
기를 기원합니다.
최근 메르스 사태에 대한 사회적 공포가 날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정부의 안이한 대처와 불투명한
정보 공개로 인해 메르스에 대한 사람들의 공포감은 거의 병적인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메르스에
감염되지 않도록 조심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지나친 공포에 젖어 자신의 안위만 생각하다보니 타
인에 대한 배려는 실종된 것 같습니다. 곁에 있는 누가 조금만 기침을 해도 눈치를 주고, 입 가리고
하라는 고성이 오고가는 현실을 보면서 씁쓸한 마음을 감출 수 없습니다. 얼마전 서울대학교 경제
학과 이준구 교수의 인터뷰 기사를 읽었습니다. 이명박 정권을 표현하는 키워드로 ‘탐욕’이라고
표현했고, 현 정권을 ‘무능’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이명박 정권의 탐욕은 4대강 사업과 부자들 감세
를 통해서 자기들끼리 돈 잔치를 한 것이 여실히 드러났고 현 정권의 무능은 대탕평, 대통합, 소득중심
의 경제체제 구축, 경제 민주화 등 소리 질렀지만 하나도 이룬 것이 없고 국가적인 재난상황에
서 무능력만 보여주었습니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났을 당시, 국민들의 외침에 청와대 안보실장을하던 사람은 청와대가 콘트롤
타워가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누가, 어떤 국민이 자신의 안전과 생명을 보장 받을
수 있겠습니까? 정말로 현 정권은 지난 정권이 가지고 있는 좋은 점은 이어 나가야 하고 그것이 국
민의 안전과 생명에 직결된 것이라면 연속성을 가지고 계속 유지, 보완, 개선 해 나가야 하는데 정
치색깔이 다르다는 이유로 지난 정권의 좋은 시스템, 재난 안전 시스템을 다 유명무실하게 없애 버
렸습니다. 그리고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인사들로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했는데 그 시스템이 먹통이고
불통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현 정부가 정말로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들의 이 이야기가 단식기도하고 미사를 봉헌하는데 사실은 효과적으로 세상에 외쳐질 것인가
질문해 봤을 때는 그렇게 긍정적이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우리가 오늘 화답송에서처럼 주님께서
는 영원히 신의를 지키시고 억눌린 이들의 권리를 되찾아주신다고 믿고 고백하기에 우리가 함께
삶의 자리에서 기도하고, 그렇게 살아갑시다. 그러면 우리의 이야기도 정말 절망적인 이야기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토빗기의 이야기처럼 해피엔딩으로 마무리 되어 질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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