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선물의 변천사 [김성윤 기자의 맛 이야기]
설날 선물을 주고받는 풍습은 설 그림 즉 세화(歲畵)에서 비롯됐다고 알려졌다.
조선시대 그림을 담당하는 관청인 도화서(圖畵署)에서 설이 되면 임금의 만수무강을 기원하고 악귀를 쫓기 위해 부적 역할을
하는 그림을 그려 임금께 올렸다. 수성(壽星), 선녀(仙女), 직일신장(直日神將) 등 도교에서 액을 쫓는다는 신들을 그렸다.
임금은 새해를 축하하는 뜻으로 도화서에서 올린 세화를 신하들에게 내려주었다. 이 같은 관습을 본받아 민가에서도 정월
초하루가 되면 한 해의 안녕을 기원하는 설 그림을 주고받았다. 이것이 설 선물의 기원이란 것이다.
명절 선물이 상품화한 건 1960년대 들어서다. 그전에는 친지나 이웃끼리 달걀 한 꾸러미나 키우던 닭, 돼지고기 한 덩이 등을
주고받으며 정을 나눴다. 그나마 먹고살 만해진 1960년대에 들어 백화점들은 신문에 추석 선물 광고를 내고 카탈로그를 찍어
배포했다. 가장 인기 높은 선물은 설탕, 인공조미료(MSG), 밀가루 등 ‘3백(白) 식품’이었다.
경제 산업화가 진행된 1970년대에는 먹거리 일색이던 명절 선물이 스타킹, 양산, 속옷, 치약, 비누 등으로 다변화했다.
식품 중에서는 인스턴트커피 세트가 선풍적 인기. 경제 성장기에 본격 진입한 1980년대에는 명절 선물을 주고받는 문화가
완전히 정착한다. 백화점에서 주로 내놓은 고급 패키지 선물이 대세가 됐다. 한우, 굴비, 전복 등 고급 식품이 선물로 등장했다.
1990년대에는 선물 양극화 현상이 두드러진다. 백화점은 상류층을 노린 값비싼 고급 선물세트를, 대형할인점은 실속 선물세트를 내놓았다. 2000년대 명절 선물의 키워드는 ‘웰빙’이었다. 알코올 도수 높은 위스키보다는 건강에 좋다는 와인, 친환경 과일, 홍삼·수삼 등 건강식품이 이때부터 인기를 얻었다. 웰빙과 함께 ‘여유’ ‘여가’도 중시되면서 공연 관람권, 관광상품까지 명절 선물로
등장했다.
2019년에는 개·고양이 등 반려동물을 위한 명절 세트가 나왔다.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여기는 이른바 ‘팻펨(pet+family)족’이 늘었기 때문. 한 백화점의 반려동물용 참치캔 선물세트는 참치살에
닭가슴살·게맛살이 추가돼 맛과 영양이 더 풍성한데다, 항산화·면역기능강화 효과가 있다는 홍삼농축액까지 더했다.
또 다른 백화점에서 내놓은 반려동물용 건강 선물세트에는 유산균 제품이 포함됐다.
2020년 코로나19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명절 선물도 코로나19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비대면’이 키워드로 떠올랐다. ‘불효자는 옵니다’라는 플래카드가 걸렸고, 고향 부모님도 ‘오지 않아도 된다’고들 했다.
가족과 친지를 만나지 않고 집에서 나홀로 명절을 보내는 1~2인 가구를 겨냥한 선물이 쏟아져 나왔다. 냉장·냉동 가정간편식(HMR) 선물세트가 완판됐다.
대량으로 들어오는 선물을 ‘한우 4회, 과일 2회’식으로 나눠 받을 수 있는 ‘선물세트 정기구독권’을 백화점들이 선보였다.
올 설에는 값비싼 선물 세트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고향에 가서 친지와 모이지도 못하고, 해외여행도 나갈 수 없으니 선물에나 돈 쓰자는 보복 심리가 반영된 결과일까.
코로나19 이전으로 어서 돌아가면 좋겠다. 코로나19와 함께 하는 지금과 같은 생활을 ‘뉴노멀’로 받아들여야 하는 걸까.
첫댓글
지금은 다 개똥철학이죠
코로나 시대에 뭔 소용이더냐
아자아자 오늘도 화이팅 💚 💕