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이 주신 은총의 순간들
하나님의 은혜와 평강이 한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는 우리 가운데 함께 하시길 빈다.
이제 곧 우리는 2023년으로 빨려 들어갈 것이다. 송구영신 기도회는 지나간 시간을 배웅하고, 새로운 시간을 반갑게 마중하는 자리이다.
흔히 ‘유종의 미’란 말이 있다. 아름답게 마무리한다는 뜻이다. 지금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간, 하나님 앞에서 예배드릴 수 있다면 그는 진정으로 아름다운 마무리를 하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송구영신은 두 개의 시선을 지닌다. 하나는 과거에 대한 미련과 또 하나는 새해에 대한 기대이다. 이런 상태를 가리켜 야누스적이라고 부른다.
야누스는 로마신화에서 문을 지키는 신의 이름인데, 이중 얼굴을 하고 있어서 문의 안과 밖을 동시에 지킬 수 있다. 그래서 야누스라고 하면 안팎이 다른 두 얼굴의 사람을 의미하기도 한다.
야누스는 문에 서 있기에 한 해의 시작을 가리키는 1월(야누스->재뉴어리)이 되었다. 새해를 여는 문은 언제나 후회와 희망이라는 두 개의 얼굴을 지니고 있다. 오늘 밤에는 우리 모두 야누스와 같은 심정일 것이다.
2022년에도 참 많은 변화가 있었다. 변화가 얼마나 빠른지 이젠 1년 단위로 계획하며 살기가 점점 어렵다는 말을 듣는다. 날마다 오락가락, 들쑥날쑥, 안절부절한다. 개인만 아니라 우리 사회도 얼마나 복잡한지, 미래를 알 수 없다.
그래서 연말이며 삶의 대차대조표도 작성해 보는 것이다. 우리 가정은 1999년부터 각각 자신의 10대 뉴스를 정해 말하면서, 서로에 대해 훈수를 두고 격려도 한다.
해마다 즐거운 일이 있었고, 또 실망스러운 일도 있었다. 그렇더라도 낙심하지는 않는다. 어떤 시인의 말처럼 ‘슬픔도 힘이 된다’고 하며, 서양 속담대로 ‘코르크 부스러기가 떨어졌다고 오래된 포도주를 그냥 버리는 법은 없다.’
시간이 지나면 부패 되는 음식이 있고 시간이 지나면 발효되는 음식이 있다. 인간 됨됨이도 마찬가지다. 인생을 시들게 만드는 것도 내 선택에 달려있고, 인생을 성숙하게 여물게 하는 것도 내 선택에 달려있다.
진정한 인생의 맛은 단맛이 아니다. 단짠단짠도 아니다. 맵고, 쓰고, 시고, 달고, 모든 맛이 잘 어우러져야 최고가 된다.
누구에게든 삶에는 신비한 영역이 있다. 그것은 하나님의 손길이다. 사람마다 비슷비슷하게 사는 것 같지만, 자신의 인생에서 하나님의 도우심과 손길을 의식하고 사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삶은 차원이 다르다. 우리가 선 믿음의 자리는 바로 이런 하나님의 사랑으로부터 출발한다.
성경은 말씀하신다.
“연초부터 연말까지 네 하나님 여호와의 눈이 항상 그 위에 있느니라”(신 11:12).
평소에 하나님의 은혜와 사랑을 기억한다면 모든 시간은 하나님이 주신 은총의 순간들이다.
2023년에도 하나님의 은혜를 깊이 사모하는 여러분을 통해 새로운 희망이 열리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