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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미힐미] 04
S#1. 강한 병원 건물 앞 일각 (3부 엔딩 하이라이트)
서로를 마주보며 서있는 도현과 리진.
도현 : (침묵을 깨고) .....정말 의사셨군요.
리진 : (도현의 눈빛을 보며) ......신세기씨가 아니시구요.
도현 : 보셨....습니까?
리진 : 뭘요.
도현 : 변하는....모습.
리진 : (망설이다가 가만히 끄덕이는)
도현 : 안 무섭습니까....제가.....?
리진 : (좀 웃으며) 아직 그쪽이 누군지 잘 몰라서요. 실례지만 누구세요?
도현 : (대답하지 못하는, 인연을 쌓아도 될까 싶은) ......
리진 : 살아서 나가면 알려주신다고 했잖아요. 이름이.....뭐예요?
도현 : ......차도현. (리진의 눈을 보며) 이 얼굴을 하고, 이 눈빛을 한 저는.... 차도현입니다....
리진 : (피식 웃는)
도현 : (역시 좀 어색해져서 피식 웃는 데서)
S#2. 강한 병원 일각 (낮)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어딘가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 레지1,2, 인턴 1,2, 간호사, 환자들의 행렬!
차트를 넘겨보며 걸어오다가 행렬과 부딪쳐 비틀 넘어질 뻔하는 박선생.
놀라 행렬 속의 인턴1을 잡아 세우며,
박선생 : 왜 그래? 무슨 일이야?
인턴1 : 왜 저번에 오선생님이 두 시간 만에 까였던 부킹남 있잖아요?
박선생 : !!! (떠올리고는, 겁먹었지만 안 무서운 척) 그, 그, 그 사람이 왜.
인턴1 : 지금 람보르기니에 알마니 수트 차려입고 오선생님 찾아왔대요. 얼른 와보세요!
(흥미진진해 죽겠다는 듯 다시 신나서 달려가고)
박선생 : (기막힌) 허! 무슨 의사들이 저렇게 가십을 좋아해? 쯧!
혀를 차며 가던 길 가던 박선생, 어느 순간 스무드하게 뒤를 돌더니 차트를 보는 척 의뭉스럽게 행렬 끝을 따르고.
S#3. 강한 병원 건물 앞 일각 (낮)
우르르 달려 나오는 동료 의사, 간호사, 환자, 박선생의 행렬!
모두들 적당한 곳에 몸을 숨기고 리진과 도현을 구경하는데,
(*리진은 뒷모습, 도현은 정면이 보이는 위치. 소리는 안 들리고)
그 시선 모른 채 서로를 마주보며 서있는 도현과 리진.
리진 : 상처는 괜찮으세요? 그날 치료도 안 받고 그냥 가신 거 같던데.
도현 : (미소로, 무심히) 알아서 잘 처치했으니 걱정 안하셔도 됩니다.
리진 : ! (순간 저도 모르게 버럭) 처치했으니? 처치 받은 게 아니고?
도현 : ! (아차, 싶어) 아, 아니, 그게 아니고....
리진 : (재빨리 다가와 도현의 앞머리를 까뒤집어보는)
도현 : ! (당황해서) 오, 오리진씨, 여, 여기서 이러시면.....
(INS) 오올~ 서로 시선 주고받으며 흥미진진한 병원 사람들.
리진 : ! (도현의 이마 속에 감춰져있던 상처, 야무지게 잘 봉합되어있고, 이번엔 도현의 왼쪽 소매를 걷어 올려 보면,
이쪽도 야무지게 잘 봉합되어 있는) 헐..... 설마 의료기술도 연마하셨어요?
도현 : 그게 아니라,
리진 : (OL, 째리며) 거짓말은 시도도 하지 말아요! 그쪽 표정하고, (팔뚝상처를 까딱 고갯짓하며) 물증이 협조를 안 해주니까.
도현 : ......(입 다물고)
리진 : (OL, 봉합 자국 살피며) 전문가 솜씨론 미숙하고, 아마추어 솜씨론 제법이고. (소매 내려주며) 불법 시술? 아님, 셀프 치료?
도현 : (어쩔 수 없이 이실직고) 간단한 상처 정도는 제가 치료합니다.
리진 : 헐.... 완전 배트맨이시네. 밤엔 박쥐 날개 달고 (양팔 팔랑이며) 고담시를 막 날아다니고 그러시나?
도현 : (피식 웃음이 나오고)
(INS) 도현의 미소에 아아.... 황홀한 탄식을 내뱉는 간호사들!
도현 : ? (들었다. 소리 나는 쪽을 보면)
(INS) 흠칫! 해서 얼른 몸을 숨기는 병원 사람들!
도현 : ? (보며, 의아한데)
리진 : (모른 채로) 근데 우리 병원은 어쩐 일로 오셨어요?
도현 : 네? (퍼뜩 시선 거두고 리진을 보며) 아... 오리진씨한테 묻고 싶은 말이 있어 찾아왔습니다.
리진 : (놀라) 저를 만나러 왔다구요?
도현 : 네. 잠깐 시간 좀 내주실 수, (하다가, 도저히 신경 쓰여서 안 되겠는) 저기 근데.... 저 분들은 왜 자꾸 저를 구경하는 겁니까?
리진 : ? (그제야 도현의 시선을 따라가 뒤를 돌아보면)
온갖 제스처로 리진에게 응원을 보내고 있는 병원 식구들!
헉!! 얼른 고개를 돌리고는, 두 눈을 질끈 감는 리진.
도현 : 왜 그러십니까? 무슨 문제라도, (하는 순간, 도현의 두 손을 와락 잡는 리진, 흠칫 놀라서 보면) !!!
리진 : (간절한 눈빛으로) 저한테 묻고 싶은 말이 있다고 하셨죠? 대답해드릴게요. 전부! 올! 에브리띵!
대신, 차도현씨가 저한테 꼭 해줘야 될 일이 있어요.
도현 : ? (보는 데서)
S#4. 강한 병원 / 병동 복도 (낮)
주변을 의식하며 나란히 걸어오고 있는 도현과 리진.
리진 : (작게) 세기가 저지른 일이라 억울하시겠지만, 어쩌겠어요. 차도현씨가 수습해야지.
도현 : (미안할 따름, 작은 소리로) ......죄송합니다.
리진 : (작게) 이런 부탁하는 내 맘도 편친 않지만, 어쩌겠어요. 부킹신동 타이틀에, 최단 까임 신공으로
땅에 떨어진 명예, 회복은 못해도, 주워서 흙이라도 털어줘야 되지 않겠어요?
도현 : (죄송할 따름) ......최선을 다해보겠습니다.
리진 : !!! (타겟 발견하고, OL) 전방 3미터. 레지던트 3년차, 강인규 선생님. 병원 내 모든 가십, 스캔들, 소문의 근원지.
별명 디스펀치.
보면, 무심한 듯 시크하게 차트를 넘겨보며 걸어오고 있는 강선생.
차트 너머 힐끔힐끔 도현과 리진 쪽을 훔쳐보는 폼이 과도한 설정임이 분명한데.
리진 : 무브! (도현을 강선생 앞으로 홱! 미는)
도현 : (얼결에 강선생 앞으로 튕겨져 나가 당황) 아, 안녕하십니까, 강인규 선생님.
강선생 : (역시 당황해서, 리진과 도현을 번갈아 쳐다보며) 아 네....
도현 : 우, 우리 리진이한테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리진 : !! (순간 헉! 해서 도현을 보며, 마음의 소리, E) 우, 우리 리진이?!
강선생 : 아, 예.... (리진 쪽을 째리며) 근데 오선생이.... 나에 대해 무슨 말씀을 그리 많이 하셨을까?
리진 : ! (찔끔해서 얼른 시선 피하는데)
도현 : (미소로) 언제나 의국 분위기를 활기차게 만들어주는 활력소 같은 선배라고요.
힘들어도 강선생님만 보면 원기가 회복된답니다.
리진 : ! (불안해서, E) 너무 과한데 이거....
강선생 : (표정 환해져서 손까지 저으며) 아우, 활력소는 무슨. 내가 무슨 자양강장제도 아니고....
(괜히 리진 어깨 툭, 치며) 너무 과해, 오선생.
리진 : ! (순간, 홱! 보며, E) 설마 믿는 거야?
강선생 : (갸륵한 선배 말투) 요새 많이 힘들지? 원래 1년차 때가 제일 힘들어. (주먹 불끈) 힘내? (하고는 발랄하게 걸어가고)
리진 : (감격의, E) 믿는다....! 믿는다.....! (벅찬 감동으로 도현을 보면)
도현 : (안도의 한숨 내쉬고는, 미소 지어 보이는)
이하 경쾌한 음악과 함께 몽타주처럼 이어지는(7씬 까지),
S#5. 강한 병원 / 병동 일각 (낮)
한쪽 무릎 세우고 앉아 정리할 것도 없는 카트를 계속 정리하며 도현과 리진을 힐끔힐끔 훔쳐보고 있는 간호사1.
리진 : (복화술) 두시 방향. 주미라 선생님. 별명 그알.
도현 : 그알?
리진 : 그것이 알고 싶다의 약칭. 내가 정말 두 시간 만에 까였는지 김상중씨보다 더 궁금해 했어요.
도현 : (재밌어서) 아아....
간호사1 : (짐짓 다 정리된 카트를 끌고 오며, 도현에게 수줍게 목례하는)
도현 : (함께 목례하며) 안녕하세요? 주선생님? 우리 리진이 말대로 정말 미인이시네요.
간호사1 : !! (얼굴 확 붉어지며) 아우, 미인은 무슨.... (하고는 리진 옆에 찰싹 달라붙어 작고 은밀하게)
오선생님 부킹 나갔던 클럽이 어디예요? 그것이 알고 싶어요. (황홀한 표정으로 도현을 바라보고)
도현 : (백만 불짜리 미소 날리고)
S#6. 강한 병원 / 간호사 스테이션 앞 (낮)
L자로 만든 손을 턱밑에 갖다 대고 서서 진지한 표정으로 뷰박스에 걸린 뇌 CT 사진을 판독하고 있는,
아니, 판독하고 있는 설정 중인 신선생.
리진 : (복화술) 아홉시 방향. 동기 신선조 선생. (신선생을 째리며) 부킹, 입원, 꽃바구니, 선물, 모두가 내 자작극이라 믿고 있어요.
도현 : (알겠다는 듯 끄덕이고는, 다가가서 목례하며) 안녕하세요, 신선조 선생님? (한 팔로 리진의 어깨를 자연스럽게 감싸며/
리진은 헉! 해서 경직되고) 우리 리진이 입원해 있는 동안, 고생이 많으셨다면서요.
신선생 : !!! (리진의 어깨를 감은 도현의 팔을 보며 충격!) 아, 아닙니다. 고....고생은요 무슨.
도현 : (미소) 언제 식사 한 번 대접할 기회를 주십시오. 우리 리진이가 너무 고마워해서요.
리진 : (팔에 안긴 채로 슬쩍....도현을 올려다보면)
도현 : (시선 느끼고 리진을 내려다보며 다정한 남친 미소)
리진 : ! (이런 젠장, 심장이 선덕거리고)
S#7. 강한 병원 / 의국 근처 (낮)
인턴들을 일렬로 세워놓고 차례대로 쪼인트 까며 쥐 잡듯이 혼내고 있는 박선생.
소새끼, 말새끼, 쥐새끼, 온갖 새끼들이 살벌하게 입에서 튀어나오고 있는 중인데.
리진 : 전방 여덟시 방향. 치프 박민재 선, (말을 채 마치기도 전에)
박선생 : (무심히 시선 돌렸다가, 도현을 발견하고는 겁에 질려 홱! 몸을 돌려 도망가는)
도현 : ? (목례하려다가 멈칫, 리진을 보면)
리진 : (끙. 보충설명) 세기가 목을 졸라 위협했어요.
도현 : ! (두 눈을 질끈 감았다 뜨고는, 쫓아 뛰어가는) 박민재 선생님! 잠깐만요, 박선생님! 잠깐만요!
리진 : (황당해서) 아니 뭘 저렇게까지 열심히 해? 개연성 떨어지게. 지금까지 흐름 좋았구만.
(에이 씨, 따라 뛰기 시작하며) 차도현씨! (했다가, 얼른 주변 의식해서) 도, 도현씨--! (부르며 뛰고)
S#8. 강한 병원 일각 (낮)
미친 듯이 뛰어오고 있는 박선생, 코너를 돌아 사라지면,
뒤이어 뛰어나오는 도현, ‘박선생님! 잠깐만 기다려주십시오!’ 외치며 코너를 돌아 사라지고,
뒤이어 뛰어나오는 리진. ‘멈추라니까! 그럼 더 겁먹는다니까!’ 코너를 돌아 사라지는.
S#9. 강한 병원 일각 (낮)
뛰어오다가 끼이익-- 멈춰 서는 박선생. 막다른 곳이고!
헉! 해서 뒤를 돌아보면, 박선생을 향해 뛰어오고 있는 도현.
박선생이 멈춰 선 것을 확인하고는 그제야 자기도 멈춰 서서 헉헉... 숨을 고르다가 이내 박선생을 향해 천천히 다가오고.
덜컥 겁을 집어먹고 슬슬 뒤로 물러서는 박선생. 더 물러날 곳이 없자 넙치처럼 벽에 찰싹 달라붙어서는,
박선생 : 왜....왜 이러세요? 저 오선생한테 잘못한 거 없습니다?
도현 : (다가오며) 압니다.
박선생 : 그, 그, 그래요! 논문 준비 좀 시켰어요. 그거 말고는 맹세코,
하는 순간, 박선생 앞에 털썩 무릎을 꿇어앉는 도현.
입이 떡 벌어지며 놀라는 박선생.
박선생 : 왜, 왜, 왜 이러삼?
도현 : (진심) 용서하십시오. 그날은 제가 술김에 큰 실수를 범했습니다.
박선생 : (당황해서) 네? (했다가) 아니, 응? (했다가) 아니, 네?
어찌해야 할 바를 모르겠는데,
달려오다가 그 광경을 발견하고는 끼이익--- 멈춰 서는 리진! 놀라서 도현을 보고.
도현 : 제가 술을 마시면 전혀 다른 사람이 됩니다. 자제를 했어야 했는데, 그날 과음을 했습니다. 죄송합니다.
박선생 : 아...아니....실수를 했으면 술이 했지, 사람이 했나....요.
(모여드는 사람들의 시선 의식되며, 난처한) 됐으니까 이제 그만 일어나세요.
도현 : (깊이 숙이며) 진심으로 사죄드립니다.
박선생 : (울고 싶은) 아, 쫌....알았으니까 이제 그만 일어나시라고요.
리진 : ......(바라보는 위로)
석호필 : (3부 62씬의, E) 인격들이 벌여놓은 일들을 처리하느라 십일 년 동안이나 홀로 고군분투하고 있어.
마치 언제 끝날지 모르는 전쟁을 홀로 목숨 걸고 치러내는 것처럼.
리진 : ......(도현을 바라보며, 늘 이런 식으로 혼자 처리해왔겠구나 싶은)
S#10. 강한 병원 / 옥상 정원 (저녁)
치익— 캔 커피 따개를 열어 도현에게 음료를 건네는 리진.
힐링 공간으로 꾸며놓은 풍광 좋은 옥상 정원.
벤치에 나란히 앉아있는 도현과 리진.
리진 : (웃으며) 감사합니다. 덕분에 살았어요.
도현 : (받으며) 아닙니다. 어차피 모두 저 때문에 벌어진 일인데요.
리진 : (괜히 툭 치며 씩--) 근데 아까 연기 진짜 좋던데요?
도현 : (쑥스러워 손가락으로 미간을 긁으며 피식)
리진 : ....(저도 모르게 그 미소에 빠져들다가, 어머 내가 미쳤나 보아, 싶어 퍼뜩) 아참, 저한테 묻고 싶은 말이 있다고 하셨죠?
물어보세요. 열연을 펼쳐주신 보답으로, 저도 성심성의껏 대답해드릴게요.
도현 : 아, 그게... (선뜻 입이 안 떨어져, 리진을 보면)
리진 : (어서 물어보라고, 호기롭게 양손으로 컴온 제스처)
도현 : (잠시 갈등하다가, 결심하고) 혹시.... 세기를 만났을 때 뭔가를 부탁받지 않으셨습니까?
리진 : ? 부탁이요? (곰곰 생각해보며) 부탁이라.......
도현 : (열심히 생각 중인 리진을 바라보며, 대답을 기다리는 위로, E) 세기가 나를 없애기 위해
의사인 오리진씨에게 접근한 거라면.....?
리진 : (퍼뜩) 아, 했어요. 부탁!
도현 : !!! (긴장) 어떤 부탁이었습니까?
리진 : 놀아달라고 했어요.
도현 : ??? (황당) 놀아달라고 했다구요?
리진 : (끄덕) 네.
도현 : (저도 모르게 다가앉으며) 그래서 어떻게 하셨,
리진 : (OL, 검지를 세워 보이며) 움직이지 마!
도현 : (움찔 정지되는)
S#11. 플래시백 (2부 11씬)
리진 : 옳지, 착하다. (검지를 빙글! 돌려 보이며) 이제 천천히 뒤로 돌아.
세기 : (정말 천천히 뒤로 돈다)
리진 : (용기 얻어) 옳지 잘 한다.
S#12. 강한 병원 / 옥상 정원 (저녁)
도현 : !!! (믿을 수 없는) 세기가 그 명령에 따랐다는 말입니까?
리진 : 뭐...일단은요. (웃으며) 나중엔 재미없다고 때려치우라고 했지만.
도현 : (멍한....도저히 믿을 수가 없는)
리진 : (표정 살피며) 왜....요? 뭔가 문제가 있나요?
도현 : (퍼뜩) 네? 아....문제라기보다는 뭔가 좀 이상해서요. 세기는 다른 사람의 명령을 절대 듣지 않거든요.
리진 : 아아..... (그거였어? 안심하며 웃는) 그때뿐이었어요. 그 뒤론 완전 제멋대로였으니까.
도현 : (그건 그렇다 치고) 혹시 그 외에 다른 부탁 같은 건.....
리진 : 다른 부탁이요? 이를테면......
도현 : 그러니까.... (조심스레) 의사로서 뭔가 해달라는 부탁을 했다든가.....
리진 : (웃으며) 그럴 리가요. 세기는 제가 의사인지도 몰랐는데요?
S#13. 플래시백 (2부 17씬 편집)
세기 : ......(리진의 명찰을 보며) 정신과 의사였어? 별로 좋지 않네. (혼잣말처럼) 악연이 될 수도 있겠어.
S#14. 강한 병원 / 옥상 정원 (저녁)
도현 : !!! (예상과는 다른) 분명히 그렇게 말했습니까? 악연이 될 수도 있겠다고?
리진 : 네. 오히려 제가 의사인 걸 알고 실망하는 눈치던데요?
도현 :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E) 의사라서 접근한 게 아니라면 도대체 왜.... (하는 순간, 마치 도현의 물음에 답해주듯이 떠오르는)
S#15. 플래시백 (2부 22씬의)
석호필 : 글쎄....다만....인상적인 말을 하더군. 첫사랑을 찾았다나?
S#16. 강한 병원 / 옥상 정원 (저녁)
도현 : !!! (충격으로 멍해지며, E) 설마.... 채연이 누나가 아니라, (리진을 보며) 오리진씨가 세기의 첫사랑.....?
리진 : ? (살피며) 왜.....그러세요? 뭐가 또 이상한가요?
도현 : (혼란스러움에 눈빛 흔들리며, E) 그럼 그날 클럽에서의 만남이 처음이 아니었단 말인가? 그럼 두 사람은 도대체 언제.....?
리진 : (살피며) 차도현씨, 괜찮으세요?
도현 : (OL) 오리진씨.
리진 : 네. (말하라고)
도현 : 혹시 예전에 저를, 아니 세기를 만난 적이 있습니까?
리진 : 아니요. 그날 클럽에서 처음 봤는데요?
도현 : 확실합니까?
리진 : 확실.....한 거 같은데요?
순간, 리진의 양팔을 잡고, 두 눈을 정시하는 도현!
움찔 놀라 바라보는 리진!
도현 : (리진의 눈을 정시한 채로) 다시 한 번 저를 똑바로 봐주십시오. 정말 예전에 우리가 만난 적이, (하는 순간)
세기 : (E) 니가 나를 불렀잖아.
도현 : ! (소리에 보면)
어느새 어둠이 내려앉은 옥상 정원....
두 사람의 맞은편 기둥에 기대 서있는 한 남자의 실루엣!
마침 조명등이 하나 둘씩 불을 밝히기 시작하고... 그 불빛에 모습을 드러내는 남자, 세기다!
세기의 모습을 현실로 보며 충격으로 멍해지는 도현!!! (*공재의식)
세기 : (리진만을 바라보며 미소로) 니가 나를 불렀어. 아주, 아주 오래 전부터.
도현 : !!!!!! (충격과 혼란!!!)
리진 : ? (도현의 시선이 향하는 곳을 보면 아무도 없는, 뭔가 심상찮음을 느끼는) 차도현씨, 괜찮아요? 뭘 보고 있는 거예요 지금?
도현 : (충격으로 멍해진 눈으로, 세기의 시선을 쫓아 리진을 보는)
리진 : (침착하게) 왜 그래요? 전조 증상이에요?
도현 : (다시 멍....하니 세기 쪽을 바라보면 이미 사라지고 없는 세기!)
리진 : ? (도현의 시선 따라가 보면, 역시 빈 공간, 안 되겠다 싶은) 안정제 가져올 테니까 잠시만 기다려요. (일어나려는데)
순간 리진의 팔을 잡아채서 도로 앉히고는, 양팔로 리진의 어깨를 단단히 잡아 자신의 눈을 똑바로 보게 하는 도현!
도현의 흔들림 없는 눈빛에 압도되는 리진!
도현 : (단호한) 오리진씨, 지금부터 제가 하는 말 잘 들어주십시오. 지금 이 시간 이후부터, 무조건 저를 피하셔야 합니다.
제가 나타나면 숨고, 제가 가까이 가면 달아나고, 제가 붙잡으면 치고 박고 때려서라도 도망치셔야 합니다.
무슨 말인지 알겠습니까?
리진 : 제가 왜 그래야 하는데요?
도현 : 그건 제가 아니라 세기일 테니까. 그 놈은 아주 위험한 놈이니까.
리진 : 세기가 아니라 차도현씨일 수도 있잖아요.
도현 : 아니오. 절대 그럴 리가 없습니다. (눈빛) 저는 오늘 이 순간 이후부터 절대, 오리진씨 앞에 나타나지 않을 생각이니까.
리진 : ! (보는)
도현 : 약속해주십시오. 제 말대로 하겠다고.
리진 : (말없이 보다가) 언제나 이런 식으로 사람들을 떠나보냈어요?
도현 : (짐짓 강하게) 대답하세요! 알아들었습니까? 명심했어요?!!! (순간, 깨질 듯한 두통을 느끼는, 한 손으로 이마를 감싸 쥐는)
리진 : (놀라) 차도현씨, 괜찮아요?
도현 : (이마 감싸 쥔 채로 가라앉히며) 괜찮습니다.
리진 : 잠깐만 기다리세요! (벌떡 일어나 뛰어나가고)
머리를 감싸 쥔 채 다시 한 번 세기가 있던 빈 공간을 바라보는 도현. 혼란스럽고.
S#17. 강한 병원 / 약제실 (밤)
다급히 뛰어 들어오는 리진.
간호사2 : (화이트칠판에 오더 내용 정리하고 있다가 놀라) 오선생님?
리진 : (약장 문을 열고 약통들을 빠르게 들었다 놨다 확인하며) 로라제팜하고 알프라졸람 어디 있죠?
간호사2 : 아, 제가, (찾아주려고 다가오는 순간)
리진 : (이미 찾아낸 약통 두 개 들고는 빠르게 달려 나가는)
S#18. 강한 병원 / 옥상 정원 (밤)
다급히 달려오다가 그대로 멈칫 서는 리진.
빈 벤치 위에 도현이 마시던 캔 커피만 덩그러니 놓여있고.
한 손을 이마에 붙인 채 난감한 표정으로 몸을 돌려 주변을 살펴보는 리진.
퍼뜩 뭔가를 떠올리고는 휴대폰을 꺼내더니, 연락처에서 ‘신세기’를 찾아내 통화버튼을 누르는.
S#19. 달리는 도현의 차 안 (밤)
충격과 혼란에 휩싸인 채 운전을 하고 있는 도현. 그 위로 휴대폰 벨소리.
보면, 액정화면에 뜬 오리진.
도현 잠시 갈등하다가... 이내 결심한 듯 전화를 받는.
도현 : (짐짓 서늘한) 네. 차도현입니다.
리진 : (F) 어디에요 지금?
도현 : 그새 경고를 잊었습니까? 무조건 저를 피하라고 했을 텐데요.
S#20. 강한 병원 옥상 정원 + 달리는 도현의 차 안 (밤)
리진 : 상태는 어때요? 두통은 없어요? 호흡엔 문제없어요?
도현 : 저 오리진씨 환자 아닙니다.
리진 : 알아요. 하지만 차도현씨는 지금 치료가 필요해요.
도현 : 오리진씨는 제 주치의가 아닙니다.
리진 : 그것도 알아요. 의사가 싫으면 친구로서 얘기할게요. 일단 병원으로 오세요. 우리 아직 얘기 안 끝났잖아요.
도현 : 오리진씨.
리진 : 네.
도현 : (냉정하게) 저는 친구 안 만듭니다.
리진 : !!!
도현 : 필요 없습니다, 친구.
리진 : !!!
도현 : 다시 한 번 말씀드리겠습니다. 숨거나, 피하거나, 도망치거나입니다.
리진 : (설득하려) 차도현씨,
도현 : (OL) 제 경고엔 전화도 포함됩니다. 하지 마십시오. 안 받습니다. 받지도 마십시오. 위험합니다. 이만 끊겠습니다. (끊고)
S#21. 강한 병원 / 옥상 정원 (밤)
리진 : 차도현씨! 여보세요? 여보세요?
끊긴 휴대폰을 멍하니....바라보다가 느닷없이 화가 치미는 리진.
리진 : 아, 뭐가 이렇게 도도해?! 함께 폭탄도 피하고, 화염도 헤치고, 사선도 넘은 동지끼리 이래도 되는 거야?
(가라앉히고는 가려다가, 다시 휴대폰 보며 버럭) 아, 다중인격이 무슨 벼슬이야? 지가 무슨 마법에 걸린 야수냐고!
야수면 야수답게 (손바닥으로 자기 가슴을 탁탁 치며) 미녀의 도움을 받아야 될 거 아냐!! 미녀의 도움을!!!
앞머리를 확 쓸어 넘기며 그대로 벤치에 털썩 주저앉는 리진.
자꾸 마음이 쓰이고 뭔가 도움을 주고 싶지만 철옹성에 가로막힌듯한 무력감과 허탈감에 씩씩거리기만....
S#22. 달리는 도현의 차 안 (밤)
평정심을 찾으려 애쓰며 운전을 하고 있는 도현. 그 위로,
(F.C-16씬) 리진을 바라보며 미소 짓던 세기의 모습.
도현 : (마음의 소리, E) 뭐지....? 뭐였지.....? 뭐였을까 그게....? 미친 걸까? 내가 미쳐버린 걸까?
혼란스러움이 점차 공포로 변해가는 순간, 전구가 나가듯 갑자기 팟! 꺼지는 화면에서,
S#23. 블랙화면
암흑. 어디선가 작게 들려오기 시작하는 맑은 오르골 소리. (*마더구스 ‘Lady Bird').
그 소리 점점 커지기 시작하더니 이내 해맑은 아이의 웃음소리가 겹쳐지는 데서,
S#24. 꿈
퉁--- 천진한 웃음소리와 함께 푸른 하늘 위로 솟아오르는 어린 리진. (*7세, 캐스팅해주세요!).
깔깔깔 웃으며 잠시 공중에 머물렀다가 이내 아래로 사라지고.
다시 퉁--- 튀어 올랐다가 이내 아래로 사라지는 어린 리진.
보면, 푸른 잔디밭 위에 커다란 트램펄린 하나가 놓여있고,
어린 리진과 또래 남자 아이 한 명이 그 위를 깡충대며 뛰놀고 있다.
남자 아이는 뒷모습만 보일 뿐 얼굴은 보이지 않는다. (*일곱 살 어린 도현입니다. 캐스팅해주세요!)
퉁--- 어린 리진이 하늘로 솟아올랐다가 내려오면,
퉁--- 이번엔 남자 아이가 하늘로 솟았다 내려온다.
퉁--- 어린 리진이 솟아올라 만세를 부르고 내려오면,
퉁--- 이번엔 남자아이가 태양이라도 잡을 듯이 높이 솟아올라 만세를 부른다. (*역시 역광 때문에 얼굴은 보이지 않는)
하늘에 떠있는 남자 아이를 올려다보며 깔깔깔 웃던 어린 리진, 남자 아이가 트램펄린 위로 내려앉는 순간, 놀란 표정이 된다.
어느새 성인으로 변해있는 남자아이! 세기다!
세기 : (미소로) 이제 나랑 놀자.
S#25. 강한 병원 / 당직실 (낮)
순간 팟! 눈을 뜨는 리진. 가운차림으로 침대에 누워 쪽잠을 자고 있다가 벌떡 일어나 앉는다.
이게 뭔 꿈인가 싶어 잠시 멍.... 해 있는데.
그 앞으로 불쑥 내밀어지는 물잔.
리온 : (E) 악몽 꿨냐?
리진 : (멍...한 채로 무심히 물잔 잡아 꿀꺽꿀꺽 마시고는) 응.... 한 동안 안 꿨는데....기가 허해졌나.....?
하며, 물잔 옆으로 내밀다가 그제야 뭔가 이상해서 퍼뜩 옆을 보면,
침대 옆구리에 뚱하니 앉아있는 리온.
리진 : ! (놀라서 비명) 아아아아악----!
리온 : ! (리진의 비명에 놀라 같이 비명) 아아아아악----!
리진 : 뭐, 뭐, 뭐야, 이거. (리온의 얼굴을 양손으로 찰싹! 잡고는) 꿈이야? (붙잡은 리온 얼굴을 찰싹 찰싹!) 악몽이야? 개꿈이야?
리온 : 아파! 아파! (리진을 침대에 패대기치며 꽥) 아프다고오오!!!
리진 : (쓰으...부딪힌 머리 문지르며) 꿈은 아닌 거 같고. (영문을 모르겠는) 그럼 니가 왜 여기 앉아있냐?
리온 : 그러는 넌 왜 여기 누워있는데? 입원 중 아니었어?
리진 : 나는 벌써 퇴원해서 복귀했지. 그러니까 여기 있지.
리온 : 아씨, 그럼 연락을 주던가! 왜 바쁜 사람 병원까지 오게 만들어!
리진 : 아, 어디서 앙탈이야! 내가 불렀어? 내가 불렀냐고!!!
지순영 : (E) 내가 보냈어, 얘.
S#26. 쌍리 / 주방 (낮)
지순영 : (믹스 커피 타고 있는 중) 너 아직 입원 중이면 퇴원시켜 집에 데려오라고 보냈지.
(커피 쟁반 위에 올리다가) 왜긴 왜야. 내가 일 하느라 자주 들여다보지도 못하고, 차라리 곁에 두고 엄마 밥 먹여가며
보양시키려고 그랬지. 근데 벌써 복귀를 하면 어떡해. (쟁반 들고 나가며, 속상한) 엄마한테 말도 안 하고.
S#27. 쌍리 홀 (낮)
아직 영업전인 홀 한 쪽.
네댓 개의 채소 상자 앞에 앉아 품질을 살펴보며 장사장(*오랜 거래처라 친한/ 50대)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오대오.
지순영 : (주방에서 나오며, 포기하는 한숨) 알았어 그럼. 어쨌든 밥 잘 챙겨 먹고, 오프 때 어디 딴 데 가지 말고 꼭 집으로 와?
오대오 : ? (아내 쪽을 돌아보는)
지순영 : 알았어 그래, 끊어. (끊고는, 장사장에게 커피 건네며) 드세요.
장사장 : 아이구, 잘 마시겠습니다. (후루룩 마시고)
지순영 : (남편 옆에 앉아 채소 살피며) 청경채가 어째 크다 말았네.
장사장 : 아이구 참, 청경채가 들으면 서운하다 하겠네요. 유기농이라 그렇지 저도 크느라고 있는 용 없는 용 다 썼구만.
지순영 : (웃으며) 듣고 보니 그르네요. (청경채 보며) 크느라 고생했다?
오대오 : (슬쩍) 왜. 병원에서 퇴원 안 시켜준데?
지순영 : 그게 아니라, 벌써 복귀를 했다네.
오대오 : ......(섭섭한)
지순영 : (웃으며) 왜, 섭섭해? 딸내미가 안쓰러워?
오대오 : (허세) 섭섭하긴! 안쓰럽긴! 복귀할 만하니까 복귀했겠지. 아, 수능 만점 맞고 의대 간 놈을 그래,
아프면 침대에만 누워있어라, 힘들면 엄마 치마폭으로 들어와라, 그럼 되겠어? 그건 국가적 낭비야, 국가적 낭비!
지순영 : (장사장 의식하며 민망) 오바 좀 하지 마. 입만 열면 넘쳐 암튼.
장사장 : 하하하. 맞는 말 하셨는데요 뭐. 리진이 수능 만점 받은 거야 온 동네가 다 아는 사실이고.
오대오 : 거봐! 장사장도 맞는 말이라잖아. 나는 틀린 말은 안 해요.
지순영 : (어이구, 웃으며 채소 살피는데)
장사장 : 근데 리진이 고 녀석은 대체 누굴 닮아 그리 똘똘하대요?
지순영 : (채소 살피던 손이 표 안 나게 멈칫)
오대오 : (호기롭게 자랑) 누굴 닮긴! 날 닮았지!
장사장 : (놀리듯) 에이, 그건 쫌 아니다. 오사장은 리온이가 빼박이지.
지순영 : (웃으며) 리진인 절 닮았죠.
장사장 : (농으로) 그것도 딱히 아닌 거 같은데요? 하하하하하.
지순영 : (애매하게 웃으며) 그런가....? 다들 날 닮았다고 하던데.....
장사장 : (농으로) 그러고 보면 쌍둥이라고 다 똑같은 건 아닌가 봐요. 한 놈은 공부 머릴 타고 났고, 한 놈은 그쪽으론 영 젬병이고,
쌍둥인데 얼굴도 영 딴판이고. 하하하. 모르는 사람이 보면 누가 친남매라고,
지순영 : (채소 탁! 내려놓으며, OL) 장사장님 말 참 이상하게 하시네?
장사장 : (당황해서) 네?
지순영 : 자식이 부모 안 닮고 누구 닮아요? 부모가 무식하면 자식도 무식해야 돼요?
오대오 : (당황해서) 이....이 사람이 갑자기 왜 이래?
지순영 : 그리고, 쌍둥이가 일란성만 있어요? 이란성 쌍둥이가 안 닮을 수도 있지, 거기서 친남매 운운하시는 저의가 뭐예요 대체?
친남매가 아니면, 저하고 이이가 밖에서 한 명씩 낳아서 데리구 들어왔다는 거예요 뭐예요 지금?
장사장 : (당황해서) 아, 아니 저는 그냥 농담으로다가....
지순영 : (OL) 가져가세요. 이 품질로는 도저히 요리로 못 내놓겠네요. (싸하게 주방 쪽으로 사라지고)
오대오 : 여보! 여보! (당황해서) 장사장이 이해해, 응? 리진이 땜에 속상해서 저러는 거니까 이해하라구.
(주방 쪽으로 내달으며) 여보! 순영아!
S#28. 쌍리 / 주방 (낮)
지순영 : (냉장고 문을 벌컥 열고 캔 맥주 하나 꺼내 벌컥벌컥 마시는)
오대오 : (들어와서, 캔 뺏으며) 왜 이렇게 예민하게 굴어? 당신답지 않게.
지순영 : (신경질) 매번 저러잖아 매번!
오대오 : 힘들게 얻은 삼대독자 아들이 영 꼴통이래. 자식 자랑에 심사가 꼬여 심술부리는 거구만 뭘 정색씩이나 하고 난리야?
지순영 : 다른 농원에 전화해서 납품할 채소 있는지 알아봐.
오대오 : (바깥 의식하며, 작게 달래듯) 장사장이 모르니까 하는 소리잖아, 모르니까. 알면 저런 소리 할 수 있겠어?
지순영 : (버럭) 아, 장사 준비 안 할 거야?!!!! (소리치는 데서)
S#29. 강한 병원 / 야외 일각 (낮)
벤치에 앉아 테이크아웃 커피를 마시고 있는 리온과 리진.
리온 : 트램펄린?
리진 : 응. (양손을 뻗어 모아 큰 원을 만들며) 왜, 이렇게 둥그런데, 원 안에서 뛰면 공중으로 막 튀어 오르는,
리온 : (OL) 알아 뭔지. 그게 꿈에 나왔다고?
리진 : 응. 그 위에서 웬 남자 아이랑 같이 놀고 있었어.
리온 : 그 남자 아이가 누군데?
리진 : 난 너라고 생각했는데?
리온 : (손 내밀며) 그럼 출연료 줘.
리진 : (그 손을 탁! 치며) 얼굴이 안 보여서 정확히 누군지 모르거든?
리온 : (자세 바로 하며, 본격적으로) 정리를 해보자면, 꿈속에서 넌 일곱 살 쯤 돼 보였고, 같은 또래 남자 아이랑 함께
트램펄린 위를 뛰고 있었다, 근데 그게 마치 실제 있었던 일처럼 생생했다?
리진 : (끄덕끄덕) 혹시 기억 안나? 어릴 때 우리 집 마당에 트램펄린 없었어? 나랑 거기서 같이 놀았던 기억 없어?
리온 : 가만 있어봐. 생각 좀 해보게. (곰곰 생각해보고)
리진 : (뚫어져라 바라보며 기다리는 위로)
신선생 : (E) 저 남잔 또 누구야?
S#30. 강한 병원 / 복도 창가 (낮)
창가에 매달려 리진과 리온을 구경하고 있는 동료 의사들과 간호사1.
강선생 : 와우, 우리 오선생 하루 만에 남자를 갈아치운 거야?
인턴1 : 오선생님 은근 팜므파탈인가봐요.
간호사1 : 남자가 아니라 오빠래요. 쌍둥이 오빠.
허숙희 : (E) 오빠 아니던데? 아까 당직실에서 보니까, 잠든 오선생을 바라보는 눈빛이 완전 남자던데?
일동 : (낯익은 목소리에 조용히.....뒤를 돌아보면)
언제 왔는지 함께 창밖을 내다보고 있다가 보는 허숙희.
의사들과 눈이 딱 마주치는 순간! 잠시 정적 흐르다가...
이내 쫓고 쫓기는 추격전이 펼쳐지는 데서!
S#31. 강한 병원 / 야외 일각 (낮)
리온 : 아으! (기억 재생에 실패하며) 아무래도 단서가 부족해. 뭐 다른 특이한 건 없었어?
이를테면, 너랑 그 꼬마 말고, 다른 출연자가 있었다던가.
리진 : (움찔) 다, 다른 출연자?
리온 : (그 표정 읽고는) 있었구만? 누군데? 응? 누군데?
리진 : (시선 피해 커피 마시며) 너는 말해도 모르는 사람이야.
리온 : (감 잡았어) 남자구나! 하하하하! 너 혹시 야한 꿈 꿨냐? 동심으로 시작해서 야동으로 막을 내린고야?
리진 : 말자. (일어나 가려는데)
리온 : (잡아서 앉히며) 말해봐. 누군데에?
리진 : 아, 너는 말해도 모르는 사람이라니까아!
리온 : 아, 작가적 입장에서 해몽을 좀 해달라며! 어떤 남잔지 들어봐야, 그 남자의 상징적 의미를 알고,
상징적 의미를 알아야, 해몽이 가능하고, 해몽이 가능해야, 니 꿈이 개꿈인지, 실제 기억의 일분지 알 수 있을 거 아냐.
리진 : 정신과 의사 앞에서 노냐 지금?
리온 : 컴온! 씨스털!
리진 : ......(보다가, 고개 돌리며) 나 좋다고 들이댔던 남자.
리온 : (세상에나!) 저런. 컬트 매니아구나. 취향이 독특한 걸 보니.
리진 : 말자고. (다시 일어나 가려는데)
리온 : (다시 잡아 앉히며) 어떻게 들이댔는데?
리진 : 어떻게 들이댔으면 왜! 뭐!
리온 : 남자는 남자가 알아보는 법이에요. 어떻게 들이댔는지 들어보면 그게 진심인지, 물건을 팔려는 수작인지,
걍 제비 나부랭인지, 딱 견적이 나온다니까?
리진 : (솔깃해서 슬쩍) 진짜?
리온 : 진짜. 그러니까 이 오빠를 믿고 말해보세요, 얼른.
리진 : ......(잠시 망설이다가) 멘트.
리온 : 멘트? (좀 바싹 다가앉으며) 내용이 뭔데?
리진 : 니가 나를 불렀다.... 아주아주 오래전부터.... 이제 나랑 놀자.
리온 : !!! (표정이 굳는)
리진 : (표정 보고는, 불안한) 왜 그래? 안 좋은 뜻이야?
리온 : (어두운 표정으로) 충격....안 받을 자신 있어?
리진 : (끄덕이는)
리온 : 한 문장씩 불러봐. 번역기 돌려줄게.
리진 : (어쩐지 긴장되는) 니가....나를 불렀잖아.
리온 : (진지한 말투로) 니가....나한테 추파를 보냈잖아.
리진 : 오래 오래 전부터.
리온 : 아까 아까 전부터.
리진 : (째리기 시작하며) 이제 나랑 놀자.
리온 : 이제 나랑 호텔 가자.
리진 : (등짝을 패며) 죽어! 죽어!
리온 : (맞으며) 악! 아악! 너는 진실을 받아들일 준비가 안 되어있어 암튼!
S#32. 강한 병원 / 주차장 (낮)
리모컨으로 삑- 차문을 열며 차 쪽으로 걸어오고 있는 남매.
리진 : 썩 가라.
리온 : 알았다. 간다, 가. (째리고는 차문 열다가, 퍼뜩 떠올랐다는 듯) 아! 생각났다! 트램펄린!
리진 : ! (반짝해서 보며) 생각났어?
리온 : (역시 반짝해서 고개 끄덕이며) 그거 우리 집 마당이 아니고 근처 공원이었을 거야.
왜 우리 옆집 살던 아저씨가 빌려줘서 갖고 나가 놀았었잖아. 기억 안나?
리진 : ......(기억 안 나는, 고개 젓는)
리온 : 맞아 맞아. 내 말이 틀림없어. 그러니까 그 남자아이는 바로 나란 얘기지. (손 내밀며) 출연료.
리진 : (탁! 쳐내며 째리는) 급조된 기억 아냐? 출연료 받으려고?
리온 : 이게 저작권 부잘 뭘로 보고. 쯧! (째리고는, 짐짓 엄한 오빠처럼) 그리고! 그 남잔 절대 만나지마.
멘트가 구린 걸로 봐서 제비가 틀림없어. 봐라 이제 나중에 뭐 사라 그런다. 자석요나, 생명수, 옥장판 같은,
(하다가 리진의 손에 차 안으로 구겨 넣어지며) 아악!
리진 : 가! 가! 가라고 쫌! (다 구겨 넣고 차문 쾅 닫는)
리온 : 간다, 가!!! (리진을 확 째려본 뒤에 붕-- 출발시키는)
리진 : ......(보며, 혼잣말로 중얼) 제비는 너무했다. 좋은 사람인데.....
S#33. 리온의 차 안 (낮)
리온 : (주차장을 빠져나가며, 피식 혼잣말) 대체 어떤 녀석이냐....내 동생 마음을 흔들어대는 놈이.....
(문득 시선을 들어 백미러에 담긴 리진의 모습을 바라보며) 거짓말해서 미안. 근데...생각하지 마....
어린 시절 일도, 니 맘 흔들어대는 놈도. 지켜보는 오빠 맘이... (쓰게 피식 웃으며) 찢어지잖냐......
S#34. 강한 병원 야외 일각 (낮)
주차장을 빠져나가는 리온의 차를 바라보고 서있는 리진.
리진 : 그래. 생각을 말자. 생각을.....
떨쳐내듯 머리를 털어내고는 돌아서는데, 가운 주머니에서 울리는 휴대폰.
꺼내서 보면, 모르는 번호다.
리진 : (고개 한 번 갸웃하고는 받는) 여보세요?
안실장 : (F) 오리진씨 휴대폰입니까?
리진 : 네. 맞는데요. 실례지만 누구시죠?
안실장 : (F) 저는 차도현씨의 비서 안국이라고 합니다.
리진 : (!!) 차도현씨의 비서....요?
안실장 : (F) 네. 혹시 지금 차도현씨와 함께 계십니까?
리진 : 아니요. 어제 병원에서 만났다가 바로,
(F.C-16씬) 한 손으로 이마를 감싸 쥐며 괴로워하던 도현.
리진 : ! (덜컹 불안해지며) 혹시, 차도현씨에게 무슨 일이 생겼나요? (대답이 없는, 더 불안해지는) 여보세요? 여보세요?
안실장 : (무거운, F) 어제 오리진씨를 만나러 나간 이후로.... 지금까지 연락이 안 되고 있습니다.
리진 : !!! (심장 쿵) 그럼....실종됐단 말인가요?
S#35. 도현의 사무실 (낮)
일각에 서서 통화 중인 안실장.
안실장 : 아직 단정 짓긴 이릅니다. 어쨌든, 지금 같이 계신 건 아니란 말씀이시군요. (불안하지만 마음 다잡고) 알겠습니다.
혹시라도 연락이 닿으면 지금 이 번호로 연락 부탁드립니다. 실례가 많았습니다. 그럼.
끊고, 불안한 마음에 다급히 돌아서다가 흠칫, 정지되는 안실장.
보면, 언제 왔는지 서류철 하나 어깨에 걸치듯 세워 들고 문가에 서서, 안실장을 삐딱하게 바라보고 있는 기준!
안실장 : (순식간에 포커페이스) 언제 오셨습니까, 사장님?
기준 : 회의 전에 논의할 게 있어 왔는데 (도현의 빈자리를 턱짓하며) 아직 출근 전인가 봅니다?
안실장 : (평상심) 오전에 화무 미디어측과 미팅이 있어 나가셨는데, 아무래도 대화가 길어지는 모양입니다.
급한 건이면, 연락드려볼까요?
기준 : ......(보다가, 여유로운 미소) 아닙니다. 제가 내일 할 일도 오늘 하자라는 무서운 병에 걸려서요.
(짐짓 농처럼) 전염은 안 되는데, 모두들 피하기만 해서 본인만 피곤해지는 병이죠. 급할 건 없습니다. 그럼.
(산뜻하게 털듯 나가고)
안실장 : (통화내용을 어디까지 들었을까? 두 눈을 질끈 감고)
S#36. 도현의 사무실 앞 복도 (낮)
서류철로 어깨를 톡톡 치며 걸어오는 기준.
기준 : 무단결근이라.... (피식) 자식이 형 바쁜데 자꾸 관심 돋게 만들어요.
(하는데, 울리는 휴대폰, 확인하고 받으며) 예, 아버지.
S#37. 차영표의 사무실 (낮)
차영표 한쪽에 설치된 미니 필드에서 퍼팅 연습 중이고,
책상에 기대서서 어드레스를 지켜보고 있는 기준.
차영표 : 큰집 놈은 어떠냐 요즘. 적응은 곧잘 하는 눈치냐?
기준 : (농으로) 바쁜 아들 불러놓고, 남의 아들 얘긴 왜 물으세요. 질투 나게. 그립 좀 더 짧게 잡으세요. 느슨하면 헤드 흔들려요.
차영표 : (교정하고, 볼에 셋업하며) 이사회 반응이 나쁘지가 않아. 첫인상이 잘 새겨진 모양이야.
(스트로크하면, 깔끔하게 홀컵 속으로 들어가는)
기준 : (박수쳐주며) 나이스 퍼팅!
차영표 : (퍼터 한쪽에 세워놓고, 응접실 쪽으로 이동하며) 그놈 할아버지를 모셨던 이사들은 당연지사고,
흑인지 백인지 입장 애매했던 이사들도 나쁘지 않게 본 모양이더구나.
기준 : (따르며) 베일을 벗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드라마틱하잖아요.
차영표 : (응접실 의자에 앉아 찻잔 들며) 총성 없는 전쟁터가 될 거야.
기준 : ? (보는)
차영표 : 왜 순진한 초식동물 눈이야? 석 달 후에 있을 주총 말야.
기준 : (웃으며) 너무 비장하신 거 아니에요?
차영표 : 난 이 싸움을 20년 동안이나 준비해왔다. 공동 창업주인 니 할아버지가 억울하게 빼앗긴 몫에 더해,
승진그룹 전체를 가져올 생각이야. 그놈과 너는, 살아있는 내내 끝까지 붙게 될 거다.
기준 : 염려마세요. 지는 데 취미 없는 거 아시잖아요.
차영표 : 만만히 보지 마라. 그래도 차건호 회장 핏줄이야. 필요 없어지면, 동생 뒷목도 따는 그 피가 어디 갈까.
기준 : (피식) 소리 없는 총 준비해요 그럼?
차영표 : (흠흠 웃으며) 준비해두면 좋지. 손에 좋은 패라도 쥔 거냐?
기준 : 글쎄요.... (즐기는 듯한 미소로) 뭔가 쥐긴 쥔 거 같은데... 까기 전에 확인부터 해봐야죠. 어떻게 쓰일 팬지.
S#38. 기준의 비서실 (낮)
기준 들어오면, 일어나는 여직원.
휴대폰 통화중이라 어정쩡하게 일어나는 최실장.
기준 : (사무실로 향하며) 나, 얼음 넣은 탄산수 한 잔 만들어주고, 최실장님은 나 좀 봅시다. (벌써 방으로 들어갔고)
최실장 : (작게 통화 중) 틀림없지? 카더라 안 돼. 아님 말고도 안 돼. 팩트가 아니면 나 (기준 방 쪽 보며) 죽는 거 알지? (에서)
S#39. 기준의 사무실 (낮)
똑똑 노크소리 들리고, 들어오는 최실장.
들고 온 얼음 탄산수 잔을 얌전히 기준 앞에 놔주는.
기준 : (서류 보는 채로) 알아보라고 한 건 어떻게 됐습니까.
최실장 : 아직 시내 병원을 다 알아보진 못했지만,
기준 : (터프하게 탄산수 잔 잡는)
최실장 : ! (지레 겁먹고 얼른) 핫라인을 통해 흥미로운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기준 : (마시며) 그래요? 벌써부터 흥미롭네요. 말씀해보세요.
최실장 : 강한 병원이라고, 응급, 외래, 어느 쪽에도 진료 기록은 없었지만, 들고 갔던 부사장님 사진을 알아본 사람이 있었습니다.
기준 : 어떤 이유로 말입니까?
최실장 : 그 병원 정신과 여의사와 스캔들이 있었던 모양입니다.
기준 : (!) 정신과...의사요?
최실장 : 네, 오리진이라고, 현재 레지던트 1년차라고 합니다.
기준 : (뭔가 심상찮고)
최실장 : 그 뿐만이 아닙니다. 뭔가 촉이 오길래 사람을 놔서 알아봤더니,
얼마 전엔 안실장이 그 병원 정신과 의사를 만나고 갔답니다.
기준 : ! (민감하게 보며) 안실장이 정신과를요?
최실장 : 네. 정보원 말로는 처음 만나는 사이가 아닌 거 같아 보였답니다.
리준 : 안실장이 만난 의사는 누굽니까?
최실장 : 석호필 박사라고, 정신과 쪽에선 대단히 유명한 의사랍니다. 존스홉킨스에서 근무하다 4년 전에 귀국했구요.
기준 : ! (뭔가 촉이 서는, 그 위로)
리진 : (E) 제 잘못이에요.
S#40. 강한 병원 / 석호필의 방 (낮)
리진 : (무릎까지 숙이고 있던 고개를 번쩍 들며) 위험 싸인을 알아챘을 때, 어떻게든 붙잡았어야 했어요.
(자책) 내가 자리를 비우는 게 아니었는데.
석호필 : 진정해. 진정하고, 없어지기 전에 차군의 상태가 어땠는지 다시 한 번 차분히 생각해봐.
리진 : 별 문제없었어요. 세기 이름이 나오기 전까지는.
석호필 : (민감하게) 세기? 신세기 말이야?
리진 : 네. 세기와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어봤었거든요. 별일 없었다고 했더니, 그럼 의사로서 내게 뭔가 부탁한 일이 없냐고,
석호필 : (OL) 의사로서 부탁한 일? (하는 순간 퍼뜩 떠오르는)
S#41. 플래시백 (2부 21씬의)
세기 : (양손으로 책상을 탕! 짚어 석호필의 눈을 직시하며) 차도현을 재워. (살벌한 눈빛) 영원히, 깨어날 수, 없게.
S#42. 강한 병원 / 석호필의 방 (낮)
석호필 : (!!!) 혹시 그런 부탁을 받은 적 있어?
리진 : 아니오. 세기는 제가 의사인지 몰랐어요. 그 사람한테도 그렇게 말해줬구요.
석호필 : 계속해봐. 그래서?
리진 : 그랬더니 혹시 예전에 자기를 어디선가 본 적이 없냐고....
S#43. 플래시백 (16씬을 리진의 시점으로)
도현 : 다시 한 번 저를 똑바로 봐주십시오. 정말 예전에 우리가 만난 적이, (하다가, 멈칫 어딘가를 바라보며 멍해지는)
리진 : ? (도현의 시선이 향하는 곳을 보면 아무도 없는, 불안해지는) 차도현씨, 괜찮아요? 대체 뭘 보고 있는 거예요 지금?
S#44. 강한 병원 / 석호필의 방 (낮)
석호필 : !!! (설마)
리진 : 좀 이상하다고 생각했어요. 망상이나 환각은 DID보단, 스키조 증상에 가깝잖아요.
석호필 : (뭔가 심상찮음을 느끼고)
리진 : (살피며) 교수님.....?
석호필 : 내 짐작이 맞는다면.... 공재의식일 수도 있겠군.
리진 : (!!!) 공재의식이라면.....!
석호필 : 의식소실이 없는 상태에서 교대인격이 출현했다는 거지.
리진 : (!!!) 예전에도 그 사람한테 그런 증상이 나타난 적이 있나요?
석호필 : (고개를 젓는) 내가 차군을 치료했을 때는 한 번도 없었어.
리진 : (혼란스러운) 그럼, 갑자기 왜 그런 증상이....
석호필 : 교대인격이 어떤 계기로 강해졌다면, 주인격과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 나타나 주인격의 행동을 지배할 수도 있지.
심한 경우엔 의식과 행동 모두를 지배할 수도 있고.
리진 : (!!!) 교대인격이 주인격을 없앨 수도 있단 말인가요? (덜컹해서) 그럼, 그 사람 지금 굉장히 위험한 상태잖아요?!!
석호필 : 진정해. 공재의식이 반드시 위험하다고만은 볼 수 없어. 때론 인격들을 융합치료 하는데 도움이 되기도 하니까.
더구나 본인에게 직접 듣기 전까진, 아무것도 단정할 수 없는 상태고.
리진 : (불안할 따름인데)
석호필 :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차군의 인격들이 뭔가에 자극을 받았다는 거야.
그로 인해, 주인격과 교대인격 간의 주도권 싸움이 시작된 것일 수도 있고.
리진 : !!!
S#45. 강한 병원 / 옥상 정원 (낮)
걱정과 불안, 충격과 죄책감으로 멍해진 얼굴로 걸어와 도현이 앉았던 벤치에 털썩 앉는 리진.
도현의 시선으로 세기가 있던 공간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뭔가 결심한 듯 휴대폰을 꺼내 단축키를 누르면, 음성사서함으로 넘어가는,
리진 : (침착하고 다부진 말투) 차도현씨, 저 오리진이에요. 지금부터 제가 하는 말 잘 들어요.
지금 어떤 상황에 있건, 누구와 함께 있건, 절대 정신을 놓쳐서는 안 돼요. 그 누구에게도 의식을 빼앗겨서는 안 된다구요.
알아들어요? 그 어떤 것에도 사로잡히지 말고, 강해져야 한다구요!!! (소리치는 데서)
S#46. 서태임의 저택 / 지하 와인 창고 (낮)
어둠 속에서 팟! 눈을 뜨는 도현!
조용히 눈만 굴려 사방을 살피다가...어떤 느낌에 멈칫 시선을 내려 보면,
품에 꼭 안고 있는 곰인형!
소스라치듯 놀라 벌레 털듯 버려 버리고 벌떡 일어나 앉는 도현.
멍....하니 주위를 둘러보면, 벽에는 어린 아이가 크레파스로 그린 듯한 낙서와 그림...
바닥엔 목이 잘린 인형과 깨진 크레파스, 레고 조각... 혼자서 왔다 갔다 하고 있는 고장 난 로봇 인형...
도현이 꿈에서 보던 바로 그 지하실이다!!!
이 상황이 꿈인지 현실인지 혼란스러워지는 도현!!!
이때, 벌컥 문이 열리더니, 불빛과 함께 길게 드리워지는 그림자!!!
순간 공포에 질리며 반사적으로 천천히 뒷걸음을 치는 도현!!!
도현을 향해 점점 다가오는 그림자!!!
숨이 멎을 듯한 긴장과 공포로 하얗게 질려가는 도현!!
벽에 비친 그림자의 손이 어린 도현을 향해 치켜 올려지는 순간!
도우미 : (E) 부사장님.....?
순간, 도현을 둘러싼 지하실 풍경이 순식간에 신기루처럼 쏴아-- 사라짐과 동시에 본가의 지하 와인 창고로 바뀌고.
막 와인 한 병을 꺼내다 말고 놀란 표정으로 도현을 바라보고 있는 승진가(家)의 도우미.
도우미 : (놀란 채로) 부사장님, 여기서 뭐하세요?
도현 : ! (모든 것이 멍할 따름인데)
어떤 느낌에 멈칫, 바닥을 보면,
어린 아이가 크레파스로 그린 듯한 곰인형 그림과 그 옆의 낙서, 'I'm NANA' (C.U)
보며, 충격으로 멍.....해지는 도현에서.
S#47. 서태임의 저택 / 거실 (낮)
남루해진 몰골로 도우미를 따라(손에 와인병을 든) 현관으로 들어서는 도현.
도우미 : 작은 댁 사모님 오셔서 다 같이 식사 중이세요. 들어가셔서 인사, (하다, 도현 몰골에) 천천히 샤워부터 하세요.
(주방으로 아웃되고)
도현 : (거실 장 유리에 비친 자신의 몰골을 보고는 무거운 한숨으로 돌아서려는데)
윤자경 : (E) 저는 저 여자 더는 못 참아요, 큰어머님!
도현 : ! (다이닝룸 쪽을 보면)
S#48. 서태임의 저택 / 다이닝룸 (낮)
서태임, 신화란, 윤자경이 함께 식사 중이다.
신화란 : (와인 마시다가 멈칫) 저 여자?
윤자경 : 어디서 무슨 소문을 어떻게 들으시고 절 부르셨는지 모르겠지만요, 골프장건도, 제가 먼저 시작한 거 아니에요.
신화란 : (마시며, 흐흥, 좀 취했고) 그래에, 부딪쳐주는 손도 없는데, 내 손이 용케 저 혼자 소릴 냈다, 그래. (빈 잔 채우고)
서태임 : (언성은 높지 않으나 나무라는) 어떤 인산지 몰라 그래? 그만큼 겪어봤으면 사람이 요령이 생겨야지.
조용히 피했으면 될 일을,
윤자경 : (미치겠는) 안 피했어요, 제가? 쫓아 들어왔다니까요 기어이이이이!
신화란 : (기막혀) 동서! 왜 동서 허물은 다 빼? 내가 좋아서 쫓아 들어갔어?
윤자경 : (서태임에게만) 필드에서 매너 없이 전화기 잡고 고래고래. 얼굴 화끈거려 뒤돌아선 거 뻔히 알면, 모른 척 해줬어야죠.
기어이 파우더 룸까지 쫓아 들어와 머리카락 뜯자고 덤비는 무경우를 제가 무슨 수로 당해내요.
신화란 : (터지며) 이게 보자보자 하니까, 니가 그냥 돌아섰어? 너 나 무시했잖아! 경멸했잖아, 이 나쁜 년아!
윤자경 : 보셨죠? 저래요, 저 여자가. 저걸 어떻게 참아요, 제가.
신화란 : 저거얼? 야!!!! (와인 잔 들어 윤자경 얼굴에 뿌려버리고)
윤자경 : (뒤집어 쓴 채, 기막혀 입만 뻐끔뻐끔)
서태임 : (버럭) 어디서 배워먹은 짓이야 이게!!!
신화란 : 너는 인성이 글러먹었어. 니 위에 사람 없고, 있으면 기어이 끌어다 니 밑에 깔고 싶지?
죽어도 니 밑에 안 깔리던 민서연 죽고,
서태임 : ! (민서연 이름에 멈칫 굳는 위로)
신화란 : (E) 이제 목구멍으로 밥 좀 넘어가나 했는데, 왜 나 때문에 또 밥 구멍이 막혀? 깔아뭉개고 싶어 미치겠어?
윤자경 : (차라리 공포다) 크.....큰어머님 뭐.....뭐예요, 저 여자?
서태임 : (덤덤히) 광견병 환자야. 괜히 손등 물려 똑같은 물건 되지 말고, 자네도 그만해 이제.
윤자경 : 저는 도저히 이해가 안 돼요. 다른 사람도 아니고, 어떻게 큰어머님이 저런 여잘 한 집에 두고 볼 수 있어요?
뭐요, 아들 낳았다고요? 어차피 법적으룬 먼저 형님 아들이잖아요.
신화란 : (파르르) 야!!! 이게 지금 내 아들을 어디다 입양시켜?
윤자경 : 도현이를 위해서도 이건 아니지 않아요? 먼저 형님 반만 되도 제가,
신화란 : 내 배 아파 내가 낳은 내 아들이 왜 민서연 아들로 둔갑하냐고!!!
서태임 : (OL, 터지며) 산 사람 얘기에 왜 자꾸 죽은 사람은 불러다 앉혀!!!
두여자 : (놀라 동작 그만 상태로 보고)
서태임 : (간신히 누르며) 고이 잠들어 하늘가에 있는 사람... 깨우지 말어.
(일어나고, 두 여자 함께 일어나는데, 신화란을 보며) 짐 싸서 나가.
신화란 : (입 벌리고 보는)
서태임 : 니 아들도 데리고 나가. (문 쪽으로)
윤자경 : (회심의 미소를 짓는데)
신화란 : ......(서태임 뒤통수 서늘하게 노려보다가) 과연 고이 잠들었을까요?
서태임 : (멈칫, 돌아보면)
신화란 : ......(도전적으로 피식 웃고는, 털썩 의자에 앉아 와인 잔 채우며) 잘 모르겠네요, 저는. 민서연 그 여인이 세상을 하직할 때,
참 잘 놀다 갑니다, 나쁘지 않은 인생이었어요 하며 갔을지, 두고 보자 두고 보자 피눈물을 삼키며 갔을지. (마시고)
서태임 : (석상처럼 굳어버리며) !
윤자경 : (무슨 소린지 몰라 둘을 번갈아 보며) ?
신화란 : (미소로) 저 무서워서 이 집 못 나가요, 어머니. 세치 혀로 사람도 죽이고, 잘 나가는 기업 하나쯤은
뒤로 떵떵 나자빠지게 할 수도 있다는데, 제가 제 입을 어떻게 믿고 여길 나가요. 안 그래도 술만 들어가면 시한폭탄인데.
(하며 보란 듯 와인 쭉 마시고)
서태임 : (서늘하게 굳은 채로 떨려오고) 그 입.....다물지 못해?
신화란 : (사악한 미소로, 정시하며) 전 다 기억하거든요. 승진가(家) 저택에서 일어났던 모든 일을.....
세상엔 알려지지 않은 추악한 비밀을....
서태임 : (백짓장처럼 하얗게 질린 채로) 입 다물란 소리 안 들려?!!!
신화란 : 아, 나 하나쯤 소리 소문 없이 없애는 거 문제도 아니라구요? 그러게요.... 근데 우리 도현이가 지 엄마 어찌 된 줄 알면
가만히 있을까요? 그 아이가 기억을 되찾으면..... (미소로) 여러 사람 다치게 될 텐데.....
서태임 : (질린 채로 덜덜덜)
신화란 : 후후후후 광견병 환자? (순식간에 표정 싸늘해지며) 알면, 나 건드리지 마세요. 제대로 물리는 수가 있으니까.
(일어나서 홱 나가고)
서태임 : (분노로 몸이 떨려오고)
윤자경 : ? (영문을 모르겠는데)
S#49. 서태임의 저택 / 다이닝룸 앞 (낮)
나오다 말고 석고상처럼 굳어버리는 신화란.
보면, 무섭게 굳은 표정으로 신화란을 보고 있다가, 팔을 잡아채서는 밖으로 끌고 나가는 도현.
S#50. 서태임의 저택 / 정원 일각 (낮)
신화란의 팔을 잡고 정원을 가로질러 오는 도현.
신화란 : (끌려오며) 도현아. 아우 얘, 이것 좀 놓고 가. 아퍼어.
도현 : (외진 구석으로 와서야 손을 놓아주고 보는) 엄마.
신화란 : (아무 일 없었다. 밝게) 언제 왔어 우리 아들? 전화를 하지 왜.
도현 : (표정 풀지 않고) 내가 알아야 할 비밀이 뭐예요?
신화란 : (잠시 당황했지만, 시침) 응? 비밀? 무슨 비밀?
도현 : 승진가(家) 저택에서 일어났다는 그 일, 세상엔 알려지지 않은 비밀, 내가 잃어버렸지만....
언젠가 되찾으면 여러 사람이 다치게 될 그 기억. 그게 뭔지....엄마는 다 알고 있죠?
신화란 : (표정 관리하느라 경련이 일지만) 아아, 그거. (애써 밝게) 얘, 그거 다 거짓말이야. 협박용.
너두 봤잖아. 내가 이 집에서 어떤 수모와 멸시를 당하고 사는지. 없는 비밀이라도 만들어 틀어쥐고 있어야 숨구멍이 틔지,
안 그럼 제 명에 못살아, 나.
도현 : (좀 오르며) 전혀 없는 얘긴 아닐 거 아녜요. 뭔가가 있으니까,
신화란 : (OL) 어느 집엔 비밀 없구, 누구한텐 약점 없니? 제 발 저려 찔끔하게 만들려는 거지 있긴 뭐가 있어어.
이게 다 너 지키려구 이 엄마가 제갈공명 찜 쪄 먹는 머리 굴려 만든 전략이지.
도현 : (절망하고)
신화란 : 우리 아들, 이사회 때 끝내줬다며? (엉덩이 툭툭툭) 아우우, 잘했어. 앞으로 괜히 약한 맘 품지마?
저 노인네 오기 창창해봐야 이 빠진 호랑이구, 너 말곤 대안 없어. 주변에서 뭐라 하든 승진그룹 후계자는 너니까, (하는데)
도현 : (절망감을 참으며 홱 돌아서 간다)
신화란 : 도현아. 얘! 밥 먹구 가아.
S#51. 서태임의 저택 앞 (낮)
이를 앙 물고 참담함과 절망감을 참으며 대문에서 나오는 도현.
잠시 주변을 둘러보다가(자신이 운전해 오지 않았으므로), 주머니를 더듬어 차키를 꺼내 누르면,
어디선가 삑- 소리 들린다.
저만치 삐뚤게 세워져 있는 차를 발견하고 가는 도현.
빠르게 운전석에 올라타 등받이에 털썩 몸을 기대며 두 눈을 감고.
잠시 그대로 있다가....문득 휴대폰을 꺼내 보면, 꺼져있다.
충전기에 연결해서 켜면, 부재중 전화 기록이 뜬다. (안실장에게 29통. 리진에게 35통 정도)
액정화면에 뜬 리진의 이름을 바라보는 도현. 그 위로,
리진 : (E) 의사가 싫으면 친구로서 얘기할게요. 일단 병원으로 오세요. 우리 아직 얘기 안 끝났잖아요.
도현 : ......(바라보며 동요되는데)
이때 울리는 휴대폰. 액정화면에 ‘한채연’ 뜬다.
바라보며 괴로운 도현. 휴대폰 조수석에 던져버리고, 시동 거는.
S#52. 호텔 레스토랑 안 (낮)
‘연결이 되지 않아 소리샘으로 연결....’ 안내음 들려오면,
신경질적으로 휴대폰을 테이블 위로 툭 던져버리는 채연.
늘어놓았던 도면과 콘티를 앞으로 끌어당겨 놓고는, 일에 몰두하려는 듯 펜을 집어 드는데,
도현 : (E-3부 53씬) 누나, 나는.....
도현 : (F.C-3부 53씬) 누나가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야.
채연 : ......(아랫입술을 씹으며, 묘하게 신경 쓰이는데)
기준 : (언제 왔는지 앞자리에 와서 털썩 앉으며) 늦어서 미안. (하나도 안 미안한 미소로) 회의가 좀 늦게 끝나서.
채연 : (짜증 좀 섞어) 늦어질 거 같으면 미리 시간을 옮기는 게 예의 아냐?
기준 : (채연 앞에 놓인 도면 눈짓하며 웃는) 덕분에 일 많이 했잖아.
채연 : (얄미운) 이기적 유전자. 하나도 안 미안하지 언제나.
기준 : (웃으며) 은혜로운 유전자, 언제나 날 용서해주고. (웨이터 와서 물잔과 메뉴판 놔주고 가면)
채연 : 배고파 돌아가시겠어. 얼른 주문부터 해.
기준 : (메뉴판 보며) 그렇게 배고프면 먼저 시작하고 있지 왜.
채연 : 바람맞은 여자 퍼포먼스까지 하라구? (물잔 홱 들어 마시며) 도현이 불러 시간이나 때울까 했더니 걔도 음성사서함이구.
대한민국 엔터 업계에 사람이 둘 밖에 없니?
기준 : (메뉴판 보며, 피식) 우리 교회 누나, 형제님을 너무 알뜰히 이용하신다. 음주 시엔 운전사, 쇼핑 시엔 포터, 열 받을 땐 욕받이,
그걸로 모자라 시간 때우기 용까지? 머슴을 넘어 노예수준이네.
채연 : (기막힌) 내가 강요했어? 걔가 기뻐서 한 일이지?
기준 : (저렇게 뻔뻔해....대꾸 않고 메뉴판 보며 웃는)
채연 : (슬쩍) 오빠가 한 번 전화 해봐. 사장님 전환 받을 수 있잖아. 아직 식사 전이면 같이 하자구.
기준 : 불행히도 형제님은 오늘 무단결근 중.
채연 : (순간 멈칫) 무단결근? 그 모범생이?
기준 : 응. 그 모범생이 무단결근.
채연 : (허, 웃고는) 도현이 걔 좀 이상하지 않아 요즘?
기준 : (피식) 요즘만? 난 늘 그 녀석이 이상했어. 어릴 때부터 쭉. 뭐....요즘은 연애 사업하느라 공사가 다망하시겠지.
채연 : ! (민감하게) 연애? 차도현이? 누구랑? 뭐하는 집 딸인데?
기준 : (놀라, 보며) 어우, 뭐지? 이 격한 반응은?
채연 : 아무리 승진가라 해도 걔네 엄마 실체 알면 쉽게 딸 안 내줄 텐데?
기준 : 그래서 뭐 하는 집 딸 아니고, 의사.
채연 : 의사?
기준 : 응. 게다가, (흥미로운 눈빛) 정신건강의학과.
S#53. 달리는 채연의 차 안 + 도로 (낮)
채연의 차가 신호 대기선에 걸려있고, 운전대 잡은 채로 뭔가 곰곰 생각에 잠겨 있는 채연.
채연 : ......(중얼거리듯) 강한병원 정신과....오리진?
신경이 쓰이는 채연.
거치대에 놓인 휴대폰을 켜고 도현의 단축키를 누르면, 또다시 발신음만 길게 이어지는.
괜히 화가 나는 채연, 핸드폰을 바닥에 패대기쳐버리는데서.
S#54. 도현의 사무실 (낮)
휴대폰 든 채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는 안실장.
안실장 : 부사장님!!
도현 : (F) 걱정 끼쳐드려 죄송합니다. 안실장님.
안실장 : 지금 어디 계십니까? 몸은 괜찮으십니까?
도현 : (F) 괜찮습니다. 다행히 큰일을 벌인 거 같진 않습니다.
안실장 : (긴장이 풀린 듯 그대로 소파에 털썩 앉는)
S#55. 주유소 + 도현의 차 안 (낮)
주유소 직원이 도현의 차 옆구리에 주유 호스를 끼운 채 서있고,
그 차 안에서 안실장과 통화 중인 도현.
안실장 : (F) 오리진씨가 걱정 많이 했습니다. 통화는 해보셨습니까?
도현 : ......
안실장 : (F) 부사장님?
도현 : (말 돌리는) 죄송하지만 오늘 회사에는 나가지 못할 것 같습니다. 급한 일은 대충 처리해놔서 큰 문제는 없을 것 같지만,
뒷일을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안실장 : (F) 무슨 일입니까 또? 뭔가 문제가 생긴 겁니까?
도현 : 실은...... (사이 두었다가) 제 상태가 조금 위험합니다.
안실장 : (F) 위험하다니, 어디가 어떻게 말입니까!
S#56. 대교 위 + 달리는 도현의 차 안 (낮)
대교 위를 달리고 있는 도현의 차.
도현 : (운전하는 모습 위로, F) 지금 제게....뭐라 설명할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F.C-46씬) 곰인형을 안고 지하실에 누워있던 자신의 모습.
(F.C-16씬) 리진을 바라보던 세기의 모습.
도현 : ......(F) 제 눈으로 직접 다른 인격을 목격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그리고....
S#57. 강한 병원 / 석호필의 방 (낮)
멍한 표정으로 도현의 전화를 받고 있는 석호필!
석호필 : 새로운 인격이 나타났다는 말이야?
도현 : (F) 확실치는 않지만...그런 것 같습니다. 그건 분명....세기도, 페리박도, 요나도, 요섭이도 아닌......
어린 아이 인격이었습니다.
석호필 : (!!!) 어린 아이 인격?
도현 : (F) 네.
석호필 : 혹시 최근에 뭔가 큰 충격을 받았거나, 자극이 될 만한 사건이 있었어? 예를 들면 자네의 유년 시절과 관련된......
도현 : (F) 아니오. (했다가, 이내 혼란스러운) 아니, 실은 잘 모르겠습니다. 확실한 건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저....혼란스러울 뿐입니다.
석호필 : 일단은 와. 와서 자세한 얘기를 들어보자고.
도현 : (F) 박사님.
석호필 : 듣고 있으니까 말 해.
도현 : (F) 제가.... (사이 두었다가) 미쳐가는 걸까요?
석호필 : (!!!)
S#58. 도현의 집 / 욕실 (낮)
쏴아--- 쏟아지는 샤워 물줄기.
뜬 눈으로 거센 물줄기를 고스란히 맞으며 서있는 도현.
도현 : (F) 아니면 제가....괴물이 되어가는 걸까요?
샤워부스 밖. 세면대 콘솔 위에서 홀로 울리고 있는 휴대폰.
액정화면에 뜬 ‘오리진’.
거센 샤워 물줄기 소리에 묻혀 집요하게 울려대다가 끊어지면, 액정화면에 뜨는 부재중 전화 40통.
허리에 수건을 걸친 채 샤워부스에서 나와 세면대로 오는 도현.
작은 타월을 꺼내 젖은 머리를 말리다가 문득 휴대폰에 시선이 멈추는.
가만히 휴대폰을 들어 리진의 부재중 전화 기록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이내 떨치듯 내려놓고, 나가려다가 멈칫 서는.
어떤 느낌에 거울 쪽을 확 돌아보면,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이 움직이지 않고 있다.
도현과는 전혀 다른 눈빛과 표정.... 세기다!
세기 : (거울 안에서, 도현을 보며 비식) 왜, 두려워....?
도현 : (거울 밖에서, 보며 멍....해지고)
세기 : (비웃듯) 아니면 괴로워? 혼란스러워?
도현 : (경련이 일 듯 눈가가 떨리고)
세기 : (그런 도현이 재미있다는 듯이) 잃어버린 기억을 찾으면, 그 고통과 직면할 자신 있어?
도현 : (주먹을 꽉 움켜쥐며) 이건...허상이야....
세기 : (고개 갸웃) 이제 와서 잃어버린 기억 따위를 찾아서 뭐 하려고?
도현 : (주먹 쥔 손이 떨려오며) 헛것이야. 망상이야. 착각이야.
세기 : 모든 진실에는 대가가 따르지. (도발하듯 갑자기 세면대를 양 손으로 팍 짚고는, 도현의 눈을 정시하며 악마의 속삭임처럼)
너는 감당하지 못해. 그러니까.... (비식) 덮어. 너답게 조용히.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있는 듯 없는 듯 찌그러져서 살아가.
도현 : (마침내 동요되며) 닥쳐.....
세기 : 기억나? 그때도 넌 고통을 감당할 용기가 없어서 도망쳤지. 난 널 대신해 그 고통과 맞섰고.
(표정 서늘해지며) 알아들어? 내가 아니었으면 넌! 혼자 괴로움에 몸부림치다 벌써 죽었을 거라고!!
근데 누가 누구에게 허상이라고 하는 거야, 지금!!!!
도현 : (거울 밖, 터지며) 닥쳐! 닥쳐! 닥치라고!!!!!!
소리치며 주먹으로 퍽!!! 거울을 깨버리는 도현!
도현의 주먹에서 뚝뚝 흘러내리는 붉은 피!
도현, 피가 흐르는 주먹을 다른 손으로 감싸 쥐며 천천히 고개를 들어 보면,
거울 안과 밖의 인물이 바뀌어, 피가 흐르는 주먹을 움켜쥔 도현이 깨진 거울 속에 갇혀있고,
거울 밖에서 그런 도현을 비웃듯이 바라보며 서있는 세기!
세기 : (거울 속 도현을 향해) 이제부터, 이 몸과 시간의 주인은 나야. 왜냐하면.... 내가 먼저 그 아이를 찾았거든.
콘솔 위에 놓인 휴대폰을 들고 유유히 나가는 세기.
거울 안에 갇혀 그런 세기를 멍.....하니 바라보는 도현에서.
(M) 강렬한 비트의 음악 시작되며,
S#59. 몽타주
-도현의 옷장 문이 양쪽으로 벌컥 열리며 등장하는 세기.
옷걸이에 걸린 도현의 옷을 뒤로 휙휙 날리며 헤집어보는데, 전부 얌전한 옷들뿐.
짜증나는 세기.
-빈티지 숍. 한 순간의 망설임도 없이 취향에 맞는 옷들을 쓱쓱 골라내고 있는 세기.
탈의실에 들어갔다 나오는 순간, 터프하고 패셔너블한 모습으로 변신 완료한 세기이고.
-피어싱 숍. 피어싱 바벨이 실린 브로슈어를 넘겨보고 있는 세기.
-피어싱 숍의 문이 열리면, 아웃컨츠 피어싱을 장착한 세기가 경쾌한 발걸음으로 나와 거리로 나서고,
대형견을 끌고 가던 미모의 여자, 세기의 모습에 슬쩍 호감을 표시하는데,
오로지 대형견에게 눈길이 가있는 세기, 대형견 앞에 무릎을 세우고 앉아 늑대처럼 으르렁거리면,
놀라서 도망가는 대형견과 미녀. 씩 웃는 세기.
-수입차 대리점. 잘 빠진 오픈카 앞에서 도현의 블랙카드(!)를 내미는 세기.
직원이 내민 카드결제 서명란에 차,도,현이란 이름 석 자를 거침없이 휘갈기는 데서,
S#60. 대교 위 + 달리는 세기의 오픈 카 (낮)
강렬한 사운드의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대교 위를 신나게 질주하고 있는 세기.
이때 콘솔 박스에 놓인 휴대폰에서 들리는 메시지 알림음.
발신자가 오리진임을 확인하고는 입가에 미소가 맺히는 세기.
얼른 음악을 끄고, 음성 메시지를 확인해보면,
리진 : (F) 차도현 씨! 오리진이에요!
세기 : (순간 입가에 맺혔던 미소가 순식간에 가라앉으며 서늘해지고)
리진 : (F) 무사해요? 내 메시지 확인했어요? (화나는) 확인했으면 전화 좀 해줘요!
당신말대로 위험한 건 신세기지, 차도현씨가 아니잖아요! 숨건, 피하건, 도망치건, 그건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무사하면 무사하다고 전화 좀 해달라구요, 제발!
휴대폰을 거칠게 던져버리는 세기, 다시 음악을 크게 틀고는, 무섭게 질주해가는 모습에서,
S#61. 강한 병원 / 도서관 (낮)
책상 위에 책을 잔뜩 쌓아놓고 앉아 공부하고 있는 리진.
보면, 모두 D.I.D에 관련된 서적, DSM, 논문 등등이다.
아무래도 집중이 되지 않는지 한쪽에 놓아둔 휴대폰에 시선이 가는 리진.
결국 휴대폰을 집어다가 통화내역을 확인해보면,
‘신세기’ 이름으로 발신내역이 잔뜩 뜬다. 바라보는 위로,
도현 : (E) 저는 친구 안 만듭니다. 필요 없습니다, 친구.
떠올리며 바라보다가, 신세기라는 이름을 지우고는,
그 빈 공간에 ‘차도현’이라는 이름을 찍어 넣는 리진.
완성된 이름을 저장하는 그 순간, 문자 알림음과 함께 액정화면 위에 뜨는 편지 봉투 마크!
얼른 메시지를 확인해보는 리진.
도현 : (E) 차도현입니다. 무사히 돌아왔습니다.
리진 : !! (표정 환해지며 휴대폰을 들고 뛰어나가는)
S#62. 강한 병원 야외 일각 (낮)
안도감에 환해진 표정으로 달리고 있는 리진.
도현 : (E) 걱정을 끼쳐드려 죄송합니다. 지금 병원 정문 앞에 와있습니다. 잠깐 만나 뵙고 싶습니다.
행여 또다시 놓치게 될까 싶어 더욱 속도를 내어 달리는 리진.
이때, 달리고 있는 리진의 팔을 잡아채서 돌려세우는 누군가의 손!
순식간에 몸이 돌려지며 누군가의 앞에 세워지는 리진!
보면, 리진의 눈앞에 서있는 남자, 세기!
리진 : (반가움에) 차도현씨!
세기 : (서늘한 눈빛으로) 그 새 내 눈빛을 잊었군.
리진 : !!! (그제야 눈빛 확인하고, 심장 쿵해서) 시....신세기?
세기 : 빙. 고.
서늘한 표정으로 리진을 바라보는 세기.
긴장된 표정으로 세기를 바라보는 리진.
두 사람의 모습에서.
-<킬미 힐미> 4부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